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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5(5); 2021 > Article
의과대학 조기임상경험의 성찰일지 내용 분석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임상실습 전(pre-clerkship)에 병원에서 임상을 경험한 의과대학생들의 성찰일지를 분석하여 조기임상경험의 의미를 알아보는 데에 있다. 연구는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1학년에서 시행한 임상실습 전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수강한 60명 학생들의 성찰일지를 대상으로 하였다. 성찰일지 내용은 Elo와 Kyngäs의 귀납적 질적 내용분석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성찰일지에 나타난 의미 있는 키워드와 문장은 총 127개였으며, 범주화 형성을 통해 11개의 하위범주로 분류하였다. 최종적으로 환자에 대한 이해, 전문직업성의 이해, 타직종의 이해, 병원시스템 이해, 학습동기 등 5개의 주범주를 도출하였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질병에 대한 환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능력이 향상되며, 의사소통과 임상적 기술에 자신감을 갖게 되며, 소외 계층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갖게 되었으며, 의료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학습 성과를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조기임상경험이 임상실습 전 교육과정에 있는 의과대학생들을 위한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적용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qualitatively analyzed medical students’ engagement of pre-clerkship early clinical experience and their implications based on reflective journals. The subjects were 60 third-year students who had taken the early clinical experience course offered by the Catholic Kwando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tudents had to complete and submit a reflective journal at the end of the course. This study used the reflective journals students submitted as analysis data. Data were analyzed using Elo and Kyngäs’ inductive qualitative analysis. As a result of study, a total of 127 unique significant keywords and statements were extracted. These statements generated 11 formulated sub-categories and five theme categories. Five main categories were derived from the students’ reflective journals: understanding of patients, understanding of professionalism, understanding of other occupations, understanding of the hospital system, and motivation to learn. Students understood patients’ perspectives on diseases and improved their ability to empathize; they gained confidence in communication and clinical skills; they became more positive toward the underprivileged; and their interest in the medical system grew. The results suggest that early clinical experience can be applied as one beneficial educational program for medical students in the pre-clerkship curriculum.

1. 서론

21세기에 들어 의학교육은 전 세계적으로 개혁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난 세기의 의학교육이 1910년 카네기 재단의 지원으로 발간된 플렉스너 보고서(Flexner, 1910)에 근간을 두고 표준화되었다면, 카네기 재단에서 2010년 발간한 새로운 보고서(Irby et al., 2010: 220-227)에는 향후 의학교육이 개선되어야 할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그 내용 중에는 통합적 교육과 전문직 정체성 형성이 강조되어 있는데, 이는 지식과 경험을 통합하고 환자를 전인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며 의사로서 교육자, 연구자, 행정가의 다양한 역할을 습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조기임상경험은 의과대학 학생들을 임상실습 전에 병원 환경에 조기 노출시킴으로써 환자와의 소통과 공감을 배우고 학습 동기를 촉진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미래의 의사로서 소통 능력과 사회성을 개발하고 전문직업성을 형성하는데 유익한 과정이다(Goldie et al., 2007; pitkala & Mantyranta, 2003).
‘조기임상경험’ 용어에 대한 정의는 합의된 바 없이 폭넓게 다양하고 사용되고 있다. 국외의 경우 조기임상경험은 ‘early experience’, ‘early patient contact’, ‘early integrated patient contact’, ‘early clinical exposure’, ‘early clinical experience’, ‘early clinical contact’, ‘learning from early experience’, ‘early student-patient contact’, ‘early patient encounter’ 등으로 소개되고 있다(Başak et al., 2009: 4). 조기임상경험이 이와 같이 다양한 용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장소, 시기, 내용 등의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동일한 조건을 내포하고 있다. 즉, 병원 환경에서, 임상실습 전(pre-clinical)에 병원 환경에서 환자와의 만남을 경험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조기임상경험에 대한 용어와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의과대학에 따라 ‘임상의학입문’, ‘임상실습 전 준비교육’, ‘조기임상노출’, ‘조기임상경험’ 등의 이름으로 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국외에서 사용하고 있는 병원환경에서 환자와의 만남이라는 취지와는 다르게 ‘병원체험’이나 ‘봉사실습’ 등의 개념과 혼재되어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박귀화, 2020: 153),
한국의학교육평가원(2009)이 post-2주기 의과대학 평가인증부터 ‘임상실습 전 준비교육 시행’을 평가인증 기본기준으로 제시한 이후 많은 의과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임상실습 전 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국내 의과대학의 임상실습 운영 실태를 조사한 선행연구에 의하면(김상현 외, 2009: 375-379), 임상실습 전 준비교육을 위한 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은 40개 의과대학 중 38개였다. 학년별로는 의학과 2학년 2학기(30.5%)에 가장 많이 개설되어 있었고, 그 다음이 3학년 1학기(22.0%), 2학년 1학기(20.3%), 1학년 2학기(18.6%) 순으로 나타났다. 임상실습 전 준비교육에서 다루는 영역은 기본임상술기(34%), 의사소통(33%), 신체검진(26.2%)으로 세 개의 영역이 비슷한 비율이었으며,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병동 실습을 하는 대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현 외(2009)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볼 때, 많은 의과대학들이 실제 병원 환경에서 환자와의 만남이라는 조기임상경험의 기본 취지와는 달리, 조기임상경험의 목적을 학생들이 임상실습 전에 임상 술기(skills)를 잘하기 위한 선행 학습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기임상경험의 본래 의미가 의과대학생들이 병원에서의 임상실습 전에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 역할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면(박장희, 2018: 277), 의과대학은 임상실습 전에 학생을 ‘병원’ 환경에 노출시키고 ‘환자’와 접촉하도록 하며, 학생의 신분으로 의사 및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 관계를 ‘체험’하게 하여 학습과정을 촉진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Dornan(2006)과 Dyrbye(2007) 연구에 의하면, 조기임상경험은 인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의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고, 본격적인 임상실습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며, 배우는 내용을 실제 병원 환경에 적용하는 데 장점이 있다. 의학교육에 환자를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환자는 의과대학생의 이학적 검사 기술, 진단 기술,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시키고, 정신 건강 및 건강의 전인적 관점을 배우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pitkala & Mantyranta, 2003: 155-160). 교육에 참여하는 환자들도 자신의 문제를 말할 기회를 얻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더 알게 되며 의학교육에 도움을 주었다는 보람으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Stacy & Spencer, 1999: 688-694). 학생들은 질병에 대한 환자의 관점을 이해하고 공감 능력이 향상되며, 의사소통과 임상적 기술에 자신감을 갖게 되며, 소외 계층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갖게 되며, 의료체계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학습 성과를 얻는다(Towle & Godolphin, 2015: 149-154).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임상 전 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환자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팀과 어떻게 일을 하는지, 배움에 대한 동기와 책임감이 어떻게 생기게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은 조기임상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8년부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본 연구는 2019년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이수한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제출한 성찰일지를 분석하여 조기임상경험의 의미를 탐색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이 시행한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이 의도한 학습성과를 달성하고 있는지 그리고 의학교육 관점에서 조기임상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2. 연구 대상 및 방법

2.1 연구 대상

본 연구 대상은 2019학년도 9월3일부터 16일까지 시행한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의학과 1학년 학생 60명이 제출한 성찰일지를 대상으로 하였다. 성찰일지를 제출한 학생들은 남학생 38명(63%), 여학생 22명(37%)이었다. 이 학생들은 강릉 캠퍼스에서 2년간의 의예과를 마치고 인천 캠퍼스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으로 임상실습 나온 학생들로 앞으로 4년 동안 인천 캠퍼스에서 의학과를 보내게 된다.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은 의과대학에 입학한 이후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통해서 처음으로 병원 실습을 경험하였다. 성찰일지는 아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분량이나 형식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기술하였다.
  • ① 내가 만난 환자와 그들이 호소하는 고통과 감정

  • ②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 내가 느낀 감정

  • ③ 병원에서 만난 의사 이외의 타 직종들과 그 역할

  • ④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통해 느낀 점

2.2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 운영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은 임상실습이 의학과 3학년부터 시행되지만, 본격적인 임상실습을 하기 전 1학년 학생들이 임상 상황에서 실제 환자 및 진료 과정에 참여하는 의료인, 비의료인과 접촉함으로서 학습과정을 촉진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2018년부터 정규 교육과정으로 개설하였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의 목표로, 학생들이 환자 돌봄을 직접 수행하고 의료현장을 참관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질병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며, 환자-의사의 관계 형성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며, 타 직종 의료인과 비의료인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임상현장에서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유발하고, 초진환자 안내 및 병원 내외 참관을 통해 병원 시스템, 의료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을 설정하였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1주 동안 16시간의 입원 환자 돌봄 및 16시간의 각종 외래 검사실과 행정부서 참관으로 구성되었다. 환자 돌봄 수행은 조기임상경험의 취지를 설명하고 학생들의 참관에 동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학생을 배정하였다. 학생들은 환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환자 입원시 환자 기본 정보 파악 및 병력 청취와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안내하는 과정, 퇴원환자의 경우 퇴원약에 대한 설명과 퇴원후 주의사항을 안내하는 과정을 참관하며, 환자별 약제 투약 과정에 대한 안내를 함께 듣고 환자를 도와줄 수 있다.
학생들은 1주 동안 경험한 내용을 성찰일지로 작성하고 조별로 동료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대해 토의를 하였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의 학습성과는 지식 습득보다는 감성 개발과 사회성 개발에 초점을 두었으며, 성찰일지 작성과 토론을 통해 학습성과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관련된 학습성과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첫째, 질병과 고통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고 성찰일지를 작성할 수 있다. 둘째, 의사의 환자/보호자와의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성찰하고 기술할 수 있다. 셋째, 의사의 타직종과의 의사소통의 중요성과 어려움에 대해 성찰하고 기술할 수 있다. 학습성과의 달성 여부는 성찰일지의 검토를 통하여 평가하였다.

2.3 분석방법

내용분석에 참여한 연구자는 임상의학 교수 3명, 기초의학 교수 1명, 의학교육학 교수 1명으로 총 5명이다. 이 중 3명은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설계하였으며, 1명은 책임교수로서 실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의학교육학 교수는 과정 평가를 담당하였다.
성찰일지 분석은 Elo와 Kyngäs(2008)의 귀납적 내용분석 방법론에 따라 실시하였다. 이 방법은 질적인 자료를 조직하는 것이다. 귀납적 내용분석은 개방코딩, 범주형성, 추상화라는 3단계를 거친다(최성호 외, 2016: 142-145). 개방코딩은 자료를 읽으며 메모를 하거나 제목을 다는 과정이다. 연구자들은 각자 60명이 제출한 성찰일지를 먼저 읽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주제나 연구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도출하고 번호를 부여하여 코드화하였다. 연구자들이 합의한 문장 127개의 키워드를 코딩 시트에 생성하였다. 범주형성 단계는 개방코딩 후 범주의 목록을 더 높은 수준의 제목으로 그룹화하는 과정이다. 그룹화 과정의 목적은 유사하거나 서로 다른 범주들을 더 높은 차원의 범주로 묶어서 총 범주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각자 생성한 키워드를 보면서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거나 서로 다른 범주들을 더 높은 차원의 범주로 묶었다. 먼저, 127개의 문장을 서로 상호 비교하여 유사한 범주로 10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다음으로 구성된 하위범주의 의미를 다시 해석하여 조기임상경험의 학습성과에 맞춘 주범주 5개를 생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추상화 단계는 범주형성을 통한 연구주제의 보편적인 해석을 의미한다. 비슷한 사건과 일의 하위범주를 하나의 범주로 묶고, 범주를 더 큰 그룹으로 묶어 추상화 과정을 거친다. 본 연구에서는 책임교수 1인과 의학교육학 교수 1인이 추상화 과정에 참여하였다. 범주형성과정에서 도출된 10개의 하위범주의 의미를 해석하여 범주를 더 큰 그룹으로 묶어 최종적으로 5개의 주범주를 도출하였다. 귀납적 내용분석 결과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다.
<표 1>
성찰일지 내용분석 결과
주범주 하위범주 빈도(%)
환자에 대한 이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 26 (20.4)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 10 (7.8)
전문직업성 이해 소명의식 10 (7.8)
공감 24 (18.8)
타직종의 이해 타직종 업무와 역할 14 (11)
타직종 전문성과 동료의식 12 (9.4)
병원시스템 이해 분업화된 병원체제 9 (7)
의료 제도적 문제 2 (1.5)
학습동기 고취 배움에 대한 욕구 13 (10.2)
경험학습의 중요성 7 (5.5)

3. 연구결과

성찰일지에서 도출한 의미 있는 키워드와 문장은 총 127개로 나타났다. 127개 문장을 범주형성을 통해 환자에 대한 이해, 전문직업성의 이해, 타직종의 이해, 병원시스템 이해, 학습동기 등 5개의 주범주와 11개의 하위범주로 분류하였다. <표 1>은 내용분석 결과로 도출된 주범주와 하위범주, 그리고 하위범주에 속하는 문장의 빈도를 정리한 것이다.

3.1 환자에 대한 이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과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의 하위범주에서 ‘환자에 대한 이해’ 범주를 생성하였다.

3.1.1 환자와 가족의 고통

병동실습이나 중환자실을 경험한 학생들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환자의 가족의 슬픔을 보면서 환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학생들은 환자와 가족들이 받는 고통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성찰일지에는 병실에서 만난 환자와 가족들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이 복잡하게 나타났다.
“가슴과 허리 부위에 보호대를 하신 분, 귀 부위를 봉합하셔서 머리와 귀에 붕대를 감고 계신 분, 손이 떨리고 숨 쉬는 것이 불편해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계신 분,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계셔 말씀하실 때 발음이 부정확하신 분 등 여러 환자가 계셨다. 모두 하나같이 표정이 고통스럽고 예민해 보였다”
“아이들 팔목에는 링거 줄이 꽂혀있었다. 손도 발도 팔도 너무 작아서 도대체 어디에 찔러 넣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어린아이들이, 자기 몸만한 링거를 매달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걸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질까… 눈물이 났다.”

3.1.2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

질병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노력하는 환자를 보면서 오히려 환자들로부터 희망을 얻고,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환자나 질병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그들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환자분은 고통을 고통스럽고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으셨다. 가족들을 위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고 그렇기에 굉장히 의지적이셨고 활발하셨고 쾌활하셨다. 그 환자분은 질병을 고통스러운 대상이긴 하지만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CS를 돌면서 13살인 어린 환자분을 만났다. 어리고, 갑작스럽게 입원했는데도 불구하고 씩씩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던 환자, 존경스러웠다. 학교도 못가고 아파서 우울할 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을 전혀 안보여서 멋있었다.”

3.2 전문직업성에 대한 이해

‘소명의식’과 ‘공감’의 하위범주에서 전문직업성에 대한 이해 범주를 생성하였다.

3.2.1 소명의식

학생들은 환자와의 만남 통해서 의사로서의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과 전문직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을 인식하였다. 학생들은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책임감과 사명감, 그리고 좋은 의사가 어떤 의사인가를 성찰하였다.
“환자들을 만나면서 ‘내가 상대할 환자들의 삶이 어떤지에 대해서 왜 한 번도 궁금해 한 적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마음 한편으로는 의사는 그들의 병만 고쳐주면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인은 환자들의 삶과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의사의 소명의식을 조금이나마 체험해볼 수 있었다. 의사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든 직업이지만 사람을 치유하는 소명이 있고 소명으로 인해 위로를 얻는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환자분에게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도리어 얻을 수 있었는데, 이러한 위로들이 의사로서 소명을 따르는데 원동력이 되는 것임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3.2.2 공감

환자, 보호자, 그리고 동료 간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의사의 말투와 자세,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의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학생들은 환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였다.
“간혹 환자에게 심드렁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많은 사람을 대하면서 지쳐있었을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환자나 보호자는 의사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중에 의사가 되면 ‘그들은 나에게 100번째 환자지만 나는 그들에게 첫 번째 의사’라는 생각을 가지며 항상 친절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는 의사는 친절한 것도 중요하지만 최우선적으로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기임상경험을 통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의사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며 눈을 마주치고 하는 의사를 더 신뢰할 것이고 치료의 진행 과정을 믿고 잘 따라와 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3.3 병원내 타직종의 이해

‘타직종 업무와 역할’과 ‘타직종 전문성과 동료의식’ 하위범주에서 ‘병원내 타직종의 이해’ 주범주를 생성하였다.

3.3.1 타직종 업무와 역할

학생들은 원무팀, 봉제실, 임상심리실, 영상촬영실, CS팀 등 병원 내 검사실이나 여러 부서를 참관하였다. 병원 내에 다양한 직종의 인력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과 병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에는 정말 다양한 직종의 분들이 계시고, 그들이 모두 유기적으로 일을 하고 소통이 잘 되어야 병원이 돌아갈 수 있음을 알았다. 병동에서 직접 환자와 부딪힌다는 점에서 간호사분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했고, 병원의 청결을 위해 많은 분들이 열심히 일해 주시고 계셨다. 검사실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진료를 위해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으며, 검사를 위해 대기하시는 분들을 안내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진료의 영역 말고도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기 위해 개선할 점을 찾으시는 분들이 계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원봉사를 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다.”

3.3.2 타직종 전문성과 동료의식

학생들은 병원에서의 경험을 통해 타 직종에 대한 이해와 존경심, 동료의식까지 느꼈다. 의사만이 의학적 지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의학적 지식을 상당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들의 상당한 의학 지식과 전문성에 감동하였다.
“방사선사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이론 설명을 해 주셨는데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으로 들렸고, 또 그렇게 많이 검사를 하는 데도 척척 하시는 것 같아서 멋있었다. 의대생들은 자칫 병원에서 의사들을 제외한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 있는데, 이런 편견은 근본적으로 의대생들이 다른 직종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기임상경험은 타 직종에 대해서 의대생들의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줄이게 해 주고, 그런 다른 직종의 사람들을 존경하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3.4 병원시스템에 대한 이해

‘분업화된 병원체제’와 ‘의료제도적 문제’의 하위범주에서 ‘병원시스템에 대한 이해’ 주범주를 생성하였다.

3.4.1 분업화된 병원체제

학생들은 의료 서비스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 생각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신뢰의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의료분업은 분업에 참가한 의료인이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각자 자신의 분업 영역에서 상호간의 지시나 감독 없이 독자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병원 시스템은 철저하게 분업화되어 있음을 느꼈다. 중략… 붉은 유니폼을 입으신 분은 주사만을 다루고, 연한 유니폼을 입은 선생님들은 혈압과 체온을 측정하는 등. 동일 직종 안에서도 철저히 분리된 모습이었다. 방사선사 선생님들께서는 진단 처방 진료는 의사의 고유한 권한이기 때문에 촬영상 이상이 보여도 환자에게 절대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자신들의 권한과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에 대해서도 함부로 침범할 수 없다고 덧붙이셨다.”

3.4.2 의료 제도적 문제

조기임상경험을 통해서 의사 이외의 타 직종에 대한 처우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의료인에 대한 처우 문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의학교육에서 간과해서는 안되는 중요한 교육 내용이다.
“의사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의료계의 문제나 정부 제도적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병동 실습 때 환자분들과 간병인분들께서 입을 모아 말씀하셨다. 정부 제도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수혜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고자가 없고, 소득이 없어 정부 지원이 절실한 환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분은 간병인들께서 돈을 보탰음에도 결국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 환자는 일정 소득 이상의 가족들과 부양자가 있음에도 간병인 제도로부터 100만원의 지원금을 수혜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환자들이 부조리함을 직접 느낀다는 점이다.”

3.5 학습동기 고취

학습동기 고취에서 ‘배움에 대한 욕구’와 ‘경험학습의 중요성’의 하위범주를 통해서 ‘학습동기 고취’ 주범주를 생성하였다.

3.5.1 배움에 대한 욕구

학생들은 임상 현장 체험을 통해서 배움에 대한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였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 현재 아는 것이 없는 자신을 반성하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병동을 돌며 환자분을 직접 접했을 때 답답함을 가장 많이 느꼈는데, 이는 나의 무력함에서 왔다. 나는 아직 배운 것이 별로 없고,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이것이 나에게는 굉장히 무력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왔고 무력함은 나를 답답한 마음이 들게 했다. 따라서 배움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커졌다. 훗날 실제로 임상을 갔을 때, 지금처럼 아무것도 몰라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과정 내내 생각했다.”
“병동 업무를 직접 보고 여러 과를 돌아다니면서 현장을 보니 학생이 아닌 의료인이 된 느낌이었으며, 강의실에서 배우는 이론이 실제 현장에 쓰이는 모습을 보니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3.5.2 경험학습의 중요성

조기임상경험은 이론에서 배운 것을 실제로 적용하는 계기가 되었고, 임상 맥락이 결여된 지식이 아닌 경험학습을 통해서 의사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임상에서 환자를 접해보니, 책으로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과는 달랐다. 실제로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들도 달랐고, 배웠던 지식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상상하니 쉽지 않았다.”
“이론에서 배웠던 병들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직접 보면서 내가 배웠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병들을 직접 보고 생각해본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배움에는 경험과 혼자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4. 논의 및 고찰

본 연구는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제출한 성찰일지를 분석하여, 조기임상경험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성찰일지 분석결과, 환자에 대한 이해(환자와 보호자의 고통, 환자의 긍정적인 태도), 전문직업성 이해(소명의식, 공감), 타직종의 이해(타직종 업무와 역할, 타직종 전문성과 동료의식), 병원시스템 이해(분업화된 병원체제, 의료 제도적 문제), 학습동기 고취(배움에 대한 욕구, 경험학습의 중요성) 등 최종적으로 5개의 주범주를 도출하였다. 의학교육 관점에서 도출된 범주에 대한 논의와 고찰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톨릭관동의대에서 시행한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임상실습 전(pre-clinical)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 환자 돌봄을 직접 수행하고 의료현장을 참관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질병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하며, 의사-환자 그리고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과 원활한 의사소통을 배우며, 병원 내의 타 직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통 능력을 함양하며, 임상현장에서 의학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가지게 하며, 환자 안내와 외래 참관을 통해 병원시스템과 의료체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하려는 학습성과로 기획된 교육과정이다. 분석결과, 학생들의 성찰일지에는 진정한 의사의 자세와 소명, 소통과 배려와 공감의 중요성 등 전문직의 정체성 확립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었고, 환자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 이해, 병원 내 타 직종에 대한 이해, 병원시스템과 의료제도에 대한 이해 등이 표현되어 있었다. 또한, 환자를 보면서 지식의 부족을 느끼고 학습 동기를 새롭게 하는 성찰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환자의 고통 공감, 의사소통, 병원내 타직종 이해, 학습흥미와 동기 고취라는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의 학습성과와 일치하고 있으며, 이는 대학이 의도한 학습성과를 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은 환자의 질병 체험 이야기를 활용하여 환자와 그 가족을 이해하고 의사의 소명의식과 공감 등을 성찰하였다. 환자와의 만남을 통해서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과 환자가 느끼는 감정, 그리고 질병이 환자의 삶에 주는 의미를 성찰하는 것은 의학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 질병은 단순한 물리적 실체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총체적인 삶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다. 따라서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병이 환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해하여야 한다. 환자와 의사가 질병에 대해 얼마나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연구한 툼스에 의하면(황임경, 2007: 131), 현대 의학이 질병에 대한 살아있는 경험을 간과할수록 환자와 의사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즉, 환자는 생의학적 의료를 수행하는 의사에 대해 사무적이고 냉랭하며 무관심한 태도를 느끼게 되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사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도 충분히 듣지 못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질병에 대한 환자의 시각과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전문직의 직업 정체성 형성(professional identity formation)은 개인에 초점을 맞춰 한 개인이 교육과 수련, 그리고 직업 활동의 경험을 통해 전문직업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여인석, 2021: 76). 이영희에 의하면(2021: 91), 전문직 정체성은 특정 행동보다는 주체의 자기 인식 과정을 강조한다. 전문직 정체성은 인간이 삶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개인적 또는 직업적 자아로 통합해 가면서 형성된다. 의학교육의 측면에서, 전문직 정체성이라는 것은 의사직의 특성, 가치 및 규범이 내면화되는 과정으로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계적으로 달성되어 결과적으로 개인이 의사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게 되는 자아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이영희, 2021: 91). 의학교육은 학생들에게 사회적으로 유용하고 개인적으로도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전문직으로서의 여러 가능성을 탐구하고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과 같이, 임상실습 전에 환자와의 만남을 경험하는 것은 의과대학생이 의사의 전문직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넷째,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다른 직종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분업이 다양하고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구조가 복잡하다. 진료의 경우에도 의사를 중심으로 여러 직종 간에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수행되기 때문에 직종 간 상호의존성이 매우 높다. 국내에서는 최근 보건 의료전문직종의 전문직 간 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 다전문가교육(multiprofessional education) 등 다른 교육 배경을 가진 보건 관련 직업의 학습자들이 환자안전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하는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박귀화, 2020; park & park, 2021).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과 직종 간 의사소통 문제가 의료 사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의학교육에서는 타 직종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의사 이외의 다른 직군의 시각에서 의사의 모습을 성찰하는 교육방법으로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초의학을 배우는 시기에 학생들을 임상 현장에 노출하는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의학교육에 자리잡고 있는 이론과 실제의 단절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전통적 직업교육의 경우에는 이론의 형태로 기초과학을 배우고 이후 응용과학을 배운 뒤, 그와 관련된 지식을 실제 문제에 적용하는 절차로 시행되어 왔다(송미선, 2013: 33). 의학교육도 마찬가지로 기초의학 지식을 배우고, 그 배운 지식을 토대로 병원이라는 현장에서 실지로 해 보고 익히는 일에 초점을 두고 교육과정이 설계되었다. 그러나 전문가 교육론을 주장한 쇤에 의하면(전정호, 2000;130), 전문가는 이론적인 논리보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읽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능력은 이론학습으로는 키울 수 없다. 그는 복잡하고 불확실하며 다양한 변수가 혼재되어 있는 실제 상황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전문가에서 필요한 것은 이론서가 아니라 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판단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상황적 맥락이라고 말하였다. 조기임상경험 프로그램은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의학교육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5.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의대생들을 임상 전 조기에 병원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전문직으로서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고 임상의학에 대한 학습 동기를 고취시킨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가진다. 조기임상경험의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요소는 환자를 접촉하는 일이다. 임상실습에서의 환자 접촉은 이미 의학적인 지식을 가진 임상 교육과정의 학생들이 질병의 관점에서 환자를 보려는 경향이 있기에 조기임상경험 과정을 통해 환자의 입장에서 질병을 보려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실습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능동적인 교육자로서의 환자를 만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교육에서 조기임상경험의 중요성은 여러 문헌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 의과대학에서 활성화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조기임상경험 교육과정의 표준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문직 자질 개발이라는 학습성과 또한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의료계와 사회 간의 소통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유능한 의사를 양성하는 것은 의과대학의 중요한 책무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조기임상경험이 임상 전 교육과정에 있는 의과대학생들을 위한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적용될 수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향후 이와 관련된 활발한 논의와 연구를 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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