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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2); 2022 > Article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수학적 고찰

Abstract

이 연구는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육적 타당성을 재검토하여 실천 가능성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이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육적 조건과 여건을 교수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실제적인 실천의 맥락에서 교육적 진정성 회복을 촉구하고자 하였다. 역량 개념이 직업교육적 맥락에서 대두되었다고는 하지만, 도입-확산-전환의 진화 과정을 거쳐 학교교육적 맥락으로 재개념화되고 있다. 역량 담론의 개념적 혼란을 극복하고 교육적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역량개념은 교양교육의 목표, 내용, 방법 및 평가의 차원에서 교수학적으로 스며들어야 한다. 우선 교육목표의 차원에서 역량은 ‘좋은삶’을 영위하는 실질적인 힘으로써 교양교육 전반을 향도하여야한다. 내용적으로 교양 교과는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가 탈경계적으로 녹아있는 역동적 총체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방법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학생의 행위주체성에 기반하여 학습의 본질적 의미를 회복하여야 한다. 평가적 측면에서는 도구적이고 측정주의적인 형식적 진단에서 탈피하여 학생 개개인의 실존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내러티브적 평가로 전환하여야 한다. 2500년을 이어온 교양교육은 자유교육의 재해석의 역사이다. 포스트 휴먼 시대,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새로운 교양교육을 요청한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은 자유교육의 21세기적 지평을 넓혀나가는 교육적 변혁으로 거듭나야 한다.

Abstract

This study reflects on the educational validity of competency-based liberal arts education, and aims to enhance its feasibility and secure its sustainability. It also aims to clarify the educational conditions and circumstances of competency-based liberal arts education in a didactical manner, which ultimately attempts to encourage the recovery of educational authenticity in the context of actual practice. Even though the concept of competency emerged within the vocational training context, it has been re-conceptualized within the context of school education through the evolution of introduction-diffusion-transformation. Thus, it is time to overcome the conceptual confusion of competency discourse and to collect educational wisdom.
The concept of competency should permeate into the pedagogical realm in terms of aims, content, methods and evaluation of liberal arts education. As to the educational aim, competency should guide the overall liberal arts education as the real power that drives ‘well-being’. Regarding its content, subjects in the liberal arts education should be restructured into a dynamic whole in which knowledge, skills, attitude and values are all blended together in a trans-boundary way. In terms of methods, the essential meaning of learning should be based more on student agency, allowing for learners to think more for themselves and to act autonomously. Regarding evaluation, the conventional formal diagnosis, with its instrumental and measurement-focused approach, should be converted into a more narrative evaluation in order to draw each student’s existential reflection.
Based on the past 2500 years of history, liberal arts education might be summed up with one word: reinterpretation.
In the same spirit, the post-human and post-Covid era requests a brand-new liberal arts education. Competency-based liberal arts education should be reborn as educational transformation that widens the prospect of liberal education in the 21 century.

1. 서론

교육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배우고 가르치는 의식 적 활동이다. 교육은 그 ‘무엇’에 해당하는 대상, 내용, 소재가 있어야 하고, ‘가르침’을 행하는 주체가 있어야 하며, ‘배움’을 실현하는 주체가 있어야 성립되는 인류의 문화적 발명이다. 교육이 성립된 이래로 인류는 주로 ‘지식’을 배우고, ‘지식’을 가르쳐왔다. 지식(knowledge)은 개념(concept)을 형성하고, 원리(principle)와 법칙(law)을 추상하며, 이론(theory)으로 체계화되어 학문(discipline) 으로 발전하였다.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지적 탐구의 온축된 성과인 학문은 성숙한 인격을 길러주고, 인류의 문화적 가치를 고양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로 각광받아온 교육의 오래된 영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식의 교육적 위상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아왔다. 사회적 변화와 시대적 조류를 강조하며 지식을 ‘다른 그 무엇’으로 대체하고자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명멸하여 왔다. 특히 19세기 말 산업혁명의 전개와 함께 확산된 경험 중심 교육 사조는 오늘날까지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전통적인 지식을 대체하여 사회적 삶과 연계된 실제적 경험, 활동을 가르쳐야 한다는 경험 중심 교육 사조는 ‘교과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동 중심 교육과정, 활동 중심 교육과정, 사회 중심 교육과정, 생활 중심 교육과정, 학생 중심 교육과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오늘날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단연코 ‘역량’이다. 역량 담론은 20세기 말 지식기반 사회 담론을 배경으로 교육적 관심사로 급격하게 부상되었다(소경희, 2009). 역량교육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학교 교육에서 가르쳐지고 있는 전통적 지식이 사회적 유용성과 효율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교육성과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Gervais, 2016; Jones, & Voorhees, 2002). 역량 담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격동적 변화와 맞물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역량기반교육은 아직까지 논쟁의 한복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역량이 교육의 핵심 이슈로 등장한 이래로 역량 개념의 모호성, 자의성 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으며(서경혜, 2020; 정훈, 2021), 역량 담론의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성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김민정, 2019a; 김민정, 2019b). 아울러 역량기 반교육의 행동주의적 편향과 환원주의적 오류, 직업교육 중심의 한계에 대한 비판(김광민, 2009; 신춘호, 2010; 황규호, 2017) 및 지식교육의 약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김 승호 역, 2018) 역시 극복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논쟁의 연장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이른바 ‘역량기반 교양교육’이다. 왜, 역량을 기반으로 교양교육을 재편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교양교육을 통한 역량 함양이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실천적인 문제까지 다양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한편에서는 자유교육과 역량담론은 추구하는 가치나 지향성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한수영, 2021), 역량기반 교양교육은 교양인 양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정훈, 2021), 다른 한편에서는 역량기반 교양교육은 자유교육의 실제적 측면에 대한 강조로써 새로운 자유교육이라고 주장한다(소경희, 2009; Ewens, 1979).
사실, 역량기반 교양교육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교육 자체가 ‘왜, 무엇을, 어떻게’에 대한 종합적 물음의 복합체이기 때문에 관점과 맥락에 따라 다양한 교육론이 공존한다. 교육이라는 활동 자체가 가치를 지향하는 이념적인 성격과 실천을 강구하는 방법적인 속성을 동시에 담지하고 있기 때문에 분출하는 백가쟁명을 피할 수는 없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에 있어서도 내재적 가치와 외재적 가치 사이의 교육적 가치의 쟁점, ‘무기력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실제적 지식과 이론적 지식 등 교양교육 에서 추구하는 지식의 성격에 관한 쟁점, 행동주의적인 역량과 인본주의적인 역량, 일반적인 보편 역량과 영역 특수적인 전문 역량 등 역량의 의미와 성격에 관한 쟁점 등 다양한 쟁점들이 존재한다(서경혜, 2020).
하지만 한국 대학에서 제기되는 있는 역량기반 교양교육에 대한 논의는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측면보다는 정책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이 강하다. 특히 역량기반 교양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측에서는 ‘태생적 거부감’, ‘외재적 불쾌감’, ‘개념적 모호함’, ‘실행적 부작용’ 등을 지적하며 학술적 논의 자체를 백안시하는 경향마저 나타난다. 이들은 원래 기업교육이나 직업교육 분야에 도입된 역량 개념을 교양교육에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수주 하기 위해 외재적으로 강제되는 역량기반교육은 교양교육의 본질을 왜곡한다고 강조한다.1) 아울러 막상 역량기반교육을 도입하여 적용하려고 하여도 그 ‘개념적 모호함’ 때문에 교육적 혼란만 가중된다고 호소한다. 더욱이 역량기반교육을 실행하기도 이전에 역량진단도구부터 개발하는 측정주의적 편향은 교육적 부작용만 야기한다고 지적한다(백승수,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량기반교육은 현실적으로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외형적으로는 역량 기반교육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백승수, 2020). 정부에서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이어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도 역량기반교육을 공식화하였으며(교육부, 2021), 미래 교육의 글로벌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OECD는 ‘DeSeCo 프로젝트’에 이어 ‘교육2030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역량 담론의 글로벌 확산을 추동하고 있다(OECD, 2018).
이미 역량기반교육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자 교육적 당위가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역량기반교육에 대한 진지한 재고찰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이에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출발점에 서서 다시 한 번 하나하나씩 짚어보려고 한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이 무엇이 문제인지,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색하면서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실천 가능성의 관점에서 종래에 제기되었던 논의의 피상적 접근과 행동주의적 허상을 비판하고 그 제대로 된 실천을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모색하고자 한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육적 조건과 여건을 규명함으로써 실제적인 실천의 맥락에 서 교육적 진정성 회복을 촉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교수학적 접근법을 적용할 것이다. 교수학(Didaktik)은 단순한 교수법 또는 교육방법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일에 관계되는 모든 담론을 포괄하는 교육학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김승호, 2014). 즉 교수학습법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및 평가에 관한 이론적, 실천적 문제를 유기적으로 고찰하면서 교육의 과정 전체를 조감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김승호, 2014; 손승남, 2014, 2020). 역량기반 교양교육은 단순히 역량 목록을 선정하여 나열하거나, 진단도구를 개발하여 측정 결과를 수치적으로 제시하는 보여주기식의 부분적인 과제가 아니다. 교양교육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총체적인 혁신이다. 교수학적 접근을 통해 역량 기반 교양교육의 전모를 조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육적 타당성을 재검토하여 그 실천 가능성을 제고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성숙한 교육적 접근을 모색한다. 먼저 연구의 출발점이자 배경이 되는 핵심개념인 역량에 대하여 개념사적으로 고찰하고, 이어서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및 평가에 관하여 차례로 논의하고자 한다.

2. 역량의 개념사적 고찰

역량기반교육의 핵심인 역량 개념은 상당히 모호하고 다분히 논쟁적이다. 역량을 지칭하는 단어 선택2)에서부 터 번역어 채택3)에 이르기까지 벌써 용어적으로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종 개념이 난무한다.4) 역량기반교육을 지칭 하는 명칭과 정의 자체도 상당히 다양하기 때문에 교육적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5) 역량 개념은 ‘상품화된 인간 능력’(한숭희, 2010)이나, ‘삶의 총체적 능력’(홍윤경, 2010) 등으로 대척적으로 정의되기도 하며, 역량을 추구하는 관점에서도 행동주의, 기능주의, 인본주의가 공존하기 때문에 통일된 하나의 개념을 도출하기가 어렵다(설연경, 2020). 역량을 적용하는 분야에 있어서도 기업교육, 직업교육, 학교교육에서 서로 상이하게 도입되고 활용되기 때문에 개념적 논란을 피할 수 없다(소경희, 2009). 학교교육적 맥락의 차원으로 좁혀보아도 역량이 교육의 목표인지 내용인지 결과인지가 모호하며, 역량이 지식을 대체하는 것인지, 지식을 보완하는 것인지, 지식을 초월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애매모호하고 논쟁적인 개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연원과 활용 양태를 개념사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 논자에 따라 상이한 개념적 정의를 전제로 논의를 전개하기도 하고, 개념 그 자체가 시공간적으로 변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나인호, 2011). 주지하다시피 역량 개념은 애초에 기업이나 직업교육 분야에서 직무훈 련적 차원에서 주로 논의되었으나, 지식기반사회의 담론 이 확산됨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요구되는 생애능력의 의미로 확장되었다(소경희, 2009). 의미 확장적 변천을 거듭한 역량 개념은 크게 도입-확산-전환의 진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첫 번째는 역량 개념의 도입이다. 역량 개념은 ‘지능 (intelligence)’의 대안적 개념으로 도입되었다. 일반적으로 역량 개념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White(1959: 297)가 정의한 ‘환경과 효과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능력’이란 개념 에서 비롯되었으며, McClelland(1973)의 ‘“지능”보다는 역량을 위한 검사’(Testing for competence rather than “intelligence”)라는 논문을 통해 본격화되었다고 본다(소경희, 2007:4).
McClelland(1973)는 당시 측정운동(testing movement) 의 핵심 도구였던 지능⋅적성검사가 사회적 성공의 유효한 예측 변수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지능검사의 대안적 접근으로 역량진단을 제기하였다. 지능검사나 학업 성적이 사회에서의 실제적 성취를 예언하지도 않으며 이 들 사이에는 일관된 관계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하 였다. 지능지수(IQ)가 높다고 해서, 학교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사회에서의 성공적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직무나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과 인과적으로 관련이 있는 수행자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McClelland, 1973: 1-6). 실제적 삶의 과정 속에서 당면하 는 다양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경험, 지혜, 능력(ability)을 진단하여야 하며, 직업적 결과물뿐만 아니라 리더십, 대인관계능력(interpersonal skills) 등과 같은 사회적 결과물이 포함된 삶의 다양한 성과들(clusters of life outcomes)을 진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의사소통 능력, 인내심, 적절한 목표 설정, 자아계발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McClelland, 1973: 7-10)
심리학적 관점에서 ‘지능’의 대안 개념으로 제안된 McClelland의 ‘역량’ 개념은 직업적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는 일반적으로 유용한 역량을 의미하였다. 그 후 Boyatzis, Mirabile 등의 연구를 거쳐 역량 개념은 우수 수행자와 평균 수행자의 차이를 구별해주는 지식, 기술, 능력, 기타 특성 등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되었다(오헌석, 2010: 39). spencer와 spencer(1993)는 빙산모형(iceberg model)을 통해 역량의 구성요소 중 자아개념 (self concept), 특질, 동기는 잘 드러나지 않으며 평가하거나 개발하기 어려운 심층적 역량이고, 지식과 기능은 비교적 가시적이고 표면적인 특징으로 교육을 통해 개발하기가 쉬운 표층적 역량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역량 개념은 기업의 직무교육 및 인사관리 분야에 도입되면서 인지적, 기능적 역량에서 행동적 역량으로 변화하였다(오헌석, 2010: 39).
도입 초기의 역량 개념은 지능을 대신할 수 있는 사회적 성과 창출 능력에서 출발하여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차이를 구별해 주는 직무수행능력으로 발전하였으며, 표층 역량과 심층 역량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었다. 즉 역량은 사회의 실제적 맥락에서 성공적인 수행을 가능 하게 하는 우수한 수행자의 특성으로 정리되었고, 기업교육적 직무역량 개념으로 수렴되었다.
두 번째는 역량 개념의 확산이다. 역량 개념을 확산시킨 장본인은 OECD이다. 역량 개념은 OECD의 DeSeCo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차원으로 확산되었다. DeSeCo 프로젝트는 영국, 뉴질랜드 등 OECD 회원국이 참여하여 ‘핵심역량’(key competencies)을 정의(defining)하고 그 목록을 선정(selecting)하기 위해 1997년부터 2003년까지 7년간 수행된 대규모 프로젝트이다(OECD, 2005). 이 프 로젝트를 통해 핵심역량의 개념적, 이론적 기초가 마련되었으며 21세기 역량기반교육운동이 촉발되었다(백남진, 온정덕, 2018: 26).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기능주의적인 개념적 틀이 오늘날 역량기반교육에 대한 지배적 인식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eSeCo프로젝트에서 제시한 역량 개념은 경영학적 관점에서 개인과 사회의 ‘성공’에 목표를 두고 있다. “개인의 성공적인 삶과 잘 기능하는 사회”(a successful life and a well-functioning society)를 위해서 필요한 핵심역량은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그 능력은 ‘지식과 인지적, 실천적 기능뿐만 아니라 태도, 감정, 가치, 동기 등과 같은 사회적, 행동적 요소를 가동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규정하였다 (OECD, 2005:4). 핵심역량은 “지식이나 기능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개인과 사회에 가치있는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인지, 다양한 맥락에 적용 가능한 ‘횡단적 역량 (transversal competencies)’인지, 특정 직업이나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개개인에게 중요한 것인지에 따라 선정되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하였다(OECD, 2005:4). 프로젝트는 ‘성찰성(reflectiveness)’을 중심으로 서로 연 결된 3개의 역량 범주를 설정하고 총 9개의 핵심역량을 선정하였다(OECD, 2005: 5-15).6)
DeSeCo프로젝트에서 제시한 핵심역량의 정의와 목록 은 역량기반교육을 직업준비교육, 진로교육으로 개념화 하는데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핵심 역량을 선정하는 등 각종 기관에서 핵심역량을 정의하고 다양한 덕목적 역량을 목록화하였다.7) 특히 ‘21세기스킬파트너십’8)에서 제시한 ‘4C 역량’9)은 이른바 ‘21세기 핵심역량’으로 각광을 받았으며(한국교육개발원 역, 2012), 미국의 ‘교육과정재설계센터’(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 는 ‘21세기 교육의 개념틀’을 통해 교육의 핵심으로 지식, 스킬, 인성, 메타학습 등 4가지10)를 제안하는 등 역량기반 교육운동의 논의를 한 차원 전진시켰다(이미소 역, 2016).
세 번째는 역량 개념의 전환이다. 역량 개념을 전환시킨 장본인 역시 OECD이다. 역량 개념은 OECD의 ‘교육 2030프로젝트’를 통해 교육적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2015년부터 수행된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OECD Education 2030: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프로젝트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규정하고, 역량 개발 방법을 탐색하여 ‘학습틀 2030’을 제시하였다. 2030프로젝트는 역량의 목표를 ‘성공’에서 ‘웰빙’으로 전 환시키고, ‘핵심역량’이란 명칭도 ‘변혁적 역량’으로 대체 하면서 학생의 ‘행위 주체성’ 개념을 도입하는 등 역량 담론의 프레임을 전면적으로 갱신하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역량기반교육을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학교교육적 보편교육의 차원으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무엇보다도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역량의 목표를 웰빙으로 천명하였다는 것이다. 역량의 목표를 ‘성공’ 에서 ‘웰빙’으로 전환함으로써 역량기반교육이 성공 이데올로기를 추구하는 경쟁논리, 자본논리, 기업논리에 경도되어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2030프로젝트는 웰빙은 수입과 부, 직업, 소득, 주거와 같은 물질적 요소에 대한 보장뿐 아니라 건강, 시민 참여, 사회적 관계, 교육, 안전, 삶의 만족, 환경 등 삶의 질과 관련된 모든 조건들에 누구나가 공평하게 다가갈 수 있는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OECD, 2018: 3). 교육은 ‘직업 세계에 대한 준비 이상의 것’이며, 지속가능한 미래에 필수적인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를 개발시킴으로써 “실천적이고 책임감있는 참여하는 시민(active, responsible and engaged citizens)” (OECD, 2018: 4)을 양성하여야 한다고 역량 개념의 인본 주의적 성격을 강화하였다.
다음으로 중요한 변화는 ‘변혁적 역량’으로의 전환이 다. 종래의 ‘핵심역량’을 대체하여 ‘변혁적 역량’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우선 역량 개념은 지식과 기능의 습득을 넘어서는 개념이라고 전제하고, “복잡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를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으로 명료화하였다. 변혁적 역량은 “사회를 변혁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량”이며, “혁신적이고 책임감 있는 각성된 주체”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역량이 라고 규정하고(OECD, 2018: 5), 새로운 가치 창출하기, 갈등과 딜레마 넘어서기, 자율적 책임 다하기 등 세 가지의 변혁적 역량11)을 제시하였다(OECD, 2018, 2019).
아울러 2030프로젝트는 ‘학습 나침반(learning compass)’ 을 구안하여 역량기반교육에 반드시 숙고하고 반영해야 할 교육적 개념인 역량의 구성 요소, 학생 행위주체성, 역량 개발 사이클 등에 대하여 가이드를 제시하였다(OECD, 2018, 2019). 변혁적 역량은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로 구성 된다. 역량의 구성 요소가 곧 교육의 내용이 된다.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전통적인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간학문적, 인식론적, 절차적 지식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 다. 지식을 탐구하고 지식을 환경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능(skills)은 인지적⋅메타인지적 기능, 사회적⋅정서적 기능, 그리고 신체적⋅실천적 기능을 모두 포함하여야 한다. 지식과 기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동기, 신뢰, 다양성과 도덕에 대한 존중 등의 태도와 가치를 통해 매개되어야 한다. 태도와 가치는 개인적, 지역적, 사회적, 글로벌적 수준에서 조절될 수 있다.
역량 함양의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은 세계에 참여하는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사람, 사태, 환경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목표를 수립하고 실천하는 능력이다. 학생의 행위주체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개별성뿐 만 아니라,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교사, 또래, 가족, 지역사회와 맺는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OECD, 2018: 4).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역량 AAR 사이클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역량 AAR 사이클은 예견(anticipation)- 실천(action)-성찰(reflection)이 내면화되는 과정을 통해 변혁적 역량이 점점 깊어지고 넓어지는 나선형적 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예견’은 단순히 탈맥락적으로 요행적인 결과를 예상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체성에 기반하여 삶을 책임지는 관점에서 노력의 결과를 통찰적으로 전망하는 차원이 되어야 한다. ‘실천’은 환경과 상호 작용하면서 자신의 학습과 상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마음과 능력이다. ‘성찰’을 통해 학습자는 사고를 개선하고 이해를 심화시켜 미래의 행동을 공유된 가치와 의도와 일치시키고 변화하는 상황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성찰은 과학적 탐구에 뿌리를 둔 체계적이고 엄격하며 절제된 사고방식이다(OECD, 2019. 119-125).
역량의 개념사적 변천 과정을 도표로 정리하면 <표 1> 과 같다. 역량의 개념사적 고찰에서 발견하는 시사점은 역량 개념이 점점 인본주의적이고 교육적인 맥락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무수행능력, 핵심역량, 변혁적 역량으로 전개된 역량 개념은 애초에 기업교육적 직무훈련의 맥락에서 대두되었으나, 도입-확산-전환의 개념사적 변천 과정을 거쳐 학교교육적 학습경험의 맥락으로 이동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기업체에서 사용하는 역량 개념과 학교교육에서 적용하는 역량 개념은 서로 다를 수밖 에 없다(윤정일 외, 2010). 기업중심적 접근은 기업의 이윤추구 목적과 기업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며 탁월한 수행자가 창출하는 직무적 성과에 주목한다. 반면 학교중심적 접근은 인간의 생애 전반에 걸쳐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필수 역량의 발달적 체득에 중점을 둔다. 역량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적용하면 기능주의나 행동주의의 덫에 갇히게 되고, 너무 광범위하게 해석하면 일상의 틀에 매이 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적 중용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 1>
역량의 개념사적 변천
구분 도입 확산 전환
대두 1973년 1997년 2015년
주창 McClelland 등 DeSeCo 프로젝트 교육2030 프로젝트
목표 성과(outcomes) 성공(success) ‘좋은삶’(well-being)
역량 직무수행역량 핵심역량 변혁적 역량
정의 사회적 맥락에서 성공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특성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
지식, 기능, 태도와 가치를
총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핵심 수행(performance) 성찰(reflectiveness) 행위주체성(agency)
맥락 기업교육적 직무훈련교육 학교교육적 직업준비교육 학교교육적 보편교육
관점 심리학적 관점 경영학적 관점 교육학적 관점
기반 행동주의 기능주의 인본주의
역량기반 교양교육는 학교교육적 맥락에서의 역량 개 념을 전제로 성립된다. 특히 2030프로젝트에서 역량의 목표를 ‘웰빙’으로 제시하였다는 것은 역량기반 교양교육 의 맥락에서 매우 의미있는 변화이다. 개인과 사회의 ‘좋은삶’과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는 변혁적 역량의 목표는 보편적인 교양교육이 추구해온 인간 형성의 길이며, ‘인 간, 사회, 자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세계관과 건전한 가치관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교기원, 2016)의 목표와 지향을 공유한다.

3.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수학적 조건

3.1. 교양교육의 목적으로서의 좋은삶(Well-being)

역량 개념이 보편적이고 필수적인 생애능력으로 의미를 확장하면서 학교교육적으로 재개념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류의 오래된 교육적 이상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2030프로젝트에서 역량기반교육의 궁극적 지향으로 ‘웰빙’을 제시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교육의 원천으로 회귀하여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은 ‘에우다이모니아(ευδαιμονια)’, 즉 웰빙에 이르는 데 있다(정철민, 2013). 웰빙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삶의 목적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목적으로 각광 받아온 개념이다. 교육목적으로서 웰빙은 이른바 ‘잘 먹고 잘 살기’식의 일상적 의미를 초월하며 심리적인 행복, 사회적인 성공, 경제적인 만족, 공리적인 복지를 넘어서는
교육적 개념으로, “인간 고유의 특성인 이성을 갈고 닦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정철민, 2013: 150), ‘좋은삶’12) 을 의미한다. ‘좋은삶’은 가치적으로 ‘마땅하다’는 의미, 규범적으로 ‘옳다’는 의미, 능력적으로 ‘훌륭하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지하고 있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또한 ‘좋은 삶’은 모든 사람이 희구한다는 보편적인 성격, 모든 사람이 추구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성격,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 나름의 ‘좋은 삶’을 살아간다는 실존적인 성격을 모두 담고 있는 총체적인 개념이다. ‘좋은삶’은 ‘좋다, 바람직하다, 가치있다’ 등의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더 나은 삶, 더 좋은 삶, 더 바람직한 삶’을 통해 사람다운 사람이 ‘되어감(becoming)’을 이른다. 즉 ‘좋은삶’은 사람 다움을 발현하면서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삶의 질적으로도 바람직한 삶을 영위하는 그 자체이기 때문에 삶의 목적이면서 동시에 교육의 목적이 된다.
‘좋은삶’은 아레테(arete)를 통해 구현된다. 아레테는 윤리적 측면에서 덕(virtue)을 의미함과 동시에 활동의 측면에서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탁월성(excellence)을 의미한다.13) 정신 활동과 연관될 때는 지적 탁월성을 뜻하는 덕으로 나타나고, 생존과 관계될 경우는 그 실천적 의미인 유능함으로 나타난다(김내균, 1998: 59). 아레테는 존재 그 자체의 본래적 성질인 ‘그(것)다움’을 올곧게 구현해 내는 훌륭함이다.14) 교육적 관점에서 아레테는 “인간이 발휘하는 능력을 올바른 것으로 만들어주는 인식의 조건”(홍윤경, 2010: 153)이 된다. MacIntyre는 “좋은 삶의 핵심적 구성 요소”는 “아레테의 실천”이다(이진우 역, 1997: 273)라고 하였다. ‘좋은 시민’(good citizen)으로 서 “마음의 아레테”(홍윤경, 2010)를 함양하고 실천하는 교육이 자유교육인 것이다.
자유교육은 무엇보다도 ‘합리적 마음’을 발달시키는 교육(Hirst, 1965)이며, “앎과 경험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자유로워지는 교육”(손승남, 2020: 19)이다. 자유교육은 목적적, 내용적, 방법적 자유의 원리에 따라 구현되는 교 육이다. 즉, 무지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신을 통해 내재적 가치를 추구하는 목적적 자유의 원리, 직업적 긴박 성과 실무적 유용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내용적 자유의 원리, 외부적 강제와 훈련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운 방식으로 구현되는 방법적 자유의 원리에 의하 여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자유교육은 인간 고유의 언어적 질서를 익히는 세 가지 길(trivium)과 자연 세계의 수리적 원리를 탐구하는 네 가지 길(quadrivium)에서 꽃피운 자 유로운 인간의 마음이며, 좋은 시민의 문화이다.
하지만 자유교육은 성립 당시부터 철학자적 전통과 웅 변가적 전통이 경합적으로 공존하였으며(Kimball, 1986), 시대와 사회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다양한 변천을 거듭해왔다. 특히 미국은 자유교육을 미국의 실용주의적 풍토와 대중교육적 상황에 맞게 번안하여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으로 변용하였다(박연호, 2010: 58). 하버드대학 이 2009년에 시행한 새일반교육(New General Education) 을 자유교육이라고 천명하였듯이(하버드대학, 2007: 1), 2500년을 이어온 자유교육은 끊임없는 재해석을 통해 오 늘에 이르렀다. 역량기반 자유교육15) 역시 자유교육의 현대적 재해석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자유교육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은 교양교육이 추구해 야 할 지고의 사명이자 숙명적 과업이다. 교양교육이 자유 교육에 기원을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유교육은 ‘가장 바람직한 이상적 교육’이라는 이념형적 지위를 확보하기 있기 때문이다. 역량기반 자유교육은 ‘좋은삶’을 추구하는 자유교육의 목적적, 내용적, 방법적 자유의 원리를 지향하고, 전통적인 주지적 교과의 고착화 양상을 지양한다. 현대적 자유교육론을 정립한 Hirst가 후기에 ‘지식의 형식론’에서 벗어나, ‘사회적 실제론’으로 자유교육을 재해석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후기 Hirst(1999)는 자유교육은 실천적 이성(practical reason)의 발달시킴으로써, 좋은 삶을 구성하는 총체적 활동 양식인 ‘사회적 실제’(social practices)에 입문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하였다. Ewens(1979) 는 자유교육에 대한 역량기반 접근의 영향을 고찰하면 서,16) 자유교육의 형이상학적인 이론적 측면보다는 실제 적인 성과와 기능의 측면에 주목하였다. 단순히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기능, 능력, 태도 등 지식을 효과적으로 활용 할 수 있게 해주는 실제적 지식이 자유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역량기반 자유교육을 ‘자유교육의 현대적 버전’이라고 주장하였다.
자유교육의 재해석의 역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인간다움의 아레테를 구현함으로써 ‘좋은삶’을 영위 하는 교육을 추구하여 왔다는 것이다. 인간다움의 아레테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자유로운 정신, 합리적 마음, 실천적 이성 등으로 나타났으며 현대 사회의 맥락에서는 ‘변혁적 역량’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은 역량의 맥락에서 인간 고유의 아레테를 계발함으로써 ‘좋은삶’을 구현하고자 하는 21세기적 자유교육을 지향한다.

3.2.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의 역동적 총체로 교양 교과의 재구조화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목적과 방향에 대하여 동의한다고 하여도 ‘무엇’으로 역량을 함양할 것인가는 여전히 남아있는 역량기반교육의 핵심적인 과제다. ‘무엇’에 대한 문제는 ‘언제’, ‘어디서’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먼저 ‘언제’, ‘어디서’에 대하여 답하면, 역량은 ‘언제라도’, ‘어 디서라도’ 계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량은 사람됨의 일반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든, 어느 순간이 든 삶을 영위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또는 의도적으로 계발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역량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통하여 역량을 계발한다고 한정할 수밖에 없다. 학교교육은 공식적으로는 정규적인 교과 교육과정과 비정규적인 비교과 교육과정으로 구성되며, 비공식적인 잠재적 교육과정도 작동되는 ‘작은 사회’이다. 따라서 역량은 교과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비교과 교육과정과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서도 총체적으로 계발된다. 그렇지만 학교 교육과정의 본령은 교과 교육 과정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또 한 번의 한정을 통하여 역량은 교과 교육과정을 통해 계발된다고 가정한다.17)
교과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과(subject matter)다. 교육 과정을 조직화하는 개념적인 틀인 교과는 학교교육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교과는 지식, 경험, 학문, 주제, 분과, 학제 등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지만 전통 적으로 이론적 지식을 중심으로 교과를 조직화하였다. 역량기반교육은 전통적인 교과에 대하여 비판적이다. 주지적인 이론적 교과가 교과중심, 암기중심, 지식전달중심의 ‘집어넣는’ 교육 시스템을 고착화시켰다고 지적하고, 교과의 재구성을 통해 주제중심, 생각중심, 지식활용중심의 ‘꺼내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역량기반 교과의 재구성은 곧 지식의 재구성이다. 어떤 교과이든 무기력한 지식, 죽은 지식, 쓸모없는 지식이 아니라 가치로운 지식, ‘힘있는 지식’, 전이가(轉移價) 높은 지식, 살아있는 지식을 전제하고 교육한다. 그러한 교과는 끊임없이 지식의 성격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지식으로 재구 성하는 교과이다. Lyotard는 ‘포스트모던적 조건’에서 지식의 암묵적 차원에 주목하면서 지식의 성격 자체가 변화 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포스트모던적 사회에서의 지식은 단지 과학적 지식만이 아니라 행할 줄 알고, 생활할 줄 알고, 경청할 줄 아는 것을 망라한 포괄적 지식이라고 강조하였다(이현복 역, 1992).
역량기반 교양교육에서 추구하는 교양 교과는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가 탈경계적으로 녹아있는 역동적 총체이다. 여기서 핵심은 지식이다. 사실적이고 명제적인 이론에 국한된 전통적인 지식이 아니라, 학문적, 간학문적, 인식론적, 절차적 지식(OECD, 2018)에 기능을 입히고 태도와 가치를 녹여서 융합적으로 재구성된 새로운 지식이다. 인지적⋅메타인지적, 사회적⋅정서적, 신체적⋅실천적 기능(OECD, 2018)은 지식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사고적 기능과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하는 수행적 기능을 자유 자재로 활용하는 총체적 능력이다. 태도와 가치는 개인적, 지역적, 사회적, 글로벌적 수준에서 지식과 기능에 접근하 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다(OECD, 2018). 이는 일찍이 Bloom(1956)이 교육목표분류학에서 제안한 인지 적, 정의적, 심동적 영역을 포괄하며, 특히 인지적 목표로 제시한 지식, 이해, 적용, 분석, 종합, 평가를 하나로 녹여 내는 교과이다. 이론적 지식만을 추구하던 주지적 교과는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동시에 함양하는 총체적 교과로 전환되어야 한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이른바 ‘교과역량’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과목별로 주된 핵심역량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손승남 외, 2021: 23)는 인식은 역량을 과목의 외부에서, 상명하복적으로 ‘주어지는 것’으로 오해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학기본역량 진단 등에서 과목과 역량을 무조건적으로 매칭하도록 요건화한 것에서 비롯된 부작용으로 보인다.18) 하지만 교과목의 교육목표를 역량으로 설정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교과적 체계이다. 모든 교과는 고유의 교육목표를 전제로 개설되며, 그 교과의 목표는 지식, 경험, 역량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다. 교과역량은 교과의 교육목표를 역량의 목록이나 문장으로 제시한 것이다.19) 교과, 교육 과정, 교양교육, 대학의 교육목표가 일관성있게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교육적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

3.3. 학생의 행위 주체성(Agency)과 수업의 재구성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또 하나의 핵심적인 과제는 ‘어떻 게’ 역량을 함양할 것인가이다.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역량은 수업을 통해 계발되기 때문에 역량기반 교수학습법의 개발 및 보급과 아울러 교수자와 역할 변화와 학습자의 자세 변화를 요청한 다양한 제안(백승수, 2020: 123)은 여전히 유효한 역량 계발의 방법이다. 여기에 덧붙여, 2030프로젝트에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의 개념을 수업의 맥락에서 재구조화하면서 역량 계발의 교수학적 여건 및 조건을 검토하고자 한다.
2030프로젝트는 변혁적 역량은 본질적으로 발달적이며 학습가능한 능력이라고 전제하고, 예견-실천-성찰의 과정으로 내면화되는 ‘AAR 사이클’을 통해 역량을 함양 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OECD, 2018). 여기서 ‘변혁 (transformation)’의 의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ransformation 은 단순한 변화(change)가 아니며 혁명(revolution), 개혁 (reform), 혁신(innovation)과도 사뭇 다른 의미를 가진다. ‘trans-’는 전환, 횡단, 초월의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transformation’은 전환적, 횡단적, 초월적 형성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AAR 사이클’을 통해 계발되는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은 형성-해체-재형성 의 역동적인 과정을 통해 복잡한 사회적 맥락에서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20) 이러한 역량은 끊임없는 자기 교육으로 인간 형성, 사람됨을 추구하는 자유교육의 이념과 지평을 공유한다.
형성-해체-재형성의 나선형적 순환의 과정은 하버드대학이 제시한 자유교육의 목표에 잘 드러나 있다. 하버드대학은 자유교육을 “추정된 사실들을 동요시키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며, 현상들 밑에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폭로하고, 젊은이들의 방향감각을 혼란시켜 그들이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하버드대학, 2007: 1)이라고 규정하였다. 익숙한 것은 이미 형성된 것이며, 낯설게 하기는 해체의 과정이며, 다시 방향을 잡는 것은 재형성의 길이다. 또한 논어의 첫 문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도 배움-익힘-희열로 전환되는 교육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배우고 익힘으로써 깨달음의 기쁨을 내면화 하는 것이 학습이다. 배움으로 형성하고 익힘으로 해체하며 희열로 재형성하는 자기공부 길을 통해 역량을 함양하고 인간이 되어간다(becoming). 배운 것을 익히면서 자기 스스로 깨우쳐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아하! 체험 (aha-erlebnis)’적 희열을 통해 인간으로 성숙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학생의 자기주체성이다. 주체성은 자기 머리로 스스로 사고하며, 자신의 행위에 자율적으로 책임 질 줄 아는 성숙한 인격이다. 인격은 삶의 가치 체계를 스스로 선택하고 성숙시키며, 자신과 사회와의 관계를 자신의 신념과 자각에 의하여 정립시키며, 자신의 행위와 삶에 대하여 스스로 책임지는 능력이다(황정규 외 2011: 104). 자유교육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당연의 세계’, ‘물론의 세계’에 길들어 있는 마비된 이성을 각성시켜 책임있는 주체로 거듭나도록 하는 교육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자가 아니라 학생이 질문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 스스로 자율적으로 질문을 만들고, 주체적으로 질문을 제기하는 질문기반수업, 질문기반학습이 되어야 한다. 모든 학문적 탐구는 질문으로 시작되며, 질문을 갖지 않는 한 학문적 탐구는 시작되지 않는다(한기철, 2013: 317). 질문만들기는 주체적인 학습 경험이다. 단편적인 매뉴얼 적 지식의 탈맥락적 암기와 파편적 재생은 역량기반 교양 교육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역량은 이전에 습득한 지식이
한편으로 역량기반교육에서 간과해서는 안될 핵심적 인 요소는 수업의 여건을 역량 계발이 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가 학생 개개인의 역량 계발 정도를 수업의 과정상에서 실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수강 규모의 적정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수강정원 하향 조정, 과정중심평가, 절대평가제 도입, 수업지원조교 배 치 등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질적 제고를 위한 조치를 시행 한 사례(이효성, 차성현, 2020)는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업 여건 개선 등 교육의 물적 토대에 대한 투자와 지원 을 확대해야 교육적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3.4. 실존적 성찰에 기반한 내러티브적 평가

모든 교육개혁은 평가의 개혁으로 완성된다. 교육의 목적과 목표가 바뀌면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바꾸고 그에 걸맞는 새로운 평가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교육적 진정성이다. 교육의 목적은 평가로 정당성을 확보하고 학습경험은 평가로 가치를 획득한다. 교육평가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교육혁신은 허구다. 역량기반 교양교육 역시 평가의 개혁이 교수학적 차원에서 또 하나의 핵심 과제이다.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는 먼저 종래의 전통적인 평가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Rose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의 원칙’을 학교교육에 적용한 시스템으로 표준이라는 신화를 확산하며 획일적 평균주의를 제도화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교육의 표준화는 일차원적 등급 매기기로 모든 학생에게 평균적으로 똑같은 획일성을 강제하면서, 동시에 다른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도록 강요하는 허상이 라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정미나 역, 2018). 사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산업사회의 산물이다. 산업사회가 테일러주의에 기반한 분업적 효율화 시스템을 통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였듯이, 학교사회도 표준과 효율로 삶을 쪼개고 분절화시켜 등급을 매기고 서열화시켜 낙인을 찍었다. 그러나 변혁적 역량은 평균주의와 관리주의가 아니라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함양되는 삶의 총체적 능력이다.
역량은 지능을 넘어서는 사람됨의 실존적인 능력이기 때문에 표준과 효율을 적용할 수 없다. McClelland(1973) 가 지능지수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능의 대안 개념으로 역 량을 제시하였지만, 표준주의에 기반하여 지능 대신에 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려고 하였다. Rose(2018)는 지능지수의 허상을 비판하고 ‘개개인성’을 제안하면서, 탈평균 주의에 터하여 표준 대신에 개개인의 주관성을 강조하며 ‘평균의 종말’을 선고했다. McClelland가 모던한 산업화 시대의 효율성을 반영하였다면, Rose는 포스트모던한 지식정보 사회의 개인성을 투영하였다. 시대와 사회가 변화하면서 평가의 목적과 방법도 변화한 것이다. Nussbaum 은 “사람마다 핵심역량을 달성한 정도는 양적,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역량을 단일 수치 척도로 환원해 평가하면 반드시 왜곡이 생긴다”(한상연 역 2015 : 33)고 지적하였다. 대학생핵심역량진단도구(K-CESA)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에서 자체 개발한 역량진단도구 뿐만 아니라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루브릭(rubric)이나 스킬 프린트(skill print) 역시,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집단적 표준의 개념에 근거한 평균주의적 측정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보여준다.
사람됨의 총체적 역량은 집단적으로 비교하고 객관적으로 재단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역량 평가의 전제는 학생 개개인의 주체적인 자기 평가다. 자기 평가는 곧 성찰적 평가다. 소크라테스가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갈파하였듯이, 성찰은 인간의 자존을 드높이는 가장 고등한 평가이다. 외부적 잣대에 휘둘리는 수동적 측정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주체적인 평가시스템이다. 새로운 역량 평가는 행동주의적 편향을 극복하고 인본주의적 지향을 담지해야 하며, 환원주의적 결과적 측정관에서 벗어나 총체적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 적 평가를 추구해야 한다.
학교교육의 맥락에서 역량 평가는 학생 개개인의 실존적 성찰에 기반한 내러티브적 평가로 전환되어야 한다. 쿠레레(currere)로 커리큘럼(curriculum)을 재개념화한 Pinar 는 ‘개인’의 자아성찰적 관점에서 교육의 내적 경험을 탐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회귀, 전진, 분석, 종합의 단계로 진행되는 ‘자서전적 방법’을 제안하였다(김영천 역, 2005). 자서전은 자기 서사이고 내러티브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의 내러티브로 살아간다. 인간으로서 지적, 도덕적, 정서적 성장을 담담히 성찰하며 자기 내러티브를 만드 는 것이 교육 경험이다. ‘좋은삶’을 꾸려가는 역량은 획득 하고 성취하는 목표나 표적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 경험 속에서 익어가는 성숙이고 되어가는 희열이다. 성취기준 이니 행동지표니 하는 것들은 구시대의 유물, 산업화시대의 잔재, 행동주의의 편린으로 치부된다. 표준주의 모델에 의거하여 점수와 등수 경쟁을 반복하며 상대적으로 등급을 부여하고 획일적으로 줄세우는 서열화된 평가시스템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남아야 할 것이다. 요체는 평가에서 서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종래의 정형화된 획일적 학업 성적표 형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Alverno 대학의 성적표에는 학점에 의한 평가는 없고, 학생이 이수한 과목명과 성공적으로 달성한 역량의 목록을 제시하며, 졸업 시점에는 학업의 질적 수준과 관련된 교수의 판단을 서술한 평가보고서를 제공한다 (최미리, 2010: 496). 교수의 서술식 평가보고서는 학생 개개인의 역량 발달 정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음을 전제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호 작용이 가능한 수강 규모의 적정화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4. 결론

역량기반교육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견인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전환기적 시점에서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육적 타당성을 재검토하여 실천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교육적 조건과 여건을 교수학적으로 규명함으로써 실제적인 실천의 맥락에서 교육적 진정성 회복을 촉구하고자 하였다.
먼저 역량 개념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도입-확산-전환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규정되고 있는 역량의 개념적 변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초창기의 기업교육중심의 행동주의적 역량 개념을 전제로 역량 담론은 전개하는 것은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교수학적 관점에서는 우선 교육목표의 차원에서 역량은 ‘좋은삶’을 영위하는 실질적인 힘으로써 교양교육 전반을 향도하여야한다. 내용적으로 교양 교과는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가 탈경계적으로 녹아있는 역동적 총체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방법적으로는 스스로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학생의 행위주체성에 기반하여 학습의 본질적 의미를 회복하여야 한다. 평가적 측면에서는 도구적이고 측정주의적인 형식적 진단에서 탈피하여 학생 개개인의 실존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내러티브적 평가로 전환하여야 한다.
역량 개념을 명료화하고 역량 담론의 지평을 확장하는 지적 탐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가야 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량기반교육의 올곧은 실천에 대하여 실제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역량기반교육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역량기반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 준비 미흡, 의지 결여, 정책 부재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량기반교육이란 이름으로 수많은 교육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기반교육이 화려한 미사여구와 허울 좋은 수사가 난무하는 교육적 ‘사기’가 아니라, 21세기 포스트 휴먼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길러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학은 역량기반교육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정책적 지원에 의지를 보이지 않으며, 제도적 개선과 교육적 투자도 하지 않는다. 단지 보여주기식의 보고서용으로만 존재한다. 실제와 관계없이 화려한 미사 여구와 최첨단의 보고서 스킬을 동원하여 매끈하게 각색 되고 훌륭하게 분식되어 번듯하게 제시되고 있다. 하루속히 교육적 진정성을 가지고 역량기반교육의 실제적 비전과 실천 계획을 구체화하고 수강 정원 적정화 등 교육적 여건과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교양교육은 존재의 이유를 정당화할 수 없다. 교양교육은 인류의 가치로운 문화에 기반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꾸고 개인의 ‘좋은삶’에 기여해야 한다. ‘더 나은 교양교육’, ‘더 좋은 교양교육’을 찾아가는 교육적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이미 산업화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새로운 ‘스마트 문명’이 전개되고 있다. 스마트 문명은 컴퓨터 혁명, 디지털 혁명의 성과를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를 융합하면서 인류의 삶의 양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백승수, 2020: 164). 인류는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초월하여 시간과 공간이 무한히 확장하는 ‘또 하나의 세계-메타버 스’를 창출하고, 인공지능, 빅 테이터를 통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또 하나의 인간-포스트 휴먼’을 창조하고 있다. 21세기 스마트 문명 시대의 교양교육은 ‘또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고, ‘또 하나의 인간’과 공존하는 전혀 새로운 교양교육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2500년을 이어 온 교양교육은 자유교육의 재해석의 역사이다. 포스트 휴먼 시대,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새로운 교양교육을 요청한다. 역량기반 교양교육은 자유교육의 21세기적 지평을 넓혀나가는 교육적 변혁으로 거듭나야 한다.

Notes

1) 역량기반 교양교육의 도입을 정책지표로 유도한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된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일명 ACE 사업)과

2019년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학기본역량진단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백승수, 2020).

2) 역량 관련 용어로는 competency, competence, competencies, skills, capability, attribute, capacity, ability 등이 혼용되며, 핵심역량 관련 용어로는 key competencies, core competence, threshold competencies, transversal competencies, core skills, general attributes, essential skills, generic competencies, generic skills, graduate capabilities, soft skills, foundation skills, life skills 등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역량을 지칭하는 용어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은 그 만큼 다양한 맥락에서 상이한 의미로 역량 개념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컨대 competency, competence, competencies의 개념을 서로 구분하기도 하고(윤정일 외, 2010), competency, attribute, capabilities가 의미하는 역량 개념이 상이하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한다(박정하, 2021). 또한 미국에서는 competency를, 영국에서는 competence를 사용한다고 구분하기도 한다(오헌석, 2010: 42).

3) 역량 및 핵심역량에 관한 번역어로는 핵심역량뿐만 아니라 일반역량, 일반능력, 일반적 자질, 생애역량, 일반기술, 핵심기술, 핵심자질, 직업기초소양, 직업기초능력 등의 다양한 번역어가 사용되고 있다. competency-based curriculum의 번역어로 역량기반교육과정, 역량중심교육과정, 역량바탕교육과정 등이 활용되고 있으나, 1980년대에는 능력개발교육과정, 능력본위교육과정 등이 사용되었다(이성호, 1987: 445-450). ‘competency’라는 하나의 용어가 ‘능력’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역량’으로 번역되기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4) 역량, 능력, 실력, 기량, 자질, 소양 등 사전적으로, 교육적으로 유사한 의미를 가진, 일종의 ‘유의어’적 의미를 담고 있는 용어들을 작위적으로 구분하고 엄밀하게 진단하여 특정 용어를 배타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분석적으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교육적 실천의 차원에서는 공허한 실증주의적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컨대 교양교육에서는 ‘역량’을, 전공교육에서는 ‘능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혹은 그 역의 경우 등이 그러하다.

5) 역량기반교육은 성과기반학습(outcome-based learning), 숙달기반학습(mastery-based learning), 문제기반학습(problem-based learning), 수행기반학습(performance-based learning), 훈련기반학습(discipline-based learning) 등의 명칭으로 사용되어 왔다(Burke, 2005; Gervais, 2016; 재인용, 설연경, 2020: 27)

6) 3개의 역량 범주(broad categories)는 도구를 상호작용적으로 사용하기(using tools interactively), 이질적 집단에서 상호작용하기(interacting in heterogeneous groups), 자율적으로 행동하기(acting autonomously) 이다. 9개의 핵심역량은 언어, 상징, 텍스트의 상호작용적 활용 능력, 지식과 정보의 상호작용적 활용 능력, 기능의 상호작용적 활용 능력,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능력, 팀으로 일하고 협동하는 능력,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능력, 넓은 시각에서 행동하는 능력, 인생 계획과 개인적 과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능력, 권리, 관심, 한계와 요구를 옹호하고 주장하는 능력 등이다(OECD, 2005: 5-15).

7) 예컨대,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핵심역량을 “학생의 실제적 삶 속에서 무언가를 할 줄 아는 실질적인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등 6가지를 제시하였다(교육부, 2015).

8) P21(The Partnership for 21st Century Skills)은 Fadel과 Trilling이 주도하여 2002년에 설립한 미국의 민관협의체로 핵심 스킬의 연구와 보급을 통한 ‘글로벌 21세기 학습운동’을 전개하였다(한국교육개발원 역, 2012).

9)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그리고 협업능력(Collaboration)

10) 여기서 지식은 전통 학문적 지식, 현대 학문적 지식, 학제적 지식을 포함하고, 스킬은 4C 역량을 지칭하며, 인성은 가치 및 태도로 마음챙김, 호기심, 용기, 회복성, 도덕성, 리더십 등을 포함하며, 메타학습은 성장 마인드, 메타인지(성찰), 자기주도적 학습 등을 포괄한다(이미소 역, 2016).

11) 세 가지 변혁적 역량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OECD, 2018, 2019). ①새로운 가치 창출하기(creating new value)는 적응력(adaptability), 창의성(creativity), 호기심(curiosity), 열린마음(open-mindedness) 등을 통해 새로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이끌어내는 역량이다. ②갈등과 딜레마 넘어서기(reconciling tensions and dilemmas)는 모순적이거나 양립 불가능한 생각, 논리, 입장 간의 상호연결성과 상호관계에 대한 시스템적 사고를 통해 경합적인 긴장적 갈등을 조절하고 양자택일적인 딜레마를 극복하는 역량이다. ③자율적 책임 다하기(taking responsibility)는 새로운 가치 창출하기와 갈등과 딜레마 넘어서기의 전제 조건으로, 자제력(self-control), 자아효능감(self-efficacy), 책임감(responsibility), 문제해결능력(problem-solving), 적응력(adaptability) 등을 통해 스스로를 규율하고 책임지는 자기 규율(self-regulation) 역량이다.

12) 그리스어 ευδαιμονια는 영어로 eudaimonia, well-being, the good life, happiness, flourishing life 등으로, 우리말로는 잘 삶, 좋은 삶, 참살이, 행복, 풍요로운 삶 등으로 번역된다. ‘잘삶’이 사용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좋은 삶’과 구별하여, ‘좋은삶’으로 붙여쓰기하여 표기한다. ‘좋은 삶’은 관례적으로 사용되는 일상적 언어로, ‘좋은삶’은 교육의 목적을 지칭하는 학술적 용어로 사용하고자 한다.

13) 아레테는 주로 덕윤리학에서 탐구해 온 주제이지만, 바람직한 가치를 지향하는 교육적 관점에서도 교육의 본질을 탐구하는 매우 중요한 핵심 개념이다. 한기철(2013) 참조.

14) ‘그(것) 다움’, ‘그(것) 답다’는 의미를 잘 살린 것이 공자의 정명(正名) 개념이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갈파하면서 문질빈빈(文質彬彬) 한 ‘다움’을 강조하였다(백승수, 2020: 57).

15) ‘역량기반 자유교육’을 ‘역량기반 교양교육’과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교양교육’이 전통적 의미의 ‘자유교육’ 과 사뭇 다르듯이, 일정 정도의 한계를 가지지만 여기서는 개념적 차이 없이 혼용한다. 다만 역사적 맥락을 강조할 때는 역량기반 자유교육을 사용한다.

16) Ewens(1979)의 논문에 대하여 소경희(2009: 10-14)는 수용적인 측면에서, 한수영(2021: 16-17)은 비판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17) 물론 초중등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창의적 체험활동 비롯하여 대학에서 진행되는 각종 비교과 프로그램 역시 역량 계발에 필수적인 또 하나의 교육과정이다. 다만 여기서는 정규 교과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고찰한다.

18) 교육부(2020:53)는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편람에서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양 교육과정 편성⋅운영 현황”을 제출하도록 요건화하고, “한 교과목에 2개 이상의 핵심역량이 연계된 경우에는 주된 핵심역량을 기준으로 1회 기재함”이라고 명시하였다.

19) 황규호(2017: 261)는 역량교육을 “역량의 목록을 통해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재설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내용이나 학습경험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교육적 노력”으로 해석하고 있다.

20) 일반적으로 ‘transformative competencies’를 ‘변혁적 역량’으로 번역하고는 있지만 적절한 번역어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보듯이 트랜스포머가 보여주는 역량은 맥락적 상황에 적합하게, 자유자재로, 능수능란하게 변신-해체와 재형성-하는 역량을 함의한다. ‘변혁적 역량’이 라는 번역으로는 ‘트랜스포머적인 역량’의 의미가 와닿지 않는 한계가 있다. 필자 역시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해 임시방편적으로 ‘변혁적 역량’으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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