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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5(5); 2021 > Article
대학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 개발

Abstract

이 연구의 목적은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계획하고 있는 국내 대학 4개교의 커리큘럼과 교육 내용을 탐색하여 이를 토대로 1학기 교양 교육 수업에 적합한 수준과 범위에 맞는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모색⋅개발하는 것이다. 4개 대학은 조사 결과 각 학교의 교육대상 학생들의 소속과 이에 따른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프로그래밍을 어느 수준에서 교육하느냐에 따라서 구분되었다. 문과가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A, B 대학과 문이과가 섞여있는 C대학, 이공계의 D대학으로 나뉘었고, 기초적인 구글 앱과 엑셀 등을 활용하는 A대학에서 파이썬과 R과 같은 프로그래밍의 선수학습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는 D대학까지 편차가 컸다. 그렇지만 이들 대학들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은 에서 공통적으로 ①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한 기본적인 개념 및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툴에 대한 교육, ② 기존 학과 전공을 통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적용 가능성 모색, ③ 실제적인 적용과 창작이라는 3단계 과정에 입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연구는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이 3단계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강의 개요를 구상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the curriculum and educational contents of four Korean universities that are educating or plan to educate their students in the Digital Humanities, as well as to find and develop Digital Humanities classes suitable for one semester within their liberal arts education classes. As a result of the survey, the four universities were classified according to the affiliation of the students’ subject at each school and the level of programming related to data processing. A and B universities’ Digital Humanities major students were predominantly from liberal arts majors, C universities students consisted both of liberal arts and science and engineering majors, and D universities students’ majors were science and engineering. Universities from group A used basic Google apps and Excel, but D universities used higher-level programming languages. However, Digital Humanities classes at these universities are based on a three-step course: First, education involving basic concepts for Digital Humanities and basic tools for data analysis. Second, search for applicability to Digital Humanities through existing majors. Third, the practical application and creation of the Digital Humanities project. Accordingly, this study sought ways to effectively convey this three-step process in the short period of one semester and devised a detailed lecture outline.

1. 서언

현재 한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AI, 빅데이터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인문⋅사회과학의 연구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를 위한 자료들이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되거나 컴퓨터 파일로 정리⋅제공되면서 연구 방법론에서 큰 전환이 벌어진 것이다. 바로 근래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인문학’이 그것이다. 다양한 문맥에서 쓰이는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디지털 시대의 인문학’의 의미이다. 즉 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디지털화되어 인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 시대에 디지털화된 사회 및 이와 인간의 관계를 인문학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 기술을 인문학 연구에 활용하는, 인문학적 성찰에 디지털적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연구자 개개인이 모두 검토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분량의 자료들이 디지털화됨에 따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양적으로 분석하고, 분석 대상들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것이다.1) 특히 후자의 경우 디지털 정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으로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으며(정은경, 2021: 394), 대학들에서도 융복합 교육을 모색하며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실시⋅모색하고 있다. 연계 전공의 형태로 디지털 인문학 과정을 마련하거나, 기존의 문헌정보학에서 정보학의 분야를 강화한 형태로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양교육의 형태로서 디지털 인문학 수업은 아직 한국의 대부분의 대학들에서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다.
대학의 교양교육은 “대학교육 전반에 요구되는 기본적 지식 및 자율적 학구 능력의 함양”을 목적으로 하여 “학업분야의 다양한 전문성을 넘어서서 모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보편적 교육”(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21)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렇다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전지구적으로 제시되고, 이에 따라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구축되고 있는 현재, 교양교육의 차원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정한 학문의 영역을 연구할 때와 그 학문의 내용을 교육할 때, 더군다나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교육을 수행한다면 그 목표가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디지털 인문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서는 궁극적으로 인문학적 텍스트나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이 목표가 된다. 그렇지만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디지털 인문학을 주제로 할 경우 디지털 기술이나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한 컴퓨터 언어의 습득을 교육의 목표로 설정할 수도 있으며, 이공학적인 디지털 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을 접목하여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열어주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학생들의 경험과 소양에 따라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는 그 편차가 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에도 이를 고려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양수업의 일환으로서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답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미 한국의 몇몇 대학에서는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이 논문에서는 기존에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계획하고 있는 국내 대학 4개교의 커리큘럼과 교육 내용을 탐색하여 이를 토대로 1학기 교양교육 수업에 적합한 수준과 범위에 맞는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모색⋅개발해 보고자 한다. 조사 방식은 각 학교에서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것은 물론 각 학교에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과 면담을 통해 수행했다.2)(4개 학교는 각각 A, B, C, D 대학으로 칭하며, 각 학교의 담당 교수는 a, b, c, d 교수로 표기하겠다.3) 이를 통해 각 전공 및 교과목의 목표, 각 학교에서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담당한 교수들이 설정한 수업의 수준, 강의를 진행하며 교수자들이 접한 학생들의 반응이나 생각 등을 종합적으로 탐색했다. 물론 이 4개교가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계획하는 모든 학교는 아니다. 하지만 이 4개의 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학교의 특성과 필요에 따라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 교양교육의 차원에서 디지털 인문학 강의를 설강하는 데에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탐색하는 데에 좋은 참고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먼저 이 4개교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 커리큘럼 및 교육의 실제를 균형있게 조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양교육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제안하고자 한다.

2.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실제 사례

본고에서 조사⋅면담을 진행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시행⋅계획하고 있는 4개교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융복합 교육의 필요에서, 대학이나 학과 차원에서의 노력으로 근래 디지털 인문학을 위한 강의를 마련했다. 즉 디지털 사회로의 변화에 따라 학생들이 필요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의 재고를 위해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강의를 마련하게 된 것은 공통적이었다. 그렇지만 대학 자체의 특성 - 종합대학교인가 특정 단과대학 중심의 특수대학교인가 - 에 따라, 또는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주도하는 단위 - 융복합 전공 과정으로서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는가, 특정 학과에서 주도하는가 - 등에 따라 운영 방식과 교육의 내용 등에서 특색을 보였으며, 크게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었다.

2.1 융복합 전공 과정으로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

면담을 한 4개교 가운데 2개교 - A, B 대학의 경우 디지털 인문학을 중심으로 하나의 전공 과정을 마련하고 있었다.4) 학교의 여러 학과 가운데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희망하는 몇 개의 학과가 융복합 과정으로서 하나의 전공을 만들었고, 이 과정을 신청한 학생들에게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는 것이다. 두 학교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융복합 과정으로서 전공이기 때문에 이를 선택한 학생들은 그 이수를 위해 일정 학점 이상의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 것은 물론(A대학은 33학점 이상(11개 강의 이상 수강), B대학은 21학점(7개 과목 이상 수강) 이상) 그 운영의 면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보였다.
먼저 이 두 학교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과정은 다음의 세 단계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 ①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한 기본적인 개념 및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툴에 대한 교육

  • ② 기존 학과 전공을 통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적용 가능성 모색

  • ③ 실제적인 적용과 창작

첫 번째 단계는 인문학자는 물론 학생들에게도 생소할 수 있는 디지털 인문학으로의 접근을 도모하는 것인데, 두 학교는 모두 이를 위해 새로운 강의들을 개설했다. 특히 B대학의 경우 융복합 과정 초반에 인문학도들에게 생소할 수밖에 없는 디지털 인문학에서 사용되는 각종 개념과 수량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통계학적 지식 및 툴 등을 다루는 강의들(2강의, 6학점)을 새롭게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전공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었다. A대학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공필수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인문학의 기본적인 개념들, 인공지능과 사회 변화,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문학 등에 대한 과목을 공통적인 기초과정으로 설강하여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디지털 인문학으로의 접근 이후에는 그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는 단계를 설정하고 있었다. 이 단계에서는 두 개교 모두 융복합 과정 이수를 위해 들을 수 있는 과목에 융복합 과정에 참여한 학과들의 전공과목 가운데 디지털 인문학과 유관한 과목들을 융복합 과정의 이수 과목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는 융복합 과정 운영의 측면에서 새로운 강의 개설에 수반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한편 학생들이 첫 번째 단계에서 습득한 지식을 기존의 각 분과학문에서 제공한 강의들을 통하여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가능성의 모색 이후 융복합 과정의 마지막 단계로 실습이나 연습 과목이 위치하고 있었다. 디지털 인문학의 접근법을 통한 작품, 앱 등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다.5)즉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와 융복합 과정을 통하여 확보한 시각이나 각종 데이터 및 이를 분석하기 위한 통계학적 지식과 컴퓨터 언어 등에 기초하여 학생 스스로가 하나의 목표(문제)를 설정하고, 이를 완성(해결)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하나의 융복합 전공 과정으로서 마련하고 있는 A, B 두 학교는 일종의 pBL(project Based Learning) 과정을 지향한다고 하겠다.
이와 같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융복합 전공 과정으로 교육하고 있는 A, B 두 학교는 운영의 측면에서 ‘접근을 위한 기초적 지식 제공 → 적용 가능성의 모색 → 창작’이라는 단계를 설정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였다. 그런데 또 하나 주목되는 공통점은 이 전공 과정을 신청하는 학생들의 절대적인 다수가 인문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 소속의 문과계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문과계 학생들이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보다 친화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과정을 담당하는 교수들과의 면담을 보면 인문⋅사회과학 대학과 같은 문과 계열 소속 학과가 주로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주도하고 참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A대학은 교내에서도 인문⋅사회과학 대학의 비중이 높으며, 대학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복수전공을 매우 강조하는 속에서 다양한 융복합 전공 과정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학교의 전통과 분위기 속에서 영문학과를 비롯하여 국문, 중국학 등 인문대학 소속 학과들이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주도하는 가운데 학내 다른 융복합 과정에 비해 이른 시기부터 준비되었다는 것이다. 또 이 학교는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재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각종 행사와 강연을 적극적으로 유치⋅개최하고 있었다.6) 뿐만 아니라 A대학은 매학기 말에 2~3일에 걸쳐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창작한 성과물에 대한 전시회 및 시연회를 개최하고, 또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교외의 행사에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융복합 전공에 대한 홍보는 물론 학생들의 전공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감⋅자긍심을 고취하고 있었다. 이렇게 학내외로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각종 행사⋅특강⋅전시회 등을 통해 이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은 물론 그 발전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A학교의 큰 특징이었다. a교수에 따르면 개설한 지 3년여의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2020학년도의 경우 160여 명의 학생이 복수전공으로서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신청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과학 대학 소속 학과들의 한 학년을 구성하는 인원이 50명을 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해 보면 이 숫자는 상당한 것이라 할만하다.7) 이처럼 학교 전체에서 문과계 학과의 비중, 디지털 융복합 과정 개설을 둘러싼 상황과 이 과정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노력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A대학의 디지털 융복합 과정은 주로 문과계 학생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얻으며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B대학은 A대학과 달리 디지털 융복합 과정에 통계학, 산업공학 등 자연⋅공과대학 소속 학과도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의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언어학, 사학, 국문학, 언론정보학, 사회학, 지리학 등과 등 인문⋅사회과학 대학 소속의 학과들이었다. 비록 몇 개의 이공계 학과가 참여한다고 하지만 주로 문과계 학과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과계 학생들이 디지털 융복합 과정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융복합 과정이 문과계 학생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동일한 문제를 제기한다. 바로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에 필요한 통계학적 지식이나 컴퓨터 언어 등을 학생들에게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가이다. 이 지점에서 두 학교는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A대학의 경우 Google app.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활용 방식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각종 통계적 지식이나 컴퓨터 언어를 어려워하는 문과계 학생들이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 물론 A대학의 디지털 융복합 과정의 교과과정을 보면 데이터의 가공과 통계 처리에 필요한 R, 파이썬 등과 같은 컴퓨터 언어에 대한 기초 교육이 있다. 하지만 a교수에 따르면 이에 대한 학생의 수요는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컴퓨터 언어에 대한 학생의 수요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부분의 교육과 관련한 A대학의 특징은 멘토링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a교수에 따르면 통계나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학생들 사이에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학생들 간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자신들의 관심을 발전시켜 나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B대학은 융복합 전공 진입 초반에 제공하는 기초과정 강의에서 Java, R 등과 같은 컴퓨터 언어 및 인문학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 통계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었다. b교수는 이렇게 교육내용을 선정한 이유로 학생들의 요구와 B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관련 강의를 들었다. b교수에 따르면, 융복합 과정 개설 초반에는 이제 막 과정에 진입한 학생들에게 디지털 인문학의 연구들을 소개하며 인문학과 데이터과학이 만나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 내었는지를 알려주는 데에 주력했지만,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분석에 있어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요구가 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B대학에서는 디지털 융복합 과정에 관련되지는 않지만 빅데이터에 대한 교양과목이나 파이썬을 교수하는 타과 전공과목이 있기 때문에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이러한 강의를 선수 교과목으로 권장한다고 했다. 반면 통계학과의 교과목들은 문과계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기 때문에 통계학을 전공하지 않는 비전공자들 - 특히 문과계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이나 관심과 관련하여 통계를 바라보고 접근할 수 있도록 통계학을 교수하고, 이를 통해 통계학에 더 큰 관심이 생긴 학생들이 통계학과의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고 했다. 즉 학생들 자신의 관심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한 데이터 분석에서도 통계 전문가가 아닌 해당 분야의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는 데에 적합한 컴퓨터 언어와 통계학적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이 B대학 디지털 융복합 전공의 특징이라 하겠다.

2.2 인문대학생과 공과대학생들 각각에 대한 다른 방식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교육을 시행하는 학교 가운데서도 C대학은 인문대학과 공과대학에서 각각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경우였다. 이렇게 인문대학과 공과대학에서 각각 강의를 개설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인문대학 소속의 c교수가 있었다. 텍스트마이닝을 전공한 c교수 자신이 소속한 학과에서 사회에서 생산⋅유통되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와 데이터 관련 주요 이슈들을 계량적 관점에서 접근⋅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을 교수하는 “데이터 계량과 분석”이라는 강의를 개설한 한편 공대에서 인공지능 관련 전공 강의로서 텍스트 처리를 중심으로 하는 “기초 텍스트 분석”이라는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즉 디지털 인문학을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와 텍스트 처리 및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을 인문대학과 공과대학의 전공 강의로 각각 진행하고 있었다. 즉 문과계열 학생과 이과계열 학생 각각에 대해 디지털 인문학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C대학에서도 처음부터 문/이과 학생을 분리하여 강의를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c교수에 따르면 공과대학의 전공 강의인 “기초 텍스트 분석”의 경우 처음에는 인문대생들과 공과대생들의 비율이 5 : 5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강의를 개설한 지 3학기(2019년 2학기)에 접어들어서는 완전히 공과대학 학생 중심을 이루었다고 한다.8) 그렇기 때문에 C대학은 디지털 인문학 교육에 대한 문/이과 학생들의 반응이나 교수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경우였다.
흥미로운 것은 인문대생들에게는 데이터 처리를 위한 이공계적 지식을,9) 공과대생들에게는 인문학적 통찰을 요하는 데이터 해석과 관련된 사항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인문대학의 전공 강의에서는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들에 대한 이해와 분석에 대한 사항이 아닌 raw data나 데이터베이스를 정리⋅가공하는 기법을 중심으로, 공과대학의 전공 강의에서는 정보를 다루는 기본적인 이론들과 디지털 인문학적 분석을 위해 필수적인 데이터 수집 및 특히 데이터에서 연구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의 빈도와 공기어(co-occurrence)에 대한 분석10)을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인데, 이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학생들이 어려워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c교수는 강의 경험을 통해 공과대학의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이나 컴퓨터 언어에 강점을 보이지만 인문학적 통찰에 기반해야 하는 데이터에 대한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반면 인문대생들은 그 반대로, 특히 컴퓨터 언어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법에 대해서는 어려워한다고 하였다. 즉 컴퓨터 언어나 통계 등에 어려움을 보이는 인문대생들이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그래밍이나 기법을 잘 알게 된다면 이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관련 데이터에 대한 가공과 분석을 통하여 발전시킬 수 있으며, 전체적인 구조나 시스템 구축을 중심으로 교육을 받아온 공과대생들이 데이터로부터 개인적인 관심과 관련된 특정한 사항을 분석해보는 연습을 통해 이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개별적인 사항에 대한 관심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C대학의 사례는 1개의 강의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진행해야 할 경우 수강생들의 소속에 따라 교육의 목적과 내용을 설정하는 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2.3 디지털 인문학과 언어생성의 결합

마지막으로 살펴볼 D대학은 공학 중심의 대학으로, 재학생들의 절대다수가 이과계 학생이며, 학부생들의 교양교육을 전담하는 - 소속 학부생 없이 교수들로만 구성된 - 인문학부가 있는 형태의 학교이다. 또 D대학은 2021학년도 2학기에 처음으로 디지털 인문학 관련 강의를 개설할 예정이다. 공학 중심의 대학이라는 점에서 D대학은 앞에서 언급한 A, B, C대학과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위한 준비와 접근 방법에서도 앞의 3개교와 차이가 있었다.
D대학의 인문학부가 학교를 위해 기여하면서도, 학부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안 - 학부의 브랜드화 방안으로서 디지털 인문학을 고려했다고 한다. 특히 D대학에서 2020년 2학기에 인공지능 대학원을 꾸리게 됨에 따라 인공지능과 인문학의 접목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인문학부에서 강조해온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주목과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공학 중심의 학교에서 공학과 인문학의 협업을 고민하는 가운데 인공지능 대학원 개설이라는 학내 변화와 맞물려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되었으며,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 2학기부터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D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모색하는 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인문학부에 재직하며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론을 구사하며 문학 텍스트를 분석해 온 d교수였다. d교수에 따르면, D대학은 2020년 이래 디지털 인문학은 물론 인문학과 공학의 협업을 통한 강의 개발을 진행해 왔으며, 2021년 2학기부터 교양 강의(3학점, 가칭 “디지털 인문학 입문”) 1개와 전공 강의(3학점, 가칭 “인공지능과 스토리텔링”) 1개로 개설된다고 한다.11) 특히 디지털 인문학을 전면에 내건 교양 강의를 개설한다는 것은 앞서 살펴본 A, B, C대학은 물론 다른 대학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것일 뿐만 아니라 본고와 관련해서도 주목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D대학은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는 데에 여타의 대학과 다른 출발점에 서 있었다. 공과대학 중심인 D대학의 모든 재학생들은 1학년 1학기에 파이썬을, 2학기에는 R을 공통필수 과목으로 배운다는 것이다. 즉 D대학은 디지털 인문학에서 필요한 데이터의 처리⋅가공을 위한 공학적 지식에 대해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을 대상으로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강의를 구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d교수는 교양 강의인 “디지털 인문학 입문”에서 디지털 인문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공과대학 학생들에게 생소한 데이터 수집⋅분석을 위한 데이터 크롤링 및 전처리 전반에 대한 사항을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내용은 디지털 융복합 전공 과정을 신설⋅운영하고 있는 A, B대학에서 전공 진입 초반 학생들이 전공으로의 접근을 위해 제공하는 2~3개의 전공 강의들에서 제시하는 사항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는데, D대학의 관계자들, 특히 디지털 인문학 교육 설계를 담당한 d교수가 1개의 교양 강의를 통해 이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바로 D대학에서 재학생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는 컴퓨터 언어에 대한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D대학에서 개설 예정인 또 하나의 강의 역시 다른 대학과 차이를 보였다. 다른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거나 데이터 가공⋅처리를 전공 강의로서 진행하는 형태, 즉 학생의 관심과 능력의 배양을 도모했다면 D대학은 인공지능 관련 분야로 특화시켜,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의 생성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D대학에서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전공 강의를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계획한 것은 앞서 언급한 인공지능 대학원의 개설과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D대학은 인공지능의 한국어 학습을 통한 한국어 문장생성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인공지능의 문장생성은 최근 급격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영어교육과 영어 문장의 생성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상황에서 이를 한국어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변수들을 모색하여 한국어 문장생성에 최적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학부 전공수업 “인공지능과 스토리텔링”이 인공지능에 대한 D학교의 비전과 연관되어있는 것은 물론이며 기본적으로 D대학의 학생들이 데이터 추출⋅가공을 위해 필요한 파이썬 등 컴퓨터 언어를 학습했다는 것은 주요한 전제였다. 인공지능이 생성할 문장의 목적에 인공지능이 학습해야 하는 내용은 달라진다. 즉 설득을 위한 글인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위한 것인가 등 글의 목적에 따라 인공지능의 학습 내용이 달라짐에 따라 인공지능에 제공해야 하는 데이터의 전처리 방식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의에서는 파이썬 등을 활용하여 언어생성을 위해 인공지능에 부여하는 데이터들을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 보며 언어생성과 관련한 코드들을 파악하고, 최적의 데이터의 형태 - 특히 한국어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형태나 조건들을 탐색해 보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어로 문장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의 수집과 전처리 및 이를 위한 조건 등을 모색하는 강의로 구상된 전공 강의에서도 학생들이 파이썬, R 등의 컴퓨터 언어를 학습했다는 것은 기본전제로 작용했다.
이상에서 4개교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면담을 통해 보았을 때 각 학교의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은 문과계/이공계 학생을 중심으로 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A⋅B대학은 문과계 학생 중심, D대학은 이공계 학생 중심이라 하겠으며, C는 문과계와 이공계에 각각의 전공 강의가 있지만 디지털 인문학적 분석과 관련된 빈도와 공기어 분석이 이공계 전공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공계 중심의 성격이 보다 강하다고 하겠다. 또 인문학과 공학이라는 융복합적 성격을 가진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교육이다 보니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프로그래밍의 능력을 어느 수준에서 제시하는가 역시 교육의 차이를 만드는 주요한 변수였으며, 기초적인 구글 앱을 활용하는 A대학에서, 파이썬과 R에 대한 선수학습이 이루어진 선상에서 그 활용을 모색하는 D대학까지 그 편차가 컸다. 이를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하면 [그림 1]과 같다.
[그림 1]
디지털 인문학 수업 대학의 문/이과 중심도 및 프로그래밍 교육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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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학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의 방향

2장에서 살펴본 실제 대학 사례를 바탕으로 3장에서는 대학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현재 기존 디지털 인문학 수업은 대부분이 전공 수업으로 개설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D대학은 교양 강의 개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수업은 모든 수강생이 컴퓨터 언어에 대한 과목을 1년 이상 수강한 이후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행 과목이 없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교양수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은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수 있고, 이는 어떠한 성격의 수업이 되어야 하는지를 논의한 이후에,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제시하여, 1학기 교양수업으로서 디지털 인문학 강의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교양교육은 전공을 넘어선 보편적 교육으로 크게 6가지 목표를 지닌다. 학문탐구를 위한 보편적 문해 능력 함양, 비판적 사고능력⋅합리적 의사소통능력 함양, 인간과 세계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 정립, 융합적 사고 및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함양, 공동체의식⋅시민정신 함양, 심미적 공감 능력 함양(한국교양기초교육원, 2021)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교양 강의로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디지털 인문학으로서의 특색을 살려, 학생들이 디지털 인문학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지식과 기능을 접하는 가운데 위와 같은 교양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는 능력 - 문해력, 소통능력, 문데 해결 능력 - 을 제고하는 방향에 서야 할 것이다. 또 1학기라는 짧은 시간과 교양수업이라는 배경지식이 적더라도 수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역시 염두해야만 한다.
한편 2장에서 살펴본 4개의 대학은 학교의 사정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접근을 위한 기초적 지식 제공 → 적용 가능성의 모색 → 창작’이라는 3단계의 과정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연계 전공의 형태로 하는 A, B 대학의 경우에는 이 3단계 과정을 모두 충실하게 제공하는 반면 C대학은 2단계를, D대학은 2⋅3 단계를 중심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C, D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이미 1단계에 대한 사항을 이미 전공과정이나 다른 강의를 통해 선수학습되었다는 전제에서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보면 이 3단계의 과정을 설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접근을 위한 기초적 지식 제공 → 적용 가능성의 모색 → 창작’이라는 3단계의 교육 과정은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여러 요소들을 경험하게 하면서도 디지털 인문학에서 요하는 지식과 기능의 제공, 문제의 설정과 해결 능력의 향상의 과정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좋은 본보기가 된다. 즉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은 이 세 가지 지점을 기초적인 수준에서 학습하는 것을 목표하여, 사회 변화 속에서 디지털 인문학의 중요성 및 기본적인 개념과 실습 툴(엑셀, 파이썬 등)의 사용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설정하고 디지털 인문학적 방법으로 그 해결에 접근해 보는 것이다. 이를 교양교육의 목적과 연관지어 보면 <표 1>과 같다.
<표 1>
기존 디지털 인문학 수업 단계와 교양교육의 목표와의 연계 관계
기존 디지털 인문학 수업 단계 교양교육의 목표
①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한 기본적인 개념 및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툴 학문탐구를 위한 보편적 문해 능력 함양
② 기존 학과 전공을 통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적용 가능성 모색 인간과 세계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 정립, 공동체의식⋅시민정신 함양, 심미적 공감 능력 함양
③ 실제적인 적용과 창작 비판적 사고능력⋅합리적 의사소통능력 함양, 융합적 사고 및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함양
교양 디지털 인문학 수업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를 강의를 개설하는 학교의 상황과 특성 및 수강 학생의 배경지식(전공), 교수자가 중요시하는 사항 등에 따라 특정한 부분을 강조하여 데이터 가공⋅처리를 위한 툴에 대한 교육, 데이터과학의 적용 가능성 모색과 데이터 해석을 위한 문해력 교육, 학생들의 문제 설정과 그 해결-창작 가운데 일부분만 특화시켜 해당 부분만으로 강의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학생들이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된 전반적인 사항들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에 위의 세 가지 과정을 어떻게 교육할 수 있는가에 대해 모색해 보겠다.
먼저 ①과 ②의 단계는 기본적으로 교수자의 강의를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짧은 시간 안에 디지털 인문학을 위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개념을 전달하고,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여 그 적용 가능성을 모색해 보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디지털 인문학의 적용 범위는 테이터의 유무, 데이터에 대한 활용 및 접근 방식에 따라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한정지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인문학을 위해 필요한 개념이나 분석의 방식⋅적용 가능성을 기존의 연구 성과들을 통하여 이러한 방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회자됨에 따라 대중적 관점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도서들이 다수 발간되어 있다. 이러한 도서들을 주교재로 하여 그 성과를 전달한다면 학생들의 흥미 유발과 더불어 동기 부여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자신들이 탐구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모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편 ③의 단계를 위해서는 ①⋅② 단계의 교육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을 발전시키기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가 없다면 디지털 인문학적인 접근과 사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에서든, 교육에서든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확보하고,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해 이를 1차적으로 시계열적으로 정리하는 데에만도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 더군다나 한 학기라는 제한된 기간에, 그것도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선행학습이나 배경지식이 적은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교양 강의에서는 획득과 가공이 용이한 데이터를 학생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KOSIS 국가통계포탈”과 같은 사이트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 전반을 포괄하는 각종 주제⋅사안별로 20년 이상의 기간의 데이터를,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에 필요한 excel, txt, csv 등과 같은 파일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12) 때문에 선행 연구 성과들을 통해 디지털 인문학을 소개하고 그 적용 가능성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이러한 데이터들을 소개한다면 학생들의 관심 개발의 측면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효율적인 강의 운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학생의 관심 유발과 문제의 설정, 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에서는 자신이 설정한 문제의 해결에 적당하게 데이터를 가공⋅처리하기 위한 툴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는 대학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교육하고 있다. 일단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고 있는 대학들의 경우 데이터 분석을 위한 툴로서 Google app, Excel, python, R, Java 등을 교육⋅활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툴 가운데 모든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강의 담당 교수들이 강의에서 공통적으로 교수하고 있는 것은 엑셀(Excel), 파이썬(python)이었다. 이를 교육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담당 교수들은 이 툴이 실제 디지털 인문학 연구에 가장 많이 활용될 뿐만 아니라 문과계 학생들이 접근하기에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을 들었다. 더군다나 교양교육으로서 디지털 인문학을 교수하는 목적이 작품이나 앱 등의 완결된 성과의 도출이 아닌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학생들의 문해⋅의사소통⋅비판적 사고⋅문제 해결 등의 능력을 디지털 인문학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고려해 볼 때 이 두 가지 툴을 이용한다면, 비록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디지털 인문학에서 요구하는 연구 결과의 시각화 역시 각종 함수와 그래프를 활용하여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수업에서 데이터의 처리⋅가공을 위한 툴로서 엑셀, 파이썬을 교육⋅실습해 보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한편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의 사례를 통해 보았을 때 학생들의 소속 - 배경지식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앞서 서술한 데이터를 가공하기 위한 기본 툴에 대한 숙련도와,13) 데이터에 대한 해석을 위한 데이터 문해력이었다. 즉 이공계 학생들은 프로그램이나 기본 툴에 대한 숙련도가 높지만, 그에 대한 해석에는 어려움을 보이는 반면 문과계열 학생들은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살펴본 4개교의 사례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러한 경향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교양교육을 설계함에도 주요한 참고점이라 하겠다. 특히 툴에 대한 숙련도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A대학의 경우 학생들 간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전공 과정이 아닌 1개의 교양수업으로 디지털 인문학 강의를 운영하며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서 ③의 단계와 연관하여 조별 학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조별 학습은 학생들의 개별적인 관심이나 수업에 대한 열의가 조별 활동의 형태로 수렴되며, 조원이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활동하는가 등의 문제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조를 구성함에 있어 사전에 학생들의 개별적인 관심을 유형화함과 아울러 하나의 조를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즉 디지털 인문학 실습 툴과 인문학적 문해력과 분석에 있어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그 역할을 분배한다면 일종의 멘토링 학습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1학기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향상시키면서도, ③의 단계를 수행하는 데에도 효율적일 것이다. 더 나아가 오늘날 교양교육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학습자 중심 학습이라는 관점에서도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동이 필수적으로 요청되는 조별 활동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정숙희, 2014: 208)
이상과 같이 본고에서는 한 학기 동안의 교양수업으로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교육을 기초적인 수준에서 그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디지털 인문학에 대중적 연구 성과에 대한 검토 및 데이터의 취득 등을 통한 학생의 흥미를 유발 및 동기 부여, 데이터 가공을 위해 필요한 기본 툴에 대한 학생들의 실습, 조별 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문제해결 과정에 대한 발표 해결 방안의 모색 과정으로서 설계해 보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들이 초보적인 수준에서 탐구해 볼 수 있는 주제의 선정, 학생들이 선정한 주제(문제)의 해결을 위한 브레인스토밍 형태의 토의⋅토론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설계를 바탕으로 보다 구체적인 강의 방안, 교재 등을 구상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생들이 강의 내용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을 보완하기 위해 교재 4권 - 디지털 인문학 입문서 2권, 툴에 대한 입문서 2권 - 을 선정했다. 먼저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관심 개발을 위한 입문서 2권은 사례를 중심으로 디지털 인문학의 성과를 대중적으로 쉽게 정리한 두 권의 책을(김탁우, 2019; 에레즈 에이든⋅장바티스트 미셀, 2013) 선정했다. 해당 책은 A대학에서 몇 년간 주교재로 사용한 책들로 a 교수의 추천이 있었다. A대학은 앞서 우리가 살펴본 대학 중에서 가장 프로그램 수준이 기본적이며 문과대 학생 비중이 높고 디지털 인문학을 기초부터 가르치는 대학이라 교양수업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 실제로도 이 책들은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으로 이루어진 국내외의 주요 연구 성과들과 기존의 인문학 내지 상식의 영역에 속하는 내용이 어떻게 디지털 인문학과 접점을 갖게 되는지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내고 있어, 교양 수준에서 학생들이 디지털 인문학에 접근하는 데에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 데이터 처리⋅가공을 위한 툴인 엑셀, 파이썬에 대한 기초적인 수준의 교수와 실습을 위해 엑셀에 대한 쉬운 설명은 물론 실습해 볼 수 있는 예제와 그 진행 과정을 상게하게 제시하고 있는 책(박혜정, 2017)과 파이썬 프로그램에서도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에서 중요하게 활용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비교적 쉽게 정리한 책(김창현, 2020)을 선정했다. 이렇게 엑셀과 파이썬 등을 쉽게 소개하는 책은 계속 출간되고 있으니 수업의 목적에 맞는 책으로 선정할 수 있다. 이러한 교재를 중심으로 한 주차별 강의 개요 예시는 다음과 같다.
<표 2>는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는 4개교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교양 강의의 설계를 바탕으로, 본고에서 제시한 데이터 취득을 위한 사이트와 교재, 4개교의 교수법 등을 서로 연관지으며 작성한 예시이다. 이러한 한 학기 수업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디지털 인문학의 기본 개념, 실제 사례, 기본적 툴에 대해서 습득하며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디지털 인문학에 접근하여 기초적인 실습과 문제해결 과정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한 학기만의교양수업에서 기본 개념에서부터 실제 프로젝트 활동을 완벽하게 진행하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을 수 있다. 학생들마다 배경에 따라 인문학적 소양이 많이 부족할 수도 있고 기본적인 프로그램 툴을 배우고 다루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 입문 수업은 학생들의 마지막 발표 또는 기말과제에서는 자신들이 제시한 주제(문제)의 완성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나름의 관심에 따라서 디지털 인문학적 연구를 시도해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보람을 발표하고 성찰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추후 단계적으로 디지털 인문학 교양수업이 확대된다면 ‘디지털 인문학 기초’와 ‘디지털 인문학 실습’으로 나누어서 디지털 인문학 기초 수업에서는 기본 개념과 실제 사례를 보다 상세하게 학습하고, 디지털 인문학 실습 수업에서는 툴을 배우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누어서 2단계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때,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학생의 관심을 끌어내고, 지속시키는 데에 대학에서 강조하는 비교과활동과 연결시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학내의 학생들의 디지털 인문학 경연 대회를 진행한다거나,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교수자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가운데 학외 대회 진출 등을 준비할 수 있다면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은 학생들이 현재의 사회 변화를 체감하면서도 자신의 관심 개발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제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표 2>
주차별 강의 개요 예시
주차 강의 개요
1 학습목표: 전체적인 수업 방향과 내용에 대한 설명 및 강의계획서 소개
주요학습내용: ‘디지털 인문학’의 개념 소개 및 간단한 사례 소개, 수업 교수자 소개 및 참여 학생들의 자기소개 및 수업에서 기대하는 것들 논의
2 학습목표: 빅데이터와 인문학의 관계를 이해하며, 현대 한국의 국가통계 사이트와 구글 등의 다양한 데이터와 프로젝트를 이해한다.
주요학습내용: 빅데이터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이것이 현재 인문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파악한다. 이러한 인문학의 변화가 인간이 스스로를 파악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음을 이해한다.
툴 실습
-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 ‘구글 북스’ 소개
- ngram 데이터, Ngram Viewer 소개
- 국가통계포털(https://kosis.kr/index/index)소개
3 학습목표: 데이터는 근대 이후뿐만 아니라 그 이전 한반도에서도 학문에서 중요하게 활용되었다는 것을 이해한다.
주요학습내용: 데이터 과학 및 디지털 인문학에서 이용하는 데이터를 정약용 등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정약용의 사례를 통해 데이터의 용도, 데이터의 활용, 데이터의 정리, 데이터의 속성, 데이터의 라이프 사이클, 데이터의 항목과 수치의 의미 등을 논의한다.
수업자료
https://www.youtube.com/watch?v=j4vtBG1GZmc(다산 정약용 선생보다 능력자 되는 방법),
- 김택우(2019)의 「데이터란 무엇인가」
4 학습목표: 목적에 따른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이를 정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툴인 엑셀의 기능을 이해하고 실습한다.
주요학습내용: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사항들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 수집, 정리되면 의미를 갖는 데이터로서 활용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를 학생들에게 익숙한 세종대왕의 측우기 제작 및 뉴욕에서 범죄 예측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시하며, 이를 통해 시사받을 수 있는 사항 내지 문제점에 대해 논의한다.
수업자료
- 전종갑⋅문병권(1997)
- 김택우(2019)의 「데이터란 무엇인가」
툴 실습
기초적인 엑셀 소개. 함수, 시각화 기술, 시트 편집, 핵심 함수, 데이터 편집 등 실습.
- 박혜정(2017)의 「Story 1 기본으로 돌아가자!」
프로젝트 활동
지금까지 수업을 듣은 것을 토대로 디지털 인문학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3분 정도로 간단히 발표한다.
5 학습목표: 4주차에 이어서 목적에 따른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관련된 예들을 더 이해하며 이를 정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툴인 엑셀의 기능을 더욱 심화하여 이해하고 실습한다.
주요학습내용: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사항들이 특정한 목적에 따라 수집, 정리되면 의미를 갖는 데이터로서 활용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를 학생들에게 익숙한 정약전의 『자산어보』(영화, 2021)에서 정약전이 바다생물의 다양한 데이터를 기록한 것과 『정도전』(드라마, 2014)에서 고려 말 토지 현황의 문제점과 공정한 세금 부과를 위해 과전법을 시행한 것을 오늘날의 주민세, 재산세와 비교해서 이해한다.
수업자료
- 영화 『자산어보』(2021), 드라마 『정도전』(2014)
- 김택우(2019)의 「데이터란 무엇인가」
툴 실습
엑셀 통합 문서의 내부 데이터 관리 및 외부 데이터 변환
- 박혜정(2017) 중 「Story 2 엑셀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모델링에서 BI까지」
프로젝트 활동
학생들의 관심사와 소속 특기(툴, 프로그래밍, 인문학적 소양과 관심) 등을 고려해 조를 4명 내외로 편성한다.
6 학습목표: 데이터 시각화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이해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능을 엑셀을 통해서 실현해본다.
주요학습내용: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역사적인 사례로 최초의 감염의학자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 사례를 소개한다. 데이터를 지도에 표현하는 사례를 Covid 19 지도를 통해 파악한다. 나이팅게일의 ‘로즈 다이어그램’을 통해 병원에서 사망 병사수와 이를 통한 병원 개혁 사례를 이해한다.
수업자료
- 코로나 19 관련 앱과 지도 데이터 사이트
(http://ncov.mohw.go.kr/ https://corona-live.com/ 등)
- 김택우(2019) 중 「데이터 시각화, 다르게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툴 실습
엑셀을 통해 데이터의 기본적인 시각화 방법을 실습한다.
- 박혜정(2017) 중 「Story 2 엑셀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 모델링에서 BI까지」
7 학습목표: 6주차에 이어서 데이터 시각화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서 이해한다.
주요학습내용: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역사적인 사례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서 DDT의 해악을 시각화한 방식을 이해한다. 정보의 불균형과 데이터의 집중화가 많은 피해를 야기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허브 구성의 필요성을 이해한다. 정약용의 「침기부』에서 정확한 호구조사를 바탕으로 세금 징수를 공정하게 만들었던 사례를 소개한다. 공정한 행정에는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8 프로젝트 활동
교수자의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하며 결과 뿐만 아니라 문제의식의 발단, 데이터를 구하는 과정, 데이터 분석 과정과 시각화 등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9~10 프로젝트 활동 -조별 중간점검 1⋅2
각 조에서 발표하고자 하는 주제를 선정하고 여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이터와 분석 툴에 관해서 5분 내외로 발표한다. 이후 전체 학생들과 만약 내가 저 문제를 다룬다면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문제해결 과정에서 예상되는 난점과 개선점 등에 대해서 함께 논의한다. (이때 다른 조 발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평가서를 제출하게 하고 이 또한 평가서를 쓴 학생의 평가에 포함한다.)
11 디지털 인문학 사례 연구
학습목표: 데이터를 통해 의술의 발전, 전쟁의 승리 등 실질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사례들을 이해하고 파이썬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특징을 학습한다.
주요학습내용: 허준의 『동의보감』 편찬 과정을 이해한다. 중국과는 다른 조선 사람을 위한 처방과 치료법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질병을 치유한 사례를 학습한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무기, 전투선, 조류의 흐름 등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전쟁에 활용하여 크게 승리했던 사례를 학습한다.
수업자료
『허준』(드라마, 1999~2000)과 『명량』(영화, 2014)의 부분 소개
김택우(2019) 중 「팩트가 담긴 데이터」
툴 실습
파이썬 프로그램의 기초를 배워서 텍스트 파일을 가공하고 기초 문법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다. 김창현(2020)
12 디지털 인문학 사례 연구
학습목표: 11주에 의해서 데이터가 바꾼 세상에 대해서 이해한다. 구체적으로 지도와 데이터의 관계에 대해서 이해한다. 또한 파이썬 프로그램의 중요한 장점인 웹 크롤링 기능과 방법을 이해한다.
주요학습내용: 미국 매튜 모리 중령의 해양지도 작업을 통해 텍스트로만 제공되던 정보를 지도에 표시하여 가시적인 효과를 높인 방법에 대해서 이해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서 공간 데이터면서 동시에 역사 데이터로서의 지도를 이해하고 현재의 디지털 지도와 메타버스로서의 지구-지도를 이해한다.
수업자료
구글 어스https://www.google.co.kr/intl/ko/earth/
Earth 2https://earth2.io/
김택우(2019) 중 「팩트가 담긴 데이터」
툴 실습
파이썬을 통해 웹 크롤링으로 정보를 모으고, 다양한 패키지로 데이터 분석하는 방법을 배운다. 김창현(2020)
13 디지털 인문학 사례 연구
학습목표: 데이터의 수집과정과 사용은 보편적인 인류를 위해서야 함을 이해한다.
주요학습내용: 일본 731부대가 행했던 생체 실험과 그로 인한 데이터를 미국이 입수하는 조건으로 731 부대가 전범 면책이 되었던 상황을 이해한다. 데이터 수집의 정당성과 윤리성을 강조한다. 맬서스의 『인구론』에서 인구 증가로 인한 식량 부족을 우려해서 인구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식량 생산 기술의 월등한 증가로 그의 주장이 틀리게 된 사례를 소개한다. 데이터를 볼 때 전체적인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현대 한국 인구 관련 데이터를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파악한다.
14~15 프로젝트 활동
프로젝트 발표 1⋅2
학생들의 디지털 인문학 조 발표 및 질의 응답, 교수자의 평가

4. 결어

디지털 시대라는 사회 변화 속에서 등장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으며, 그 교육에 대한 요구 역시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는 학교가 이미 등장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대학 교육은 전문적인 지식의 교수⋅생성을 추구하는 전공 교육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지식과 능력의 향상을 목표로 하는 교양교육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진다. 이에 이 논문에서는 주로 전공 교육으로서 이미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하거나, 계획한 4개 대학의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인문학 교양수업의 방향을 모색하고, 그 구체적인 예시를 제안했다. 4개 대학은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각기 A, B, C, D로 지칭했다. 이 4개의 대학은 디지털 사회의 도래에 따라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재고하기 위해 디지털 인문학을 교육한다는 공통점을 보이면서도, 학교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각 학교의 디지털 인문학 교육은 교육대상 학생들의 소속(문과계열인가, 이공계열인가), 이에 따른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프로그래밍을 어느 수준에서 교육하느냐에 따라서 구분되었다. 문과가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A, B 대학과 문이과가 섞여있는 C대학, 이공계의 D대학으로 나뉘었고, 기초적인 구글 앱과 엑셀 등을 활용하는 A대학에서 파이썬과 R과 같은 프로그래밍의 선수학습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는 D대학까지 편차가 컸다. 그렇지만 이들 대학들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은 에서 공통적으로 ①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위한 기본적인 개념 및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초적인 툴에 대한 교육, ② 기존 학과 전공을 통한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적용 가능성 모색, ③ 실제적인 적용과 창작이라는 3단계 과정에 입각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제 사례를 통해 볼 때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교양수업으로서 디지털 인문학 강의는 학교의 특성과 지향, 학생들의 전공이나 선행학습 정도에 따라 어느 한 단계에 중점을 두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한 학기라는 짧은 기간에 효과적으로 이 3단계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강의 개요를 구상해 보았다. 학기 초중반에는 디지털 인문학의 주요 성과에 기반하여 그 기본 개념과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하여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한편 학생들이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소개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구체적인 데이터를 통해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중반 이후에는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사례 제시를 줄여나가면서, 데이터의 처리와 가공을 위한 엑셀, 파이썬과 같은 툴을 학생들의 필요로 하는 수준에서 교수⋅실습하면서 학생들의 전공과 관심사에 따라 적절한 팀을 구성하여 이들이 자신이 설정한 주제(문제)를 브레인 스토밍 형태의 토의 등을 통해 직접 탐구하도록 유도한다. 또 교양수업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의 도출을 지향하기 보다는 학생이 제시한 주제(문제)를 디지털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보람을 발표하고 성찰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디지털 인문학 수업을 실제로 설계하고 계획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작성되었다. 아직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이 대학에서 개설되지 않았기에 실제적 수업에 대한 경험을 논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이후에 실제로 해당 계획에 따라서 몇 학기 수업을 직접 진행하면서 얻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 수업에 관한 논의들이 보충된다면, 교양수업으로서의 디지털 인문학을 성공적으로 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Notes

1) 본고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인문학’은 후자의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의 디지털 인문학은 200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국립인문학 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 산하에 디지털인문학부(Office of Digital Humanities)가 2008년 설치되었고, 근래에는 서구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디지털 인문학 연구가 실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디지털 인문학의 개념적 정의가 명료하게 합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포괄적으로 “디지털 사회에서의 인문학”이라는 개념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치완 외, 2015: 13)

2) 면담은 COVID-19로 인하여 Zoom을 이용한 화상 회의의 형식을 취했다.

3) 이들 대학에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인문학에서 요구하는 방법론에 입각하여 디지털화된 자료에 기반하거나, 자료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며, 이를 분석하고 그 시각화를 통해 그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를 수행하는 교수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인문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4) A대학의 경우 2017년 1학기부터, B대학은 2016년 1학기부터 디지털 인문학 융복합 과정에 학생들을 받기 시작했다.

5) 학생들은 어떠한 것을 작품⋅앱으로 창작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a교수는 (1) 19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빌보드 차트 TOp 20에 들었던 음악의 장르⋅가수의 성별⋅가사 등을 분석해 그 경향성을 살펴본 것, (2) 1990년대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대본이 확보된 93개에 대한 영문학적 분석, (3) 고고학 학술연구 논문들에 대한 키워드 분석 및 토픽모델링 접근, (4) 코넌 도일 소설에 대한 디지털 인문학적 분석, (5)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대한 디지털 분석에 기초한 바꿔 쓰기 등을 꼽았다. b교수는 (1) 조선왕조실록 네트워크 분석, (2) 영미문학에서 작가의 성별에 따른 문체의 특징, (3) 문학 챗봇, (4) 주가 분석 앱 등을 거론하였다.

6) a교수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디지털 인문학을 소개하고 그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학내에서 SW 특강과 행사를 자주 개최하여,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고 한다. 이는 외부의 인사를 초빙하기도 하고, 이 학교에 연계된 다른 사업단들에서 주관하기도 하며,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진행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강연⋅행사로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아마존 웹 서비스를 활용한 인공지능, 디지털 인문학과 SW, 구글 AutoDraw로 즐기는 AI 세상 등이 이야기되었다.

7) 이는 B대학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학부생 재학생의 규모에서 A대학은 B대학의 1/3 수준인데, B대학의 경우 매년 디지털 융복합 과정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30여명 안팎이라고 한다.

8) “기초 텍스트 분석” 강의가 공과대생들이 중심을 이루게 된 이유로 c교수는 이 강의가 공과대학의 전공 강의이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인문대생들이 컴퓨터 언어나 프로그래밍에 대해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9) 즉 인문대생들의 전공 강의인 “데이터 계량과 분석”에서는 데이터 가공을 위한 각종 기법만을 교수하며, 데이터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강의하지 않는다고 한다.

10) c교수에 따르면 공과대학의 전공 강의에서 키워드의 빈도, 공기어 분석까지를 강의하며, 보다 심화된 네트워크 분석이나 토픽 모델링 등에 대해서는 대학원 강의에서 교수한다고 한다.

11) d교수에 따르면 2021년 2학기에는 2개의 강의를 모두 개설하지만, 2022년부터는 한 학기에 1개씩(1학기에는 교양 강의, 2학기에는 전공 강의와 같은 형태)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12) “KOSIS 국가통계포탈”(https://kosis.kr/index/index.do)에서는 인구, 범죄⋅안전, 소득, 소비, 노동, 교육, 보건, 복지, 교육, 문화, 여가, 기업, 농업⋅수산 등 각종 산업, 정보통신, 임금, 물가, 재정, 금융, 에너지, 환경 등 30개 분야에 걸친 국내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하나의 분야는 다시 수 십여개의 세부 주제로 구분되며, 그 각각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범죄⋅안전’ 분야의 예를 들면 이 하나의 분야가 다시 30여 개의 주제로 나뉘고, 이 주제들은 다시 각종 유형별로 세분되어, 그에 대한 통계를 제시하는 형태이다.(또 국제경제 및 사회의 흐름과 관련된 주요 국제지표 및 통계자료(국제통계), 국내외에 산재한 북한관련 통계정보(북한통계)도 제공한다.)

13) 이는 1학년 과정에서 파이썬과 R을 필수적으로 교육하는 D대학의 d교수를 제외한 a, b, c 교수 모두가 지적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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