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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4); 2022 > Article
비판적 사고 교육의 소재 -『레 미제라블』

Abstract

이 글의 핵심주장은 비판적 사고 교육을 위한 소재들 중 하나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활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역량 강화를 위한 효율적인 한 가지 전략이라는 것이다. 그 근거는 익숙한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비판적 사고 교육이 1) 다양한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일반의 공통 관심사로 무난하고, 2) 무엇보다 논증교육으로서의 비판적 사고 교육은 동기부여, 이론적 이해, 체화, 실제 활용으로 이어져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데, 『레 미제라블』이 이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소설이 범용성 있는 소재라는 것을 논한 다음, 몰입과 동기부여를 위해 학생들을 위한 일인칭 시점의 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다음 줄거리 속에서 여러 논증과 오류들을 추출하여 보임으로써 논증교육이 가능함으로 보이겠다. 이러한 시도는 단편적인 논증이나 오류들을 소개하는 기존의 관행과는 차별적이며, 연관성 있는 긴 줄거리의 맥락 속에서 논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bstract

Critical thinking, in educational practice, can be more easily approached and trained for students by use of informal contents such as literature, movie, or story telling than by formal logical contents. In this paper, I suggest that Les Misérable, as an example, is one of good teaching materials of critical thinking education. The rationale for this is that familiar literary works arouse common interests of students who have a variety of majors. And critical thinking education with arguments can exert its true value only when it leads students to motivation, theoretical understanding, embodying, and practical application. To show that Les Miserables satisfies this standard, I have introduced first person view summery of the novel and illustrated how various arguments and fallacies can be extracted from the classical literature.

1. 머리말

학생들이 교양강좌로 비판적 사고를 수강할 때 맨 처음 듣는 말은 아마도 “비판적 사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필자 역시 동일한 질문을 가지고 수업을 시작하는데, 이 물음에 대한 신입생들의 응답은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한 가지 답변은 비판적 사고가 어떤 잘못된 행위나 생각에 대하여 비난하고 혼내는 부정적 사고라는 것이다. 이러한 오해는 사전지식 없이 비판적 사고의 “비판”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그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비판적 사고가 상대방을 날카롭게 비난하거나 억압하는 사고방식이라는 오해는 “비판적 사고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나머지 학생들의 답변들에 의해 비교적 쉽게 해소된다. 즉 많은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에 대한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그들의 답변은 대체로 이렇다.
“비판적 사고란 어떤 대상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을 말한다.”
“비판적 사고란 어떤 사고 주제에 대하여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하는 사고를 말한다.”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정말로 그 정보가 올바른 정보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확인하는 사고를 말한다.”
“비판적 사고는 사고 대상에 대하여 최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하는 열린 사고를 말한다.”
비판적 사고의 이와 같은 이해는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의 9표준들(한상기, 2007: 58-65) 가운데 다각성, 논리성, 정확성 표준을 이미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1) 비판적 사고란 훌륭한 사고에 도달하기 위하여 생각 대상에 관해, 명료한 물음들과 함께, 정확한 정보들을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충분하고도 심층적으로, 정합성 있는 답을 구하고자 하는 반성적이고 메타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Paul & Linda, 2006: xvii). 예를 들어 학생들은 다양한 관점을 두루 살피는 다각적 사고를 통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기중심주의(egocentrism)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관점이 아닌, 가족, 학교, 사회, 국가, 세계, 인간, 환경의 관점 등을 고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적 자립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판적 사고는 민주주의 시민에게 꼭 필요한 생각의 다양성, 그에 따른 관용과 배려, 협력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김광수, 2002: 34-36). 또한 학생들은 일방적 정보 수용이 아닌 정확한 정보 선별을 위해 능동적으로 찾아보고, 해당 전문가의 의견들을 반영하며, 교차확인(cross check)을 통해 허위정보와 사실정보를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비판적 사고가 학생들로 하여금 인포데믹이라고도 불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사고주체 및 행동주체로서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선화, 2022: 305). 나아가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들이 서로 상충되거나 정합적이지 않을 경우, 조정하거나 폐기함으로써 논리적 정합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비판적 사고는 학생들로 하여금 개인, 사회, 세계를 주제로 한 사고에서 논리적이고 정합적인 인간관, 인생관, 사회관, 세계관 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비판적 사고 교수자는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역량을 함양시키고 강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교수법을 실시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 교수법의 한 가지 전략은 현대기초논리학의 실용버전으로서 논증교육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홍경남, 2011: 110). 논증교육의 강점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설명할 때 형식과 규칙에 의거한 연역논증적 지식과 경험에 의거한 귀납논증적 지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은 내가 가진 지식이 올바른 논리적 과정에 의해 얻어진 것인지를 연역논증과 귀납논증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연역논증과 귀납논증을 학습하면서 일상에서 비판적 사고를 하는 데 저지르기 쉬운 형식적 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를 부가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즉 학생들은 내가 가진 정보 또는 나에게 주어진 정보가 논리적 비약을 허용하고 있는지를 이미 알려진 오류들을 기초로 확인하고 정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실제로 자신의 전공은 물론이고 사회적 의사소통 교환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논증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Woods & Irvine & Walton, 2016: 16).
그러나 논증교육의 한 가지 문제점은 학생들로 하여금 딱딱하고 어려운 인상을 갖게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박준호 & 양은석 외, 2016: 16). 자칫 논증교육은 비판적사고의 기술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둔 논리학 수업으로 흐르기 쉽다(이승규, 2020: 192; 이진희, 2019: 199, 방선희, 2011). 그러나 교양교육의 측면에서의 논증교육은 인문, 사회, 자연, 공학, 예체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부전공과 관심사를 가진 신입생들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 위해서는 그들 개개인에게 두루 통용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논증교육의 대상이 대학생이 아니라 교육의 정도가 이보다 낮거나 연령이 낮아진다면 논증교육의 소재는 그만큼 더 익숙하고 더 구체적이어야 하며 그래서 더 피부에 와 닿는 것이어야 한다. 비판적 사고 교육은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비판적으로 사고하려는 성향적 측면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김광수, 2002; 최훈, 2008; 김태영, 2014).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비판적 사고는 학습하는 이에게 동기부여, 동기부여에 따른 적극적 학습의지 형성과 내용이해, 적극적 학습과 훈련에 따른 체화, 개인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실제 적용 및 활용으로 이어져야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증교육의 한 방안으로써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역량 강화를 위한 효율적인 한 가지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는 1) 범용성을 가지고 있는 익숙한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비판적 사고 교육으로서의 논증교육’이 다양한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생 일반을 위한 교양교육의 측면에서 바람직하며, 2)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 교육은 동기부여, 내용이해, 체화, 실제 활용으로 이어져야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데, 『레 미제라블』이 그 기준을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소설이 범용성 있는 소재라는 것을 논한 다음, 몰입과 동기부여를 위해 학생들을 위한 일인칭 시점의 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그런 다음 줄거리 속에서 여러 논증과 오류들을 추출하여 보임으로써 논증교육이 가능함으로 보이겠다. 이러한 시도는 단편적인 논증이나 오류들을 소개하는 기존의 관행과는 차별적이며, 연관성 있는 긴 줄거리의 맥락 속에서 논증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범용성 있는 소재: 『레 미제라블』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조는 것만큼 당혹스러운 경우는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3년에 걸친 펜데믹의 영향과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와 유튜브 컨텐츠, 게임 등으로 밤을 잊은 젊은 세대들에게 원론적인 수준의 교양 교수법을 고집하기보다는 뭔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의 교수법 전략은 먼저 남녀노소, 나이고하, 피부색을 막론하고 수강생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과거에 들어보았을 법한 소재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그 소재는 신화, 종교, 위인전기, 역사, 문학, 미술, 노래가사,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시나리오 등등 다종다양할 수 있다. 소재는 교수자가 활용하기 나름인 것이다.
논증 교육을 위한 범용성이 있는 소재들은 위에서 열거한 것과 같이 아주 많다. 특히 문화예술 작품들 가운데 인문학 고전 작품들이 지닌 강점은 시대, 세대, 남녀, 인종, 종교, 국경을 초월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래서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독자는 작중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장면 장면마다 자기 자신을 투사해 간접적으로 주인공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다. 독자는 주인공의 삶의 역경과 고난을 간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직면하는 문제와 의사결정 과정에 직면해 “과연 나라면 어땠을까?” “주인공의 문제해결 또는 의사결정은 적절한 것이었는가?”와 같은 물음을 던져볼 수 있고, 그에 따른 답변을 진지하게 추구해볼 수 있다. 필자가 빅토르 위고의『레 미제라블』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임의적인 것인데, 이 작품이 필자를 비롯한 한국인들에게는 빵을 훔친 장 발장으로도 유명하고, 비교적 최근까지 연극, 영화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어 누구나 한두 번 들으면 상기할 수 있는 익숙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3. 동기부여

그렇다면 이 소재를 비판적 사고 교육으로서의 논증교육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먼저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레 미제라블』을 학생들의 일인칭 관점으로 줄거리를 각색하여 소개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한정된 강의시간에 학생들의 주의와 집중을 가져온다. “내가 만일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것인가?”라는 상상은 곧 주인공을 나에게 감정이입하고 집중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아래의 두 종류의 줄거리, 즉 전지적 시점의 줄거리를 읽은 다음 논증교육을 위해 중간중간 물음과 함께 재구성한 일인칭 시점 줄거리를 비교해서 읽어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진다.

3.1. 전지적 시점의 줄거리

이 작품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프랑스의 잦은 내란과 전쟁, 그에 따른 경제위기와 극심한 물가상승이라는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 아래 장 발장이라는 죄수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장 발장은 굶주림에 떨고 있는 일곱 명의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치다가 5년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자신이 돌봐주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조카들을 생각하며 몇 번이고 탈옥을 결심했지만, 번번이 다시 붙잡히고 14년형이 더해져 도합 19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가석방된 이후에도 그는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의 배척과 멸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과 법을 원망하며 지내던 장 발장은 자신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죄를 감싸준 미리엘 주교의 도움으로 새사람이 된다. 마들렌으로 개명한 그는 사업가로 성공하고 시장이라는 사회적 지위까지 획득한다. 그러나 마들렌 시장은 딸 코제트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몸까지 팔아야 했던 여인 팡틴을 구하기 위해 법과 제도의 맹목적 수호자 자베르 경감과 맞서고, 나아가 장 발장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이를 구하기 위해 결국 재판장에 모인 만인 앞에서 스스로 자백 후 체포되고 만다. 장 발장은 팡틴의 어린 딸 코제트를 구하기 위해 탈옥한 뒤, 학대와 핍박을 일삼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손에서 코제트를 구해 수도원으로 잠적한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코제트는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고 혁명가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진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마리우스가 혁명 현장에서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자, 장발장은 마리우스의 생명을 구하고, 밀정 자베르 경감이 총살당할 위기에서 구하는 선행을 베푼다. 이후 자베르 경감은 장 발장에게 은혜를 입고난 뒤 법집행자로서 장 발장을 체포해야 한다는 신념과 생명의 은인에 대한 양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강물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후 장 발장은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결혼시키고 마리우스에게 자신의 과거를 알려준 다음 자신이 성실하게 모은 전 재산을 넘겨준다. 테나르디에의 악행을 통해 장 발장의 선행을 알게 된 마리우스와 코제트는 장 발장과 함께 살고자 하지만, 늙고 병든 장 발장은 결국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다.

3.2. 학생을 위한 일인칭 시점의 줄거리

여러분이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의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프랑스혁명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잦은 내란과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전쟁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위기, 그리고 극심한 물가상승을 가져왔다. 여러분은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물가가 치솟아 넉넉하게 먹고 입고 잘 수 없다. 식료품값, 옷값, 난방비와 기본 자재비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분유나 먹을 것이 없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 기사를 생각해보라. 어쩌면 굶어 죽는 것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에게는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일곱 명의 어린 조카들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버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 소설 속의 장 발장은 조카들에게 먹일 빵을 훔치다가 5년형을 받고 감옥에 갇힌다. 자신이 돌봐주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조카들을 생각하며 몇 번이고 탈옥을 결심했지만, 번번이 다시 붙잡히고 14년형이 더해져 도합 19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이제 여러분이 장 발장이라고 해보자. 여러분은 이러한 문제에 부딪혀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것인가? 현대 사회에서 시민, 사회복지사, 변호사, 판사, 국가, 법률 등의 역할은 각각 어떠해야 할까?
여러분은 가석방된 이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의 배척과 멸시를 벗어나지 못한다. 식대와 숙박비를 치를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가진 노란색 종이쪼가리, 즉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힌 그 신분증 한 장이 문제다. 얼어 죽을 만큼 추운 밤일지라도 그것을 본 그 누구에게든 당신은 그들로 하여금 공포심과 경계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쳤을 때 세상은 당신을 전과자로 낙인찍었고, 19년이 지난 지금도 당신은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
세상이 여러분을 거부한다고 생각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여러분은 지금 춥고, 배고프고, 그래서 심신이 몹시 지쳐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있을 때 당신에게 어느 여인이 식사와 숙박을 제공할 수도 있는 곳을 알려준다. 반신반의하며 간 곳에서 미리엘이라는 이름의 주교가 당신을 맞이해준다. 당신은 그에게서 따듯한 위로의 말과 식사와 침대를 제공받는다. 세상이 당신을 거부한다는 일반화의 반대사례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당신은 19년 동안의 모진 수감생활과 세상의 멸시와 거부로 곧바로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으랴! 다음날 새벽 당신은 모두 잠든 사이 그 집에서 본 은접시들을 훔쳐 달아나지만 이내 경찰들에게 붙잡혀 되돌아온다. 대질 심문 후에 당신은 다시 감옥에 가야 한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미리엘 주교는 당신에게 은촛대 두 자루도 주었는데 왜 남겨두고 떠났냐며 당신을 나무란다. 당신은 다시 자유다.
세상을 거부하고 등지려했던 당신에게 미리엘 주교는 두 번이나 기회를 주고 있다. 한 번은 당신이 얼어 죽을 뻔 했을 때 당신을 살렸고, 또 한 번은 당신이 다시 감옥에 갈 뻔 했는데, 당신을 용서하고 구했다. 당신은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아니면 전혀 새로운 삶을?
미리엘 주교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당신은 춥고 배고프며 세상을 원망한 채로 죽었을 수도 있다. 미리엘 주교의 용서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다시 감옥생활을 했어야 했다. 이제 당신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새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미리엘 주교가 준 새 이름 마들렌으로 개명한 당신은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다. 당신은 당신과 같은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제2, 제3의 장 발장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들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어 시장이라는 사회적 지위까지 획득한다. 당신이 인생을 역전하고 있는 사이, 팡틴이라는 미혼모는 자신의 딸을 양육할 수 없어 여관을 운영하는 테나르디에 부부에게 양육을 부탁한다. 팡틴과 그의 딸 코제트의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팡틴은 부모로서 매달 코제트의 양육비를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미혼모임이 밝혀져 직장을 잃고 만다. 여관집 부부는 코제트와 비슷한 또래의 사랑스러운 두 딸이 있음에도 머지않아 팡틴의 딸을 볼모로 양육비를 올리고, 옷값, 약값 등 온갖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엄마가 보낸 양육비는 딸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고, 딸은 딸대로 여관에서 종이나 시녀처럼 학대와 핍박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팡틴은 직장을 잃었기 때문에, 양육비를 보내기 위해 자신의 길고 아름다운 머리를 자르고 두 앞니를 뽑아서 팔았으며, 급기야 병든 몸을 이끌고 추운 거리로 나가 몸을 팔고 있다.
어떤 사람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며 자신의 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감정, 소극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은 주어진 환경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 내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고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감정, 적극적인 욕구를 가지고 노력한다. 팡틴과 장 발장이라는 두 사람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만일 당신이 미혼모이고,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만일 당신이 팡틴이었다면, 당신의 딸이 당신이 보낸 양육비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대와 착취와 억압을 받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와 국가는 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장 발장 아니 마들렌 시장으로 돌아와 보자. 당신은 우연히 밤거리를 걷고 있는데, 어떤 창녀가 한 남성 장교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급기야 싸움으로 번지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경찰은 두 사람 다 소환하지 않고, 그 창녀만 유치장으로 데려간다. 그 경찰은 자베르 경감이었고, 그는 그녀를 6개월 감옥형에 처한다. 그녀가 바로 팡틴이었다. 팡틴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양육할 딸이 있다며 자베르에게 선처를 바라지만 통하지 않는다. 미리엘 주교에 의해 새사람이 된 당신은 팡틴의 불행을 묵과할 수 없고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자베르와의 실랑이 끝에 시장의 직권으로 팡틴을 풀어준다. 사실 그녀는 당신의 사업장에서 일하던 말단 직원이었고 미혼모라는 사실로 인해 당신의 부하직원에 의해 해고당했지만 당신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 만일 그런 사실을 알았다면, 팡틴과 그녀의 딸 코제트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았으리라. 한편 당신과 실랑이를 벌이던 자베르 경감은 법집행의 수호자임을 자처하는 사람이다. 그는 팡틴과 별도로 가석방된 뒤 사라진 장 발장을 쫓고 있었다. 19년을 복역한 후에도 당신은 가석방된 것이지 석방된 것이 아니었다! 미리엘 주교는 당신을 용서했지만, 법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당신이 팡틴이었다면, 당신은 유치장에서 풀려나기 위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마들렌 사장은 팡틴이 권고사직 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현대사회는 당시의 프랑스 사회보다도 훨씬 더 바쁘게 돌아간다. 만일 당신이 사장이라면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이 자베르 경감과 벌인 실랑이는 우연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법과 제도의 맹목적 수호자 자베르 경감은 그 일이 있고난 어느 날 당신의 집무실로 찾아온다. 그리고 전혀 뜻밖의 말을 꺼낸다. 자신은 장 발장을 쫓고 있었으며, 당신을 장 발장으로 의심하고 있었다고. 당신의 인상착의, 나이 대, 당신이 괴력으로 마차 깔려 죽었을 수도 있을 노인을 살린 일 등으로 보아 당신은 장 발장이 틀림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그래서 상부에 보고서까지 올렸으나, 이미 장 발장은 잡힌 상태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자베르는 이제 당신에게 이렇게 요구한다.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으니 시장의 직권으로 자신을 파면시켜달라고. 당신은 그를 달래서 돌려보냈으나,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당신이라면 당신을 쫓고 있는 자베르를 파면시킬 것인가?
놀랍게도 당신은 장 발장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이를 구하기 위해 재판장에 모인 만인 앞에서 스스로 자백 후 체포되고 만다. 당신은 이제 마들렌 시장이 아닌 전과자 장 발장이다. 그리고 당신은 또 한 번의 탈옥을 감행한다. 팡틴의 어린 딸 코제트를 구하기 위해서다. 코제트가 있는 여관집에 도착해서 당신은 억압받고 착취당하고 있는 한 아동을 발견한다. 그 아동은 무서운 한 밤중에 말에게 먹일 물을 길러 가야 했고, 자기 또래의 주인집 딸들에게 신길 양말을 뜨개질해야 했으며, 주인집 딸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을 한없이 바라만 봐야했다. 또한 주인집 부부의 눈에 보이지 않게 숨어 지내다가, 실수라도 하면 모질게 맞고 욕설을 들어야 했고, 가축들과 함께 밥을 먹어야 했으며, 밤이 되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겉옷을 입고 웅크려 자야했다. 다음날 당신은 주인집 부부에게 거금을 지불하고 코제트를 데리고 나온다. 그러나 돈에 눈먼 여관집 남편 테나르디에는 당신을 쫓아와 지불한 돈의 두 배를 요구한다.
당신이 아동착취와 학대의 대상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이 아동착취와 학대 현장을 목격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위에 당신과 코제트 그리고 여관집 남편 밖에 없는데 그가 당신에게 코제트를 데려가려면 두 배의 돈을 내라고 한다. 당신은 그에게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당신은 당신 자신과 코제트를 보호하기 위해 수도원으로 잠적한다. 코제트는 당신을 딸처럼 따르고, 당신은 그녀를 위해 수녀들과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제 코제트는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하고 마리우스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당신이 보기에 마리우스는 가진 것도 없어 보이고 열정도 패기도 없이 당신이 딸처럼 키운 코제트를 빼앗아 가려는 가난한 젊은이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당신은 코제트를 마리우스에게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게 하고자 이사를 거듭한다.
당신이 아무리 코제트를 친부모 이상으로 양육했다 할지라도 부모가 자식의 사랑과 자기결정권에 대해 온정적으로 간섭하는 일은 정당한 것인가? 당신이 코제트 또는 마리우스의 입장이라면 그런 부모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당신이 마리우스를 피해 이사를 거듭하던 중 우연히 마리우스가 코제트에게 보낸 편지를 중간에서 가로채 읽게 된다. 편지의 내용으로 보아 마리우스는 혁명가이며 아마도 자신이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다 전사할 것임을 알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보니 그럼에도 코제트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평등한 사회를 꿈꾸던 마리우스가 혁명 현장에서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자, 당신은 마리우스의 생명을 구한다. 당신은 또한 부상당한 마리우스를 부축하여 지하 하수구를 빠져나와 마리우스의 집까지 무사히 돌려보내고, 혁명가들 사이에서 밀정 노릇을 하다가 생명이 위태로운 자베르 경감마저 구하는 선행을 베푼다.
당신은 자베르가 혁명당원들에게 총살당하기 직전에 당신이 직접 그를 총살하겠다며 시간을 끈다. 자베르의 생명은 당신 손에 달려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자베르 경감은 당신에게 은혜를 입고난 뒤 법집행자로서 장 발장을 체포해야 한다는 신념과 생명의 은인에 대한 양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토록 집요하게 당신을 쫓았던 법집행의 수호자에게 놀랍게도 어떤 신념의 변화가 일어난 것 같다. 그는 당신이 마리우스를 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코제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당신을 도운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만일 당신이 자베르 경감이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법집행의 수호자로서 장 발장을 체포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생명을 구한 은인을 구할 것인가? 법은 그 무엇보다도 우선한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모든 시련이 지나간 것 같다. 이제 당신은 코제트를 마리우스와 결혼시킨다. 그리고 그 둘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마리우스에게 당신이 전과자이지만 코제트가 친딸은 아니니 안심하라고 이른 뒤, 코제트를 위해 써달라며 당신이 성실하게 모은 전 재산을 넘겨준다. 한편 테나르디에의 악행을 통해 당신이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는 것을 알게 된 마리우스는 코제트를 데리고 당신을 찾아와 함께 살기를 부탁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 늙고 병든 당신은 미리엘 주교를 떠올리며 두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다.(빅토르위고, 2010, 2012, 2021)2)
테나르디에는 마리우스 아버지의 생명의 은인이지만, 팡틴과 코제트 모녀에게는 아동양육을 빌미로 착취와 학대를 자행한 악인이다. 장 발장과 코제트의 자선을 역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사기꾼이자, 마리우스에게 장 발장의 과거를 팔아 돈을 벌려는 협잡꾼이다. 당신이 마리우스였다면 테나르디에에게 어떻게 했을까?

3.3. 역사적 배경

학생들로 하여금 『레 미제라블』의 줄거리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현재에도 여전히 생명력 있는 이야기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 관한 질문과 그에 따른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것은 수업시간에 제공될 수도 있고, 줄거리를 읽고 호기심이 생긴 학생들 스스로가 역사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학생들이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했다고 해보자.
1789년 프랑스에서는 극심한 굶주림과 신분제에 대한 불만으로 혁명이 일어난다. 민중들은 국왕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왕이 없는 나라’, 즉 공화국을 선포한다. 이것이 흔히 알려져 있는 ‘프랑스 대혁명’이다. …… 전쟁과 혁명의 아수라장에서 경제는 엉망이 됐다. 날로 물가가 치솟아 민중들의 고통이 극심했다. 혁명지도부 중 가장 과격파였던 로베스피에르는 1793년 정권을 장악한 뒤 ‘최고가격제’를 실시해 일시적으로 물가안정을 이뤘다. 그러나 1년 동안 1만 명 이상을 ‘반혁명’ 혐의로 처형하는 등 지나친 공포 분위기 조성으로 2년 만에 실각한다. 최고가격제는 폐지되고 다시 물가는 뛰어올랐다. 바로 그 이듬해인 1796년 장 발장은 조카를 위해 빵을 훔치다 체포된다.(박은하, 2013)
불쌍한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 ‘레 미제라블’이 암시하듯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전쟁과 세금, 혁명과 진압, 민중봉기와 왕정복고, 치솟는 물가와 굶주림, 전염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견뎌내야 했던 프랑스임을 알 수 있다. 학생들은 현대인들이 바라보는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적인 위상과 달리 당시의 프랑스는 왕중심 사회에서 공화정으로 이행하는 중에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겪었음을 새로이 알 수도 있다. 당시의 왕과 귀족의 관점에서는 자신들의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민중들을 진압하려 했지만, 민중들의 관점에서는 당장 먹고 살 식량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기아와 굶주림과 세금으로 신음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요컨대 반복되는 혁명, 전쟁, 진압의 과정에서 당시의 왕과 귀족 중심의 프랑스사회는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3.4. 주요 등장인물

학생들은 당시의 프랑스에 관한 역사정보와 여러 관점들을 통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인 장 발장이 빵을 훔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미리엘 신부가 민중들을 도와주고 감싸주었던 이유, 팡틴이 딸을 양육하기 위해 몸을 팔수밖에 없었던 이유, 코제트의 연인 마리우스가 혁명의 현장에서 민중의 평등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유, 불안정한 사회질서 속에서 자베르가 정부의 법집행자로서 장 발장을 집요하게 쫓았던 이유 등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즉 장 발장은 빵을 훔쳐 법을 위반하는 가치보다 조카들의 생명을 구하는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인물이다. 미리엘 신부는 민중들이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정부는 그러한 민중들을 엄격히 법대로 처리하는 가혹한 현실 속에서 민중의 편을 들어주는 인물이다. 팡틴은 몸을 팔 수 밖에 없는 현실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난보다 자신의 딸을 잘 양육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인물이다. 자베르는 정부 즉 당시의 왕과 귀족을 대신하는 인물로 고통받고 신음하는 민중 개개인의 삶은 아랑곳 하지 않고 법집행을 통한 왕과 귀족 중심의 사회질서 유지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인물이다. 마리우스는 민중들의 고통을 체험하고 이해한 뒤 그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항변하고 혁명을 위해 정부에 대항하는 인물이다. 코제트가 마리우스를 사랑하고 결혼하게 되는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과 팡틴을 도왔던 장 발장은 불행한 시대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대중들을 대신하는 인물이고, 코제트는 그런 대중들의 자녀를 대신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편 테나르디에는 대중이라고 해서 항상 선량하고 가엾은 마음만 지닌 것은 아님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전쟁터에서 생명을 구했다는 영웅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돈을 위해 타인의 자녀를 이용하고, 전과자의 과거를 팔아넘기고, 부자 앞에서 비굴하며, 부자가 되기 위해 한탕주의를 꿈꾸는 음흉한 악인이다.

4. 논증 이해, 체화, 실제 활용

이제 일인칭 시점의 줄거리와 질문들, 역사적 배경, 중심인물들의 성격을 통해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즉 어떤 학생들은 실제 소설이나 영화를 체험해 보고 싶을 수도 있고, 극중의 인물들의 문제와 선택에 대하여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으며, 테나르디에와 같은 부류의 인간성에 의문을 던지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학생들이 줄거리를 이해했다면, 이제 학생들에게 기초적인 논증들을 이해시키고, 논증을 만들고 평가하는 기술을 체화시켜,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에는 충분하다. 줄거리를 회상하며 여러 논증들을 추출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논증 사례들을 몇 개 살펴보고[이해] 그 논증들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학생들 자신의 문제와 동떨어져 있지 않음을 확인[체화]한 다음, [실제 활용]하는 사례들을 제시해 보겠다. 먼저 다음과 같은 선택지가 있다고 해보자.
<사례1>
나는 빵을 훔치거나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소설을 읽어보면 장 발장은 이런 저런 허드렛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하지만 암울했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어쩌면 장발장에게는 다른 선택지들이 없었고, 그래서 빵을 훔치겠다는 결론을 내고 행동으로 옮겼을 수도 있다. 즉 다른 대안들이 없었다면, 속절없이 어린 조카들을 잃는 것보다는 절도가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증 노선은 타당한 형식을 갖지만, 학생들은 대안적 선택지들을 고민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이것 아니면 저것 식으로 생각하다가 낭패를 보기가 쉽기 때문이다. 학교, 학과, 친구, 이성친구, 직업, 선거 등 인생에서 크고 작은 선택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보면 선택과 선택 이전의 대안들을 탐색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과 관련하여 실제로 자신이 선택 상황에 직면했다고 가정하고 신중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충분히 고려한 후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제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례2>
만일 내가 빵을 훔치다가 걸린다면, 체포될 것이다.
만일 내가 체포된다면, 조카들을 돌볼 수 없다.
학생들은 이 전제들을 보자마자 만일 내가 빵을 훔치다가 걸린다면, 조카들을 돌볼 수 없다는 결론을 알아챌 것이다. 즉 학생들은 이 논증이 조건삼단논증이라는 사실을 몰라도 이미 살아오면서 수없이 조건삼단논증적 사고를 해왔던 것이다. 어쩌면 장 발장으로 하여금 빵을 훔칠 결정으로 이끈 생각 중 하나는 만일 내가 빵을 훔쳐도 걸리지만 않으면 체포되지 않을 것이고, 또 만일 내가 체포되지 않으면 조카들을 돌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논증을 그대로 지나치기 이전에, 장 발장으로 하여금 빵을 훔칠 결정으로 이끌었을 생각을 위의 두 조건문과 차례로 결합시키면 두 개의 전건부정의 오류논증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빵을 훔치다가 걸린다면, 체포될 것이다.
빵을 훔치다가 걸리지 않는다.
체포되지 않는다.
만일 내가 체포된다면, 조카들을 돌볼 수 없다.
체포되지 않는다.
조카들을 돌볼 수 있다.
위의 두 논증의 반대사례를 생각해보자. 빵을 훔치다가 걸리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봤을 수 있다. 완전범죄를 저지르면 또 다시 빵을 훔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고, 이런 범행들이 누적되어 꼬리가 길면 결국 더 큰 형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은 실수를 저지르며 성장한다. 하지만 범죄는 돌이키기 힘들다는 점에서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나 건전한 도전과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조카들을 돌볼 수 있는 가능성이 범죄를 저지르고 조카를 돌볼 수 있는 가능성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논증교육이라는 목적상, 여기서 강조되어야 할 점은 전건부정의 오류가 우리의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을 어긴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즉 의도적으로 약속을 어겼을 수도 있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니 편 내 편으로 편 가르는 사고방식도 예로 들 수 있다. 나와 생각과 사상과 이념과 종교와 취향이 같으면 아군이고 그렇지 않으면 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전공이나 관심사를 주제로 타당하고 건전한 전건긍정논증을 실제로 만들어 보고, 또 전건부정의 오류논증도 만들어봄으로써 자신의 논증기술 즉 비판적 사고 역량을 전공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다.
<사례3>
장 발장은 19년을 복역한 후에도 전과자라는 낙인 때문에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밥을 사먹을 수도 없고 숙소를 구할 수도 없다. 법의 판결은 가혹했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거나 냉대했다.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19년이라는 복역기간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관용의 원칙을 떠올리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전과자, 미혼모, 유태인, 피부색, 종교, 정치이념, 지역, 성별 등을 이유로 발생적 오류를 범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장 발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가 출소 후에 겪은 일들을 생각하며 추운 들판에서 이렇게 생각한다고 하자.
세상이 나를 거부한다.
위와 같은 판단은 과거의 경험들을 토대로 한 보편적 일반화 결론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법이라는 안전장치는 그를 보호하고 구휼하기 보다는 가혹했고, 사람들은 그를 동정하거나 위로해주기 보다는 냉대했다. 어쩌면 장발장은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살아내기 위해 여전히 범죄라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우리의 경우 일상적으로 보편적 일반화의 표본이 충분하지 않음에도 성급하면서도 부정적인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수능시험을 잘 보지 못해서,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에게 왕따를 당해서,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해서, 사업에 실패해서, 잘못 선택했다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어서 등등. 장 발장의 경우는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리엘 주교에 의해 자신의 보편적 일반화 결론에 대한 두 번의 극적인 반대사례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과 잠잘 곳과 따뜻한 위로를 받은 첫 번째 반대사례에서 장 발장은 모든 일이 꿈만 같고 전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은식기를 훔친 것은 살아오면서 통계적으로 그 자신이 그런 환대를 거의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 내려면 합법보다는 불법이 더 유리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통계적 삼단논증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불법을 저지르고 걸리지 않으면 십중팔구 생존에 유리하다.
모두 잠든 이 상황은 은식기를 훔쳐도 걸리지 않을 상황이다.
그러므로 이 상황은 생존에 유리한 상황이다.
교수자는 학생들과 함께 이 논증의 첫 번째 전제와 두 번째 전제의 진리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다. 예컨대 도덕성과 정직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를 인용할 수 있다. 어쩌면 미리엘 신부는 장 발장이 큰 소음을 냈을 때 잠에서 깨었으면서 모르는 척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반성을 통해 학생들은 귀납논증의 결론이 새로운 정보들에 의해 개연성이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러한 교훈의 일반화는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면서 얻는 모든 경험적 지식 또는 귀납적 지식의 신뢰도는 시간과 공간과 지식주체의 처지가 변화하면서 함께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귀납적 판단을 내릴 때에 항상 판단의 근거들을 최신의 정보들로 업데이트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습관을 기르도록 강조할 수 있다. 장 발장의 경우 자신이 강하게 신뢰했던 부정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일반화 주장 “세상이 나를 버렸다.”를 철회하게 된 계기는 은식기를 훔친 뒤 다시 감옥에 갈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혀 새로운 경험 때문이었다. 경찰들에게 붙잡혀 대질을 위해 미리엘 신부에게 오는 내내 장 발장은 장장 19년 동안의 지옥 같은 감옥 생활을 떠올렸을 것이고,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가중되어 어쩌면 다시는 석방될 수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 신념이 되어 결코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장 발장의 보편적 일반화 주장이 미리엘 신부의 용서와 사랑과 배려를 통해 산산조각 나자마자 장 발장은 미리엘 주교가 바랐던 새로운 사람이 된 것이다.3)
<사례4>
한편 자베르는 왜 그토록 집요하게 장 발장을 쫓았을까? 물론 장 발장은 가석방 상태에서 실종되었다. 마들렌으로 개명하여 완전히 역전된 인생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베르 입장에서 장 발장은 가석방 상태를 이용해 탈주한 전과자일 뿐이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많은 죄수들을 봐왔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죄수들의 공통 특성들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유비논증을 시도했을 수 있다. “한 번만 범죄를 저지른 죄수는 없다. 그들은 뉘우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들은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그래서 배고픔과 추위 앞에서 절제하기 힘들다. 법을 어겨서라도 그들의 욕구를 채우려 하는 것이다. 장 발장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다. 그는 빵을 훔쳤고, 지속적으로 탈옥을 시도했고, 감옥에서도 말썽을 일으켰다. 그러므로 장 발장 또한 지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그러니 그를 붙잡아 격리시켜 일반인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자베르의 유비논증은 아주 휼륭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는 주로 죄인들만 관찰했고, 좋게 봐줘도 프랑스의 죄인들만 관찰했다. 다시 말해서 그는 편향통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베르의 표본들이 지속적으로 그를 확증편향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즉 자베르는 자신의 유비논증에 대한 편향된 자료들이 쌓여갈수록 자신의 확증편향적 신념 또한 강화된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그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너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의 추위와 배고픔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지옥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시민들이 그와 같은 현실 때문에 정부에 저항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에게 법은 완전무결한 것이고 그런 까닭에 자신조차도 법적용에서 예외일 수 없다.
장 발장의 경우는 자베르와 매우 대조적이다. 그는 미리엘 신부를 통해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불쌍한 사람들이 자신의 전처를 밟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가 적용한 긍정적인 유비논증적 사고는 많은 사람들을 살렸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사례는 그를 바람직한 확증편향적 신념과 행동으로 이끌었다. 그가 자신의 회사에 한 사람 한 사람을 고용하고, 마차에 깔린 노인을 구하고, 팡틴과 그의 딸 코제트를 구하고, 자베르를 구하고, 마리우스를 구할 때 장 발장의 유비논증의 신뢰도는 그만큼 높아졌다. 장 발장과 자베르의 대조를 통해 학생들은 편향통계의 오류와 확증편향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학생들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는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즉 누구나 부모님, 교육환경, 친구관계, 선생님, 개인적 경험들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안경만 쓰고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 편향된 자료를 수집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축적된 자료의 문제는 확증편향된 신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진 신념들을 확인하고 혹시 이러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지 않은지 점검하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사례5>
지면 관계상 마지막으로 자베르를 죽음으로 이끈 딜레마 상황을 논증으로 재구성해보자.(한상기, 2007: 275; 이병덕, 2019: 136) 자베르는 혁명군들 사이에서 밀정 노릇을 하다가 총살당할 위기에 처했었다. 자베르는 전과자이자 탈주범 장 발장을 체포해야 한다는 신념과 생명의 은인 장 발장을 체포할 수 없다는 양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장 발장을 체포하면 자베르는 자신의 임무를 다 하겠지만 그는 무기징역형을 살게 될 것이고 그래서 은혜에 보답할 수가 없다. 장 발장을 체포하지 않으면 생명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지만 자신은 스스로 법집행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오히려 범죄자를 보고도 도주를 도왔기 때문에 자신 또한 범죄자가 된다(이상민, 2013: 566-67). 결국 자베르는 은혜를 갚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죽은 이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을까? 자신은 애초에 혁명군들에게 이미 죽은 목숨이었기 때문일까? 그동안 집요하게 수색탐문을 해온 끝에 장발장의 선행들을 보아 오면서 그리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주는 모습을 목도한 증인이자 장본인으로서 범죄자에 대한 자신의 평생의 신념에 금이 갔기 때문일까?
우리가 자베르나 자베르라는 가상의 인물을 생각해 낸 빅토르 위고가 아닌 이상 그의 본심을 알 길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는 자베르라는 인물이 죽지 않아도 되었을 논리적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 먼저 자베르는 체포하거나 체포하지 않는 두 가능성 이외의 제 삼의 선택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장 발장을 관심의 대상에 놓고 관찰하면서 그간의 행적들 특히 선행들을 기록하여 상부에 선처를 요청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자베르는 장 발장을 체포하여 구금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재심을 요청하고 증인이 되어 그를 무기징역에서 감형시키거나 특별사면을 요청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베르는 장 발장을 체포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직무를 더욱 성실하고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다. 장 발장은 19년이라는 수감생활을 통해 충분히 그 죄값을 치렀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으며, 자신의 과오를 선행으로 그것도 넘치리만치 보답했다. 그를 체포하는 것은 오히려 악법을 집행하는 것이며 제2, 제3의 장 발장을 양산하는 해악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장으로서의 명예까지 획득한 그를 체포한다는 것은 오히려 아무리 사람이 바뀌어도 주홍글씨는 지울 수 없다는 정부에 대한 반감과 불신을 높일 수 있다. 딜레마 논증을 통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수많은 선택상황에 직면해서 딜레마 상황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실은 딜레마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심각한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그 딜레마 상황에서 빠져나올 논리적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하여 학생들은 자신이 마주했던 딜레마 상황을 논증으로 재구성 해보고 그 상황이 실제로 딜레마 상황인지 그리고 그 상황을 극복할 대안적 가능성들을 수행하는 과제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5. 맺음말

비판적 사고 역량을 기르기 위한 많은 교수법들이 존재한다. 먼저 번역서를 교재로 하여 우리의 실정에 맞게 변용하여 가르칠 수 있다. 신문기사나 생각자료를 가지고 생각의 8요소와 비판적 사고의 9표준에 비추어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사회적 이슈나 쟁점들을 가지고 토론하며 비판적 사고를 익힐 수도 있다. PSAT(공직적성시험), LEET(법학전문대학원자격시험), MEET(의학전문대학원자격시험) 등 자격시험 문제를 중심으로 한 논증교육과 토론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 교수자의 관점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학생들을 상향식으로 끌어 올리는 수업을 할 수도 있고, 학생의 관점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와 수준에 맞추어 하향식으로 출발하는 수업을 설계할 수도 있다.
문제는 교양교육의 이념에 맞추어 민주주의 사회의 참다운 지성인을 양성할 수 있는 교수법을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참다운 지성인이란 비판적 사고를 작동시킨 생각의 결과를 실제로 자신의 삶과 사회에 유익하고 바람직한 행동으로 옮기는 지적 자립인을 말한다(Chaffee, 2000: 56-59). 이러한 인재상을 위해서는 학습자로 하여금 배우고 싶다는 적극적인 동기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한 동기가 내용이해로 쉽게 이어질 수 있어야 하며,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익힌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체화시켜야 하며, 체화한 비판적 사고 기술을 실제로 삶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수법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교수법의 일환으로써 동기부여를 위해 누구나 접했을 법한 범용성 있는 소재를 하나 선택하였다. 그런 다음 일인칭 시점으로 줄거리를 들려주며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했다. 여기에 더해 시대적 배경과 중심인물들의 특징들을 간략히 소개했다. 비판적 사고의 핵심중 하나는 논리적 사고이고 논리적 사고는 곧 올바른 논증적 사고를 말한다. 필자는 논증교육으로서의 비판적 사고를 예증하기 위해 줄거리들 속에서 기초논리학 수준의 논증들을 추출하여 제시하고 학생들이 이해, 체화, 실제 활용을 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였다. 사실상 기술 또는 기량으로서의 비판적 사고도 베드민턴이나 축구, 요리 등과 같이 꾸준한 반복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Fisher, 2001: 5-6). 즉 실습을 요하는 과목이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전공이나 주된 관심사에 실제로 비판적 사고를 심화 적용 또는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최희봉 & 김태영, 2014). 그러나 학습자에게는 첫인상 또한 매우 중요한데, 비판적 사고에 관한 학습자의 첫인상과 판단이 긍정적 감정과 적극적 학습의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는 대학에서 학문연구를 위한 기초소양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공동체의 시민들이 가져야할 필수 역량가운데 하나이다. 펜데믹과 인포데믹은 전 세계의 구성원들을 분리시키고 결속과 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전쟁과 자국우선주의가 아닌 그 어느 때보다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야만 하는 시기이다. 또한 전지구적 위협이라는 환경적 도전에 직면하여 비판적 토론이라는 지적 협동, 즉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습자들은 머지않아 기성세대들이 되어 우리사회를 그리고 전 세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이다. 이들이 자신들이 속한 사회와 인류공동체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지혜롭게 선도해 나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자신들이 배우는 비판적 사고에 대하여 우호적인 생각과 긍정적 감정과 적극적인 학습의지를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를 위해 인문, 사회, 자연, 공학, 예체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부전공과 관심사를 아우르는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재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Notes

1) 비판적 사고의 9표준으로는 명료성, 논리성, 관련성, 중요성, 정확성, 정밀성, 다각성, 충분성, 심층성이 있다.

2) 빅토르 위고의 전공자나 위고의 팬들은 지면의 한계와 글의 목적상 본인이 임의로 줄거리를 압축하고 질문을 추가하는 등 각색하였음을 양해 바란다. 원작의 의미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3) 미리엘 신부가 내어준 두 개의 은촛대는 그가 죽음에 임박하여 코제트에게 건네줄 때까지 삶의 나침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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