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수학은 개념, 원리, 법칙을 이해하고 기능을 습득하여 주변의 여러 가지 현상을 수학적으로 관찰하고 해석하며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교과이다(교육부, 2015: 3). 특히, 수학은 공학을 전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초 교과로써, 미적분을 비롯한 고등학교 수학에서 다루는 내용은 공학을 성공적으로 이수하는 데 필수적이므로 고등학교에서 학습한 수학 내용은 공과대학 신입생들의 대학수학의 교육방향을 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이정례, 2015: 513). 이러한 수학은 대학의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과이고,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기초교양수학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므로 고등학교까지 습득한 수학기초학력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기초교양수학을 개설하고 있는데, 기초교양수학은 이공계열, 사회계열 등의 학생들이 전공을 이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학 교과목을 의미(박형빈, 이헌수, 2009: 1000)하고, 최근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는 기초교양수학으로는 기초수학, 수학 및 연습, 미적분학 및 연습, 대학수학, 공학수학, 경영수학, 사화과학수학, 통계학, 전산수학 등이 있다(길, 고애영, 2019: 148-149). 그런데 최근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의 급격한 변화, 문⋅이과 교차지원, 대학입시에서 수학 과목의 약화 등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이 매우 낮은 상황으로 인해 기초교양수학의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서보억, 2015: 64).
수학은 위계성이 매우 강한 교과이므로 대학의 이공계열 학생들이 이수하는 기초교양수학에서 수학기초학력이 부족한 경우 교과목 이수에 매우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우리나라는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문⋅이과 통합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로 인해 2022학년도부터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의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의 변화와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의 개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기초교양수학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중등 교육과정 변화를 반영한 대학 미적분학 교육전략 모색(문은호 외, 2021), 고등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대학 교양수학 개선 방안(심상길, 고애영, 2019),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대학 미적분학 교과에 대한 탐색(김윤아, 김경미, 2017), 공과대학 신입생들의 수학에 대한 인식변화에 따른 대학수학 교육방향 연구(이정례, 2015), 기초수학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제언(김연미, 2013), 대학 기초수학 교과목 수준별 학습지도 개선 방안(박준식, 표용수, 2013) 등 수학과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기초교양수학의 개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의 변화, 즉 수학과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과거의 학생들이 학습하였으나 현재 학습하지 않는 내용에 대한 연구와 2022학년도부터 새로이 시행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따라 입학하는 학생들이 학습한 수학 내용의 변화와 연계한 대학 기초교양수학의 개선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에 관련된 수학학습 내용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대학교 1학년에 배우는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을 분석하여 기초교양수학의 개선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의 교육과정 및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에게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의 개선에 대한 시사점을 찾으려고 한다.
2. 수학기초학력의 변화
수학기초학력은 학생 개인의 역량에 관련되기도 하지만,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에도 관련된다. 고등교육 환경의 변화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을 결정하는 수학과 교육과정의 변화와 학생들이 주로 학습할 내용을 결정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이다. 따라서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에 따라 학생들이 학습하는 교육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2.1 수학과 교육과정의 변화
우리나라 수학과 교육과정은 1954년에 공포된 1차 교육과정부터 1997년에 공포된 7차 교육과정, 그 이후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 2015년 개정 교육과정까지 모두 10차례 개정되어왔다. 수학과 교육과정은 수학교육 현대화 운동에 따른 ‘새수학 운동(New Math)’의 영향을 받아 시행된 3차 교육과정 이후, 1981년에 공포된 4차 교육과정에서는 지나치게 수준이 높았던 내용을 삭제하거나 경감하여 학생들의 지적 발달 수준에 적절하게 학습 내용을 재조직하였다. 이는 우리나라 수학과 교육과정이 학습량이 과다하고 난이도가 높다는 점에서 4차 교육과정 개정 이래 일관되게 교육 내용의 적정화를 통해 교육 내용의 축소가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의 중요한 방침으로 설정되었다(황혜정 외, 2019: 39-49). 그러나 수학과 교육과정이 개정되면서 교육 내용이 축소되어 삭제되거나 약화된 내용으로 인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수학기초학력 저하로 연결된다.
2000년 이후에 개정된 수학과 교육과정을 분석하여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삭제되었거나 약화된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표 1>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삼차함수,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 공간벡터 등과 약화된 다항식의 약수와 배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 나머지정리, 인수정리, 이차방정식에서 근과 계수의 관계 등은 대학에서 배우는 기초교양수학의 선수학습 내용이 된다. 따라서 이를 학습하지 않았거나 깊이 있는 학습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대학에서 배우는 기초교양수학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7차 수학과 교육과정의 고등학교에서 배우던 ‘이산수학’이 폐지되고, 2007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일부 내용을 ‘수학I’에 포함시켰다. 이들 과목에서 핵심적인 내용 중 행렬에 관련된 내용의 변화가 가장 많은데, 2000년도 이후에 개정된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행렬에 관련된 내용의 변화를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표 2>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고급수학I’은 심화 과목으로 일반 과목에서 학습한 수학의 기본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심화된 수준의 수학적 개념, 원리, 법칙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수학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문제 해결력 등을 신장시킬 수 있도록 하는 과목이다(교육과학기술부, 2011: 109). 특히, ‘고급수학I’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교과목이 아니므로 일반적으로 고등학생들이 학습하지 않는 과목이다. 따라서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부터 적용 대상이 된 학생들은 이전의 교육과정에서 다루던 행렬과 그래프에 관련된 내용을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 이 내용을 필수적으로 다루는 기초교양수학에서 추가적인 학습이 요구된다.
2.2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
우리나라는 수학과 교육과정의 개정과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변화해 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과 연계되어 대학에 입학하는 이공계열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1994학년도에 처음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최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되면서 2021학년도와 2022학년도에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여기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수학 가’형(이과)과 ‘수학 나’형(문과)으로 나뉘고, ‘수학 가’형의 출제 과목은 ‘수학I’, ‘미적분’, ‘확률과 통계’, ‘수학 나’형의 출제 과목은 ‘수학I’, ‘수학II’, ‘확률과 통계’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으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전까지는 ‘수학 가’형(이과)과 ‘수학 나’형(문과)으로 나누어 시행되던 것이 2022학년도부터는 ‘수학I’과 ‘수학II’가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되고,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 중 한 개의 교과목을 선택하여 시험을 치르게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된 ‘수학I’과 ‘수학II’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표 3>과 같다.
<표 3>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의 교육 내용을 살펴보면, ‘미적분’은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의 3개 핵심 개념 영역으로 구성되고, ‘확률과 통계’는 경우의 수, 확률, 통계의 3개의 핵심 개념 영역으로 구성되며, ‘기하’는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의 3개 핵심 개념 영역으로 구성된다(교육부, 2015). 각 교과목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표 4>와 같다.
<표 4>
문은호 외(2021: 153)의 연구에 의하면, 인문계열 및 예체능계열이 진로인 학생은 ‘수학I’, ‘수학II’, ‘확률과 통계’를 이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상계열이 진로인 학생은 ‘수학I’, ‘수학II’, ‘확률과 통계’, ‘경제수학’(또는 ‘미적분’)을 이수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공계열이 진로인 학생은 ‘수학I’, ‘수학II’,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이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이공계열이 진로인 학생은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이과계열과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하지 않은 과목에 대해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대학의 입시정책에 따라 ‘미적분’과 ‘기하’를 학습하지 않고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할 가능성도 커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20년 12월에 발표된 2020학년도와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보도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20a, 2020b)에 의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이공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가’형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2019학년도 31.8%(168,512명), 2020학년도 31.7%(153,869명), 2021학년도 34.3%(139,429명)로, 최근 3년간 평균 32.6%의 학생이 ‘수학 가’형에 응시한 것을 고려할 때,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약 32% 전후의 학생들이 ‘수학 가’형에 해당하는 ‘미적분’과 ‘기하’ 중 한 과목에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공계열 학생들이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마지막 해인 2010학년도부터 3년간 ‘미분과 적분’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2010학년도 96.0% (131654명), 2009학년도 96.7%(117,830명), 2008학년도 96.7%(118,526명)로, 평균 96.5%의 학생들이 ‘미분과 적분’을 선택한 것으로 볼 때, 이공계열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미분과 적분’을 선택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한국교육과정평가원, 2007; 2008; 2009). 여기서 2010학년도 이전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선택 과목에 ‘기하’가 없었던 이유는 이 당시 7차 교육과정에서 ‘기하’에 관련된 내용은 이공계열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하는 ‘수학II’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과목은 다르지만 이공계열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미적분’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대략 32%의 학생 중 다수의 학생들이 ‘미적분’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21학년도에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기하’는 출제 과목에서 제외되었다.
이러한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는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의 변화와 직결되므로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여 대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과 비교하여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이공계열 1학년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 분석
이공계열 1학년 학생들이 이수하는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2019학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학생 수가 많은 대학 30개를 선정하였고, 2020학년도 2학기에 선정된 각 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이공계열 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기초교양수학의 강의계획서를 공개하고 있는 대학 11개를 다시 선정하여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을 분석하는 대상으로 하였다. 선정된 11개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는 기초교양수학의 교과목명과 교재명 등은 <표 5>와 같다.
<표 5>
11개 대학의 기초교양수학 관련 교과목명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용된 교재를 살펴보면 1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미분과 적분이 교재명에 명시되어 있듯이 모든 대학의 교육 내용에서 미분과 적분이 필수적인 내용임을 알 수 있다. 특히, 4개 대학에서 James Stewart(2015)의 Calculus: Early Transcendentals(8/e)를 원서 또는 번역본을 사용하고 있고, 다른 대학들의 교재의 목차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책의 내용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표 6>에서 제시된 James Stewart(2015)의 Calculus: Early Transcendentals(8/e)의 내용을 살펴보면, 함수와 모델, 극한과 도함수, 미분법, 미분의 응용, 적분, 적분의 응용, 적분법, 적분의 추가 응용, 매개방정식과 극좌표, 무한수열과 무한급수, 벡터와 공간기하학, 벡터함수, 편도함수, 다중적분, 벡터미분적분학으로 구성된다.
<표 6>
대학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11개 대학의 강의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표 7>과 같이 모든 대학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다변수함수와 편도함수이었고, 10개 대학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벡터, 도함수와 미분법, 미분의 응용, 적분과 적분법, 적분의 응용, 다중적분이었다. 그밖에 극한(9개 대학), 극좌표(9개 대학), 벡터함수의 미분과 적분(8개 대학), 집합과 함수(7개 대학), 매개화된 곡선(6개 대학), 행렬(4개 대학), 복소수(1개 대학)가 있다.
<표 7>
서울대학의 경우 다른 모든 대학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 도함수와 미분, 미분의 활용, 적분, 적분의 활용이 강의계획서에 제외되어 있는데, 그 이유로 ‘수학1’의 교과목 개요를 살펴보면 “이 과목은 이공계열 신입생을 위한 기초 교양수학과목으로, 주된 내용은 미적분학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함수의 극한, 삼각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등을 포함한 여러 함수의 미분법과 그 응용, 정적분과 부정적분의 계산법과 그 응용 등에 익숙한 학생을 수강대상으로 한다.”라고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도함수와 미분, 미분의 활용, 적분, 적분의 활용은 기초교양수학의 선수지식으로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극한은 도함수와 연계되고, 극좌표는 다중적분 방법에서 사용되고 있어 강의계획서에 제시되고 있지 않지만, 교육 내용에는 포함된다. 그리고 행렬은 벡터의 내적과 외적에서 도입되고 있어 많은 대학에서 행렬을 수업에서 활용하고 있다.
선정된 11개 대학 중 8개 대학(약 73%) 이상에서 다루고 있는 교육 내용을 정리하면 극한, 도함수와 미분, 미분의 활용, 적분, 적분의 활용, 수열, 급수와 판정법, 극좌표, 벡터, 다변수함수와 편미분, 다중적분, 벡터의 미적분이 있다.
4. 대학교 1학년 기초교양수학 교육과정 개선 방안
학생들이 갖추고 있는 수학기초학력은 대학에서 배우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이해를 촉진시키고, 문제해결 과정에서 기본 기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학기초학력이 부족한 경우 대학에서 배우는 기초교양수학을 공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먼저, 이전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다루었으나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삭제되어 배우지 않는 미지수가 3개인 해를 구하는 방법은 대학에서 배우는 여러 내용의 문제해결에서 사용된다. 예를 들어, 부분분수를 이용한 적분에서 부분분수 분해를 위해서는 연립방정식을 사용하는 데 대부분의 대학교재에서는 그 풀이 과정을 생략하고 답만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배우지 않은 내용에 대해 스스로 그 풀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이 풀이 방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2009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의 일반 교과에서 삭제된 행렬은 대학의 여러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행렬식은 벡터의 외적을 구할 때와 다중적분의 변수변환에서 매우 중요하게 사용된다. 두 벡터의 외적에서 행렬식을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행렬식을 이용하여 외적을 구하는 식을 유도한다. 이때, 고등학교에서 행렬을 배우지 않아 행렬의 개념과 연산 등을 모른 채 단순히 행렬식을 구하는 방법만 지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이전에는 학생들이 배웠으나 현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않는 내용 중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을 이수하는 데 필요한 내용에 대해 기초교양수학에서 자세히 다룰 필요가 있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수학I’과 ‘수학II’가 공통 과목으로 지정하고,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인문⋅사회⋅예체능계열을 진로로 선택한 학생들은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고, 이공계열을 진로로 선택한 학생들은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대학의 다양한 입시제도로 인해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지 않고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배웠더라도 깊이 있는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배우지 않았다면 대학에서 기초교양수학에 관련된 교과목을 이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특히, ‘기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하지 않거나 고등학교에서 배우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기하’를 학습하지 않을 경우 이차곡선(포물선, 타원, 쌍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을 이수하게 된다. 조사 대상인 대부분의 대학에서 벡터를 기초교양수학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이차곡선은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으로 간주하고 따로 교과목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고 있다. 이차곡선은 기초교양수학의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미분과 적분의 응용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이다.
또한,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에서 벡터와 공간도형을 지도할 때, 고등학교에서 배운 기본 개념을 수학기초학력으로 간주하고 지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이와 관련된 내용을 배우지 않거나 깊이 있게 학습하지 않은 학생들은 기초교양수학을 이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만약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미적분’을 선택하지 않았거나 고등학교에서 학습하지 않았다면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등의 미분과 적분을 학습하지 않아 ‘기하’에 비해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을 이수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교과목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한 교과목에 따라 수학기초학력의 차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교과목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한 교과목을 조사하여 학생들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여 수준별로 기초교양수학 교과목을 운영하거나 여러 대학에서 개설하고 있는 기초수학의 운영이 필요하다.
김윤아와 김경미(2017: 349)는 대학에서 기초수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신입생 대상 교양수학 과목에서 많은 학생이 기초학력 부족으로 학습을 어려워하며 실질적인 준비가 되지 않는 채로 전공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공계열 학과에서 수학은 매우 중요한 교과이므로 수학기초학력이 부족한 경우 전공을 이수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일부 대학의 문제만은 아니므로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 측정 도구 개발 및 평가 결과 공유, 기초수학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학생 수준에 맞는 기초수학 교과목을 개발하고 대학의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운영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5.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의 변화를 주는 요인 중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과 비교⋅분석하여 기초교양수학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 및 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에 우리나라는 수학과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학습 부담 경감과 교육 내용의 적정화를 위해 이전 교육과정에서 다루던 내용을 삭제하거나 약화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 부족으로 인해 대학교 1학년에서 배우는 기초교양수학 이수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전공과목 이수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학과 교육과정의 개정을 통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내용이 바뀌지만,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을 이수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수학학력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에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수학과 교육과정의 분석을 통해 삭제되었거나 약화된 내용을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에 포함시키고, 교재 개편과 함께 기초교양수학을 강의하는 교수자들에게 이를 충분히 숙지시켜 학생들을 지도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초교양수학의 교과목 설계부터 강의자 개개인의 문제로 맡겨둘 것이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 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각 대학에서 기초교양수학을 담당하는 교수자들이 모여 협의체를 구성하여 기초교양수학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기초교양수학 교육과정 연구 및 교과목 개발에 정책적⋅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과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변화하여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입학하는 이공계열 학과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등학교에서 문⋅이과가 통합되어 진로에 따라 교과목을 선택하여 학습하게 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2022학년도 이후에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이 변화되고, 학생들 간의 수학기초학력의 격차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의 교육과정 및 운영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이수한 과목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선택한 과목을 조사하여 학생들의 기본 정보를 수집하고, 아울러 표준화된 수학기초학력 평가 도구를 개발하여 대학 입학 전에 시행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을 파악하여 기초교양수학의 교육 내용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을 위해 수준별 교과 운영과 기초수학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기초수학의 교육 내용을 구성하기 위함이다.
셋째,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재 양성과 선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잦은 변화는 대학 교육현장에서 많은 혼란을 초래하고, 특히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 및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 대학의 교육여건도 고려되어야 한다. 대학교육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있지만,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기초학력에 관련된 사항은 어느 일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국가 차원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에 반영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수학과 교육과정 개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서 기초교양수학을 담당하는 교수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고, 대학의 기초교양수학을 이수하기 위해 핵심적인 요소에 대한 변화를 최소화하여 중⋅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대학 교육과정이 유기적인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2022학년도에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어느 해보다도 수학기초학력의 변화와 학생들 간의 격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학기초학력이 실제로 어느 정도 변화가 있고, 학생들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연구는 어느 특정한 대학에서 한 해 동안 진행되기보다는 수준이 다양한 대학들이 함께 다년간 연구를 통해 수학과 교육과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화가 대학의 이공계열 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차후 수학과 교육과정의 개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편에 참고 자료로 제공하여 대학의 이공계열 학생들이 전공을 이수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행정적⋅재정적으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느 한 개인 연구자가 진행하기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