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생들의 ELF(English as a Lingua Franca) 사용 실태와 인식에 관한 연구

Korean University Students’ Usage, Awareness and Attitudes Toward ELF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1;15(5):185-197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1 October 31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1.15.5.185
신효정
계명대학교 Tabula Rasa College 교수, shincess@kmu.ac.kr
Professor, Tabula Rasa College, Keimyung University
Received 2021 September 20; Revised 2021 October 2; Accepted 2021 October 20.

Abstract

본 논문은 77명의 대학생들의 설문을 통해 ELF(English as a Lingua Franca)의 사용 실태와 인식을 조사하고 ELF와 관련하여 기존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한국의 대학생들에게도 발견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2개의 단답형 질문과 4개의 서술형 질문의 응답을 분석해 본 결과, 대상 학생들은 영어를 상호문화 간 소통 즉 ELF로서 널리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또한 현재 국내외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모국어를 사용하는 화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영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그러나 선행연구에서 관찰된 영어 소유권, 표준영어에 대한 이상주의, 영미권 이외 다양한 영어에 대한 편견과 태도의 문제가 본 연구에서도 감지되었다. 세계화의 흐름이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가속화되고 영어 L2 화자가 L1 화자를 수적으로 능가하고 있는 가운데, 본 논문은 대학의 교양영어 교육 현장에서 ELF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영어 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제정비하여 이를 교육적 체계로 구체화시킬 것을 촉구하며 이러한 전환점에서 본 연구는 ELF에 대한 학생들의 실제 상황을 진단해 보았다는 점에서 작은 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다.

Trans Abstract

Based on a survey conducted among 77 Korean university students, this article examined their usage and awareness of ELF (English as a Lingua Franca), and observed if problems which previous researches have claimed appeared among them. By analyzing data gathered via 2 simple questions and 4 descriptive questions, this study found that the respondents appreciated English as a basic medium for global communication. The respondents also reported various domestic and foreign situations in which they used English to communicate with different interlocutors who spoke different native languages. However, critical issues, such as ownership of English, idealized attitudes toward Standard English, and bias against the varieties of English spoken, all of which have been reported in several empirical researches, were also detected. As globalization extends throughout all areas of our life, and as L2 speakers excel L1 speakers in number as a result, this article calls for more effort to discuss ELF issues in general English education for university students. It also calls for the development of new pedagogical practices. The findings of this study could provide for a meaningful start in that it looked into the real life situations of the students.

1. 서론

세계 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국가 간, 혹은 민족 간 상호의존적 상태가 증가되고 상품, 서비스, 자본, 기술 및 정보, 인력과 아이디어가 국경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태로 정의한다(Saker et al., 2004: 6).

그러나 국가 간 무역이나 문화 교류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세계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으며 현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일시 중단된 상황이기는 하나 우리는 세계 각지로의 이동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여러 가지 관계를 통해 외국인을 동료와 이웃으로 두기도 하고, 각종 SNS와 매체를 통해 전 세계 다양한 문화와 정보를 이용하며, 타국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가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실로 세계화된 사회에서 크고 작은 문화 간 소통(cross-cultural communication)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동반되는 것은 영어 사용의 확장이며 이때 영어는 비단 영어권 국가에서 통용되는 언어의 지위를 넘어 전 세계 모든 비즈니스, 교육, 문화, 레저, 사적 인맥 등을 위한 문화 간 소통의 매개체, 즉 ELF(English as a Lingua Franca)로서의 영어를 의미한다.

링구아 프랑카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그룹 간 소통을 위한 교량어(bridge language), 공통어(common language), 매개어(vehicle language) 등으로 정의되며(Chirikba, 2008: 31), 따라서 ELF란 ‘영어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각기 다른 모국어 화자들 간의 의사소통 매개로서 영어 사용’으로 정의될 수 있다(Seidlhofer, 2011: 10).

가속화되는 세계화로 인하여 전 세계 도처의 ELF의 환경이 일상화되고 L2 화자의 수가 L1 화자를 크게 능가하고 있는 상황 가운데, ELF에 관한 연구는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이에 많은 선행 연구들은 미국 혹은 영국 표준영어의 틀 위에 짜여진 기존 영어 교육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영어 교육 전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촉구하고 있다(Jenkins, 2006, 2007, 2011; Deterding & Kirkpatrick, 2007; Cogo & Dewey, 2006; Baker, 2008; Houghton, 2009; Mauranen et al., 2010; Cogo, 2012; Oda, 2017; Kohn, 2018, 2020).

본 논문은 이러한 변화에 편승하여 ELF의 사용 실태, 인식, 태도 등과 관련된 우리 대학생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선행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한국 대학생들에게도 발견되는지 점검함으로써 현시대가 요구하는 교양영어 교육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선행 연구

영어는 모든 문화 간, 혹은 국가 간 소통의 매개로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언어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호문화 간 소통의 80% 이상이 영어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된다(Taglialatela, 2021: 104).

언어와 관련된 통계1) 정보에 따르면 L1 화자의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영어는 2021년 3월 현재, 중국어(약 921,000,000명), 스페인어(약 471,000,000명)에 이은 세계 3위(약 370,000,000명)에 있지만, 여기에 L2 화자를 포함시키면 세계 1위로, 전 세계적으로 현재 약 1,348,000,000명의 화자들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영어 L2 화자의 수(약 978,000,000명)는 L1의 화자(약 370,000,000명)의 약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유추되며 실제로 상호문화 간 영어 소통의 80% 이상은 L2화자 간 소통으로 추정되고 있는데(Seidlhofer, 2004: 209), 이는 ELF의 위력을 증명함과 동시에 ELF 연구의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인터넷 사용자에 관한 통계분석에 따르면2) 2021년 3월 현재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약 26%(1,186,451,052명)가 영어 사용자로 추산되는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사용자들의 분포를 대륙별로 살펴봤을 때 아시아가 전체 1위로 53.4%, 유럽과 아프리카가 각각 14.3%와 11.5%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 사용자 4명 중 1명은 영어를 사용하고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약 80%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사이버상의 ELF 규모 또한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가 증명하는 것은 현재 영어는 특정 지역에 제한되지 않고 물리적, 사이버 영역을 아우르며 세계 도처의 다양한 맥락에서 보편적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언어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상하이의 회의실, 서울의 대학 강의실, 암스테르담의 중앙역, 구글과 G메일, 줌 회의, 페이스북, 왓츠앱, 카카오톡에서 수십억의 세계인들이 ELF를 통해 소통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원어민-원어민, 원어민-비원어민, 비원어민-비원어민 간 소통 및 몇몇 단어로 물건을 파는 행상인으로부터 대학의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언어-문화적 배경을 가진 화자들이 포함된다(Christiansen, 2015: 132).

이러한 지역적 확장성과 사용자들의 다양성, 이와 동시에 급변하는 세계화를 고려할 때, ELF의 개념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관련된 문제를 총체적으로 재고함으로써 영어 사용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Dewey, 2007; Baker, 2009; Jenkins, 2009; Houghton, 2009; auranen et al., 2010; Cogo, 2012; Swan, 2012; Oda, 2017; Kiczkowiak & Lowe, 2018).

그 가운데, Jenkins(2011: 282)는 ELF 화자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화자, 영어를 제2 언어로 하는 화자,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화자 모두를 포함하며 다양한 배경의 화자들이 공유하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언어로서, ELF에는 원어민 화자란 있을 수 없으며 모든 화자들이 동등한 지위와 정체성을 확립할 것을 촉구한다.

Cogo(2012)는 수많은 화자들의 다양한 사회 문화적 가치와 배경을 고려할 때 ELF는 어떤 특정 국가나 문화적 기준에 얽매이거나 이질성(foreignness) 혹은 비원어민성(nonnativeness)이 약점으로 작용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러한 다양성이 효율적인 전략과 새로운 가치 정립의 원천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 도처에서 여러 다양한 위상으로 사용되고 있는 영어의 관한 ‘World English’의 연구는 사회언어학적으로 영어가 모국어, 제2 언어, 외국어로 사용되는 지역을 Inner-Outer-Expanding Circle로 나누고, 그 화자들을 각각 원어민화자, 비원어민화자로 구분하여 각 지역 문화의 영향과 각각의 다양성을 밝히고 있는데(Kirkpatrick, 2007), 이러한 구분은 특정 언어와 화자들에 대한 편견과 이에 따른 서열화를 동시에 내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Houghton, 2009). 실제로 인도 영어, 싱가포르 영어 등 Outer Circle에 속한 영어를 정통 영어의 변형된 형태로 인식하거나 우리가 흔히 쓰는 소위 ‘Konglish’라는 말은 맥락과 관계없이 ‘틀린 영어’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Kohn(2018: 3)은 학생들이 영어 역량을 발휘함에 있어 이러한 문제들이 자칫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교사와 학생은 이상과 실제 사이의 간격을 좁히고 학생 스스로 영어의 학습자인 동시에 ELF 소통의 주체라는 주체성을 확립하는데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유럽, 중동 등 Expanding Circle의 많은 영어 교육 현장에서는 ELF 교육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교사와 부모, 학생, 교육 당국자들은 원어민 영어 제일주의에 대한 강박이 있고 다양성 수용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며 교육 방식에 있어서도 보수적인 태도가 만연해 있음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Kumar Bhowmik, 2015; Murata, 2017; Oda, 2017; Sifakis, 2017; Zhang &Du, 2018; Bayyurt et al., 2019; Si, 2019; Sifakis, 2020; Taglialatela, 2021).

예컨대, Bayyurt et al.(2019)은 폴란드(40명), 포르투갈(39명), 터키(77명)의 현직 교사들의 ELF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을 실시한 결과 대상자들은 현재 영어 교육에서 ELF의 관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나, 자신들의 교실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는 데는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ELF에 대한 인식을 실제 교육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Murata(2019)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일본은 세계화에 따른 세계 질서의 재편과 함께 교육에서 EMI(English-medium instruction)의 상황이 확대되고 ELF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으나, 일본의 대학 커리큘럼은 여전히 표준영어와 원어민 교수에 대한 이상주의가 발견되고 있으며 일본인 교수들의 ELF에 대한 높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 현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대화의 흐름보다는 실수나 오류를 지적하고 정확한 영어 사용에 교육의 중점을 두는 모습들을 지적하며, 성공적인 ELF교육을 위해 이러한 문제가 시정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마찬 가지로 Zhang &Du(2018)는 중국의 한 상위권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서 교수와 학생 모두 영어가 링구아 프랑카로서 사용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ELF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표준영어에 대한 편향이 두드러지고 교육과 학습의 목표로서 원어민 화자에 대한 기준을 고수하려는 태도가 상존해 있음을 발견하였다.

관련된 국내 연구로는 어휘 및 문법자질을 통해 국제공용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을 조사한 황혜영, 이길영(2015)의 연구와 112명의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국제공용어로서의 영어 공통어 자질에 대한 한국인 영어 교사의 인식 및 태도를 조사한 강성숙, 이상기(2012) 등이 있으며 이들도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모순된 태도를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 연구들은 대부분 교사들의 모순된 인식과 소극적 자세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Murata, 2017; Sifakis, 2017; Sifakis, 2020; Taglialatela, 2021),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우에도 양적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는 있으나(Oda, 2017; Zhang & Du, 2018; Lađarević, 2019)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을 통해 ELF 소통을 경험하고 있는지, 어떤 유형의 선입견이나 편견의 태도가 감지되는지에 관해 그들의 사례를 좀 더 면밀히 취재한 경우는 많지 않았음을 주목하게 된다. 국내 연구 또한 대부분 중등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대학의 교양영어 현장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구체적인 상황을 분석한 사례는 미진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가마다 상호문화 간 소통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과 환경이 다르고 이에 따른 ELF에 대한 인식과 태도 또한 문화마다 다를 수 있음을 감안할 때, 해외의 사례를 우리의 경우로 자동 치환할 수 없으며 우리 학생들에게도 ELF 소통이 일반화되어 있으리라 속단할 수 없다.

또한 교사들의 인식과 태도를 조사해 보는 것만큼 학생들의 상황과 인식은 어떠한지 면밀히 살펴보고 진단해 보는 것 또한 구체적인 교육적 실행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라 여겨진다. 이에, 본 논문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여 한국 대학생들에게 있어 영어가 범세계적 상호문화 간 의사소통의 기본 수단으로 실제 사용되고 있는지 그들의 소통 상황과 상대를 구체화시켜보고자 한다. 또한 학생들이 ELF의 개념을 인식하고 동의하는지 점검해 보고, 이와 함께 영어와 관련된 편견과 태도의 문제들이 우리 학생들에게도 공존하고 있는지 추적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본 논문의 연구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 대학생들의 실생활에서 ELF의 사용 실태는 어떠한가?

  • - 학생들은 영어를 ELF로 인식하고 있는가?

  • - ELF와 관련된 편견과 태도의 문제가 발견되는가?

3. 연구 방법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2020년 2학기 현재 K대학 학부과정에 소속된 77명의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였다. 다양한 전공과 학년의 대상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5개의 개별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학년이 높을수록 ELF 상황에 대한 경험이 더 많을 것으로 유추되어 고학년으로 갈수록 좀 더 많은 인원이 분포되도록 디자인하였다. <표 1>은 설문 참가자들의 분포를 요약한다.

설문 참가자 분포

설문은 코로나 상황 중에 진행되었으나 이전에 경험한 모든 경험과 평소의 생각을 답변하도록 요청했으며 다양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하기 위해 여섯 개의 질문 중 네 문항을 서술형으로 제시하였다.

연구 질문 1, ‘ELF의 사용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ELF의 상황과 상대를 구분하여 (1)과 (2)의 질문을 각각 제시하였다.

(1) 현재 일상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거나, 영어가 필요한 상황은 무엇입니까?

(2) 영어로 의사소통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소통하고 있다면 그 상대는 누구입니까?

연구 질문 2, “영어가 ELF로서 인식되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질문을 피하고 영어에 대한 필요성과 욕구에 대한 다음 문항 (3), (4), (5)를 통해 추적하였다.

(3) 영어 사용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예 ② 아니요

(4)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5) 가장 원하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① 발음

② 자연스러운 대화

③ 기본 회화

④ 어휘, 문법

⑤ 기타:

연구 질문 3, ‘ELF와 관련된 편견과 태도의 문제가 존재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음 (6)에 대한 답을 고른 후 그 이유를 서술하도록 함으로써 해당 문제에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다.

(6) 영어 학습을 위해 가장 이상적인 경우와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① 미국, 영국 등의 영미권 국가에서 공부하는 것

② 필리핀,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권 국가에서 공부하는 것

③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

④ 상관없다.

주관식 답변의 분석은 문항별로 각각 다른 방식을 시도하였다. 먼저, 문항 (1)과 (2)의 경우 77명의 답변을 전체적으로 검토한 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몇 가지 주요 항목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각각의 답변을 재검토 및 분류하였다.

문항 (4)에서는 약 100여 개의 응답을 텍스트 파일로 정리하여 내용어를 중심으로 키워드를 추출하고 각 빈도를 분석한 후, 이를 기반으로 단어 클라우드를 생성시켜 분석 결과를 직관적으로 관찰해 보았다.3)

문항 (6)에 대한 이유를 기술하는 주관식 답변은 질적 내용 분석에 준하는 방식으로 전체 읽기 - 코드 찾기 - 범주화 - 분류의 과정을 진행하였다. 이에 77명의 전체 답변을 면밀히 검토하여 선입견이나 편견이 감지되는 답변을 따로 추출하여 키워드를 찾아낸 후 도출된 키워드를 토대로 몇 가지 범주를 설정하고 추출한 답변을 다시 분류해보는 과정을 수차례 진행하여 선입견이나 편견의 내용을 구체화시켜 보았다.

4. 결과 및 논의

4.1 ELF 사용 실태

ELF의 사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은 “현재 일상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거나, 영어가 필요한 상황은 무엇입니까?”라는 것으로 전체 설문 대상자 77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총 139개의 다양한 상황을 열거하였으며 전체 내용을 분석했을 때 취업, 학업, 일상 대화, 시험, 여행, 외국 매체 이용 등의 항목으로 분류될 수 있었으며 그 빈도에 따라 <표 2>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영어가 필요한 상황

대상자들이 대학생들이라는 것은 수업, 학업, 취업 및 면접, 각종 시험 준비 등이 일상의 큰 부분임을 의미하며, 이 부분에서 영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는 사실은 전공과 관계없이 그들이 항상 영어에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아카데믹한 부분을 제외하고 면대면 상호작용 즉, 외국인 교수님이나 외국인 친구와의 소통, 아르바이트 시 외국인 응대, 해외여행 등의 실제 소통의 상황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외국 드라마, 자료, 음악, SNS, 해외직구, 구글 검색 등 온라인상에서도 영어가 쓰이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또 다른 맥락으로 3명의 학생들은 교환 학생 프로그램과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Grazzi(2012: 7)는 대부분의 L2 화자들은 학교와 교실 환경에서는 외국어 학습자로, 해외여행이나 인터넷상의 실제 사회적 상황에서는 영어 사용자로서 이중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고 언급하였는데 그 같은 상황은 본 연구의 응답자들에게서도 관찰되었다.

다음으로 “영어로 의사소통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소통하고 있다면 그 상대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ELF의 맥락을 좀 더 구체화시켜 보았다.

먼저 <표 3>에서 응답자의 95.5%가 영어로 소통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소통하고 있는 상대가 있다고 답했으며, 없다고 답한 경우는 6.5%에 그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표 1>에서 짧은 여행을 포함하여 해외 체류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57.1%의 응답자가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에 비추어 볼 때 상당수의 ELF의 소통이 해외가 아닌 일상의 주변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ELF 소통 상대의 유무

이 같은 사실은 ELF 소통 상대의 소재를 국내와 해외로 분류해 보았을 때 더욱 가시적으로 나타나는데 <표 4>는 77명의 학생들이 나열한 소통 상대 98명을 국내에서 만난 사람과 해외에서 만난 사람들로 분류한 것으로 전체 약 45%가 국내에서 만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ELF 소통 상대의 소재

<표 5>는 국내에서 소통한 대화 상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그 대상이 영어권 원어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언어권의 사람들이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상황에서 소통 상대

예컨대 15명의 학생들이 응답한 외국인 교수님의 경우 5명의 원어민 교수님을 제외하고 독일, 일본, 스페인, 러시아, 아프리카 등의 다양한 국적을 소개하였으며 특히, 일본어 전공 학생의 경우에도 일본어보다는 영어로 더 많이 소통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었거나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의 국적도 유럽,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거의 모든 문화권의 사람들로 이는 ELF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대학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서 직장, 여행, 봉사활동 등 다양한 상황으로 ELF 소통의 환경이 확장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표 6>는 해외 상황에서 소통한 상대를 정리한 것으로 총 응답자 77명 중 61%인 47명의 학생들에게서 54개의 응답을 얻을 수 있었으며 가장 많은 경우가 여행 중 여러 상황에서 조우한 외국인으로 많은 학생들에게 해외로의 자유 여행이 보편화되어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여행 장소를 묻는 질문에 싱가포르, 일본, 중국, 일본, 대만, 세부, 베트남, 유럽, 사이판, 터키 등 다양한 국가가 나열되었으나 현지 언어보다 영어를 대부분 사용하였다고 응답하였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러시아, 스페인, 일본 등 비영어권에 체류했던 학생들도 해당 국가의 언어보다는 영어로 대부분 소통했다고 보고하였다.

해외 상황에서의 소통 상대

이로써 앞서 선행 연구에서 살펴보았던 ELF 소통의 위력, 즉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상호문화 간 소통의 80% 이상이 영어로 이뤄지고 있으며 영어 소통의 80% 이상은 L2화자 간 소통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보고가 본 설문 대상 학생들의 실제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었다.

4.2 ELF의 인식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과 더불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영어가 ELF로서 인식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영어 능력의 필요성을 묻는 첫 번째 질문에는 <표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상자의 약 95%가 그렇다고 대답하였으며 응답자 중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란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다.

영어 능력 필요 유무

영어 능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서술형 문항에서는 다양한 응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영어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기 때문에 영어를 잘할 줄 안다면 다른 언어권에 사는 사람들과 유연하게 소통이 가능하다.” “글로벌 시대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외국과의 교류가 많아지고 있는 지금 외국인과 대화할 줄 아는 능력은 중요하며 그것은 나의 활동 무대를 넓혀 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언어니까.” “국적 관계없이 외국인들과 소통할 때 대부분 영어로 하기 때문에”와 같은 내용들이 그것이다.

[그림 1]은 약 100여 개의 응답을 모두 텍스트 파일로 필사 후 키워드를 도출하고 그 빈도수를 기반으로 생성된 단어 클라우드이며 이를 통해 본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전반적인 생각을 직관적으로 간추려볼 수 있었다.

[그림 1]

영어 능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내용어 클라우드

[그림 1]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공용어,’ ‘세계,’ ‘만국,’ ‘의사소통,’ ‘필수’ 등으로 이를 요약하면 ‘만국 공용어로 전 세계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앞서 언급된 다양한 국가의 선행 연구 대상자들과 마찬가지로 본 연구의 한국 대학생들도 영어를 서로 다른 모국어 화자들 사이의 링구아 프랑카, 즉 ELF로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별 단어들의 빈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표 8>에서 ‘만국,’ ‘세계,’ ‘글로벌’ 등의 단어가 24회로 가장 큰 빈도를 보였고, 다음으로 단일 단어의 ‘공용어’가 20회, ‘의사소통,’ ‘소통,’ ‘대화’ 등의 단어가 뒤를 이었다. 그 외 ‘일상생활,’ ‘일상,’ ‘실생활,’ ‘필수,’ ‘기본’ 등의 단어도 상당수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영어가 특정 상황이나 특정 국가의 사람들과의 소통을 넘어 일상적이며 필수적인 능력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키워드 빈도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 볼 수 있는 것은 앞서 살펴 본 질문 (1)의 “현재 일상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거나, 영어가 필요한 상황은 무엇입니까?”에서 가장 빈도(29회)가 컸던 ‘취업 또는 면접 준비’는 본 항목에서는 빈도(7회)가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유추해 보건데 한국 대학생들에게는 취업을 위해 토익과 같은 특수한 형태의 영어 학습이 보편화되어 있으나 그러한 학습에 대한 원인과 당위성에는 다양한 화자들과의 자유로운 의사소통 수단, 즉 ELF에 대한 인식이 학생들의 의식 저변에 널리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더욱이 <표 9>의 “가장 원하는 능력은 무엇입니까?”에 대한 응답 결과에서도 ‘자연스러운 대화’(67.5%)나 ‘기본 회화’(14.3%) 등이 높은 빈도를 보여 영어 학습의 이상적인 목표 또한 의사소통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하였다.

가장 원하는 능력

한편, 앞서 살펴 본 <표 7>에서 영어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한 4명의 응답자들은 “모든 사람이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들 같이 영어가 필요한 환경이라면 전문 번역가를 고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발달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어가 필수적인 직업이 아니라면 꼭 능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등의 의견을 주고 있는데 이를 잘 살펴보면 영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보다는 모든 사람이 잘할 필요는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3 영어와 관련된 편견, 서열화, 태도의 문제

설문의 마지막 문항은 “영어 학습을 위해 가장 이상적인 경우와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주고 네 가지 환경을 제시한 후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요청하였는데, 만약 영어와 관련된 편견, 서열화 및 태도의 문제가 존재한다면 답을 고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표 10>은 제시된 네 가지 경우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을 정리한 것으로 가장 많은 71.4%의 학생들이 ‘미국, 영국 등의 영미권’을 이상적인 영어 학습 환경으로 선택하였음을 볼 수 있다.

이상적인 학습 환경

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들은 “일상에서 노출이 많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영어가 자주 쓰이는 곳에서 공부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니까.” “영어 사용빈도가 잦으면 빨리 는다고 생각한다.” 등의 실리적인 이유를 들어 기술하였다. 이와 더불어 ‘상관없음’을 선택한 18.2%의 학생들 가운데도 “어디든 열심히 하면 된다.” “어느 환경에서 공부하느냐보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능력과 태도가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외국 못지않게 기회와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발달로 자신이 학습할 의지가 있다면 장소는 크게 상관없다.” “주변 환경이 하루 종일 영어만 쓰는 환경이면 좋겠으나 영어를 배우고 유지하는 노력은 일상생활에서도 할 수 있다.” 등의 현실적인 의견과 소신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전체 답변을 면밀히 검토하였을 때 영미권을 이상적인 환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는 기술에서 소유권, 서열화 및 편견적 태도가 감지되는 응답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그러한 태도가 감지되는 답변을 따로 추출하여 키워드를 찾아낸 후 도출된 키워드를 토대로 몇 가지 범주를 설정하고 추출된 답변을 다시 분류해보는 과정을 수차례 진행하였다.

분류된 범주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많은 선행 연구에서도 지적된바, 발음과 관련된 편견의 문제이다(Timmis, 2002; Scales et al., 2006; Luk, 2009). 예컨대 Kiczkowiak & Lowe(2018;144)는 원어민 이상주의는 특히 발음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는데 많은 학생들은 미국과 영국의 발음을 선호하며 용인된 원어민의 발음을 이상적 영어 모델로 간주한다고 언급한다. 본 연구의 대상학생들에게서도 이와 유사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응답들이 발견되었다.

  • 미국이나 영국 발음을 하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

  • 원어민의 발음을 직접 듣고 따라 해 보고 대화하는 것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실제 원어민들이 사용하는 발음이나 표현을 가까이에서 듣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 -아시아권에서는 자연스러운 대화 연습을 하고 발음 연습을 위해서는 영어권 국가에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가장 보편적인 발음으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 -어렸을 때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발음 때문에 좀 더 본토 발음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Scales et al.(2006)에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발음과 이해하기 쉬운 발음 사이에 간극이 있고 자신들이 어떤 발음을 구사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발음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학생들의 막연한 이상주의를 지적한다.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으나 이상적인 학습 환경에 대한 이유로 원어민의 발음을 언급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우리 학생들 또한 미국 혹은 영국 발음에 대한 이상주의가 있으며 그것을 막연한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본고장,’ ‘종주국,’ ‘현지,’ ‘본토,’ ‘정통’ 등의 표현에서 소유권의 문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 본 고장에서 부딪히고 배우는 것이 힘들지만 빠를 것 같다.

  • 현지에서 배우는 것이 좀 더 발음에 도움이 됨

  • 본토 발음원어민이라서

  • -영어의 종주국

  • 정통 영어를 배울 수 있다.

  • 본토에서 실제로 쓰이는 말을 배우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

  • -영어의 본 고장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 그 나라에서 사는 것이 가장 빨리 학습된다.

  • 원어민들과 어울려 사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함

또한,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다양한 모국어 화자들 간의 소통의 매개로서 ELF의 기능을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영어는 여전히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특정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편견 또한 존재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은 응답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 그 나라의 문화나 언어를 직접 경험해 본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 영어권 국가의 문화를 배울 수 있어서

  • -영어권 국가에서 배우면 언어와 문화도 함께 배울 수 있어서

마지막으로, ‘알맞은,’ ‘좋은,’ ‘수준 높은,’ ‘질이 다르다.’ 등의 애매한 표현을 통해 막연한 동경과 환상이 존재하고 있는 반면, 한국이나 기타 아시아 국가를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기초,’ ‘기본,’ ‘성적,’ ‘반강제적으로’와 같은 단어에서 상반된 인식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편견과 태도, 서열화의 문제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 알맞은 영어 표현을 배울 수 있어서

  • -배울 수 있는 질이 다르다고 느낌

  •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 수준 높은 발음도 배울 수 있어서

  • 기초부터 이해가 되도록 배워야 한다.

  • -한국에서 기본을 다져야 한다고 생각

  •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선 영어 성적이 높아야 해서 유학보다는 국내 공부가 나을 것 같다.

  • -필리핀 쪽이나 그런 기숙학원을 들어가서 반강제적으로 공부하게 되면 영어 실력이 늘 거라 생각함

이러한 결과는 여러 선행 연구들이 지적한 원어민 이상주의와 원어민 영어에 대한 제일주의, 표준영어에 대한 편향과 영어 학습의 목표로서 그 기준을 고수하려는 태도가 한국의 대학생들에게서도 감지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5. 결론

본 논문은 설문을 통해 대학생들의 ELF의 사용 실태와 인식을 조사하고 기존 연구들이 제기한 문제들이 대상자들에게도 발견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설문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현재 영어는 ELF로서 모든 대륙,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해외뿐만이 아닌 일상의 다양한 맥락에서 실제적이고 보편적인 소통의 매개로 쓰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설문 대상자의 약 95%는 영어 사용 능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으며 그 이유에 관한 주된 내용은 ‘만국 공용어로 전 세계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어, 영어가 링구아 프랑카로서 널리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67.5%의 응답자들이 ‘자유로운 대화 능력,’ 14.3%의 응답자들이 ‘기본적인 회화’에 주된 욕구가 있다고 응답하여 영어의 주된 기능과 영어 학습의 목적이 의사소통에 있다는 사실이 널리 공유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반면, 영어 학습을 위해 가장 이상적인 환경으로 71.4%에서 ‘미국, 영국 등의 영미권’이 선호되었는데 이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고장,’ ‘종주국,’ ‘현지,’ ‘본토,’ ‘정통’ 등의 표현이 사용되어 영어 소유권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다수의 응답에서 발음 문제가 언급되었으며 ‘알맞은,’ ‘좋은,’ ‘수준 높은,’ ‘질이 다르다.’ 등의 표현으로 미루어 볼 때 전 세계 만국어로서 ELF의 기능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선행 연구들에서 제기된 서열화 및 편견과 태도의 문제가 한국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존재할 수 있음이 감지되었다.

다시 말해, ELF의 주된 기능은 문화 간 의사소통에 있다는 인식은 보편화되어 있고 실제로 ELF 소통이 대학생들의 다양한 생활의 영역에서 일상화되어 있지만, 영어와 관련된 오랜 편견과 다양성에 대한 수용, 비모국어 화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혼란이 교차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가 학생 스스로 영어 학습자인 동시에 ELF 소통의 주체적 화자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량을 발휘하는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내포하였다.

이러한 본 연구의 결과는 참여 학생들의 수가 제한적이며 대상자들의 개인적 배경과 환경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점, 편견과 태도, 정체성의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과 배경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으나 영어 교육의 새로운 전환으로서 ELF 교육을 실행하기에 앞서 ELF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상황과 인식을 진단해 보았다는 점에서 작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화된 삶의 영역이 잠시 축소된 듯 여겨지나 역설적이게도 지금의 세계적 팬데믹은 세계화의 불가피한 부산물이 아닐 수 없으며 그 해결 또한 전 지구 구성원이 하나로 협력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렇듯 세계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제 대학의 영어 교육 현장에서는 ELF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이를 토대로 영어 교육과 학습의 목표를 제정비해야 할 시점이 아닌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대학의 교양영어는 영어 전공자들이나 특수한 목적으로 영어권 사회에 직접 편입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학생들보다는 다양한 계열의 다양한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ELF의 개념을 널리 인식하고 이를 교육의 패러다임 안에 포함시켜 교사와 학생 모두가 ELF 사용자로서 주체적인 지위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을 포함한 다양한 화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과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의 정체성 탐색을 세계로 확장시켜 이를 토대로 ELF의 개념과 필요성을 공론화하고 실행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는데 예컨대 세계시민교육과 ELF 교육의 융합이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다층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며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Sant et al., 2018: 4)는 점에서 ELF 교육의 근본적인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융합의 과정을 통해 교양영어 교육은 세계화 시대를 경쟁력 있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계시민 양성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향후 과제는 이러한 세계시민교육과 ELF 교육의 융합이 타당한지 두 영역의 관련성과 인과성을 구체적으로 타진해 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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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1)

ethnologue.com/guides

2)

internetworldstats.com/stats.htm

3)

Wordsmith8을 이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질문 “영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 포함된 단어 ‘영어(22회)’와 ‘필요(14회)’ 및 일반 명사 ‘언어(10회)’는 제외하였음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표 1>

설문 참가자 분포

학년 인원 %
1 6 7.8
2 13 16.9
3 17 22.1
4 41 53.2
77 100.0
전공 인원 %
이공 19 24.7
인문사회 33 42.8
의학 6 7.8
자연 8 10.4
예체능 11 14.3
77 100.0
해외체류 경험 빈도 %
있음 44 57.1
없음 33 42.9
전체 77 100.0

<표 2>

영어가 필요한 상황

상황 빈도
취업, 면접 준비 29
수업, 전공 공부, 논문 읽기 23
외국인 유학생, 친구와의 대화 18
외국인 교수님과 소통하는 모든 상황 14
토익 10
외국 영화, 드라마, 노래, 서적 9
해외여행 시 의사소통 8
공무원 시험 및 각종 시험 6
외국인과의 온라인 게임, SNS 소통 5
아르바이트 시 외국인 응대 5
전반적인 학교생활 5
유학, 교환학생 준비 3
현재 한국에서 유학생활 3
해외 직구 2
구글 검색 2
없다 1
139

<표 3>

ELF 소통 상대의 유무

항목 빈도 %
있음 72 93.5
없음 5 6.5
77 100.0

<표 4>

ELF 소통 상대의 소재

항목 빈도 %
국내 44 44.9
해외 54 55.1
98 100.0

<표 5>

국내 상황에서 소통 상대

소통 상대 빈도
교수님 학과 외국인 교수님(10)
(독일, 일본, 스페인, 러시아, 아프리카 등)
원어민 교수님(5)
15
친구 교환 학생 온 친구(9)
(프랑스, 독일인, 일본인, 러시아 형님, 미국, 유럽 등)
외국인 친구(2) 아프리카에서 온 교회 친구(1)
한국에서 일하는 미군(1)
한국에 놀러 온 아시아 친구들(1)
SNS로 소통하는 멕시코, 일본, 대만 친구(1)
15
친척 유럽인 이모부(1) 동남아시아 친척(1) 2
기타 나한테 태권도를 배우는 캐나다인(1)
아버지 회사 외국인 기술자들(1)
직장의 외국인 동료(1)
교외 근로할 때 만난 초등학교 외국인 선생님(1)
평창 올림픽 봉사할 때 만난 외국인들(1)
지하철, 길에서 길을 묻는 외국인(6)
제주도 여행 갔을 때 만난 대만 사람(1)
12

<표 6>

해외 상황에서의 소통 상대

소통 상대 빈도
여행 여행 시 음식점 직원, 택시 기사, 호텔, 숙소 직원(22)
여행 가서 길 물어본 현지인(5)
프랑스 여행에서 지갑을 잃어버려 만난 현지 경찰관(1)
유럽 여행 시 게스트 하우스 친구들(2)
여행 시 공항 직원(2)
러시아 여행 갔을 때 동호회에 나온 외국인 친구들(1)
홍콩에서 만난 홍콩 친구(1)
홍콩에서 한 달간 여행할 때 만난 전 세계 사람들(1)
36일간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만났던
독일인, 프랑스인, 영국인 친구들(1)
36
교환
학생
어학
연수
러시아 교환학생 갔을 때 만난 친구들(1)
교환학생으로 스페인 갔을 때 외국인 친구들(1)
호주로 유학 간 곳에서 만난 다국적 친구들(1)
캐나다에 어학연수 갔을 때 여러 나라 친구들(3)
일본 유학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1)
미국 어학연수 갔을 때 만난 사람들(1)
외국 캠프 갔을 때 외국인(1)
뉴질랜드 유학 때 그곳 사람들(1)
어학연수 갔을 때 집주인 아주머니, 동네 주민(1)
11
기타 태권도 시범을 가서 베트남 숙소에서 이야기한 직원(1)
일본에서 일할 때 만난 캐나다 유학생(1)
선교로 일본에 갔을 때 만난 일본인(1)
필리핀에 거주할 때 로컬 학교 필리핀 친구들(1)
해외 학교(유럽) 국제교류센터 담당자(1)
에어 비엔비 일본인 호스트와 문자 대화(1)
불특정 다수의 외국인 게임 유저(1)
7

<표 7>

영어 능력 필요 유무

항목 빈도 %
필요함 73 94.8
필요 없음 4 5.2
전체 77 100.0

[그림 1]

영어 능력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내용어 클라우드

<표 8>

키워드 빈도

키워드 빈도
만국, 세계, 글로벌 24
공용어 20
의사소통, 소통, 대화 13
필수, 기본 9
취업, 취직 7
일상생활, 일상, 실생활 6
외국인 5
여행 4
능력 4
편리 3
자기만족, 자아실현 3
기회 3

<표 9>

가장 원하는 능력

항목 빈도 %
발음 3 3.9
자연스러운 대화 52 67.5
기본 회화 11 14.3
어휘, 문법 10 13
기타 1 1.3
전체 77 100.0

<표 10 >

이상적인 학습 환경

항목 빈도 %
미국, 영국 등의 영미권 55 71.4
필리핀, 싱가포르 등의 아시아권 1 1.3
한국 7 9.1
상관없음 14 18.2
전체 77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