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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3); 2022 > Article
외국인 학부생 대상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 사례 연구

Abstract

이 연구는 비대면 환경에서 진행한 한국어 토론 수업의 사례를 통하여 유연하고 차별화된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의 운영 방안을 고찰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본 수업은 준비, 확인, 토론, 점검의 네 단계로 구성하였으며 각 단계는 활동의 특성에 따라 비대면 환경에서 비실시간 혹은 실시간으로 운영하였다. 준비 단계에서는 토론에 필요한 표현과 논제에 대한 이해를 위한 주제 학습을 동영상 강의로 제공하여 학습자들이 반복적으로 청취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확인 단계에서는 준비 단계에서 학습한 주제나 표현을 LMS 퀴즈 기능을 이용하여 확인하였다. 토론 단계는 온라인 회의 프로그램인 ZOOM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운영하였으며, 토론 준비, 토론 연습, 토론 실습, 토론 발표의 네 단계로 세분화하였다. 학습자들은 3~5인이 한 조가 되어 소회의실에서 토론 실습을 하였다. 토론이 끝난 후에는 사회자 역할을 맡은 학습자가 5분 정도 토론 결과를 발표하였다. 마지막 점검 단계는 학습자들이 토론의 과정을 성찰하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성찰일지를 작성하는 단계로 LMS 게시판을 활용하여 비실시간으로 진행하였다.
운영 결과,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은 주제 학습을 강화하고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하여 집중적인 토론 실습 및 관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으며, 토론 상황에서 학습자들이 즉각적인 반응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LMS의 다양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면 환경에서보다 역동적인 수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is to suggest a flexible and differentiated way of managing online Korean discussion classes. For this study, an actual online Korean discussion class was selected. The class consisted of four phases: preparation, check, discussion, and reflection. Each of the phases was gone through online, either live or recorded, based on their nature. In preparation phase, video lectures were provided to have students ready for the discussion topic and familiar with related expressions. In check phase, knowledge and expressions relevant to the topic were checked as a quiz on LMS. In discussion phase, the students discussed the topic in a Zoom meeting room. The discussion was subdivided into groundwork, rehearsal, discussion, and presentation. After every three or four students had a discussion in a small Zoom meeting room, the moderator in each group gave a presentation about their discussion for five minutes. In reflection phase, the students by themselves wrote a reflection journal on LMS about their discussion.
The implication of this case study is that online Korean discussion can enhance learning about the topic. With the small-grouping function in Zoom, the students were able to participate in the discussion actively and the teacher observed their discussions in detail. Also, due to the characteristics of online setting, the participants had less pressure on instant speech. On top of that, various functions built in LMS helped the teacher manage the class more dynamically than the offline one.

1. 서론

팬데믹으로 대학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비대면 방식에 적합한 수업과 그렇지 못한 수업들이 극명하게 나누어졌고, 수업의 교육적 효과와 만족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론 중심의 강의는 미리 제작된 동영상을 활용하거나 비대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대면 수업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고 반복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교사 혹은 동료 학습자와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비대면 방식으로의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수업도 교사나 동료 학습자와의 의사소통 활동이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즉각적인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비대면 방식은 교사와 학습자 모두에게 부정적으로 평가되었고, 팬데믹 이전과 같은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수업은 더 이상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초기의 우려와는 다르게 한국어 수업은 비대면 상황에서 교수 실재감(teaching presence)1)을 높이고 대면 상황에 못지않은 상호작용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 방안(강소산, 2021; 김가람, 2021; 김현주, 2020; 김지혜⋅조희영, 2021; 박지순, 2022; 서효원, 2021; 손성희, 2021; 양지선, 2021; 이은희⋅김경훤, 2021; 이주란, 2020; 장지영, 2021; 주월랑, 2021 등)을 마련하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볼 토론 수업은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즉각적으로 말을 주고받는 활동이다. 따라서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비대면 방식으로는 원활한 수행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팬데믹 상황 이전의 온라인 토론 수업 연구(안경화, 2003; 윤순경, 2008; 김태웅⋅박인우, 2008; 김태웅, 2010 등)에서는 게시판이나 채팅을 이용한 토론 활동을 토론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그러한 토론 활동이 교육적 효과는 있는지 등을 검증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고 비대면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토론 수업(박양주, 2019; 우현주, 2020, 신희선⋅서정혁⋅황영미⋅김지윤, 2021; 신희선, 2021; 이란, 2021; 이연정⋅김경연, 2021 등)은 토론의 각 절차나 토론 교육의 효과가 비대면 실시간 혹은 비실시간 토론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토론 수업이 대면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비대면 방식의 토론 수업도 학습자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함양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토론 수업이 오프라인에서의 토론 수업과 교육적 효과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토론의 각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학습 활동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였을 때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데에 교수자와 학습자가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두 학기 동안 진행된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한국어 토론 수업을 살피면서 비대면 상황에서 한국어 토론 수업을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는 데에 목적이 있다. 한국어가 유창하지 않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치열한 논쟁을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토론의 과정을 따르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이러한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자 과제가 될 것이다. 본 사례 연구를 통하여 비대면 상황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토론 수업의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선행연구 검토

2.1. 한국어 토론 수업

한국어 토론 수업은 한국어 말하기 수업의 하나로 특정 주제에 대하여 한국어로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익히는 수업이다. 일반적으로 토론은 특정 주제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로 입장을 나누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학습자들은 주제 이해 능력, 자료 수집 능력 등을 비롯하여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을 함양하게 된다. 한국어 학습자들도 토론 수업을 통해 고급 수준의 한국어 이해 능력과 표현 능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깊은 사고와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토론 수업은 주로 교양 교육과정에서 개설되며, 글쓰기, 발표 수업과 함께 학업적 맥락에서의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 함양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교육에서 토론 수업 연구는 안경화(2001), 이동은(2003), 강승혜(2005), 이미혜(2006) 등을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안경화(2001)은 토론 텍스트를 분석하여 응결 장치를 추출하였으며, 토론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응결 장치들을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교육시킴으로써 고급 수준의 토론 표현을 사용하여 토론에 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동은(2003)은 토론 수업의 방법을 네 단계로 나누었다. 외국인 학습자들의 경우, 토론을 위한 내용 지식뿐만 아니라 표현 학습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이를 균형적으로 익힐 수 있는 수업의 단계를 제시하였다. 강승혜(2005)는 토론 활동 평가를 위한 도구 마련을 시도하였다. 토론 활동을 평가한다는 것은 토론의 각 절차에서 학습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 이미혜(2006)이동은(2003)과 마찬가지로 토론 수업의 방안을 제시하였고, 토론 교육이 공식적인 말하기에서 필요로 하는 표현과 전략을 익히는 것뿐만 아니라 주제를 학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 밖에도 한국어 토론 수업 연구는 지현숙⋅윤지영(2008), 이정화(2010), 정호진⋅강진숙(2010), 김민애(2011), 이은자(2012), 이지용(2012a, b), 장영희(2015), 김수은⋅이선영(2017), 이선영(2017), 이선영⋅김수은(2017), 이정연(2019), 이효정(2020), 김수미(2021) 등으로 이어졌으며, 토론 담화를 구성할 수 있는 능력과 성공적인 토론을 위한 전략, 토론의 유창성 제고를 위한 평가 기준 마련 등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졌다.
외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한국어 숙달도가 낮고, 한국의 토론 문화가 모국의 토론 문화와 다르며 토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김수은⋅이선영, 2017:322)하다. 따라서 토론 연구의 많은 부분이 지현숙⋅윤지영(2008)과 같은 토론의 각 절차에서 사용 가능한 표현을 익히도록 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후 이정화(2010)의 연구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토론 담화와 한국인 대학생들의 토론 담화를 비교하면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토론 담화가 특정 표현을 암기하여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오히려 어색한 토론이 되는 것을 지적하였다. 대본 암기식 토론을 줄이기 위해 모범이 될 다양한 토론 영상을 확보하여 교육에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김민애(2011)이은자(2012)는 외적 형식을 갖추고 담화 표지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도 논증을 통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토론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외국인 학습자들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을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근거 제시에 있어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주장을 듣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적합성이 주장과 근거 사이에 있어야 토론다운 토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지용(2012a, b)는 한국인 대학생들은 토론 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논리적 사고력을 꼽았으며, 토론 교육 시 주제와 관련한 내용에 대한 충분한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외국인 학습자의 경우에도 주제 학습을 위한 충분한 학습 시간의 확보가 필요함을 주장하였다.
토론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김수은⋅이선영(2017), 이선영(2017), 이선영⋅김수은(2017)의 연구에서는 토론을 준비하는 단계에서의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데, 토론 전 단계에서 주요 개념을 확인하고, 배경지식을 확장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예측하는 전략을 포함하였다.
한국어 토론 수업 연구는 토론에서 필요한 표현을 익히고 전략을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방안을 다루는 즉, 토론의 외적 형식을 갖추기 위한 연구에서 토론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논리력과 비판적 사고력 강화를 위한 연구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 교육에서 한국인 담화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일반적인 토론의 구조를 이해하고, 적절한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는 것과 함께 주제에 대한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토론이 될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2. 온라인에서의 토론 수업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프라인 환경에서의 한국어 토론 수업과는 달리 온라인 환경에서의 한국어 토론 수업 연구는 안경화(2003)이연정⋅김경연(2021)이 있다. 그중에서 안경화(2003)은 팬데믹 이전 연구로 토론 전 준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여 자료를 검색하는 등의 활동을 살펴본 것으로 온라인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 연구라 보기는 어렵다. 이연정⋅김경연(2021)은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한국어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비실시간으로 이루어진 토론 수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온라인 비실시간 토론 수업은 학습자들의 토론이 LMS의 토론방 메뉴에서 진행되었으며 음성 언어가 아닌 문자 언어로 이루어진 토론이다. 즉, 한 명의 학습자가 토론방에 자신의 의견을 작성하면 다른 학습자들이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다른 학생과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학습자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할 의무가 없으므로 실시간 온라인 토론과 비교하여 시간과 공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따라서 학습자들이 토론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충분한 자료 수집 및 검토의 과정을 거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다듬고 수정하여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 깊이 있는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고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는 정의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에 대해 한국어교육에서의 연구는 아직 적으나 내국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는 김태웅⋅박인우(2008), 윤순경(2008), 우현주(2020), 신희선(2021)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팬데믹 이전의 온라인 토론 수업 연구는 컴퓨터 활용(김태웅⋅박인우, 2008), 가상 공간에서의 교수자의 역할(윤순경, 2008)에 대해 다루고 있다.
팬데믹 이후의 연구라 할 수 있는 우현주(2020), 신희선(2021)에서는 온라인 실시간과 비실시간으로 운영되는 토론에서 실시간과 비실시간의 장단점을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비실시간의 경우에는 질의응답에서 순발력 부족으로 토론에 부담을 느끼는 학습자들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수정할 시간을 주며, 침묵의 어색함, 말하기로 인한 부담감, 상대의 감정까지 읽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논제에만 집중하게 한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연정⋅김경연(2021)에서 주목한 온라인 토론 수업을 비실시간으로 운영하였을 때의 장점과도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은 토론의 각 단계에서 학습자들이 익혀야 하는 다양한 전략과 학습해야 할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수업 설계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3장에서는 이와 같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비대면 환경에서 한국어 토론 수업을 설계하고 운영한 예를 보이도록 하겠다.

3. 수업의 설계 및 내용

3.1.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의 설계

이동은(2003:247)에서는 학문 목적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토론 수업의 단계를 네 단계로 분류한 바 있다. 1단계는 논리적인 발화 구성력 단계, 2단계는 토론 언어적 전략 단계, 3단계는 상호작용적 언어 능력 단계, 4단계는 논리적 견해 정리 단계이다. 이 토론 수업의 단계는 ‘논리 연습 단계’, ‘등급별 표현 연습 단계’, ‘토론과 토론 보고서 작성 단계’, ‘토론 후 쓰기 단계’로 바꾸어 말할 수 있는데, 이는 외국인 학부생 대상의 토론 수업에서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 논리 연습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주제가 무엇이고, 어떠한 문제가 있으며 어떠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제에 대한 이해2)는 실제로 학습자들이 토론에 필요한 언어적 표현을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제에 대한 학습이 끝난 후에는 토론에 필요한 표현을 익히고 본격적인 토론에 돌입하게 된다. 토론에 필요한 표현은 한국어로 토론을 처음 접하는 입문 과정의 학습자들의 경우에는 토론의 입론 단계에 필요한 표현에서부터 토론을 마무리하는 단계의 표현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토론에서 사용하는 한국어 표현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표현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 대상의 토론 수업에서는 토론 시 맡게 될 역할에 따라 사용하게 될 표현이 다름을 인지하고, 토론의 각 단계 혹은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교수한다. 그러나 이정화(2010)의 연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토론 표현을 가르치는 것은 상당히 유용하지만 암기한 표현을 반복적이고 기계적으로 사용하면서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 있음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주제와 표현 학습이 끝나면 토론을 실습하게 된다. 토론은 일대일로 진행을 할 수도 있지만 그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며, 자신과 같은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논증을 확장하고, 반박 의견을 개진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실제 토론이 시작되면 교수자의 개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학습자들의 한국어 숙달도나 주제 이해의 정도에 따라 토론의 질은 달라진다. 특히, 외국인 학습자들 간의 토론에서는 학습자들의 한국어 숙달도에 차이가 있어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논리적 견해 정리 단계에서는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주장에 오류가 없었는지 상대의 주장을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외국인 학습자들의 경우에는 한국어로 토론을 하는 것의 어려움이나 모범이 될 만한 동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어 토론 수업에는 논리와 표현 연습을 위한 학습의 과정과 실제 토론을 하는 실습의 과정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논리와 표현 연습 단계에서는 내용 학습을 통해 주제에 대해 잘 이해하고, 반복적인 표현 연습을 통해 자신의 발화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토론 연습 단계에서는 토론에 필요한 역할을 정하고, 그에 따라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토론을 실습하는 것이다. 그리고 토론에 대한 자가 점검을 통하여 자신이 제시한 근거의 논리력, 표현력 등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 환경에서 한국어 토론 수업이 진행되면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배경지식이 다르고 한국어 숙달도가 다른 외국인 학습자들에게 한국어 토론 수업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비대면 환경에서는 실시간과 비실시간 수업의 특성을 살려 토론의 각 단계를 차별화된 방법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서울 소재 S대학에서 2021년 1, 2학기에 진행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창의적 의사소통」 수업은 선택 교양 강좌로 외국인 유학생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 학업 수행 능력과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주제의 텍스트를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수사적 기법과 토의, 토론 기술을 익혀 자신의 전공 교과목을 심화 학습할 수 있도록 한다. 고급 수준의 한국어 수업이므로 TOPIK(한국어능력시험) 5급 이상 수준의 학습자들이 신청할 수 있다.
본 수업은 15주 동안 진행이 되었으며, 총 다섯 개의 주제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개강 후 3주 동안은 토론의 개념과 목적, 내용 및 전략 등 토론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하고 토론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과 전략 등을 학습하였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어학원이나 다른 교양 강좌를 통하여 한국어 토론 수업을 경험한 적이 있으나 비대면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은 처음이었다3). 수업에서 실제로 사용된 강의계획서는 [그림 1]과 같다. 1주차 강의 안내 이후 진행된 2주차의 한국 사회 이해하기는 한국 근대사에 대한 간략한 강의를 통하여 학습자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 정도를 파악하여 토론에서 다루게 될 주제의 적합성을 검증하고, 학습자들의 숙달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수업이다.
[그림 1]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창의적 의사소통」 강의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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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차 수업 이후 3, 4, 5주차의 학문적 토론 이해하기에서는 토론의 일반적인 구조와 표현, 전략 등을 학습하여 기존에 경험한 한국어 토론 상황을 떠올리며 토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진행한 수업이다. 이후 6주차부터 본격적인 토론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하나의 주제를 두 주 동안 다루면서 주제 학습 후에 토론 실습을 하였다. 1회의 토론에는 사전 주제 학습, 주제 관련 퀴즈, 조별 토론, 토론 결과 발표, 성찰일지 작성 활동이 포함되었으며, 각 교수⋅학습 활동은 활동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활용되었다.
본 수업은 이동은(2003)에서 제시한 토론 수업의 기본적인 절차를 따르되, 학습자의 실제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과 배경지식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그림 2]와 같이 준비, 확인, 토론, 점검의 네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의 활동 및 강의 방식을 계획하였다. 특히 토론한 주제를 논설문의 형태로 글쓰기로 확장하는 것은 수업의 목표를 벗어나는 활동으로 판단하여 마무리 단계의 글쓰기는 포함하지 않았다.
[그림 2]
토론 수업의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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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운영의 기본 플랫폼은 교내 LMS 시스템인 e-class이고, 실시간 수업은 ZOOM을 활용하였다. 이연정⋅김경연(2021), 우현주(2020), 신희선(2021)에서 제시한 비대면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에서 비실시간과 실시간으로 운영 가능한 활동들을 참고하여 준비, 확인, 점검 단계는 비실시간으로 운영하고, 토론은 실시간으로 운영하여 수업 효과를 높이고자 하였다.

3.2.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의 내용

준비, 확인, 토론, 점검의 네 단계로 설계된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은 각 단계의 목적을 고려하여 운영 방식을 달리하였으며, 교내 LMS와 ZOOM을 기본 플랫폼으로 활용하였다.
준비 단계는 토론에 필요한 언어와 주제 관련 내용을 학습하는 단계로 교내 LMS의 온라인 동영상 강의 메뉴를 사용하여 강의 영상을 촬영 후 탑재하였다. 언어 및 내용 강의는 앞서 제시한 [그림 1]의 강의계획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학업적 맥락에서의 토론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어떤 내용과 방법으로 진행되는지 등에 대해 알고 토론의 각 단계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한국어 표현을 학습한다. 그다음에는 토론 수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 주제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진다. 주제 학습 영상은 학습 목표, 도입 질문, 관련 사례 기사 보기, 주제 관련 자료 읽기, 주제 관련 찬반 이유 내용 확인하기, 논거 정리하기의 목차로 구성된다. 주제 학습 영상은 평균 약 50분 분량으로 25분씩 2개의 영상으로 나누어 탑재하였다. 준비 단계의 학습 내용은 모두 동영상 강의로 진행되었는데, 학습자들이 각자의 수준에 따라 반복하여 학습할 수 있고 필요한 부분에 영상을 정지하여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림 3]과 같이 주제 학습 영상에는 주제를 이해하기 위한 영상 자료, 신문 기사, 찬성 측과 반대 측의 근거 제시 등 주제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제작하였다. 영상 강의를 통하여 토론에 참가하는 학습자들은 유사한 수준의 배경지식을 가지게 된다.
[그림 3]
주제 학습 영상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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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단계는 학습한 주제에 대한 지식을 확인하는 단계이다. LMS의 퀴즈 기능을 활용하여 선택형 문항으로 4~5개의 문제를 출제하였으며 자동 채점이 된 후에는 정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단계에서 학습자들은 학습한 내용을 확인하고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본격적인 토론에 참가하기 전에 퀴즈를 풀게 하여 학습자들이 관련 표현을 확인하거나 주제 관련 내용의 이해 정도를 점검할 수 있게 하였다.
토론 단계는 ZOOM을 이용한 비대면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그림 4]와 같이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그림 4]
토론 수업의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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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준비 단계에서 주제에 대해 학습한 학생들은 실시간 수업 시간에 토론 조를 편성하고 역할을 분담하게 된다. 이는 학생들에게 토론에서의 역할을 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 편성은 ZOOM의 자동 그룹 나누기 메뉴를 이용하며 사회자와 찬성이나 반대 입장 중 하나의 역할을 맡게 한다. 보통 조원은 3인 이상 5인까지로 구성하였다. 사회자의 경우, 토론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조별 토론이 끝난 후에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하는 역할도 하게 되므로 모든 학생이 한 학기 동안 한 번 이상은 사회자를 맡을 수 있도록 하였다. 역할을 분담한 후에는 약 10분 정도 각자의 역할에 맞는 표현을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였다. 본 수업은 토론을 연습하여 역량을 강화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주제와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 바로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발화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개인 연습 후에는 그룹별로 소회의실에 입장하여 사회자의 주도 아래 본격적인 토론 실습을 진행한다. 이때 교사는 관찰자로 소회의실을 방문하여 토론 상황을 살펴보며, 학생 개개인의 토론 실력에 대해서 점검하였다. 학생들은 소회의실에 교수자가 입장하면 질문을 하거나 진행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조별 토론은 약 40분 정도 진행되었으며 조별 토론 후에는 약 5분 정도 사회자가 토론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토론이 마무리되면 교수자는 소회의실 닫고 다시 메인 세션으로 학습자들을 모았다. 학생들이 모두 모이면, 각 조의 사회자가 5분 정도 토론 내용을 발표한다. 찬성과 반대의 근거는 무엇이었는지가 주요 발표 내용이었다. 교사는 판서 기능을 사용하여 각 조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고, 학습이 필요한 중요한 표현이 나왔을 때는 발표 직후 표현의 의미와 사용 예시 등을 정리해 주었다.
비대면 실시간 토론 수업에서 학습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소회의실 활동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는 소회의실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교사는 소회의실에 전체 공지를 보낸다거나 소회의실로 입장하는 등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고, 학습자들의 경우에는 소회의실 내에서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소회의실의 활동을 녹화할 수 있다. 보통 사회자가 되는 학생에게 소회의실 녹화 권한을 주고, 토론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녹화하게 한다. 이는 학생들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기도 하며, 추후 토론 활동을 평가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점검 단계는 자기 성찰의 단계이다. 학습한 주제나 토론의 방식 등 다양한 영역에 대하여 학습자가 느낀 점에 대해 기록하는 일기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을 평가해 보며 어떤 점이 좋았는지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점검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도 한다. 자기 성찰을 통하여 교사는 학습 만족도를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학생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학습자가 작성한 성찰일지에는 평가 의견을 달아 학습자의 격려하고, 어려움이 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간단한 상담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림 5]는 실제 학습자가 작성한 성찰일지의 화면이다. 성찰일지는 작성한 학생들에게 모두 기본 점수를 주어 동기를 부여하였다.
[그림 5]
성찰일지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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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본 수업은 학습이 필요한 부분과 실습이 필요한 부분을 비실시간 활동과 실시간 활동으로 나누고, LMS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진행하였다.
학생 평가는 출석, 퀴즈, 조별 토론 및 발표, 성찰일지의 네 개 항목으로 구성하였다. 출석 점수는 학교의 기준에 따라 20점을 부여하였고, 퀴즈와 성찰일지는 LMS 시스템에서 자동 계산이 되도록 설정하였다. 퀴즈는 15점, 성찰일지는 25점을 부여하였다. 퀴즈는 주제 학습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로 총 30개의 문항이 출제되었는데 한 문제에 0.5점을 받도록 설정하였다. 성찰일지는 총 5회 제출하였고, 5점씩 받도록 설정하였다. 퀴즈보다 성찰일지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한 것은 학생들이 자신의 토론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조별 토론 및 발표는 40점으로 가장 많은 점수를 부여하였다. 총 다섯 번의 토론 실습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1회 토론에 8점이 부여된 것이며, 각 토론에서 교수자가 소회의실을 방문하여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준비도, 내용의 논리력, 표현의 정확성, 태도의 네 가지 영역에서 점수를 매겼다. 그리고 발표 점수는 사회자에게 부여하는 점수로 사회자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모두 기본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 본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성적은 1학기와 2학기 모두 전체 평균 약 89점이 나왔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 교양 강좌이기 때문에 절대 평가로 최종 점수를 부여하였다.
수업이 모두 종료된 학기 말에 실시한 수업에 대한 만족도에서는 두 학기 평균 약 97점이 나왔다. 학생들은 대부분 본 토론 수업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으며,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강의 평가의 서술형 의견 중에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면서 토론 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 ‘사회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았다’, ‘교수님이나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편하고 더 가깝게 느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비대면 환경에서 진행한 토론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상호작용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4. 제언 및 결론

한국어 토론 수업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배경지식에 차이가 커 논제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국내 대학에서 수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은 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학문 맥락에서의 토론에 익숙하지 않다. 토론의 방식도 낯설지만 토론에서 다루는 시사적이고 전문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모국어로도 토론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토론 주제를 한국어로 이해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대면 환경의 토론 수업에서도 주제에 대한 교수자의 강의가 포함되지만 교수자의 발화를 조정할 수 없는 외국인 유학생 입장에서는 강의를 듣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환경에서 주제 학습을 위한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공하면 학습자들은 발화 속도를 조절하거나 반복하여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주제를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의 가장 큰 의의는 논리적 토론을 위한 주제 학습을 충실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 수업에서 주제 학습을 위한 강의 영상을 제작할 때 주제와 관련한 미디어 자료나 신문 기사 등을 활용하였고, 논제에 대한 찬반의 다양한 시각을 여러 자료를 통해 제공하였기 때문에 주제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또한 본 수업에서는 LMS 시스템의 퀴즈 기능을 활용하여 주제 학습 후에 내용 이해 정도를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모두 일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도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선행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학습자 대상의 토론 교육에서 주로 표현이나 전략 사용이 강조되면서 학습자들이 암기한 것을 그대로 읊는 것 같은 어색한 상황이 자주 목격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적합한 표현과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토론 교육은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돕는 데에 목적이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모국어로도 토론 연습을 해 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토론 연구가 표현에서 논증 연구로 넘어온 것이다. 또한 게시판의 질의응답 메뉴를 통해 교수자에게 질문을 할 수 있어 수업 중 의사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소극적인 성향의 학습자나 시간 문제로 질문을 포기했던 학습자들과의 상호작용도 늘릴 수 있었다.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의 두 번째 의의는 독립된 공간인 소회의실에서 토론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면 환경에서 진행되는 토론 실습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수자가 각 그룹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기 어렵고, 교실 내 소음으로 인해 동료 학습자의 말을 듣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소회의실은 각 조를 위한 독립된 공간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독립된 공간에서 서로의 발화에 집중할 수 있고, 대면 환경에서 잘 들리지 않던 상대방의 발화도 마이크를 통해 더 크고 정확하게 들리기도 한다. 교수자 역시 각 소회의실에 입장하여 학생 개개인을 집중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구체적인 평가가 가능해진다. 또한 소회의실은 녹화가 가능한데, 이는 토론에 참가한 학습자들에게 자신의 발화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토론 중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동료의 발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한 녹화된 영상은 학생들의 토론을 평가하는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대면 한국어 토론 수업의 의의는 토론 후 일정 기간 동안 성찰일지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성찰적 사고이다. 논제에 대해 찬반으로 나누어 근거를 제시하고 결론에 도달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은 찬성과 반대, 어느 한 측의 입장에 서기 위함이 아닌 논제에 대한 다양한 시선에서의 고민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데에 의미가 있다. 최유정⋅김대희(2019)에서도 토론 교육에 있어 반드시 점검해야 하는 것은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과정을 통하여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기존의 대면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에서도 성찰일지 작성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학습자와 교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토론 직후 간단히 진행하여 형식적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비대면 환경에서 비실시간으로 성찰일지 작성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토론 이후 일주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주고, 충분히 생각하고 일지를 작성할 수 있게 해 토론 활동에 대한 숙고 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또한 소회의실에서 진행한 토론 실습이 녹화된 영상 자료를 보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해 보고, 느낀 점이나 향후 계획 등을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이는 토론 교육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인 성찰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실시간 및 비실시간으로 운영된 한국어 토론 수업은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숙달도와 배경지식 등을 고려하여 반복적으로 학습이 필요한 주제 및 표현 학습은 동영상 강의로 제공하였고, 동료와의 상호작용이 필요한 토론 실습은 온라인 회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운영하였다. 또한 LMS 시스템의 다양한 학습 기능을 활용하여 주제 및 표현 학습에 대한 퀴즈를 하거나 성찰일지을 작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활동은 대면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보다 비대면 환경에서의 토론 수업이 더욱 역동적으로 운영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팬데믹으로 한국어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을 때, 교육 현장에는 많은 혼란이 있었고 언어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비판적인 입장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대면으로 한국어 수업을 운영하면서 많은 교수자와 학습자들은 비대면 수업의 장점에 대해 논하기 시작하였으며, 비대면과 대면, 비대면에서 실시간과 비실시간의 블렌디드를 유연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본 수업 사례 연구가 교육 현장에서 유사한 과목을 운영하고 있는 교수자들에게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개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유사한 과목 개발을 기획하거나 운영하려는 교수자들에게 참고 자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Notes

1) 교수 실재감이란 면대면 접촉이 없는 온라인 상황에서도 정보의 수용과 재생 이외에 교수자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가 현장에서 상호작용을 하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느끼는 것(Garrison, Anderson, & Archer, 1999)이다.

2) Bachman & Palmer(2010)의 의사소통 언어 능력 모형에 따르면 언어 능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세상에 대한 지식(knowledge of world)’이다. 일반적으로 배경지식으로 불리는 세상에 대한 지식은 어떤 일을 하거나 연구할 때, 이미 머릿속에 들어가 있거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지식을 의미하는데 토론에 있어 논제에 대해 알아야 하는 지식 역시 기본적으로 학습자의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 지식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3) 1, 2학기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총 46명으로 남학생 34명, 여학생 12명이었으며 수강생들의 국적은 베트남, 중국, 일본, 태국,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터키, 스위스 등 다양하였다. 전공은 경영학과가 53%로 가장 많았고 컴퓨터공학과 33%로 뒤를 이었으며 식품공학과, 생명공학과, 영문학과, 미디어학과 등이 있었다. 1학년 16명, 2학년 25명, 3학년 3명, 4학년 2명으로 주로 1, 2학년들이 수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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