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J General Edu Search

CLOSE


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6(2); 2022 > Article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양철학 교육에 관한 고찰 -‘VR챗 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Abstract

본 연구는 메타버스에서 이루어진 교양철학 강의의 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비대면화의 물결 속에서 교양철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향방을 모색하고자 한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보다는 토론과 의사소통이 강조되는 철학 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양질의 교양 철학 교육이 비대면의 방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찰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다음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교양철학 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다. 두 번째로, 동일한 교양철학 강의가 대면으로 진행되었을 때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을 때를 비교함으로써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의 한계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앞선 두 논의에 기초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교육이 교양철학 비대면 교육의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인다. 본 연구는 메타버스 플랫폼 ‘VRChat’에서 실제로 진행된 미학 강의의 사례를 분석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교육이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그리고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find the direction in which general philosophy education could proceed amid the big wave of virtualization by analyzing a lecture course in general philosophy conducted in the Metaverse. Considering the characteristics of philosophy education that emphasizes discussion and communication, it would be necessary to consider how general philosophy education could be conducted.
With these problems in mind, this study will consist of the following three steps. First, we will discuss the nature and significance of general philosophy education. Second, we will illuminate the limitations of online general philosophy education by comparing cases of a face-to-face lecture with a non-face-to-face one. Finally, based on those previous considerations, we will show that education in the Metaverse might serve as a promising alternative to non-face-to-face general philosophy education.
This study analyzes the case of an aesthetics lecture conducted in ‘VRChat’, which is a popular Metaverse platform, and argues that education in the Metaverse has an advantage in that it could supplement and even strengthen interactions, especially between learners.

1. 서론

본 연구는 우리가 마주한 비대면(非對面)화의 물결 속에서 교양철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향방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의 물결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사회의 다양한 국면이 비대면화되고 있으며, 교육 분야 역시 이러한 경향에서 예외는 아니다. 초⋅중⋅고를 비롯하여 대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교육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비록 이러한 비대면화가 갑작스럽게, 그리고 불가피하게 시작된 탓에 교육자와 학습자 양자에게 많은 어려움을 낳기는 했으나, 일단 촉발된 비대면화의 흐름은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되리라는 것이 주요한 전망이다(김영환⋅송성숙, 2012:7; 홍성연, 2020:284).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고 비대면 온라인 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대면 교육의 본격화는 교양 철학 교육에 있어서 심대한 난관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비판적 사고뿐만 아니라 말하기와 글쓰기, 토론하기 역시 중요한 내용으로 삼는 교양 철학 교육이 온라인 영상 시청만으로는 온전히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줌(ZOOM)’과 같은 실시간 온라인 수업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이러한 온라인 수업도구들 역시 현장 강의에 비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피로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김보영⋅한승우, 2020:11-12). 물론 이와 같은 비대면 교육 방식의 한계점은 비단 철학 교육에서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나, 일방적인 지식 전달보다는 토론과 의사소통이 비교적 강조되는 철학이라는 학문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비대면 교육이 본격화되는 오늘날 양질의 교양 철학 교육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하여 교양철학의 비대면 교육의 한 가지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 목적을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교양철학 교육의 의미와 필요성을 논함으로써, 교양철학 교육이 무엇이며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두 번째로는 동일한 교양철학 강의가 대면으로 진행되었을 때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을 때를 비교함으로써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앞선 두 논의에 기초하여, 교양철학 교육의 한 가지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진 비대면 교양철학 강의의 실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이루어질 것이다. 비록 본 연구가 교양철학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전략은 철학뿐만 아니라 교양 교육 일반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 교양 교육이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새로운 방향을 엿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 교양철학의 의미와 필요성

모든 학문의 시원이자 상아탑의 중심이었던 철학이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철학 전공이 축소되고 있는 것은 자명한 현실이다. 많은 대학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취업을 위한 기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철학 전공의 설 자리는 크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에서 철학은 전문 철학자를 길러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바로 교양 교육이다. 교양 교육으로서의 철학, 즉 ‘교양철학’과 전공 교육으로서의 철학, 즉 ‘전공철학’이 지향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나 양자의 강조점은 동일할 수 없다. 전문 철학자의 양성을 목표로 삼는 전공철학에서는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선행 연구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교양철학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 능력과 논리적 표현 능력의 함양’이다. 즉,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교양인은 가령 임마누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에 완벽한 해제를 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닌, 칸트의 논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스스로 비판적 사고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이를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각종 문제의 해결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표현 능력은 공동체의 건전한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역량이다. 비판적 사고란 맹목적인 믿음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사고하는 것을 의미한다(오종환, 2020:19). 어떠한 공동체든지 구성원 간 갈등은 늘 발생한다.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견해의 건전성을 점검하고 양측의 이견을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비판적 사고 능력이 공동체 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표현 능력 역시 필수적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견해를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비판적 사고의 결과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뿐이다. 비판적 사고 능력과 논리적 표현 능력 제고는 공히 철학 교육이 겨냥하는 가장 주요한 목표이다.
대학이 단순히 전문 기술인을 길러내는 기관이 아니어야 한다는 데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었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할 바람직한 태도를 갖추지 못한 대학 졸업생은 오히려 공동체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양 교육으로서의 철학은 대학 내에서 더욱 확대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다행히도 많은 대학들에서 교양교육을 중심 의제로 삼고 있지만, 교양철학에 주어진 시간이 전공철학에 주어진 시간만큼 충분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교양 강좌가 그러하듯이, 특별히 철학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학생들이 4년 간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듣게 되는 교양철학 강좌는 1~2과목 정도이다.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일정 학점 이상의 교양철학 강좌를 수강하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겠으나, 작금의 현실에서 교양철학의 교수자들은 극히 제한된 시간 내에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효과적인 철학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양철학 교육의 교수법은 대화와 토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철학적 입장들을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철학적 문제들을 발굴하며, 그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을 가지고, 더 나아가 이를 타인과 논리적으로 소통하는 일을 체험하는 것이 이상적인 교양철학의 방향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의 제고는 이상적인 교양철학 교육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1)

3. 비대면 방식의 교양철학 교육에 대한 분석

앞선 장에서는 교양철학의 성격과 의의에 대하여 고찰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본 장에서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교양철학 교육의 특징과 한계를 조명할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비대면 교육이 어떤 특성을 갖는가를 살펴보고, 대면⋅비대면 교양철학 강좌의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비대면 교육의 한계가 비대면 교양철학 강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3.1. 비대면 교육의 특징과 한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2020년 1학기부터 대부분의 대학이 수업의 상당 부분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교육 현장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비대면 교육의 현황에 대한 고찰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비대면 교육이 본격화되어가는 흐름에 저항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어떻게 대면 교육만큼, 혹은 그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방식으로 정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즉, 현재의 비대면 교육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등 비대면 교육의 학습자들은 대부분 비대면 교육이 불편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박중열, 2020). 대체적인 불만의 내용은 강의의 질이 전체적으로 낮아진 데 비해 과제의 부담은 증가되었고, 대학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의 플랫폼이 불편하다는 것 등이다. 현재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비대면 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가장 즉각적으로 느끼는 불편함은 주로 대면 강의에 비해 낮은 강의의 질과(이윤주, 대학 온라인 강의 만족도 7%불과… 학생들 “등록금 돌려달라”, 한국일보, 2020. 4. 6.), 비대면 교육을 위한 IT 기반의 부족에 기인한다(조인식b, 2020).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대학과 교수자들이 예기치 못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어려움으로 이해해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기술적, 행정적 차원의 어려움은 대학 차원에서 비대면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고 전담 행정조직을 구축하며 정부와의 협업을 통해 비대면 교육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센터 설립 등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행정적⋅제도적 보완을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일시적인 기술적, 행정적 불편함에 가려지기는 했으나 비대면 교육은 대면 교육이 갖지 못하는 여러 장점도 가진다. 첫 번째로 비대면 교육은 유연성을 가진다. 박중열(2020), 홍성연(2020) 등이 지적하듯 비대면 교육은 시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또한 녹화영상을 활용하는 비대면 강의의 경우 학습자가 원하는 만큼 반복학습이 가능하며, 시스템에 따라 학습자가 원하는 속도로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학습할 수도 있다.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이러한 특징은 유연한 학사일정을 가능케 하며, 학생들이 학습 시간과 공간뿐만 아니라 과제 수행 등에 있어서도 보다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이동주⋅Misook Kim, 2020) 대면 교육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비대면 교육은 경제성을 가진다. 비대면 교육을 통해 대학은 비용 절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비대면 강의가 전통적인 대면 수업에 비해 학습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이동주⋅Misook Kim, 2020). 이러한 경제적 비용 절감뿐 아니라 비대면 교육은 등교 및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의 절약 효과도 가진다(박중열,2020).
세 번째로, 비대면 교육은 높은 접근성과 확산성을 갖는다. 이는 비대면 교육의 유연성과도 관계가 있는데, 비대면 교육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스템이 열려 있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공유될 수 있다. 강의실의 크기나 행정적 규정에 의해 제약을 받는 대면 교육과 달리,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비대면 교육은 그 학습자 수에 사실상 양적으로 제한이 없다. 또한 비대면 교육이 대학 내의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되는 비대면 교육 콘텐츠는 링크 하나만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수많은 학습자에게 무제한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비대면 교육이 위와 같은 다양한 장점들을 가지며, 현재의 기술적, 행정적 난점들이 극복된다 하더라도 비대면 교육이 전통적인 대면 교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른 듯하다. 많은 연구들이 비대면 교육의 가장 큰 한계로 상호작용의 부족 혹은 결여를 지적한다. 특히 녹화된 동영상 시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교육의 경우 반복학습이 가능하고 시간적 제약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교수자와의 실시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일방향적 지식 전달만이 이루어져 학습자들이 집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김영환⋅송성숙, 2012; 이동주⋅Misook Kim, 2020),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비대면 교육의 경우 녹화영상을 통한 교육보다는 비교적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나 대면 교육과 비교했을 때에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원활하고 즉각적인 소통이 어려운 편이다.
교육의 과정에서 교수자-학습자 간, 그리고 학습자-학습자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이 핵심적인 의의를 가진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호작용에서의 어려움은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치명적인 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자들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상호작용은 학습 동기를 증진시키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심어준다(이지연 외, 2020).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가지는 상호작용이 교육의 과정에서 부족하거나 결여될 때 집중도와 참여도가 낮아지므로 학습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학습자의 정서적 측면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으리라고 예측된다. 특히 상호작용의 부족이나 결여는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얻는 사회적 실재감의 부재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학습자는 고립감과 두려움을 경험하게 된다(김영환⋅송성숙, 2012; 이주연, 2019).
비대면 교육에서 발생하는 상호작용 결여의 문제는 교수자, 또는 개별 학습자의 적응 문제, 혹은 그들의 테크놀로지 활용능력이 함양됨으로써 해소될 수 있는 일시적 문제라고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코로나19 이전에 이루어졌던 비대면 교육의 사례를 감안하면 이는 일시적 문제라기보다는 현재의 비대면 교육이라는 형식 자체가 가지는 한계에 가까워 보인다. 코로나19 이전의 비대면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K-MOOC(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한국형 공개 온라인 강좌)을 꼽을 수 있다. 2015년 출범한 K-MOOC은 고등교육 기반의 강좌들을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 공개강좌 서비스이다. 청소년과 대학생뿐 아니라 성인학습자도 K-MOOC에 쉽게 가입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다양한 강좌를 무료 수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K-MOOC은 유연성과 경제성, 확장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유행을 겪으면서 K-MOOC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는데, 2015년 출범 당시 개설된 강좌는 27개, 수강신청이 55,559건이었으나 2019년에는 개설 강좌 745개, 수강신청 35만 2,262건으로 늘어났다(조인식a, 2020).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K-MOOC의 운영에는 여전히 보완할 지점들이 드러나는데, 특히 수강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수율이 낮다는 점이 주요하게 지적된다(안준후⋅이지연, 2020). 2015년부터 2019년까지 K-MOOC 강좌의 평균 이수율은 13.1%로, 이는 학습자들이 K-MOOC을 장기적인 학습 도구보다는 단순 흥미를 충족시키는 일회성 학습으로만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안준후⋅이지연, 2020: 242). 이와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주로 지적되는 부분은 K-MOOC에서 활용되는 교육 방식이다. K-MOOC 강좌는 대부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지식과 이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교수자와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효과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 설문을 통한 연구결과는 K-MOOC이 질문 게시판, 포럼 등의 기능을 상호작용 도구로서 지원하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도구들이 실제 강의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않으며, 제공되는 강좌들이 대부분 수동적이고 일방향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학습자의 학습 동기와 참여도가 저하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이정민⋅전정아, 2019).
이러한 문제점은 코로나19 이후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비대면 교육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지적될 수 있다. 이는 결국, 현재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상호작용의 한계는 단순히 교수자나 학습자가 비대면 상황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가지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비대면 교육의 본성상 발생하는 한계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한계는 학습자에게는 강의를 통해 교수자나 동료들과 교류하는 경험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게 만들며, 이로써 집중력의 저하를 낳는다. 한편 교수자에게 있어서도 상호작용의 부족은 문제인데, 적절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어려우므로 교수자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을 주요 목표로 삼아 강의를 구성하게 되며, 개별 학생의 참여를 촉진하고 이해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홍성연, 2020: 290). 다음 절에서는 비대면 교육 일반에 대해 지적되는 이러한 한계가 교양철학 강의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3.2. 교양철학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의 상호작용 양상 비교

본 절에서는 수도권 4년제 S대학교의 교양철학 강의인 <예술에 나타난 종교와 철학>(이하 <예술철학>)’ 과목의 설계 및 내용이 대면 강의일 경우와 비대면 강의일 경우에 어떻게 달라지며, 그에 따라 학생 반응 및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비교⋅분석할 것이다. <예술철학>은 2018년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하여 2019년 2학기까지 대면 강의로 진행되었으나 2020년 1학기부터는 팬데믹으로 인하여 비대면 강의로 전환되어 운영되어 왔다. 비록 그 운영방식은 바뀌었으나 <예술철학>의 강의 목표와 내용은 일관되게 교양철학으로서의 정체성에 충실하게 유지되어 왔다. 과목명에서 엿볼 수 있듯 <예술철학>은 예술을 주제로 삼되 그 주제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학습하는 과목으로서, 예술과 관련한 여러 가지 철학적 문제들을 살펴보고 그에 대한 학습자들의 입장을 정립하는 것을 주요 학습 내용으로 삼는다. 이러한 강의목표 하에 해당 강좌가 대면, 그리고 비대면으로 각각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예술철학>은 정원이 70~100명에 이르는 대형 강의로, 소규모 강의에 비해 토론 등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조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수 있는데, <예술철학>은 두 가지 보완책을 사용함으로써 상호작용의 부족을 방지하고 일방적인 지식 전달식 강의에서 탈피하고자 했다. 첫 번째로는 수업 중 자유로운 질문을 적극 권장하기 위해 모든 질문에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예술철학>은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상호작용을 강화하고자 했다. 교양 강의의 학습자들이 수업 중에 질문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자신의 질문이 강의의 진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질문을 적극적으로 던지는 태도가 예의에 어긋나거나 겸손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풍조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예술철학>은 이러한 요인을 고려하여 강의 중간에 질문을 받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질의응답이 수업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고, 질문에 가산점을 부여함으로써 학습자에게 질문을 제기하기 위한 명분과 동기를 제공해 주었다.
두 번째 보완책은 학기말에 2-3주에 걸쳐 진행되는 ‘합평 세미나’이다. <예술철학>에서 진행되는 ‘합평 세미나’는 수강생들이 직접 예술작품을 제작하고 그에 대해 한 학기 동안 배웠던 철학적 사유를 활용하여 실제로 비평과 해석을 해보는, 일종의 ‘실습’ 수업으로 설계되었다. 합평 세미나에서 작품을 발표하고자 하는 학생은 미리 신청할 수 있으며, 한 학기에 4-5팀이 직접 창작한 작품들을 약 10분에서 20분간 발표하였다. 작품 발표가 끝나면 수강생들은 해당 작품, 또는 창작자의 의도 등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개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예술에 관한 여러 논점들이 드러나게 되고, 수강생들은 구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예술작품을 통해 철학적 논쟁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된다. 이와 같이 합평 세미나를 통해 <예술철학>의 수강생들은 서로 적극적으로 상호 교류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합평 세미나가 진행되는 주간에는 모든 학생이 발표 작품 중 하나를 골라 그에 대한 해석이나 비평, 질문을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했고, 제출된 내용은 추후 정리하여 해당 작품을 발표한 발표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간접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독려하였다.
이 두 가지 보완책은 <예술철학>이 대형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효과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질문의 경우 2019년 1학기에는 학생 1인당 평균 1.8개의 질문을 했으며, 전체 수강생 중 62.5%의 학생이 학기 중 적어도 1회 이상 질문 혹은 발표를 했다. 2019년 2학기에는 평균 1.7개의 질문이 제기되었으며 57.5%의 학생이 적어도 1회 이상 질문 혹은 발표를 했다. 강의평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되었는데,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되고 있다’는 항목에 대해 2019년 1학기에는 74%의 학생들이, 2학기에는 80%의 학생들이 ‘매우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강의평가를 통해 몇몇 수강생은 “평소 발표하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참여도가 생길 수밖에 없도록 잘 이끌어 주셨다”, “철학에 대해 너무 멀리 생각했던 부분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셨다.”, “질문을 이끌어내고 토론을 같이 만들어가는 수업이라 좋았다” 등 수업 중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20년 이후 <예술철학>은 전면적으로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는 강의 내용에서 이론 강의의 비율이 늘어나고 ‘합평세미나’가 제외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존에 진행되었던 ‘합평세미나’는 예술작품의 실물을 직접 가까이서 관찰하고 그에 대한 질문과 토론이 실시간으로 개진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수업 전략이었으나, 이러한 전략이 비대면 강의에서는 활용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기에 비대면 강의에서는 제외되었다. ‘합평세미나’는 본래 발표자뿐 아니라 타 수강생들의 질문과 의견을 함께 듣고 나누며 강의실을 활발한 ‘철학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효과를 가졌다. 모두가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동일한 대상에 대해 철학적 사유를 개진하는 ‘철학의 공간’ 속에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을 통해 수강생들은 <예술철학>을 비로소 ‘우리’의 수업으로 받아들이고 소속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비대면 방식의 강의를 통해서는 이러한 효과가 기대되기 어렵다. 수강생 모두가 한 공간에 모이지 않기 때문에, 합평세미나가 진행되는 ‘지금’, ‘여기’를 ‘철학의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비대면 방식으로 합평세미나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단순히 발표자가 제출한 영상의 내용에 대한 일방적인 단순 반응 이상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철학>이 비대면 방식의 강의로 전환되면서 수업에 관한 학습자들의 질문 양상에서도 변화가 관찰되었다. <예술철학>은 교양철학 강의로서 본래 질문과 토론이 적극 권장되었던 수업으로서, 비대면 녹화 강의로 진행되더라도 학습자들의 질문을 이끌어내기 위해 질문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평가방식은 유지되었다. 학습자들은 수업의 내용에 관해 자유롭게 질문을 제기하도록 유도되었으나 그 방식은 LMS의 게시판을 활용하였다.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이후 수강생들의 매 학기 질문 양상의 추이는 표 1과 같다.
<표 1>
<예술에 나타난 종교와 철학> 비대면 강의의 질문 양상
학기 1인당 평균 질문 개수 질문을 남긴 학생의 비율 최다 질문 개수
2020년 1학기 7.7개 60% 50
2020년 2학기 5.9개 94% 14
2021년 1학기 0.4개 26% 3
2021년 2학기 1.6개 71% 12
‘1인당 평균 질문 개수’는 말 그대로 한 학기 동안 수강생 1인당 평균적으로 몇 개의 질문을 게시판에 남겼는가를 의미한다. ‘질문을 남긴 학생의 비율’은 전체 정원 대비 한 학기 동안 적어도 1개 이상의 질문을 게시한 학생의 비율이다. ‘최다 질문 개수’는 전체 수강생 중 가장 많은 질문을 남긴 학생이 게시한 질문의 개수이다.
<예술철학>이 비대면 강의로 전환한 직후 1인당 평균 질문의 개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실이 관찰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대면 강의보다 비대면 강의에서 상호작용이 증대되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2020년의 2개 학기의 실제 질문 내용을 살펴보면, 양적으로는 질문의 개수가 늘어났지만 수강생들 간 중복되는 질문을 게시한 경우가 상당 부분 관찰된다. 또한, 최대 50개의 질문을 게시한 학생이 있는 반면 단 하나의 질문도 남기지 않은 학생이 40%에 달한다. 이러한 사실은 질문이 양적으로 증가했다 하더라도 대면 강의에 비해 학습자 간 상호작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학습자들은 동료 학습자의 의견이나 질문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서로 의견을 교류하고 토론할 기회도 거의 얻지 못했다.
2021년 1학기와 2학기에는 질문의 양이 급감했는데, 이는 수업 운영 방침이 변경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독려하기 위해 2021년 1학기부터는 타 수강생의 질문들을 먼저 확인하고 중복되는 질문은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공지하였는데, 그 결과 학습자들이 질문을 제기할 만한 동기부여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2021년 2학기에는 질문의 양상이 대면 강의와 유사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질문을 독려하기 위해 2021년 1학기의 엄격한 중복 질문 금지 방침을 철회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예술철학>은 질문 게시판을 운영하고, 매 수업 영상을 통해 교수자의 연락처를 공개하고 질문을 독려했으며, LMS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등 학습자들이 보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수업에 관한 공지와 안내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학습자들은 교수자와의 상호작용은 적절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2) 그러나 <예술철학>이 대면 강의에서 비대면 강의로 전환되며 일어난 위와 같은 변화, 즉 ‘합평세미나’가 수업 내용에서 제외되고, 학습자 간 토론과 의견 개진의 장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변화가 궁극적으로 상호작용의 부족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학습자-학습자 간 상호작용의 부재를 낳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3.3.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의 한계

<예술철학>의 비대면 강의에서 위와 같은 학습자간 상호작용의 부재는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 전반에 있어 어떤 시사점을 보여주는가? 앞서 언급했다시피, 교양철학 교육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토론과 대화, 주장의 전개와 논증 등 의사소통이다. 교양철학 교육이 가지는 중요한 목표는 전문 철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그 사유의 결과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서 교수자-학습자 간 상호작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특히 교수자-학습자 간 상호작용은 대부분 학습자가 수업의 내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질문하고 교수자가 그 이해를 추가적으로 돕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는 학습자에게 교수자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교양철학 교육이 그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의 권위주의적인 강의식 교수-학습모델에서 벗어나야만 한다(황지원, 2012). 철학이 지루하고 추상적인 지식들의 나열이자 현대 사회에서 유리된 옛 철학자들의 기록을 단순 독해하는 것이라는 대중적인 오해를 타파하기 위해, 교양철학 교육은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과 습득의 형태를 가능한 한 벗어나 학습자들의 자발적이고 비판적인 사유와 소통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할 때 교양철학의 비대면 교육에서 학습자간 상호작용의 부족 혹은 부재는 교양철학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와 배치되는 문제로서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교양철학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그것이 권위주의적인 철학 교육으로 회귀하기 쉬워진다는 데 있다. 물론 교수자 개인의 교수법에 따라 개별 강의가 ‘탈권위적’으로 여겨질 수는 있으나,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학습자간 상호작용의 부족은 결국 일방적인 지식 전달을 강의의 핵심적 성격으로 만들기 쉽다.
교양철학 교육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질 때 가질 수 있는 또 한 가지의 중요한 문제는 실재감의 부재이다. 현존감, 혹은 실재감(presence)이란 주체가 느끼는, 어떤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양수연⋅김혜진, 2021: 116). 교육 환경에서 학습자가 느끼는 실재감은 상호작용과 직결되어 있으며, 또한 강의에 대한 집중도나 참여도와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이를테면, 앞서 <예술철학>의 ‘합평세미나’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 합평세미나를 통해 강의실이 ‘철학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학습자는 자신이 이 ‘철학의 공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식함으로써 수업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되며, 이는 학습자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동료 학습자들이 나와 동일한 시공간을 공유하면서 동일한 철학적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감각은 단순히 지각적인 차원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수업에 대한 소속감을 증대시킴으로써 자발적인 학습과 참여에 기여할 수 있다. 자발적인 참여와 학습자 간 의사소통이 특히 강조되는 교양철학 교육에서 이러한 실재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를 통해서는 이러한 실재감을 제공하기 어렵다. 현재의 비대면 강의는 녹화를 통한 강의이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강의이건 동일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소속감을 강조하기보다는 각자 구획된 화면을 보며 소통한다는 점에서 개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비대면 강의의 큰 장점이나, 그것이 교양철학 교육의 경우에 적용되었을 때에는 반드시 장점으로 작용되지만은 않을 수 있다.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교양철학 강의는 시공간에 구애되지 않는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비해 학습자 모두가 동일한 시공간에서 공유하는 ‘철학적 논의의 장’으로 경험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교양철학 교육은 결국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가? 교양철학 교육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질 때 위와 같은 몇 가지 한계를 가지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그렇다고 해서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버리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왜냐하면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의 향방을 모색할 수 있게 해 주는 적어도 두 가지의 단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단초는, 비대면 강의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는 이유 때문에 원천적으로 모든 상호작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비대면 강의의 온라인 환경이 학습자의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이지연 외,2020: 675). 온라인 환경에서는 보다 평등하고 분산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비대면 강의들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문제는 학습자 간 상호작용의 설계가 충분히 이루어질 만한 시간적, 기술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동시적인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필요하다(이지연 외,2020:676).
두 번째 단초는, 학습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교수자들이 비대면 강의가 이루어지는 현재의 기술적 기반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지 않으며,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과 적응이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지연 외(2020)를 비롯하여 비대면 교육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이 드러내는 사실은, 비대면 교육을 위한 보다 나은 기술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동주⋅Misook Kim, 2020, 374; 홍성연, 2020, 294; 박중열, 2021; 윤옥한,2020).
이 두 가지 단초를 종합했을 때,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에 제시할 수 있는 한 가지 전략은 학습자 간 동시적인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적 테크놀로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 대안적 테크놀로지의 한 예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기술, 혹은 ‘메타버스(metaverse)’ 기술을 제안한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 의의는 무엇인가? 메타버스는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에 있어 상호작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다음 장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기로 하자.

4.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의 새로운 형태 제언: 메타버스를 활용한 강의

메타버스란 ‘너머’,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가 합쳐진 용어로, 본래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오늘날에는 현실의 연장선상에 있는 가상 공간, 혹은 가상 세계를 광범위하게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본 장에서는 이 메타버스를 활용한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의 사례를 분석하고, 메타버스가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4.1. ‘VR챗 학교’ 사례 분석

본 장의 분석 대상이 되는 강의는 135만명(2022년 4월 29일 기준)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우왁굳’이 2021년 12월 17일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인 ‘트위치(Twitch)’에서 진행한 ‘VR챗 학교’ 프로젝트이다. 이 강연은 비록 1회성으로 진행되었지만 2만명 이상의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시청하였으며 이후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3)은 30만회(2022년 4월 29일 기준)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4)
‘VR챗 학교’ 프로젝트는 5교시로 구성되었다(<표 2>). 이 중 3교시, ‘예술이 궁금하다: 예술작품의 해석에 관한 철학적 문제’가 교양철학 강의에 해당한다. 이 강의는 강술과 질의응답을 포함하여 약 60분가량 진행되었고, 수강생들은 수업 이후 간략한 퀴즈 시험에도 응시하였다.
<표 2>
‘VR챗 학교’의 시간표
교시 강의 제목 강사
1교시 ‘리그오브레전드’ 개론 막눈 (전 프로게이머)
2교시 가죽 기초와 재료의 이해 아크팩토리 (가죽공방 운영자)
3교시 예술이 궁금하다: 예술작품의 해석에 관한 철학적 문제 Prototype (대구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 철학박사)
4교시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의 이해와 오해 김챠멜 (실용음악 강사)
5교시 색 영역(Color Gamut)의 기초 ForEstu (디스플레이 개발 연구원)
6교시 영상미디어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왁타버스의 긍정적 엔터테인먼트 밍뚜껑 (○○대학교 겸임교수)

4.1.1.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의 ‘VRChat’

‘VRChat’은 미국의 ‘VRChat Inc.’에서 2017년 2월 1일에 출시한 가상현실 기반 게임이다. ‘VRChat’은 ‘HTC 바이브(Vive)’,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등의 HMD(head-mounted display)와 트래커(tracker)5)를 활용하여 참여했을 때 가장 극대화된 가상 경험을 할 수 있지만, VR 장치를 보유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PC를 활용하여 문제없이 ‘VRChat’ 내의 가상 세계에 참여하고 다른 유저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VRChat’은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사용자 맞춤화(user customization)’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VRChat’의 사용자는 직접 가상 세계(world)와 아바타(avatar)를 제작할 수 있고, 이를 ‘VRChat’에 업로드하여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할 수 있다. 2022년 기준으로 ‘VRChat’에는 25,000여개 이상의 ‘월드’가 업로드되어 있다. ‘VRChat’의 유저들은 레스토랑, 주택, 골목길이나 극장, 학교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부터, 우주공간이나 해저세계 같은 판타지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월드를 제작하고 그 안에서 다른 유저들과 교류한다([그림 1]).
[그림 1]
스스로 제작한 맵과 아바타를 활용하여 ‘VRChat’에서 추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kjge-2022-16-2-275-gf1.jpg
물론 ‘제페토’를 비롯한 여타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 역시 맞춤화 제작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VRChat’에 비해서는 상당한 제한이 있다. ‘VRChat’의 사용자는 ‘유니티(Unity)’ 등의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상당히 수준 높고 정교한 월드와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고, 이를 거의 제한없이 ‘VRChat’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4.1.2. 강의 환경

본 강의는 ‘VRChat’의 사용자인 ‘숲울림_’이 제작한 월드를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해당 월드는 일반적인 강의실과 유사하게 꾸며져 있으며 교단, 스크린과 학생용 의자와 책상이 비치되어 있다([그림 2]). 또한 월드 내에 기본으로 제공되는 기능을 활용하여 간단한 판서를 할 수도 있다.
[그림 2]
‘VR챗 학교’가 진행된 강의실 월드의 모습
kjge-2022-16-2-275-gf2.jpg
이 월드에서는 ‘토파즈챗 플레이어 3.0(TopazChat Player 3.0)’을 활용하여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실시간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 토파즈챗 플레이어는 실시간 방송 송출 및 녹화 프로그램인 ‘OBS’를 활용하는데, 교수자가 맵에서 제공하는 아이디와 암호를 OBS에 입력하고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면, 설정한 화면이 가상 강의실 내의 스크린으로 송출되는 방식이다. 교수자의 화면 전환과 가상 강의실 스크린의 화면 전환 사이의 시간 지연은 약 1초 내외로, 대면 강의나 줌 등을 이용한 실시간 온라인 강의와 다를 바 없이 원활하게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었다([그림 3]).
[그림 3]
토파즈챗 플레이어를 활용하여 가상 강의실 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장면
kjge-2022-16-2-275-gf3.jpg
이 환경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수강생과 교수자 모두에게 대면 강의에 가까운 몰입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교수자는 아바타를 움직여서 강의실 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교단에 올라가서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하다가도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수강생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다. 음성 역시 참여자들 간의 물리적 거리에 비례하여 커지거나 작아진다. 수강생들 역시 손을 들고 교수자에게 질문할 수 있고, 다른 수강생들에게 시선을 돌려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을 할 수도 있다([그림 4]). 이러한 공간적 실재감과 몰입의 경험은 고정된 구도의 영상을 통해 진행되는 기존의 비대면 강의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4]
교수자(오른쪽)가 수강생들과 소통하는 모습
kjge-2022-16-2-275-gf4.jpg

4.1.3. 강의의 구성과 내용

본 강의의 제목은 ‘예술이 궁금하다: 예술작품의 해석에 관한 철학적 문제’로서, 예술작품의 해석과 예술가의 의도의 관계에 대한 비평철학의 논의를 다루고 있다. 예술작품의 해석이 예술가의 의도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의도주의(intentionalism)’라고 부른다면, 예술작품의 해석은 예술가의 의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을 ‘반의도주의(anti-intentioalism)’, 혹은 ‘비의도주의(nonintentionalism)’로 부를 수 있다(윤주한, 2017). 본 강의는 해석과 의도의 관계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철학적 퍼즐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의도주의와 반의도주의를 옹호하고 반박하는 논증들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본 강의에는 별도로 선정된 약 20명의 현장 수강생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 아바타를 착용하고 강의실 월드에 접속하여 강의를 수강했다. 강의 진행 장면은 ‘트위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되었는데 약 2만 명 이상이 접속하여 함께 강의를 시청하였다. 실시간 시청자들을 포함하여 수강생들의 연령대와 학습 능력이 다양하다는 점을 강의 구성에 고려하여, 대중 인문학 강연 정도의 강의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본 강의는 단순 지식 전달보다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철학적 논쟁을 흥미로운 사례들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수강생들이 철학적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비판적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구성되었다. 특히 수강생 스스로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철학적 논의로부터 능동적으로 새로운 함축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실제로 당시 교수자와 현장 수강생들 간에 적극적이고 활발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으며, 현장 수강생들 뿐만 아니라 실시간 시청자들까지도 교수자가 제시하는 철학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세우고 채팅 등을 통해 이를 자유롭게 개진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4.2. ‘VR챗 학교’ 사례의 시사점

메타버스를 통해 시도된 교양철학 강의로서 ‘VR챗 학교’는 어떤 특징을 가지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 해당 강의에 참여한 학습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인터뷰 중 ‘VR챗 학교’ 수업이 기존의 비대면 강의와 가지는 차이에 대한 답변에서는 특히 ‘실감’이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이고 중점적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학습자들의 답변 사례이다.
“오프라인 강의보다는 아니겠지만 (…) 줌으로 하는 수업들보다는 VRChat 강의가 좀 더 제대로 교수님과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집중이 잘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습자A)
“(..) 기존 강의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만나는 느낌이 드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VR 기기를 착용하지 않았던 상태였는데도 실감났었고, 아마 VR 기기를 착용한다면 직접 대학에 가지 않고도 교수님을 눈앞에서 보면서 강의를 듣는 느낌이 좀 더 생생하게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학습자B)
“기존 온라인 강의 같은 경우에는 서로 이야기하는 느낌도 안 날 뿐더러 그냥 이해만 하라는 식의 강의가 대부분이었다면, VR을 이용하여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그거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이 실제 강의에서 질문을 하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실감나고 서로 이야기 하는 느낌이 나서 더 좋았습니다.” (학습자C)
위 답변들에서 관찰되는 ‘마주하고 있다는 기분’, ‘직접적으로 만나는 느낌’ 등의 진술은 기존의 실시간⋅비실시간 온라인 수업도구와 비교하여 메타버스 플랫폼만이 독특하게 제공할 수 있는 실감의 경험이다. 한 학습자는 ‘VRChat’을 통해 강의에 참여했을 때와, 해당 강의가 녹화된 다시보기 영상을 보았을 때의 경험의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술한다.
“강의를 다시보기나 영상으로 다시 볼 때에 그 때 만큼의 리얼한 감동이 조금 덜해지는 느낌도 받게 되긴 했습니다. VRChat 강의 때는 소통하면서 실제 강의를 하는 거다 보니 녹화를 하면서 하는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강의랑 다르게 정말 실제 하시는 강의를 가상 세계로 옮겨와서 하시는 거라 강의를 다시 영상으로 봤을 때 그 때만큼의 생생한 소통이라든가 강의의 호흡이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습자D)
위 답변은 동일한 내용의 비대면 강의라 하더라도 그것을 가상 공간 속에서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것과 녹화된 영상으로 경험하는 것의 차이를 드러낸다. 특히 학습자 D는 ‘VRChat 강의’를 ‘실제 강의’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로부터 메타버스 속 ‘아바타’들이 매우 비현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시공간을 공유하면서 소통하고 있다는 감각이 ‘VR챗 학교’ 강의를 대면 강의만큼이나 ‘실제’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든다는 사실을 추론해볼 수 있다. 즉, ‘VR챗 학교’ 강의는, 기존의 비대면 강의와 달리 ‘실감’을 중요한 특징으로 갖는다. 이 때 ‘실감’이란 메타버스를 통한 경험이 실제 현실의 경험과 매우 유사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이다.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이 제공하는 이 ‘실감’의 경험은 단순히 놀랍거나 신기한 경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상호작용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다. 앞서 비대면 교육이 상호작용, 특히 학습자 간 상호작용에 있어서 한계를 가지며, 이것은 특히 교양철학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임을 지적한 바 있다. 메타버스를 통한 강의는 교수자뿐만 아니라 학습자들이 모두 동일한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하며, 채팅 등 텍스트가 아니라 현실에서처럼 음성 언어나 몸짓 언어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더욱 풍성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해 준다.6) 더 나아가서 메타버스를 통한 강의의 참여자들은 자신의 가상적 대리물(virtual proxy)인 아바타에 의존해 가상 공간에 존재하게 되는데, 이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강의에 참여하고 있는 동료 학습자들의 존재를 직관적이고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해 줌으로써 학습자 간의 의사소통을 보다 용이하게 해 준다. 즉 학습자들은 서로의 구획된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상적) 공간’에 함께 존재하며 서로 마주하고 소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가상 강의실은 학습자와 교수자의 철학적 광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은 비대면 교육에서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한 가지 방안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메타버스 플랫폼이 제공하는 실감의 경험은 교수자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존 비대면 교육과 달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교수자는 실제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습자들과 보다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고 학습자들의 이해도와 성취도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 실감의 경험과, 그를 통해 강화된 의사소통은 ‘VR챗 학교’가 교양철학 강의로서 학습자들의 효과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했다. 특히 ‘VR챗 학교’ 강의는 교양철학의 목적에 충실하게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철학적 입장들 사이의 논쟁적 구도를 그려 준 뒤 학습자들 각자가 이 논쟁 속에서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정립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러한 강의의 구성이 유효하게 학습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데에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교수자는 학습자들이 직접 서로 경쟁적인 철학적 입장을 비교하고 자신의 입장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각자 주장해보도록 했는데, 각 학습자의 주장이나 질문이 대면 강의와 마찬가지로 동료 학습자에게 즉각적으로 공유되었으며, 이를 통해 학습자들은 제시된 논쟁에 대해 보다 심화된 학습을 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교육은 유연성이나 경제성,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 등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많은 장점을 상당 부분 공유하면서도, 기존의 비대면 교육에서 부족했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물론, 메타버스를 통한 교양철학 교육이 아무런 결함이 없는 방식은 아니다. 특히 메타버스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를 통한 비대면 교육이 완전히 보편화되기에는 아직 이르다. 메타버스를 통해 비대면 강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수자뿐 아니라 학습자 전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통신기기와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가상현실 체험에 있어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사이버 멀미’ 현상7)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어려움 없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가상 공간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가상현실 기술의 진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VR챗 학교’ 사례를 통해 우리는 교양철학 교육의 목표와 성격이 메타버스 플랫폼과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교양철학 교육은 실험적으로나마 시도해봄직하다. 교양철학 교육이 교수자로부터 학습자로의 일방적인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습자의 자발적이고 비판적인 사유와 합리적 의사소통을 함양하는 데 목표를 둔다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양철학 교육의 교수법은 반드시 학습자 간 상호작용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메타버스를 통한 교양철학 교육은 비대면 교육이라는 점에서 평등하고 분산적인 상호작용을 가능케 함과 동시에 대면 교육이 가지는 실재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을 보완할 수 있다.8)

5. 결론

본 연구는 비대면 교육의 본격화를 마주하여 교양철학 교육의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비대면 교육의 특성을 살펴보고, 교양철학의 정체성과 의의를 규정하였다. 그리고 동일한 교양철학 강좌가 대면 강의로 이루어졌을 때와 비대면 강의로 이루어졌을 때를 비교함으로써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상호작용에서의 한계가 교양철학 강좌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기존 비대면 교육이 가지는 난점을 극복하면서 교양철학 교육의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으로 ‘VRChat’ 등과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았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대면 강의의 장점을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는 한편 기존의 비대면 강의에서 부족했던 학습자 간 상호작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대면 교양철학 교육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전망 있는 선택지이다. 우리가 교육의 비대면화를 피할 수 없다면, 대안적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비대면 교육의 단점을 그저 감내하며 안주하기보다는, 메타버스라는 비교적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전하고 실험해보는 시도가 분명 필요할 것이다.

Notes

1) 익명의 심사위원은 특히 철학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본고는 상호작용이 철학 수업에서만 배타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수업에서 교수자-학습자 사이의, 그리고 학습자-학습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데 대하여 필자들 역시 동의한다. 다만 자칫 이론 중심 수업으로 여겨질 수 있는 철학 수업에서, 특히 교양철학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단지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본고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본고가 비대면 교양철학 강의에서 상호작용성이 축소되거나 강화됨에 따라 변화되는 교육효과를 관찰하고 보다 나은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양철학과 상호작용 사이의 관련성을 지적하면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하겠다. 더 나아가 본고에서 제시하고 있는 관찰과 논지가 교양철학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교수법에 대한 고찰로 확장되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만한 결과이며, 따라서 본고는 그러한 확장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바이다.

2) 비대면 강의로 전환된 이후 <예술철학>에 대한 학습자의 긍정적 강의평가에는 ‘피드백’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 부분 관찰된다. 다음과 같은 진술들을 그 사례로 볼 수 있다. “열린게시판을 통해 질문 하나하나 자세히 답변해주셔서 그냥 지나쳤을 궁금한 점들을 알 수 있어 학습의욕이 증진되었다.” “단톡방을 이용해 중요한 공지시에 활용해주셨고,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여 학생 스스로가 생각할 수 있게끔 한 점이 좋았습니다.” “열린게시판으로 소통하며 수업을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2020년 1학기~2021년 2학기 <예술에 나타난 종교와 철학> 강의평가)

3) 우왁굳의 게임방송’, <가상공간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 VR챗 학교 “미학 - 예술이 궁금하다”> (https://youtu.be/5bMf6IdZw7c)

4) 2022년 3월 기준 유튜브에서 ‘미학’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비유적 의미가 아닌 학문으로서의 미학과 관련된 영상들은 보통 3만 회 이하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해당 영상은 3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5) 팔목, 다리, 허리 등에 부착해서 가상현실 세계 속의 아바타가 실제 신체의 움직임을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

6) HMD(head-mounted display)나 ‘풀 트래커(full tracker)’ 등을 갖추면 실제 신체의 움직임이 가상 공간의 아바타에 동일하게 구현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장비가 갖추어지지 않더라도, ‘VRChat’에서는 PC의 마우스와 키보드만을 사용하여 아바타를 움직이거나 특정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7) ‘사이버 멀미’는 VR 콘텐츠를 경험할 때 사용자가 겪는 멀미 현상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신체 움직임과, 사용자가 보는 영상의 움직임 사이에 존재하는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지영 외, 2017: 201).

8) 익명의 심사위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교양철학 교육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국면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음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학습자의 사이버-정체성과 실제 정체성 사이의 관계가 무엇인지, 혹은 가상 환경에서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실제적일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가상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분석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본고의 주요한 목표가 교양철학 교육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적 사례를 제시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가상현실에 대한 본격적인 철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본고의 논의 범위를 벗어나는 일로 보인다. 가상현실에 대한 철학적 접근, 그리고 메타버스를 통한 교육 전반에 대한 철학적 분석은 후속 연구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길수(2008). “철학교육의 현실 기여”, 철학과 현실 76, 156-161.

김보영, 한승우(2020). “코로나19로 인한 비자발적 ‘대학 온라인 강의’에 대한 만족도 연구”, 교양학연구 13, 7-31.

김선규(2021).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양교육으로서 철학의 의의”, 철학탐구 64, 147-177.

김영환, 송성숙(2021). “성인대학생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습경험 탐색”, 공공사회연구 11(3), 5-32.

김용환, 이종하(2011). “교양철학 교육의 현실과 학습자중심 교양철학교육-한남대 교양철학 교육을 중심으로”, 동서철학연구 60, 347-368.

남미영(2014). “교양으로서의 철학 교과목의 필요성 및 운영 사례”,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149-158.

문성훈(2012). “교양교육 특성화와 철학의 역할-서울여자대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철학 111, 187-208.

박중열(2021).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교육의 대규모 확장”, 대한기계학회논문집 C권 9(1), 1-5.

박중열(2020). “코로나19로 촉진된 대학의 온라인 교육에 대한 고찰”, 기계저널 60(7), 32-36.

안준후, 이지연(2020). “K-MOOC 학습자의 학습행태 분석 및 서비스 방향성 연구”, 정보관리학회지 37(3), 221-252.

양수연, 김혜진(2021).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 대학 글쓰기 수업에 관한 자전적 사례 연구-수원대학교 ‘글쓰기와 고전읽기’ 과목을 통한 교수자의 인식 및 성찰을 중심으로”, 교양교육연구 15(6), 115-134.

오종환(2020). (교양인을 위한) 분석미학의 이해, 세창출판사.

윤옥한(2020). “코로나 19 이후 교양 교육 방향 탐색”, 교양교육연구 14(4), 25-34.

윤주한(2017). “의도주의-비의도주의 논쟁에 대한 하나의 답변 - 보완된 가설의도주의”, 인문논총 74(4), 217-252.

이강서(2005). “다시 돌아보는 철학 교양교육-철학 교양과목의 목표 설정과 연관하여”, 철학과 현실 67, 135-145.

이난(2021). “코로나 시대의 온라인 수업과 온라인 피드백을 활용한 대학의 교양강좌 운영에 관한 연구”, 교양교육연구 15(1), 259-272.

이동주, Misook Kim(2020).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대학 온라인 원격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 Multimedia-Assisted Language Learning 23(3), 359-377.

이명숙(2021). “해커톤 수업사례를 통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교육적 활용방안”, 컴퓨터교육학회 논문지 24(6), 61-68.

이정민, 전정아(2019). “K-MOOC 대학생 수강자의 인식 분석”, 디지털융복합연구 17(3), 1-11.

이지연, 성은모, 이지은, 임규연, 한승연(2020). “코로나19 시대 온라인 수업의 도전과 과제”, 교육공학연구 36(3), 671-692.

이하준(2014). “대중교양철학서의 범람,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하는가?”, 새한철학회 학술대회 발표논문집, 24-37.

정지영, 조광수, 최진해, 최준호(2017). “VR 콘텐츠의 사이버 멀미 유발 요인: 시점과 움직임의 효과에 대한 실험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7(4), 200-208.

조인식(2020a). “K-MOOC(한국형 공개 온라인 강좌)의 현황과 개선과제”, NARS 현안분석 171, 국회입법조사처, 1-20.

조인식(2020b). “대학의 원격수업 관련 쟁점과 개선과제”, NARS 현안분석 147, 국회입법조사처, 1-20.

홍성연(2020).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원격교육 환경에서 대학 교양교과목의 수업성찰”, 교양교육연구 14(6), 283-298.

황경식(1990). “현실의 철학적 욕구에 부응하는 교양 철학교육”, 철학과 현실 6, 265-276.

황지원(2012). “교양으로서의 철학교육의 위상과 필요성”, 한국교양교육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487-503.

황희선(2021). “대학 교양 강의에서의 비대면 토론 방안 연구-자기성찰노트를 분석 대상으로”, 교양학연구 15, 115-135.



ABOUT
ARTICLE CATEGORY

Browse all articles >

BROWSE ARTICLES
EDITORIAL POLICY
AUTHOR INFORMATION
Editorial Office
203-827. Chung-Ang University
84, Heukseok-ro, Dongjak-gu, Seoul, Republic of Korea, 06974
Tel: +82-2-820-5949    E-mail: hangang331@cau.ac.kr                

Copyright © 2022 by The Korean Association of General Education.

Developed in M2PI

Close layer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