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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2); 2022 > Article
4차 산업혁명과 교양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교양교육과정의 개혁 필요성

Abstract

본고는 4차 산업혁명을 간단히 정의하고 이 혁명이 초래한 세 가지 문제로 인간성의 재정의, 사회체제의 재구조화, 생애 직업 능력의 제고 필요성을 지적한 후, 4차 산업혁명의 특성과 이 혁명이 초래한 문제점 및 그 해결책 모색에는 통상 4C(혹은 6C)로 요약되는 능력 중 융복합적 창의성이 가장 크게 요구된다는 점을 논증했다. 나아가 이런 능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전공교육의 유용성이 생각 이상으로 떨어지며, 교양교육이야 말로 문제 해결의 최적임자라는 점도 여러 데이터와 연구들을 활용하여 명확히 보여주었다. 끝으로 교양교육이 융복합적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양교육과정, 특히 배분이수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이고도 고질적인 한계점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점과 그에 대한 개선책을 제안했다. 이런 개선과 개혁을 통해서 필수 공통 교과목들과 배분이수제 속의 필수 선택 교과목들, 그리고 수업연계활동이 유기적으로 융합되고 나아가 통합될 때, 교양교육을 통한 융복합적 창의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세 가지 문제 해결의 가능성도 한 층 더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Abstract

This work briefly defines the meaning of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nd explains that the three problems produced by the Revolution are the need to redefine the meaning of humanity, to reframe the social structure, and to elevate the level of people’s lifetime job competences. Next, this work strongly argues that what is needed most in finding a solution for the three problems is creativity based on the convergence and integration among the so-called 4Cs or 6Cs. In addition, from drawing on a variety of data and previous research results, this work also clearly shows that liberal education is much more useful than major/concentration education when it comes to solving these three problems. Lastly, this work also points out that the reform of the liberal education curriculum in general, and its distribution system in particular, is necessary for the sake of heightening the level of creativity based on convergence and integration, and then suggests several ways of reforming these areas. With these kinds of reforms, liberal education could heighten the level of creativity based on convergence and integration and the possibility of solving the aforementioned three problems would be promoted.

1. 들어가며

최소한 한국 교양교육 학계에서는 현시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또 이 용어가 학술적으로 사용하기에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2016년 다보스 포럼1)에서 슈밥(Klaus Schwab)이 그의 탁월한 미래 전망 보고서인 『제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을 출간한 이래로(슈밥, 2016), 4차 산업혁명의 실제 존재 여부나 이 용어의 적합성에 대한 이견들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한국 교양교육 학계의 대표 학술지인 『교양교육연구』와 여타 교양교육 및 고등교육 관련 학술지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출간된 논문들 제목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2) 간단히 말해서, 이 용어와 관련된 논쟁들과 무관하게 교양교육 학계의 학자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실존하는 현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말이다.
본고는 4차 산업혁명을 간단히 정의하고 이 혁명이 초래한 문제들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 후, 4차 산업혁명의 특성과 이 혁명이 초래한 문제점 및 그 해결책 모색에는 통상 4C (혹은 6C)로 요약되는 능력 중 융복합적 창의성이 가장 크게 요구된다는 점을 논증할 것이다. 나아가 이런 능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전공교육의 유용성이 생각 이상으로 떨어지며, 교양교육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최적임자임을 논증할 것이다. 끝으로 교양교육이 융복합적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양교육과정, 특히 배분이수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이고도 고질적인 한계점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개선책을 제안할 것이다.

2. 4차 산업혁명의 문제와 융합적 창의성

2.1.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세 가지 문제

4차 산업혁명이란, [그림 1]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융합성, 연결성, 지능화가 극대화되어, 물리적⋅생물공학적⋅디지털적 공간 間 경계가 해체되는 ‘초융합성,’ ‘초연결성,’ ‘초지능성,’3)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의미한다(슈밥, 2016: esp. 10-15, 2장; 정민, 조규림, 2016: i, 3-4). 이런 혁명적 변화는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도 하지만, 당장 대응이 시급한 세 가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은 인간성(humanity)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성을 능가하는 특이점(singularity)의 시기가 곧 도래하고,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자의식과 감성까지 갖춘다면? AI가 인간과 다른 이성, 감성, 도덕/윤리적 판단기준을 갖추게 된다면? AI가 인간보다 더 빨리, 더 큰 실수를 하게 된다면? 그렇게 되면 인간이 기술을 통제하는 휴머니즘의 시대를 넘어, 기술로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트랜스 휴머니즘도 넘어서, 기술이 新인간을 만드는 포스트 휴머니즘의 시대도 예견 가능하다.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주장대로,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데우스’에 의해 대체되는 세상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하라리, 2015; 하라리, 2017).
[그림 1]
4차 산업혁명의 특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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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근대 문명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계몽주의에서 확립된 인간성, 그에 기초하여 형성된 인본주의적인 인간관⋅사회관⋅우주관 및 역시 인간을 모든 가치의 중심에 두고 만들어진 도덕과 윤리 자체의 재정립을 점차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미 이런 문제가 삶의 여러 영역에서 대두되어, 과학기술의 발전이 정신, 육체, 이성, 감성, 사랑, 공감, 정의 등 인간 및 인간다움과 관련한 기초들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로봇세(robot tax), 전자인(성, 電子人(性), electronic person(ality)), AI 로봇과의 사랑과 결혼, 이런 부부(의 법적 지위),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와 트롤리의 딜레마(Trolley’s Dilemma)는 물론, 신체 각 부분⋅기관을 인공물로 대체한 사람을 호모 사피엔스로 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종으로 봐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는 인류가 인간성의 재정립과 관련하여 직면하고 있거나 직면하게 될 문제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전 지구촌을 강타한 팬데믹은 ‘인류세(anthropocene)’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증폭시켰고, 이런 인식 역시 계몽주의 이래로의 인본주의적 전통의 재고와 인간성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김기봉, 2022 참조).
둘째로, 4차 산업혁명은 인간 중심적인 사회체제의 재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불러온 과학기술은 사회체제에 영향을 주고 다시 나아가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각 사회는 모든 시민이 줌인(zoom in)을 통해 개개 기술의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시에 줌아웃(zoom out)을 통해 여러 기술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통해 여러 새로운 기술이 종합적으로 사회체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각 사회는 과학기술자들이 처음부터 개발 사고방식(Design Thinking)과 시스템 사고방식(Systems Thinking)을 갖추고서, 과학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당 과학기술이 사회체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과학기술에 인간 중심적인 (사회적) 가치를 심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을 초래한 과학기술은 사회계층구조에 변화를 불러오고, 이에 대해 각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혜택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사회체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즉, 4차 산업혁명의 리스크와 외부효과를 사회체제 전반의 재구조화를 통해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결정론이 설득력을 상실한지는 오래이며, 모든 기술은 정치적이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개발되고 발전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슈밥, 2018: 1-3장).
이제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인간과 세상(즉, 사회체제와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게 된 것은 맞다. 소위, ‘BSM’5)과 ‘STEAM/STS’6)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과학만능주의(scientism)7)는 구별되어야 한다. 과학과 더불어,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이 생산하는 지식⋅지혜도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Pasquerella, 2018a: 12-13; Pasquerella, 2018b: 7-8). 개발된 과학기술에 의미, 즉 인간과 사회에 연관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사회과학이라는 점이 그 한 이유이다. 과거엔 근대의 사상적 기반이 된 계몽주의 철학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후 1차 산업혁명 이후의 기술들이 세상에 나왔다면, 현대는 기술이 먼저 인간의 존재 양태와 인간이 사회 및 자연과 맺는 관계(와 그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를 변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 기술을 안내할 철학을 찾고 있다. 즉, 과학기술의 발전을 인본주의적 전통과 조화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Pasquerella, 2018a: 4-5; Pasquerella, 2018b: 9-10).
셋째, 4차 산업혁명은 직업생태계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미래 (생애) 일자리가 요구하는 능력 계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반복적 작업을 요하는 일자리는 작업의 특성이 육체적이든 인지적이든 모두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 반면, 非반복적이며 컴퓨터로 대체 불가한 새로운 일자리는 급증하고 있는데, 육체 노동을 요하는 일자리가 인지적 노동을 요하는 일자리보다 더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하지만, 임금 면에 있어서는 전자와 후자 간에 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김현철, 2018). 이미 도처에서 로봇과 AI가 기존의 일자리들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데, 또 새로운 기술들은 그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초⋅중등 교육기관에 수학 중인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직업들을 흔히 보게 될 것이다(이준호, 박지웅, 2019; 곽창렬, 2022).
미래 직업 능력과 관련하여, <표 1>에서 보듯이, 다보스포럼은 2016년에 2020년에 필요로 하게 될 핵심 능력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 사회적 기술, 프로세스 및 시스템 기술 등을 콘텐츠 기술이나 육체적 능력보다 더 중시했었다. 또한 <표 1>QS가 2019년에 전세계 대학 순위와 함께 제시한 지구촌의 고용주들이 대학 졸업생들에게 원하는 직업 능력도 보여주고 있는데, 주로 특정 직무 중심적이고 정량화하기 수월한 ‘하드 스킬(hard skill)’보다는 정량화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고 상호작용에 꼭 필요한 대인 관계 스킬이나 사회적 스킬 중심의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더 많이 원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표 1>
다보스포럼(2016)과 QS(2019)가 강조한 미래 직업 능력 (단위: %)
순위 다보스포럼(2016) (원자료: 세계경제포럼, 직업의 미래 보고서) QS(2019) (원자료: QS, 2018 QS 글로벌 고용주 조사)
1 복잡한 문제 해결능력 문제 해결 능력(96)
2 사회적 기술 팀워크(95)
3 프로세스 기술 의사 소통 능력(95)
4 시스템 기술 적응력(92)
5 인지능력 대인 관계 기술(92)
6 자원관리 기술 데이터 분석 능력(89)
7 기술적 능력 회복력(87)
8 콘텐츠 기술 조직력(87)
9 육체적 능력 기술력(83)
10 주제별 지식(83)
11 창의력(82)
12 리더십(77)
13 언어(73)
14 협상력(71)
15 상업 의식(53)

(슈밥(2016: 78), <표 3, 2020년에 요구되는 능력>과 QS(2019: 9), <표, 핵심 능력에 대한 글로벌 개관>에 기초하여 작성)

<표 2>에서 보듯이, 미국대학협회(AAC&U, American Association of Colleges and Universities8))가 2018년에 501명의 CEO와 500명의 기업 인사관리 담당자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보인다.
<표 2>
미국대학협회가 강조한 미래 직업 능력, 2018년 (단위: %)
(AAC&U(2018: 12)의 <표, CEO와 인사관리 담당자가 전공에 관계없이 가장 중시하는 직업 능력>과 AAC&U(2018: 13)의 <표, CEO와 인사관리 담당자가 전공에 관계없이 다음으로 중시하는 직업능력>에 기초하여 작성)
가장 중시하는 항목 CEO / (2014년 수치) 인사관리 담당자
원활한 말하기 의사소통 능력 80 (85) 90
비판적 사고/ 분석적 추론 78 (81) 84
윤리적 판단과 의사결정 77 (81) 87
팀에서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 77 (83) 87
독자적인 업무 능력(우선순위 설정, 시간 관리) 77 85
자발성, 자기 주도성, 능동성: 아이디어/해결책 76 85
원활한 글쓰기 의사소통 능력 76 (82) 78
지식과 기술을 실무에 적용하는 능력 76 (80) 87
다음으로 중시하는 항목
다양한 소스로부터 정보를 수집, 구성, 평가하는 능력 73 (68) 79
복잡한 문제를 분석 및 해결하는 능력 67 (70) 75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 65 (56) 73
혁신성과 창의성 61 (65) 66
현업의 최신 기술 및 어플리케이션 트렌드를 아는 능력 60 (60) 73
숫자와 통계를 통한 업무 수행 능력 54 (56) 55
영어 외 다른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 23 (23) 25
<표 3>에서 보듯이, AAC&U가 2020년에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고용주들이 가장 중시하는 직업 능력은 비교적 짧은 기간인 2년 사이에도 그 우선 순위가 꽤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소프트 스킬의 범주를 벗어나진 않고 있다.
<표 3>
미국대학협회 설문 조사에 나타난, 고용주들이 2018년과 2020년에 가장 중시하는 5대 직업 능력 비교
(AAC&U(2021: 8), <표 5>에 기초하여 작성)
순위 2018 2020
1 말하기 소통능력 팀워크 능력
2 팀워크 능력 비판적 사고
3 윤리적 판단 및 의사결정 데이터 분석 및 해석 능력
4 독자적 업무 능력 실무에 지식을 적용하는 능력
5 비판적 사고 / 분석적 추론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이들 기관들이 강조한 직업 능력들을 요약하면 4C(혹은 6C)로, 즉 의사소통과 협동, Communication & 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공감(Compassion), 융합적 창의성(Convergence & Creativity)으로 압축할 수 있다.

2.2. 세 가지 문제 해결의 전제: 융합적 창의성

4차 산업혁명은 그 본질상 융합적 창의성을 요구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4차 산업혁명은 그 정의상 ‘초융합성,’ ‘초연결성,’ ‘초지능성’을 바탕으로, 물리적⋅생물공학적⋅디지털적 공간 間 경계의 해체가 일어나는 특성을 갖는다. 이 말은 곧 초지능성이 이끄는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초융합과 초연결을 통해서 세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세 공간의 개별 특성을 뒤섞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즉 이종(hybrid) 간 융합을 통한 창조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4차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융합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동시에, 전술(前述)한 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모색도 융합적 창의성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과학기술 및 그 변화의 인간적⋅사회적 의미의 이해, 인간성의 재정의, 사회체제의 재구조화, 생애 직업 능력의 계발이라는 문제의 해결 역시, 자연, 인간, 사회 각 영역에서 개별적으로 달성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 인간, 사회라는 세 영역 모두의 기초 원리에 대한 깊고 넓은 지식과 이해의 융합을 기반으로, 디지털, 물리, 생물 공간 간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면서(즉, 융합하면서) 복합적인 문제를 발견⋅정의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창의성을 발휘해야만 세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림 2] 참조).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법’이며, 새로운 것의 창조는 융합을 통해서 가장 잘 실현될 수 있다.
[그림 2]
4차 산업혁명의 3문제 해결 과정 중 ‘융합’적 ‘창의성’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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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Steve Jobs)의 스마트 폰이라는 독창적 발명 혹은 발견은 카메라, 인터넷, 전화기라는, 이미 발명되어 세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던 세 가지를 연결⋅융합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연결⋅융합의 중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요즘 R&D(research & development)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C&D, 즉 ‘connect & development’이다. 알파고는 구글 자체의 R&D의 결과물이 아니다. 알파고의 씨앗을 개발한 스타트업을 M&A를 통해 구글의 비전과 연결⋅융합한 구글 CEO의 초경계적(trans-bordering) 통찰력이 있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술한 4C/6C를 ‘융합’을 중심으로 구조화하면, [그림 3]과 같이 4C/6C의 내적 상호 위계 관계가 성립된다. 즉, 창의성은 융합을 통해서 제고되며, 융합은 다시 이성에 바탕을 둔 비판적 사고와 감성에 바탕을 둔 공감 능력이 전제되어야 실행 가능하며, 이 모든 것의 출발점으로서 의사소통(과 협동)이 전제된다. 이런 4C/6C의 내적 흐름에서 무엇 하나 덜 중요한 것이 없겠지만, 그 모든 요소들이 창조라는 결과물을 탄생시키려면 융합이라는 과정이 필수불가결한 선결 조건이다.
[그림 3]
4C/6C의 내적 위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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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전공교육의 유용성 감소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세 문제에 대한 전공교육의 대응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전공 학과가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교양교육을 중심으로 대학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어떤 특정 전공 학과 혼자서 과학기술의 변화의 의미를 반영하여 1) 인간 중심적이되,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인간성의 재정의와 2) 사회체제의 재구조화와 관련된 지식과 능력을 다 가르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전공 혼자서 모든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기초 학문분과를 다 다룰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전공은 3) 직업교육으로서의 효용성도 급감하고 있다. 직업생태계의 급변으로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많은 직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중년이 되기 전에 여러 개의 다른 직업(직장이 아님)을 갖게 될 시대에, 어떻게 전공 학과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직업에 대비하여 학생을 훈련시킬 수 있겠는가(Staley & Trinkle, 2011)?
전술했듯이, 전공 학과가 자신의 주 영역인 전문교육⋅직업교육 영역에서도 효용성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특성이 직업생태계를 급변시키면서, 고용 시장의 유목민(nomads)을 증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 시장의 고용유지율 추이에 따르면, [그림 4]에서 보듯이, 첫 취업 후 1년 내 이직률이 42.4%, 3년 내는 61.6%, 5년 내는 81%에 달하고, 10년 내는 89.5%에 이르고 있다.
[그림 4]
고용유지율 추이, 2017 (김두순(2017: 4),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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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용 시장에는, 특별히 1997 IMF 외환위기 이후, 평생고용이나 평생직장 개념은 그 존재가 매우 희박하다. 또한, [그림 5]에서 보듯이, 이직자들의 가장 중요한 이직 사유가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이라는 점(연봉은 2순위9))도 이런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림 5]
이직 사유, 2017 (현영은(2017)에 기초하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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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직이 잦은 것은 결국 신기술로 인해 온-오프 라인을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하는 O2O경제나 긱경제(gig economy) 등의 등장으로 인해 신종 직업이 자꾸 생겨나서 (재)취업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그러나 고용의 질은 낮아질 수 있다). 또한 한국 대기업들도 공채보다 비정규직 경력직의 상시 채용으로 선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10) 이런 현상은, 결국, 고용시장에 진입하는 구직자나 기존 취업자 모두에게 더욱 중요해진 것은 특정 전공지식이 아니라 프리랜서로서 수시로 이직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평생직업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능력, 즉 평생학습능력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과학기술은 또 다른 측면에서 전공 학문분과의 전문⋅직업교육 효용성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미래학자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의 ‘지식 두 배 증가 곡선(Knowledge Doubling Curve)’에 따르면, 인류가 가진 지식의 양은 매시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인류의 지식 총량이 2배로 증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1900년대 이전에는 100년, 1900년대 이후엔 25년, 1980년대 초 이후 현재까지는 13개월로 줄어들었으며, 그에 상응하여 지식의 수명주기도 그만큼씩 단축되고 있다. 심지어 2030년에는 그 양이 2배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 3일로 축소될 것이라고 한다. “‘한번 배운 것으로 평생을 먹고 사는 시대’”가 다신 오지 않게 된 시대(명견만리 카드뉴스, 2016)에 한 학문 분과가 자기 졸업생을 위해 생산하는 전공 지식의 유용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전공교육 지식이 미래 직업 능력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와 연구들이 국내외에서 꾸준히 누적되어 오고 있다. 먼저 OECD에 따르면, [그림 6]에서 보듯이, 한국인의 평균 평생학습능력은 OECD 평균 정도이지만, 특이할 점은 대학을 졸업한 젊은 시절에는 OECD 평균보다 높고 일본보다는 약간 낮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다가 30-40대를 지나면서 OECD 평균보다도 밑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언어 관련 일반 문해력과 수리능력은 처음부터 일본보다 낮고 40대 초⋅중반에는 OECD 평균보다도 낮아지고,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은 처음엔 일본이나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가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일본보다 낮아지고, 30대 중반을 지나면서는 OECD 평균보다도 낮아진다. 셋 중 가장 낮아진 한국 성인의 평생학습능력은 경제활동이 끝나는 65세까지도 다시 역전되지 않는다.
[그림 6]
2015년 한국 성인의 낮은 평생학습능력 (윤우섭(2019: 7)과 윤우섭 외(2019: 15), <그림 3-2>에 기초하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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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엇보다 특기할 점은, <표 4>에서 보듯이, 대졸 취업자들의 전공-직업 정합성(college-major match rate), 즉 대학에서 얻은 전공지식을 취업 후 직무에서 얼마나 활용하는가를 측정하는 비율이 생각보다 많이 낮다는 사실이다. 특히 전공교육에 타 단과대학보다 많은 학점을 부여함으로써 그만큼 교양교육 이수 학점 비율이 낮은 공대의 전공-직업 정합성이 간신히 50%를 상회하는데 이는 사회계열보다 낮은 수치라는 점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공대 중 산업공학과는 38.9%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고, 전기⋅전자공학과는 60.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이시균 외, 2016: 214-215). 3년 후인 2019년에는 인문, 사회, 공학 계열의 전공-직업⋅직무 정합성이 더 떨어졌는데, 인문계열이 3.1%, 공학계열이 6.8%로 소폭 하락한 데 반해, 사회계열은 18.5%로 대폭 하락했다. 교육계열은 19% 가까이 상승했지만, 이미 현실이 된 ‘학령인구절벽’이 고등교육 현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상황에서 그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의약계열은 소폭(6.5%)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전공 활용률(68.7%)을 기록했다. 자연계열과 특히 예체능계열의 전공 활용률이 각각 14.3%와 26.7%로 대폭 상승한 것은 특기할만 하다.
<표 4>
전공 활용률: 2016년과 2019년의 전공지식-직업⋅직무 정합 성의 비교 (단위: %)
(이시균 외(2016: 214-215), <표 8-3: 전공 大분류별 전공-직업 정합성 수준>과 이주현 외(2019: 89), <표 IV-25: 첫 일자리 업무내용-전공 일치도>에 기초하여 작성)
전공계열 부정합률 (2016) 부정합률 (2019) 정합률 (2016) 정합률 (2019) 전체
인문계열 69.8 72.9 30.2 27.1 100.0
사회계열 44.4 62.9 55.6 37.1 100.0
교육계열 48.2 30.0 51.8 70.0 100.0
공학계열 46.7 53.5 53.3 46.5 100.0
자연계열 63.6 49.3 36.4 50.7 100.0
의약계열 24.8 31.3 75.2 68.7 100.0
예체능계열 79.9 53.2 20.1 46.8 100.0
합계 51.8 53.1 48.2 46.9 100.0

* 2016년도 통계 원자료: 통계청, 2015년 지역별 고용조사

** 두 조사는 1~5 단계 척도로 조사되었으며, ‘정합’은 척도 4와 5인 ‘잘맞음’과 ‘매우 잘 맞음’만 반영했고, 척도 3인 ‘보통’은 ‘부정합’에 포함되었다.

<표 5>에서 보듯이,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히 하는 20-60세까지를 연령대별로 구분하여 전공-직업 정합성을 계산해봐도, 그 비율은 최하 28.3%에서 최고 38.4%에 그쳤다. 20대에는 어디든지 취업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가 30-40대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찾아 이직하기 때문에 이때가 가장 전공-직업 정합성이 높았다가, 다시 50대에는 정년과 맞물려 다소 낮아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표 5>
2015년도 인구학적 특성에 따른 전공-직업 정합성 수준 (단위: %)
(이시균 외(2016: 217), <표 3>과 홍성기(2019: 73-74), <표 4>에 기초하여 작성)
구분 부정합률 정합률 전체 취업률 전공 활용률11)
성별 남자 50.8 49.2 100
여자 53.6 46.4 100
연령집단 20세 미만 86 14 100 7.8 1.1
20~30세 미만 51.1 48.9 100 57.9 28.3
30~40세 미만 49.6 50.4 100 74.4 37.5
40~50세 미만 51.4 48.6 100 79.1 38.4
50~60세 미만 53.5 46.5 100 74.4 34.6
60세 이상 60.6 39.4 100 59.6 23.5
합계 51.8 48.2 100

* 원자료: 통계청, 2015년 지역별 고용조사

사실, 전공-직업 정합성이 낮은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은 27.3%를 보이고 있고, 더운 놀라운 것은 가장 취업률이 높다고 하는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matics)의 전공-직업 정합성도 26%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United States Census, 2014). 이런 현상은 동아시아의 이웃 국가들인 대만, 일본, 중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Ho, 2015; Tao & Hung, 2014; Kaneko, 2014; Zhu, 2014 참조). 최근, 매우 드물게—그래서 더욱 반가운—한국의 노동경제학계 학자들이 교양교육에 대해 출간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요즘과 같은 (경제적) 급변기에는 전문교육보다 광범위한 일반교육(general edcuation)(최강식, 박철성, 2021)이 또 자신감 같은 비인지적 요인—즉, 소프트 스킬—들이(박철성, 최강식, 2022)12) 고용시장에서 훨씬 높은 수준의 효율성을 나타낸다.
이제 이런 누적된 데이터와 연구결과들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총체적 변화의 영향으로 전공 학과는 평생학습능력과 미래 (생애) 직업 능력을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있지도 가르칠 수도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100세 시대에, 급변하는 직업생태계 속에서, 6-10번의 직업(같거나 유사한 일을 하는 직장이 아님)을 바꿔야 하는 대학 졸업생에게 한 전공 학문 분과가 생산하는 지식의 유용성은 이미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전공에다가 + 각종 다중 전공과 + 심지어 마이크로(micro) 전공까지 가미하고, + 여기에 학술성이 떨어지는 각종 학점 기반 비교과 활동(non-curricular activity)을 결합하는 것은 결코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세 가지 문제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전공교육의 대응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이미 현실이 된 ‘학령인구 절벽 시대’의 도래는 교양교육 중심의 대학 구조 개혁 필요성을 더욱 커지게 하고 있다.

4. 교양교육과 교양교육과정

4.1. 교양교육의 적합성 증대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은 본질적으로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사회 및 자연 환경과 이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기초 지식과 기본 원리 및 이를 이해⋅소통⋅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수⋅데이터를 비롯한 다양한 문해능력을 넓고 깊게 습득하도록 융합⋅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본질적으로 융합적인 교양교육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첫 두 가지 문제인 새로운 인간중심적 인간성의 정립과 사회체제의 재구조화에 가장 적합한 학문이라 하겠다.13)
또한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은 이 과정에서 문명 전환기의 변화가 유발하는 새로운 다양성과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의사소통과 협동 능력, 비판적 사고력, 공감⋅감성능력, 판단력과 결정력, 그리고 융합능력과 창의력을 포함한 다양한 일반 능력(generic skills)을 제고하고, 나아가 인간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성⋅도덕성을 겸비한 글로벌 시민을 길러내는 일을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을 통해서 제공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한다. 따라서 교양교육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마지막 세 번째 문제인 새로운 (생애) 직업 능력의 제고에도 가장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표 6>에서 보듯이, 미국대학협회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고용주들 중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이 제공하는 능력들이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에 ‘매우(very)’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50-60%에 이르며, ‘어느 정도(somewhat)’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용주들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90%를 상회한다. 한 연구의 지적대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교양교육이 곧 직업교육인 세상이 된 것이다(정연재, 2020: 69. 물론 역으로 직업교육이 곧 교양교육이 되지는 않는다).
<표 6>
교양교육(liberal education)이 대학 졸업생들에게 제공하는 능력들 중 미국 고용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과 비율
(AAC&U(2021: 6), <표 4>에 기초하여 작성)
항목 매우 중요 다소 중요 전혀/별로
중요하지않음
팀워크를 효율적으로 하는 능력 62% 31% 7%
비판적 사고 능력 60% 35% 5%
데이터 분석 및 해석 능력 57% 34% 8%
실무에 지식 및 기술을 적용하는 능력 56% 36% 8%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55% 36% 9%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54% 39% 7%
윤리적 판단과 추론 54% 37% 9%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 54% 36% 10%
의사 결정 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사용하는 능력 53% 40% 7%
창의적 사고 53% 39% 8%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고 일하는 능력 53% 36% 10%
말하기와 발표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 52% 41% 7%
숫자와 통계를 통한 업무 수행 능력 52% 38% 10%
다양한 배경과 문맥 안의 아이디어와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 51% 42% 7%
시민적 기술/시민적 참여 41% 42% 16%
앞으로는 이런 능력들을 통합적으로 갖춘 종합자(syn- thesizer)들이, 즉, 디지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적기에 올바른 정보를 종합⋅융합하고, 비판적⋅윤리적⋅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중요한 선택, 판단, 결정을 현명하게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종합자들이 세상을 운영할 것이다. 교양교육은 이런 보다 고차원적인 인지능력 제공의 적임자이며, 곧 평생을 人間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합목적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하면서도, 장기적인 생애 직업 능력을 제고하는, ‘가장 실용적인 교육’이다(Pasquerella, 2018a: 23-25; Pasquerella, 2018b: 10-11).

4.2. 교양교육과정의 개혁 필요성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들에 전공 학과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양교육 중심의 광범위한 대학구조개혁을 요구하는 주장도 이미 제기되었다(백승수, 2017; 백승수, 2019). 대학구조개혁이 추상적인 거대담론이라면, 본고는 그에 비해 미시적이지만 보다 실용적인 (교양)교육과정의 개선⋅개혁에 집중하고자 한다.
교양교육이 그 내용상으로나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을 통한 교육과정 측면에서나 본질적으로 융합적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적임자인 것은 맞다. 그러나 교양교육과정이라는 틀을 만들고 그 속에 교과목들을 배열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융합적 창의성 교육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의 지적대로, 인간, 사회, 자연, 예술을 다 망라하는 교육과정은 그 자체로 교양교육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 현상은 그만큼 “성공적인 교양교육의 어려움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이순철, 김일호, 2018: 52-53). 이것이 교양교육과정에 각 영역들과 그 안의 교과목들을 연결시켜 융합적 창의성 제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간혹 시도되기는 하나, 교과목 자체를 통한 융합성 제고 노력(일 예로, 양수연, 이다민, 2019)은 재정적, 행정적, 시간적 제약 때문에 일반화되기 어렵다. 융합적 창의성 제고를 위한 교양교육과정의 개혁을 논하기 위해,14) 먼저 교양교육을 잘하는 고등교육기관 중 하나인 하버드 컬리지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자.
[그림 7]에서 보듯이, 하버드 컬리지의 교육과정은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할 4학점짜리 32개의 과목 중, 교양과목이 12개로서 전체 졸업학점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교양교육과정은 글쓰기와 언어 및 데이터 기반 양적추론 과목으로 구성된 필수 공통 교과와 배분이수제도로 구성된 필수 선택 교과15)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선택(교과)’라고 해석될 수 있는 ‘electives’는 교양선택과목들을 배치하는 교양교육과정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택(교과)’는 교양이나 전공 교육과정에서 쉽사리 시도할 수 없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과목들을 배치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이곳에 배치되는 과목들은—신입생 세미나(Freshmen Seminar)를 포함하여—많은 경우 ‘S/U’ 학점제로 제공된다.16)
[그림 7]
하버드 컬리지의 교양교육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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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교양교육과정 개혁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하버드 컬리지나 다른 교양교육 우수 대학과 비교했을 때, 데이터 기반 양적추론 교과목을 필수 공통과목으로 제공하는 대학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인류의 문명을 건설하고 표현하는 데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어온 상징이 언어와 수(數)이다(Boyer & Levine, 1981: 33). 그래서 교양교육 선진 대학들은 글쓰기, 외국어 교육과 함께, 수학, 논리학, 통계학, 데이터,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가 최대한 결합된 교과목을 필수 공통과목으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어와 수를 통해 세상의 문명을 읽을 줄 모른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은 물론 그 안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의사소통이나 협력이 불가능해진다. 앞서 언급한 4C/6C 중 가장 기초적인 능력을 제대로 연마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필수 공통 교과목의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현실은 많은 대학이 코딩 교육에 집중하여 마이크로 전공제를 도입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김재경, 2018; 김진형, 2016; 김재경, 손의성, 2021; 장은실, 2020 참조).
다음은 필수 공통 교육과정에서 각종 종교교육 교과목을 제외하여—학술성이 담보되는 한—배분이수제로 이동⋅배치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개혁을 수행해야 한다. 한국은 종립(宗立)대학이 매우 많다. 이런 대학들에는 예외 없이 자기 대학과 관련된 종교를 필수 공통과목으로—그것도 몇 과목씩—배치하고 있다. 안 그래도 교양 학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교양 학점이 더 잠식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 컬리지도 신학자 양성기관으로 출발했지만, 종교 교과목을 별도의 필수 공통 교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지는 않다. 물론 배분이수제에 배치되어 있는 여러 교과목들이 종교 문제를 매우 다각도에서 다루고 있다(홍석민, 2020: 22-23). 교양 교과목은 공급자인 교수나 재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공되어선 안 된다. 종교 관련 교과목들은 배분이수제에 배속되어, 다른 교양 교과목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교양 교과목으로서의 효용성을 입증함으로써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계란’으로 대학 재단이라는 ‘바위’를 쳐야하는, 그래서 개혁이 거의 불가능하게 비춰지긴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이루어야 할 개혁이다.
세 번째 개혁이 이뤄져야 할 대상은 각종 비교과 활동에 학점을 부여하는 부분이다. 학점 기반 비교과 활동 역시 부족한 교양 학점을 더욱 잠식하는 요인의 하나이다. 최근 한국 대학들 사이에서 정주(定住)형 기숙사에 학생들을 입사시켜 RC(Residential College)교육을 시행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많은 경우 RC교육의 원래 취지인 ‘Living’과 ‘Learning’의 융합 대신, ‘Living’과 ‘비교과활동’의 융합만 난무하는 실정이다. 비교과활동은 수업연계활동(co- curricular activity)으로 전환하여 포인트 제도나 마일리지 기반 제도로 운영하는 것이 정석이요 상식이다. 하버드 컬리지의 학생들은 매우 많은 비교과 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 어느 하나도 학점을 부여받는 일은 없다. 이곳의 교양교육 디렉터인 헤스(Laura E. Hess) 교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교과 활동에 학점을 준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No way). 만약 비교과 활동에 학점을 부여한다면, 우리 학생들(our kids)은 매우 많은 비교과 활동을 매주 자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1년 이내에 졸업학점을 충족시키고 졸업할 수 있을 것입니다(홍석민, 2020: 22).
융합적 창의성 제고와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곳은 바로 배분이수제도이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하버드나 다른 교양교육 선진 대학들도 심각하게 개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배분이수제도는 인간, 사회, 자연, 예술과 관련된 몇 개의 영역 혹은 이런 영역들을 통합한 주제 영역을 설정하여 그 안에 학술성이 높은 관련 교양 교과목을 배치하고서, 학생들로 하여금 각 영역에서 최소한 한 과목씩(실제로는 몇 과목씩)은 필수로 이수하게 함으로써, 각 영역에서 배운 기초 원리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고안된 장치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방법으로 배분이수제도 내의 영역들 혹은 영역들 내 교과목들 간에 융합이 자동적으로 이뤄질까? 여러 영역에서 수업을 들은 학생이 그 지식을 바탕으로 수업 수강 후 언젠가는 어느 정도 수준의 융합 능력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융합적 창의성을 획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심하게 말하자면, 교수들이 별 상호 연관성이 없는 교과목들을 분산⋅배치해놓고 학생에게 각자 알아서 배운 지식을 융합하여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주문하는, 일종의 직무유기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 바로 배분이수제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혹은 최소한 개선)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이 시행하고 있는 연속 순차 수강(Sequence) 제도이다. 시카고 대학의 교양교육제도는 특정 주제를 선택하여 그 주제와 관련된 교과목 세 개를 순차적으로 연속 수강하도록 함으로써 관련된 여러 분야와 방법론의 융합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 과목을 연속 순차 수강하게 하는 것은 이 대학이 미국에서 드물게 쿼터제(quarter system)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과도 관계가 있다.17)
둘째로, 초석(cornerstone) 과목, 쐐기돌(keystone) 과목, 머릿돌(capstone) 과목을 연계하는 방법을 도입할 수 있다([그림 8] 참조). 1학년 때 신입생 세미나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초석과목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인간, 사회, 자연, 예술의 기초 원리를 다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2-3학년에서는 쐐기돌 과목을 통해 이를 발전시키고, 3-4학년에서는 그간 배운 모든 교과 내용과 방법론을 융합하여 문제를 해결해내는 프로젝트 기반 머릿돌 과목을 제공함으로써 융합적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다. 머릿돌 과목을 대학원에서 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특정 대주제 및 이와 관련된 3개 정도의 소주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주제별 모듈(module)을 여러 개 구조화하는 방법으로 배분이수제도를 대체할 수도 있다. 이 주제별 모듈 제도에서는, 1학년부터 학년별로 하나씩의 소주제를 다학제적으로 다루고, 4학년에서 대주제 수업을 통해 그간 배운 내용과 방법론을 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다(Hanstedt, 2012).18)
[그림 8]
초석, 쐐기돌, 머릿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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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방법들이 주로 미국에서 제시되었다면, 마지막 방법은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1991년 대강화(大綱化) 이후, 많은 대학에서 교양교육 전담기관이 해체되어 교양교육 전담 교수들이 관련 학과로 이동⋅배치되었다. 이후 교양교육 교원들은 해당 학과에서 전공 학생들을 위한 교양교육을 자체적으로(주로, 단과대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는 동경대를 비롯한 소수 대학을 제외하곤 많은 대학에 전교를 대상으로 한 교양교육과정 자체가 없으며, 따라서 배분이수제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점차 교양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런 현상을 반영하여 학부 고학년생이나 심지어 석사, 나아가 박사과정생에게 ‘후기교양’ 혹은 ‘고도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교양교과목을 제공하는 제도가 확산되고 있다(김경희, 2022). 한국의 대학에서 배분이수제도의 개혁이 불가능할 경우, 일본의 고도교양 제도를 활용하여 학부와 대학원의 각 전공 학생에게 필요한 내용과 방법론을 담은 교양교육을 전공교과목과 융합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융합적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이 방법은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의 하나로 제시하는 것이다.
끝으로, 배분이수제도와 관련하여 개혁해야 할 대상은 선택(electives) 제도이다. 한국 대학에서는 배분이수제도 내의 각 영역에 학술성이 떨어지거나, 전공기초, 취⋅창업, 정부재정지원사업 관련 과목, 그리고 ‘꿀강’ 등, 교양교과목으로서는 자격 미달인 과목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융합은 진공상태에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며,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작업도 아니다. 고등교육의 수준은 교과목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각 교과목의 학술성이 탄탄해야 융합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격 미달 과목들을 배분이수제도 영역에서 제거할 수 없다면, 선택(electives) 영역을 신설하거나 정비하여, 자격 미달 과목들을 이곳으로 이동시키는 것도, 기존 배분이수제도 내의 교과목의 학술성을 높여서 융합적 창의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선택 영역을 그 본래 취지와는 동떨어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되겠지만, 배분이수제도의 파행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서 제시하는 것이다.

5. 나가며

본고는 4차 산업혁명을 간단히 정의하고 이 혁명이 초래한 세 가지 문제로 인간성의 재정의, 사회체제의 재구조화, 생애 직업 능력의 제고 필요성을 지적한 후, 4차 산업혁명의 특성과 이 혁명이 초래한 문제점 및 그 해결책 모색에는 통상 4C(혹은 6C)로 요약되는 능력 중 융복합적 창의성이 가장 크게 요구된다는 점을 논증했다. 나아가 이런 능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전공교육의 유용성이 생각 이상으로 떨어지며, 교양교육이야 말로 문제 해결의 최적임자라는 점도 여러 데이터와 연구들을 활용하여 명확히 보여주었다. 끝으로 교양교육이 융복합적 창의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양교육과정, 특히 배분이수제가 안고 있는 본질적이고도 고질적인 한계점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는 점과 그에 대한 개선책을 제안했다. 이런 개선과 개혁을 통해서 필수 공통 교과목들과 배분이수제 속의 필수 선택 교과목들, 그리고 수업연계활동이 유기적으로 융합되고 나아가 통합될 때, 교양교육을 통한 융복합적 창의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세 가지 문제 해결의 가능성도 한 층 더 높아지리라 기대한다.

Notes

1)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공식 명칭이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기 때문에 흔히 ‘다보스 포럼’으로 불린다.

2) 구글 홈페이지에서 ‘4차 산업혁명’과 ‘교양교육’이라는 주제어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전문 학술지에 출간된 관련 논문 수십 개가 검색된다.

3) 초융합성은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첨단과학기술들이 상호 간 경계를 넘어 융합되는 현상을, 초연결성은 사물인터넷을 비롯하여 사회 전체가 급속히 연결되는 현상을, 그리고 초지능성은 AI가 빅데이터와 딥러닝에 의해 인간을 능가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4) [그림 1]의 좌측 그림은 슈밥(2016: esp. 2장)의 자료를 기초로 정민, 조규림이 도형화한 것(2016: 4)을 재인용 한 것이며, 우측 그림은 저자가 슈밥(2016: esp. 10-15, 2장)과 정민, 조규림(2016: i, 3-4)의 자료를 토대로 도형화한 것임.

5) Basic Sciences and Mathematics의 두문자어(acronym)로서, 외국보다 한국 교양교육 학계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며, 구체적으로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수학을 가리킨다.

6) 각각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그리고 Science and Technology in Society를 의미한다. 이때 STEAM의 ‘A’가 가리키는 ‘Arts’는 ‘예술’보다 더 큰 범주인 ‘Liberal Arts’를 의미한다.

7) 자연과학에서 만들어지는 지식과 정보만이 진리라는 생각.

8) 2022년 1월 자로 AAC&U의 명칭이 ‘Association of American Colleges and Universities’에서 ‘American Association of Colleges and Universities’로 바뀌었다.

9) 최근엔 팬데믹이 촉발시킨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인해 디지털 관련 기술 소유자를 중심으로 연봉이 이직 사유 1등을 차지하는 경우가 증가했다.

10) 이런 대기업들은 PBT(프로젝트 기반 특별팀)을 한시적으로 구성하여, 경력직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사내 여러 부서에서 기존 직원을 파견하여 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팀을 해제하는 방식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11) 이시균 외(2016: 217, <표 3>)에는 ‘취업률’과 ‘전공 활용률’ 항목이 없다. 그러나 홍성기(2019, 73-74, <표 4>)는 ‘정합률’에 고등교육 이상 학력자의 연령대별 ‘취업률(표에 표시는 안 되어 있음, e-나라지표, 2022)’를 곱하여 연령집단별 ‘전공 활용률’을 계산해냈다.

12) 이런 국내 연구의 결과는 미국 고용시장에서도 고용주들이 마음가짐과 태도 같은 비인지적 요소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미국대학협회의 2021년도 조사 결과에 의해서도 확인된다. 이들은 그런 요소들로 직업윤리, 자발적 주도성, 자신감, 지속성, 자기 인식, 회복력, 리더십, 직장과의 연결성, 공감, 평생교육에 대한 호기심, 정서⋅감성지능을 꼽았다(AAC&U, 2021: 8, <표 6>).

13) 인간성의 재정의에 대해서는 교양교육학계에서도 이미 몇몇 연구들이—아직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정연재, 2020: 67-68; 김시무, 2020; 지현아, 2017).

14) 물론, 교양교육과정의 개혁만으로 융합적 창의성이 제대로 제고될 수는 없다. 교과목, 교수학습법, 수업 평가제도의 개선은 물론, 교양교육기관의 구조적⋅행정적 개선, 교양교육 재정의 대폭 확충, 교양교육 담당 교원들의 위상 제고, 교양교육에 대한 전반적 인식 개선 등 관련 현안들이 같이 개혁되어야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윤우섭 외, 2019: 17-30 참조). 그러나 이 글의 주제와 지면상, 교양교육과정에 한정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15) 그림의 교양교육과정에 배분이수제도를 뜻하는 ‘Distribution’과는 별도의 ‘General Education’이라는 영역이 있지만, 사실 이 영역도 배분이수제도와 같은 형식으로 구성 및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는 배분이수제도에 포함시켜서 논의한다.

16) 하버드 컬리지의 교양교육과정에 대한 자세한 소개에 대해서는 Hess(2020)홍석민(2020)을, 그리고 ‘선택’에 배치된 과목들이 왜 교양교육과정에 포함될 수 없는지에 대해선 홍석민(2021: 15-16) 참조.

17) 시카고 대학의 교육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한 사례에 대해서는 University of Chicago(2020: 7-60) 참조.

18 사실, 이 단락에서 제시한 개선안을 가장 깊이 고심한 한스테드(Paul Hanstedt)는 이런 방법을 통해 교과목들 간의 ‘융합(convergence)’보다 ‘통합(integration)’을 강조했으며, 이런 ‘통합’의 아이디어는 카네기 재단이 일찍이 제안했었다(Carnegie Foundation, 1977: 173).

한편, 교양교육과정 내의 배분이수제도를 이런 방법으로 개혁하는 일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교양교육에 “개방과 공유, 융합과 소통, 창의와 혁신의 플랫폼” 역할을 주문한 기존의 연구(백승수, 2019: 21-24, 인용은 24)와도 일맥상통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교양교육에 개방형 플랫폼의 역할을 주문하기는 하되, 그 플랫폼에게 “다양한 [전문⋅]전공지식들이 협력할 수 있는 … 플랫폼”의 역할을 주문한 연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김종규, 원만희, 2018a: 인용은 212; 김종규, 원만희, 201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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