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000년 이후 대학의 교양영어는 학습자의 능력과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교육을 운영하기 위하여 교양영어 수준별 수업이 대학에 도입되기 시작하였다(조정순, 2002). 수준별 수업은 학생의 영어 능숙도에 따라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반으로 편성하여 수준에 맞는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을 제공하여 교육하는 학생들의 능력별 수업 모형을 나타낸다. 따라서 학생들을 능숙도에 따라 분반을 하고, 수준에 따라 교재를 선택하고 수업활동을 수준에 맞추어 다양화하여 학습의 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왔다. 많은 연구들이 대학 교양영어 교육에 있어서 수준별 수업의 필요성을 주창했다(송미정, 박용예, 2004; 성기완, 표경현, 이현명, 2004; 정동수, 김해동, 2001). 대다수 선행 연구는 수준별 수업운영 전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만족도, 특히 수준에 따른 학생들의 만족도 차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현옥과 이혜경(2010)과 김영숙과 이지연(2009), 김윤정(2015)에서는 초급 수준의 학생들이 수준별 수업에 대하여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지만, 박찬규(2013)에서는 반대로 초급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박지영, 오준일, 이인규(2012)에서는 초급반, 고급반, 중급반의 순으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를 한다. 수준별 교양영어 수업의 효과와 필요성 및 만족도 분석에 집중한 기존 연구와 방향을 달리하여, 본 연구는 수준별 수업에서 학생들이 경험한 다양한 학습방식과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선호도를 분석하여, 특정 학습 활동이나 수업방식을 수준별로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수용하였는지, 그리고 각 수준별 학습패턴에 특징적인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분석의 결과는 추후 각 수준 학습자들의 필요와 성향에 좀 더 맞춤되어진 수업을 설계하는데 유용한 지침이 되리라 기대한다. ‘읽기’와 ‘쓰기’를 통합하여 교양영어 강좌를 수준별로 운영하고, 학습자들이 수행한 다양한 ‘읽기’와 ‘쓰기’ 활동과 수업방식의 난이도와 적절함을 학생들의 시각에서 평가하고 이를 분석한 본 연구의 접근방식은 기존 연구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김윤정(2015)은 ‘수업의 난이도가 적당하다’는 학생 인식이 수준별 영어 수업에 대한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보고한다. 하종범(2013)도 수준별 수업에서 난이도 조절, 특히 교재 선택과 수업방식의 적절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학생 설문을 수행한 결과 상급반의 만족도가 낮았는데, 그는 이에 대하여 상급반과 정규반이 동일한 교재를 사용하여 강의 내용이나 교수법이 차별화되지 못해 학기 초에 학생들이 가졌던 기대에 미치는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해석한다. 본 연구는 수준별 수업의 만족도와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의 필요와 눈높이를 반영하는 수업자료, 방식, 활동을 개발하고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크게 아래 세 가지 질문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2. 선행연구
2.1 수준별 분반을 위한 진단평가의 한계와 문제점
2.1.1 독해능력 위주 분반 진단 평가
수준별 교육과정은 ‘주어진 교육체제 안에서 발달 단계가 유사한 학습자들을 함께 훈련하여, 학생간의 편차에서 발생하는 교육의 손실을 막고, 균형적인 훈련을 통해 학습의 능률을 증진시키는 방안’으로서 ‘집단 내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학습자의 수준에 따른 교재를 선택하고 수업활동을 다양화함으로써 학습의 수월성을 높여 보다 긍정적인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교육체제’이다(김현옥과 이혜경, 2010). 실제 수준별 수업에 참여한 학습자와 교수의 인식과 만족도를 분석한 다수의 선행연구들이 수준별 수업에 대해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수준별 영어수업의 목적에 부합하고 학습자와 교수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분반 편성이 쉽지 않음이 지적되고 있다.
많은 대학들과 유사하게 분반 진단평가로 듣기와 독해로 구성된 온라인 모의토익을 실시하고, 따라서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측정하지 않는다. 경험상 읽기와 말하기능력이 일치하지 않는 학습자들이 많은데, 이런 점에서 분반편성이 학습자들의 다면적 학습능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한다. 평가받는 학생들도 TOEIC 시험으로 분반을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 느끼기도 한다. 방영주(2004)에 따르면 보통 입학 전에 치루는 토익 진단평가에 대해 64.5%의 학생들이 불만족을 표했는데, TOEIC 시험을 치른 경험이 없었던 학생들이 사전 준비 없이 시험을 보게 되어 실제 영어실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진단하기 위해 일부대학은 개강 후 첫 주에 원어민 교수들과 학생들이 개별면담을 하여 분반을 조정하는 방법을 활용하고(김영숙과 이지연, 2009; 김현옥과 이혜경, 2010; 박찬규, 2013), 온라인 말하기 시험인 폰패스(현 버슨트)를 활용하는 대학들도 있다(송희심, 2008; 정덕교, 2010). 쓰기의 경우 자체적으로 쓰기시험을 실시하는 대학들이 있다. 한 대학의 경우는 15분 동안 한 문단을 영작하고 이를 평가하여 말하기 시험 성적과 같이 반영해 분반을 한다(정덕교, 2010).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진단방법을 도입하여 수준별 반편성의 취지를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1.2 동일 분반 내 학습자들의 영어능력차
수준별 분반을 하면서 직면하는 또 다른 문제는 분반 내 학생들 간에 진단 평가 점수 편차가 커서, 즉 영어능력차이가 커서 여전히 수업내용과 방식의 유형과 난이도를 조절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대상인 S대학교에서 전체 분반의 수가 20개, 분반 정원은 40명이 지침이다. 분반의 크기에 대해 정동수와 김해동(2001)은 대학 교양영어 과목 개선안의 일환으로 강좌 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줄일 것을 제안한다. 특히 말하기 수업은 대학들이 평균 20명 이내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서정아, 2018, 박찬규, 2013, 정덕교, 2010). 읽기 수업은 말하기보다 수강인원 배정에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S대학교에서는 읽기와 쓰기를 통합한 수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분반의 총 수가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점수대 학습자들로 성적 편차가 촘촘한 분반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표 1>은 3개 대학의 각 수준별 기준 점수를 보여준다.
<표 1>
A대학 (서정아, 2018) | B대학 (김윤정, 2015) | C대학 (하명애, 2017) | |
---|---|---|---|
상 | 850점 이상 (수강면제) | 620점 이상 | 450점 이상 |
중 | 550점 이상 | 430-615점 | |
하 | 300-500점 | 425점 이하 | 450점 이하 |
초급은 모의토익 점수 300점 이하, 중급은 300점과 500점 사이, 고급은 500점 이상인 S대학교의 배정기준은 A, B 대학에 비해, 분반 내 학생들 성적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2단계로 수준별 반을 편성해 분반 내 성적차가 클 수밖에 없는 C대학의 경우 교수자 인터뷰에서 토익 450점대 학생과 750점을 넘긴 학생이 한 교실에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하명애, 2017). 또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분반 배정이 적절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토익 점수가 500점 안팎인 학습자들은 자신의 영어 수준보다 더 높은 반에 배치되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학생들은 상위 반에 들어왔지만 토익 성적이 우수한 같은 분반 학생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자신은 영어를 못한다고 느낀다(김윤정, 2015; 서정아, 2018; 하명애, 2017). B대학의 경우 고급반에 배정된 학생들 중 14%만이 자신의 영어 수준이 상이라고 응답했으며, 84%는 자신의 영어 수준을 중으로 평가했다. C대학의 경우 수강학생의 22.6%가 상위반 통지를 받았으나 실제는 하위 반으로 수강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S대학교의 경우도 비슷하다. 연구자들이 학생들과 상담이나 대화를 해보면, 특히 고급반 학생들은 자신이 고급반에 배정되어 놀랐다거나 부담스럽다는 언급을 자주 접하게 된다.
분반 내 학습자들의 편차가 크고, 배정받은 분반의 수준과 학습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영어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인식은 특히 학생들의 성적 평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명애(2017)에서 배정된 상위 분반 대신 하위 분반으로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 중 59.5%가 그 이유로 평가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학생들이 수업의 내용보다 평가를 더 중요시함을 보여준다. 김영숙과 이지연(2009)도 학생들이 상대평가 때문에 고급반 배정을 성적에 불리하다고 인식해서 2학기가 되면 고급 수준 학생들조차도 고급반에서 수강하기를 기피하고, 이에 따라 고급반 등록 인원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종범(2013)은 절대평가 도입이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급반의 A와 B 등급 배정비율을 일정부분 상향 조정해서 평가했음에도 상급반 학생들은 학점제도에 가장 큰 불만을 나타냈다고 보고한다. 반면에 정규반(중급반) 학생들의 수업만족도에 기여한 요인 중의 하나가 분반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일부 제외됨으로써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로 작용했다고 해석한다. 연구자들도 학생들이 고급반에 배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험을 의도적으로 못 보려는 시도가 의심되는 경우가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절대 평가를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김영숙과 이지연(2009)은 고급반 학생들에게 교내에서 장학금 수혜나 근로 조교 배정에서 우선순위를 준다거나 어학 우수 시상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고급반 수강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을 상쇄하는 안을 제안한다.
2.2 교양영어 읽기 및 쓰기 수업에 대한 연구
S대학교 교양영어는 읽기와 쓰기를 통합해 운영하는 수업이지만, 전통적으로 교양영어는 읽기 또는 독해수업으로 많이 인식이 되어왔다. 실제로 선행연구를 살펴보면 교양영어로 운영되는 읽기수업을 분석한 연구가 많고 쓰기수업이나 읽기와 쓰기를 연계한 수업 관련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읽기 수업의 경우 상향식과 하향식 읽기가 융합된 상호작용적 독해 지도의 효과성이 보고되면서 다양한 독해 전략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그리고 교사 중심적인 설명식 수업에서 학생 중심적인 수업으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협력수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었다. 협력수업은 주로 소그룹을 이루어 학생들 간에 의견을 교환하면서 상호작용을 통하여 학습을 촉진하는 수업 방식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보면 기존의 교사 중심적 지도 방법과 협력수업을 비교하여 효과를 제시한 연구가 많은데, 그 결과는 갈린다. 예를 들어, Bang(2002)과 Suh(2006)는 교사중심 수업보다 협력학습을 통한 학생중심 수업이 학생들의 독해 능력 향상에 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다, 반면에 Hahn(2003)은 협력학습은 영어능력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보여 주었고, 송명석(1997)은 협력학습이 정의적 측면에서는 향상이 있지만 독해 능력향상에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다고 보고하였다.
정숙경(2008)은 독해 전략과 협력학습에 대하여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연구하였는데, 교양영어를 수강하는 122명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독해 전략의 교수, 통합교수, 협동학습을 통한 독해 수업, 하향식 독해와 상향식 독해를 이용하여 독해 수업의 효과성을 조사하였다. 학생들은 읽기에 듣기를 결합한 통합 활동을 선호하였고, 하향식 독해활동 중에서는 ‘주요문장 찾기’나 ‘본문 내용 유추하기’, 그리고 상향식 독해활동에서는 정확한 문장구조 파악에 중점을 둔 ‘번역하기’ 활동에 관심을 나타냈다. 협력학습 수행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는 긍정적인 편으로, ‘선생님의 강의활동’보다는 선호하지만, 결국에는 ‘혼자 활동’하기를 가장 선호했다. 주미진, 김은일과 이종희(2012)도 독해 전략과 협력학습을 함께 연구했다. ‘영어강독’을 수강하는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2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호작용식 읽기지도와 협력학습의 효과를 분석했다. 학생들은 협동학습 활동을 가장 선호하였고 다음으로 어휘학습과 문법 설명을 하는 상향식 독해지도, 내용추측과 주제 찾아보기와 같은 하향식 독해 활동 순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지원(2009)은 읽기 수업에서 사용한 다양한 활동들의 효과와 학생들의 선호도를 조사하기 위하여, 교양영어를 수강하는 1학년 153명을 대상으로 설문지와 학생활동 관찰 및 일부 학생과의 인터뷰를 하였다. 학생들은 ‘영어 문장 듣기’, ‘단어 퀴즈’, ‘문장 퀴즈’, ‘발표’, ‘내용 재구성 활동’, ‘요약 활동’, ‘교수의 설명 및 해석’, ‘문법 종합 설명’, ‘단원별 문제 풀기’ 활동 중에서 ‘교수의 설명 및 해석’을 가장 선호하고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다음으로는 ‘퀴즈’와 ‘발표’가 영어 실력 향상에 효과가 있고 도움이 되는 선호 활동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협동 학습 유형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았다.
정지원, 김지영과 정동빈(2010)은 교양영어독해 수업을 수강하는 212명의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해전략지도(RSBI)와 협동학습법(CLM)이 학생들의 독해력 증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였다. 독해전략을 문법, 어휘 중심의 직독직해 방식인 국부적 전략(local strategy)과 행간의미파악 중심으로 내용을 예측하거나 추리하는 총체적 전략(general strategy)으로 나누어, 두 실험반이 이 각각의 전략으로 협동학습을 하도록 하였다. 즉 실험 A반은 국부적 전략과 협동학습법으로, 실험 B반은 총체적 전략과 협동학습법으로 수업이 운영되었다. 통제집단은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지 않고 협동학습 없이 교수 중심의 설명식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실험 결과 두 실험반이 통제반보다 유의미한 독해력 향상을 보여주었고, 국부적 전략으로 협동학습을 한 실험반의 독해력이 총체적 전략으로 협동 학습한 실험반보다 더 많이 증진되었다. 실험 A, B반 전체에 대한 그룹독해방식의 만족도는 90.72%로 협력학습에 대하여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고, 특히 총체적 전략을 사용한 실험반의 그룹독해 만족도가 국부적 전략을 사용한 실험반의 만족도보다 조금 더 높았다. 이러한 분석을 통하여 이들은 협동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인 태도와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에서 그룹독해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그룹 독해 수업 방식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설문 문항에 기반한다. 이 문항은 ‘예, 아니오’로 답하도록 되어있어서 학생들이 불만족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예’로 답했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쓰기 수업에 대한 연구는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읽기 수업에 비하여 연구가 훨씬 적게 이루어졌다. 김영자(2012)는 학생들을 수능 성적에 따라 두 수준(1-3등급 32명, 6-9등급 32명)으로 나누어, 수준별로 영작 시 사용하는 인지/ 상위인지 전략에 차이가 있는지를 설문 분석하였다. 상위인지전략 사용은 수준별로 차이가 없었고, 인지전략의 사용에서는 상위 학습자들이 좀 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탁진영(2012)은 대학 1학년 교양영어 쓰기수업 수강생 200명을 대상으로 원어민교수와 한국인교수의 수업운영에 관한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원어민 교수는 자유영작문과 학습자 참여활동을 중점적으로 사용했다, 반면에 한국인 교수는 자유작문과 통제작문의 한 형태인 빈칸 채우기 활동을 활용했다. 그리고 문형이나 문법을 포함한 교과내용 설명을 학생참여활동과 병행했다. 학생들은 교과내용 설명을 병행한 한국인 교수의 수업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영헌(2018)은 신입생 45명을 대상으로 영어쓰기 수업 만족도 설문조사와 개별상담을 실시했는데, 학생들은 본인의 영작실력 향상에 가장 도움이 된 활동으로 자유영작(3분스피치 원고작성)보다는 ‘정답이 있고’ 분량이 짧은 통제작문(교재 문장 영작)과 글쓰기의 실마리가 제시되는 유도작문(3분 스피치 코멘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철(2014)은 영어 글쓰기 수업에서 피드백을 주는 방식에 대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조사하였고, 양재석(2016)은 대학생의 영어 글쓰기 능력과 글쓰기 전략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위의 읽기와 쓰기 수업 연구들을 보면, 김영자(2012)를 제외하고 연구대상의 영어 수준이 균일한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수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읽기 또는 쓰기 활동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연구들이 주를 이룬다. 본 연구는 기존의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읽기와 쓰기 통합 수준별 수업을 분석하여 학습자들이 수준별로 선호하는 읽기와 쓰기 활동이 무엇이며, 특히 개별과 조별 활동에 대해 수준별 인식과 선호에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3. 연구 방법
3.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충남 소재 대학교에서 2019년 2학기 English Foundations: Reading and Writing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총 20개 분반 중에서 두 연구자가 담당한 분반인 14개 분반이 참여했다. 1학년 학생들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양영어 교과목은 ‘말하기와 듣기(English Foundations: Speaking and Listening)’와 ‘읽기와 쓰기(English Foundations: Reading and Writing)’ 두 영역으로 나뉜다. 두 교과목은 총 4학점으로 학생들은 두 학기에 걸쳐 각 강좌를 일주일에 한 번 100분 수강하고. 졸업인증 교과목으로서 둘 중의 하나에서 반드시 B이상의 학점을 취득해야 한다. ‘말하기와 듣기’ 강좌는 원어민 교수가 담당하고 ‘쓰기와 읽기’ 강좌는 내국인 교수가 맡고 있다. 이 두 강좌 모두 2018년 2학기부터 수준별 수업을 시행하고 있다. 수준별 분반을 위해 학생들에게 진단평가로 개별 온라인 모의토익 시험을 시행한다. ‘읽기와 쓰기’ 강좌의 경우, 새로운 공통교재로 Prism Reading1) 시리즈를 선정해, 초급은 Level1, 중급은 Level3, 고급은 Level4를 각각 2019년 1학기부터 사용하고 있다.
<표 2>는 연구에 참여한 수준별 분반과 학생 수를 보여주는데, 초급은 11분반 중 5분반, 중급은 4분반 모두, 고급도 5분반이 모두 연구에 참여하였다. 총 수강생 711명 중에서 초급 165명, 중급 126명, 고급 132명으로 총 423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수준별 모의토익 성적 분포는 초급은 300점 이하이고, 중급은 300점과 500점 사이이며, 고급은 500점 이상이었다. 참여한 학생들의 전공은 글로벌지역학부, 한국언어문화학과, 디자인학부, 텍스타일디자인학과, 산업디자인학과, 글로벌금융경영학과, 식물식품공학과, 환경조경학과, 간호학과, 스포츠융합학부, 사회체육학과로 다양하였다.
3.2 연구 도구 및 절차
본 연구는 ‘읽기와 쓰기’ 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다. 연구를 위해 두 연구자가 실제로 수업에서 사용된 수업활동과 방식을 기반으로 설문지 문항을 설계하였다. 분반별로 마지막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나누어주고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문항은 3개의 연구 질문을 세분화하여 총 12항목으로 제시했다. <표 3>은 설문내용과 문항번호를 보여주는데, 1, 2번은 교재의 난이도를, 3번은 교재의 흥미도를 묻는 것으로 새롭게 선정된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고자한 것이었다. 수업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및 선호도 관련 문항은 4, 5, 6번에 제시하였고, 쓰기 수업방식에 대하여는 7, 8, 9, 10번에서 다루었다. 11번과 12번 문항은 각각 개별과 조별활동 선호도를 묻고, 가능하면 선호하는 이유를 적도록 하였다. 9문항은 객관식으로, 4지선다가 5개, 5지선다가 2개, 7지선다가 2개였으며, 3문항은 주관식으로 서술을 하도록 하였다.
<표 3>
조사 내용 | 설문 문항 |
---|---|
교재의 난이도 | 1, 2 |
교재의 흥미도 | 3 |
읽기 수업방식 | 4, 5, 6, 7 |
쓰기 수업방식 | 8, 9, 10 |
읽기 개별, 조별활동 선호도 | 11 |
쓰기 개별, 조별활동 선호도 | 12 |
설문지를 수합한 후, 객관식 문항은 각 문항마다 수준별로 대답한 학생의 수를 계산하여 빈도분석을 하였고, 주관식 문항은 학생들의 의견을 분석하여 객관식 설문결과를 보완하였다.
3.3 수업 절차
영어 읽기와 쓰기 활동을 통합하여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목표로 수업 전반은 독해활동을 하고 후반은 읽은 내용과 연관하여 쓰기활동을 수행하였다. 읽기의 경우 다음과 같은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준별로 활동에 차별을 두었다. ‘개별, 조별 독해하기’는 모든 수준에서 진행된 반면에 요약하기는 주로 중급과 고급에서 주요활동으로 수행되었으며 ‘개별로 돌아가며 소리내어 문장 읽고 해석하기’는 초급에서만 활용이 되었다. 쓰기는 독해 내용에 따라 다음과 같은 활동을 선택적으로 수행하였다.
수준별로 중급은 주로 ‘조별 요약문 영작하기’를 수행하였고, 고급은 ‘개별 요약문 영작하기’에 중점을 두었다. ‘자유영작하기’는 초, 중, 고급 모두 개별활동으로 주로 진행하였다. ‘주어진 영어문장의 단어와 구조를 바꿔 영작하기’는 주로 고급에서 수행하였으며.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개별로 영작하기’와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제시된 단어로 개별영작하기’는 주로 초급과 중급에서 이루어졌다.
독해 전 활동으로 학생들의 흥미와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지문의 제목과 사진을 보면서 내용을 추측하게 하고, 때에 따라 지문과 관련된 영상이나 PPT 자료를 시청하거나 학생들과 간단한 질의응답을 하였다. 독해활동과 쓰기활동을 하는 동안 그룹 또는 개별로 교수자가 필요할 경우 설명과 수정을 제공하고, 발표 활동 후에는 어휘나 문법에 전체적으로 피드백을 제시하였다.
4. 연구 결과
연구 결과는 설문지의 문항별로 제시하고자 한다. 문항별로 학생들이 수준에 따라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표로 먼저 제시하고 주요한 결과를 분석하고 논의할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4.1 교재의 난이도와 흥미도
4.1.1 문항1: 교재가 혼자서 읽기에 어떠했습니까?
1번 문항은 교재의 난이도를 묻는다. 교재 난이도를 살펴보기 위해 학생들이 교재 전체내용과 세부사항 이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독해를 할 때 얼마나 어렵다고 느끼는지를 측정하고자 했다. 독해 활동 중에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요청할 경우 학습자가 세부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특정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세부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클수록 학습자가 전체내용 파악하는 데 정확성이 떨어지게된다. 따라서 세부내용을 이해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을 겪느냐가 교재 난이도에 결정적 요인이라 판단했다. <표 4>는 교재의 난이도에 대한 분석결과를 보여준다. 초급은 1번과 2번으로 답한 비율이 71.34%(117명)로 대다수의 학습자들이 전체적인 내용과 세부사항 이해에 전혀 또는 대체로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급과 고급의 경우는 1번과 2번으로 답한 비율이 각각 45.84%, 44.61%로, 반면에 3번으로 답한 비율은 각각 50.83%, 49.23%로 나타났다. 초, 중, 고급 모두 4번으로 답한 비율은 10% 미만이었다. 초급의 경우 대다수의 학생들이 교재의 전체 내용과 세부사항 이해에 어려움이 없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어 교재가 비교적 쉬운 편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독해의 관점에서는 교재 시리즈에서 한 단계 위 수준의 교재로 변경하여 난이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제한된 수업시간을 독해에만 집중하기보다 학생 중심의 쓰기와 발표 활동을 확대하여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급과 고급의 경우 교재의 전체내용과 세부사항을 이해하는데 전혀 또는 대체로 어려움이 없다고 답한 학습자(중급 45.84%, 고급 44.61%)와 세부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학습자(중급 54.16%, 고급 55.38%)의 비율이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이는 중, 고급반을 구성하는 학생들의 영어 수준에 격차가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고정되어 있는 분반 수에 맞춰 성적편차를 충분히 고려할 수 없는 여건에서 학생들을 배치하는 현재 수준별 반편성의 한계를 보여주며(선행연구 2.1 참조), 교수자가 효율적인 수업을 운영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한다.
4.1.2 문항2: 지문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유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2번 문항은 교재의 난이도와 관련하여 교재의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면 어떠한 면 때문에 이해에 어려움이 있는가를 조사하였다. 분석 결과, <표 5>가 보여주듯이 초, 중, 고급 모두 각각 39.63%, 44.3%, 55.16%로 1번 ‘모르는 어휘나 표현이 많았다’ 선택 비율이 가장 높았고, 2번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답변이 초, 중, 고급 각각 21.34%, 31.88%, 32.56%로 뒤를 이었다. 정숙경(2008)의 연구에서도 독해를 할 때 학습자들이 자신들의 가장 큰 문제로 ‘단어와 용어의미에 대한 지식 부족’(52%)과 ‘문장구조에 대한 지식 부족’(20%)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업에서는 어휘만을 독립적으로 다루는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든 수준의 학습자 자신이 원활한 영어읽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어휘 부족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은 향후 수업에서 이러한 학습자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그들이 어휘 학습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활동을 고안하고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초급의 경우 학습자들의 문법수준이 중, 고급에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낮아, 구조 파악의 어려움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오히려 중, 고급보다 10% 선택비율이 낮았다. 이는 문항1 논의에서 보았듯이, 초급 교재가 비교적 난이도가 낮아, 학습자들에게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문법 구조를 적게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4.1.3 문항3: 각 단원에서 다룬 주제들과 글들의 흥미도를 선택해 주세요.
3번 문항은 학생들의 교재에 대한 흥미도를 살펴보기 위하여 각 단원에서 다룬 주제와 글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조사하였다. <표 6>이 제시하듯이 1, 2번 응답비율이 초급은 76.96%, 중급은 70.63%, 고급은 81.66%로 모든 수준에서 교재의 지문에 대한 흥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고무적이었다. 현 교재의 지문들은 주로 인문학, 사회, 예술, 경제, 과학, 의학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본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전공은 인문, 예술, 디자인, 체육, 보건 계열로서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관심과 흥미도가 높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1학기에 교양영어를 수강하는 공대 계열 학생들은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4.2 읽기 수업방식
4.2.1 문항4: 가장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되는 읽기 수업방식은 무엇이었나요? (복수선택 가능)
다음은 읽기 수업방식에 대한 문항으로, 수업에서 수행했던 여러 유형의 읽기 활동이 학습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수업에서 수행했던 주요 읽기 활동들을 선택지에 제시하였고, 학생들은 자신의 읽기 학습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모두 선택하도록 하였다. <표 7>은 이에 대한 결과를 제시하는데, 우선 초급의 경우 4,5번 ‘개별/조별 요약하기’의 경우 주요 학습활동으로 수행하지 않아 선택비율이 낮으며, 두 연구자가 사전에 각 활동의 수행 비율 등을 조율하지 않아 분반마다 수행된 활동의 유형이나 비율에 차이가 있어 결과 해석이 제한적임을 밝혀둔다. 결과를 보면, 첫째, 위에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급 37,98%, 중급 32,73%, 고급 33%으로, 모든 수준에서 단일 답변으로 1번, 즉 ‘교수님의 해석과 설명’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이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주도하는 학습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학습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연구자들의 기대와는 다른 양상으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읽기 학습활동으로 ‘교수의 해석과 설명’을 선호하는 경향은 백지원(2009)과 탁진영(2012)에서도 보고된다. 이에 대해 백지원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활동보다 교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하였으나, 본 연구의 경우 초, 중, 고급 모든 수준에서 고르게 도움이 된다고 한 점과, 조별활동에 대한 선호도도 낮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적으로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학습태도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둘째, 조별과 개별 활동 관점에서 초급은 3번 ‘조별독해와 발표’가 22.6%, 2번 ‘개별 독해하기+제출하기’가 10.58%로 독해활동에 있어서는 조별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해에 있어서는 중급과 고급의 경우 3번 선택비율이 각각 15.45%, 12.32%, 2번이 각각 15.45%, 11.33%로 개별과 조별 방식에 대한 선호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독해를 한 내용을 요약하는 활동의 경우, 중급과 고급 각각 4번 ‘개별 요약하기’ 선택비율이 20.00%, 29.06%이고, 5번 ‘조별 요약하기’ 선택비율은 각각 7.73%, 7.88%로 개별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추후 수업운영에 있어, 수준별로 좀 더 세밀한 맞춤 활동을 제공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급의 경우 요약활동 대신 한 문장씩 소리 내어 읽고 해석하는 활동을 수행했다. Yu(2015)는 대학생들이 소리내어 읽기 활동을 하면서 어휘, 발음, 강세, 이해력 향상에 도움을 받은 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어휘나 발음 등에 대한 자신감이 특히 부족한 초급 학습자들에게 소리내어 읽기 활동으로 이러한 능력을 향상시키고 자신감을 고양시키고자 했다. 지명하는대로 준비 없이 영어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해석을 하는 것에 학생들이 부담이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했으나, 17.79%의 학생들이 이 활동을 선호하여 두 번째로 22.6%의 선호도를 보인 조별 독해하기 활동과 크게 격차가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4.2.2 문항5: 교수자가 한 문장 한 문장 지문을 해석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읽기수업을 진행하면서 교수자로서 본 연구자들이 늘 고민하는 부분 중에 하나는 교수자가 일방적으로 지문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학습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본 문항도 이와 연관하여, 읽기를 할 때 특히 교수자가 개별 문장을 읽고 해석을 해 주는 것을 학습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하는 의도로 제시되었다. <표 8>은 이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데, 모든 수준에서 3번 응답비율이 초, 중, 고급 각각 41.32%, 44.09%, 45.35%로 가장 높았다. 그리고 필요성의 관점에서 1,2번 응답비율을 합치면, 초, 중, 고급 각각 56.29%, 55.12%, 51.38%로 모든 수준에서 과반수 이상의 학습자들이 개별문장 해석이 ‘지루’하든 ‘재미’있든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반면에 개별문장 해석 방식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초,중,고급 각각 2.4%, 0.79%, 0.77%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주미진 외(2012)에서도 독해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약 60%가 ‘꼼꼼히 해석해 주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고, ‘어려운 문장만 교사가 해석해 주면 좋겠다’는 응답이 41%라고 보고한다. 이는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학습효과에 대한 교수자들의 회의적 태도와는 달리 학습자들은 이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4.2.3 문항6: 읽기 수업방식으로 특히 재미있거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을 제안해 주세요.
주관식으로 질문이 제시되어 학생들의 응답률이 낮았으나 <표 9>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수준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조별읽기’를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안했다.
<표 9>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초급과 중급 학생들이 조별로 읽기를 하는 것이 ‘억지로라도’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수업방식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반면에 고급반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았다. 이는 스스로 수업에 참여하는 자기절제와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 초, 중급 학생들과 고급반 학생들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아래 문항13에서 조별로 읽기를 할 경우 장단점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논의할 것이다.
4.3 쓰기 수업방식
4.3.1 문항7: 쓰기활동이 영어공부에 도움이 되었나요?
다음으로 쓰기수업방식과 관련하여, 먼저 쓰기활동이 학생들의 영어공부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지를 조사하였다. <표 10>은 이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데, 초, 중, 고급 각각 긍정적인 응답인 1,2를 합쳤을 때 각각 63.64%, 66.14%, 70.23%로 모두 과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초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긍정적인 응답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특히 1번 ‘매우 도움이 되었다’라는 응답비율이 초급과 고급 사이에 1.5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상응하여 부정적인 응답비율은 초급에서 고급으로 수준이 올라갈수록 감소했다. 모든 수준에서 쓰기활동에 학습자들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읽기와 쓰기 통합수업의 의의를 잘 살려준다.
4.3.2 문항8: 쓰기활동이 도움이 되었다면 어떤 점이 가장 좋았습니까?
문항7과 연계하여, 이 문항에서는 쓰기 활동이 도움이 되었다면 어떤 점이 가장 좋았는지를 조사하였다. <표 11>에서 결과를 보면, 초급에서는 4번 ‘쓴 글에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가 31.58%로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고, 중급과 고급에서는 1번 ‘혼자 영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의 응답비율이 각각 37.3%, 40.91%로 가장 높았다. 수준 간에는 1번 응답비율의 경우 초급 25%, 중급 37.3%, 고급 40.91%으로 수준이 올라 갈수록 증가하고, 4번은 반대로 초급 31.58%, 중급 28.57%, 고급 23.48%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학습자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쓰기활동에서 독립성이 증가하고, 피드백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2번 ‘영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어서 좋았다’는 초급 25%, 중급 20.63%, 고급 13.64%로 수준이 올라 갈수록 감소하여 쓰기에 대한 독립성 증가와 연관시켜 볼 수 있다. 3번 ‘기존의 영작실력을 향상시킬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응답비율은 초급 15.13%, 중급 12.7%, 고급 21.21%로서 중급 학습자들이 초급 학습자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는 중급 학습자들의 영어실력이 고급보다는 초급에 더 가까우며, 수업 시간에 수행한 쓰기활동의 방식과 난이도가 중급 학생의 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4.3.3 문항9: 쓰기활동이 어렵거나 싫다고 느낀 경우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문항에서는 쓰기활동이 어렵거나 싫다고 느낀 경우에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표 12>에서 볼 수 있듯이 초급과 중급 학생들의 경우는 3번 ‘처음 영작을 해봐서 혼자 쓰기가 어려웠다’ 응답비율이 각각 56.72%, 57.8%로 가장 높았다. 또한 초, 중급에 비해 비율이 낮기는 하지만 고급 학습자 30.69%도 3번을 선택했다. 이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까지 학생들이 영어쓰기를 할 기회가 수준과 관계없이 많이 주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고급의 경우 동일한 30.69%가 1번 ‘영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중급 학생들의 20.1%가 역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읽기와 쓰기 통합수업임에도 수업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 100분이라는 운영상의 제약과 교수자의 성향에 따라 쓰기보다 읽기에 치중하는 수업관행도 이런 결과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읽기와 쓰기활동 사이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세심한 수업계획과 운영이 필요하다. 모든 수준에서 2번 ‘개별적인 피드백이 충분하지 않았다’의 응답비율이 가장 낮아 초, 중, 고급 각각 8.96%, 8.25%, 17.82%였다. 특히, 초, 중급 수준에서는 개별 피드백의 여부가 학생들에게는 쓰기활동에 수반되는 어려움을 더하거나 덜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지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고급 학습자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높은 난이도의 쓰기활동을 수행하면서 개별피드백의 필요성을 더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며 이점을 향후 수업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4번 ‘영작하는 주제나 내용이 흥미롭지 않았다’의 응답비율은 초, 중, 고급 각각 17.16%, 10.09%, 20.79%로, 초급과 고급의 경우 쓰기 활동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급이 상대적으로 부정적 응답이 적은 결과에 대한 해석을 현재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학생들의 쓰기 활동에 대한 의욕이나 동기부여의 관점에서 흥미를 돋울 수 있는 활동과 주제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으며 교수자로서 이 결과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4.3.4 문항10: 수업시간에 한 영작활동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거나 선호하는 방식을 고르세요. (복수선택 가능)
쓰기수업방식에 관련한 마지막 문항으로 수업시간에 한 쓰기활동 중에 가장 도움이 되었거나 선호하는 방식을 조사하였다. 이 문항에 대하여는 위의 6문항에서 읽기수업 방식에 대한 조사에서와 비슷하게, 두 교수자가 수업에서 했던 모든 영작활동을 제시하였고, 학생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거나 선호하는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였다. <표 13>에서 결과를 보면, 1번 ‘주어진 주제로 개별 자유영작하기’가 초, 중, 고급 각각 36.14%, 29.23%, 29.9%로 모든 수준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초급의 경우, 2번 ‘주어진 주제로 조별 자유영작하기’ 문항과 합한 응답비율은 54.95%로 과반수가 개별이든 조별이든 자유영작을 선호하고 있다. 초급에서는 요약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자유영작을 선택한 비율이 더 높을 수도 있다. 학습자들이 영작 경험이 거의 없고 문법지식의 제한으로 5번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개별로 영작하기’ 또는 6번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제시된 단어로 개별 영작하기’와 같은 통제된 영작활동이 더 효과적이고 학습자들의 선호가 높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예측했으나, 초급 학습자들이 통제된 영작활동보다 자유영작이 더 도움이 된다고 선택한 점은 교수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쓰기의 정확성을 향상하기 위해 통제된 영작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연구자들의 판단은 학습자의 학습의욕이나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자유영작활동을 선호하는 학생들의 욕구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중급과 고급의 경우, 개별과 조별 자유영작 선호비율을 합하면 각각 39.49%, 48.04%이며, 3번 ‘개별 요약문 영작하기’와 4번 ‘조별 요약문 영작하기’를 선택한 비율을 합하면 각각 19.48%, 26.47%로, 역시 요약문 작성활동보다 자유영작을 선호하고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주미진 외(2012)와 백지원(2009)의 연구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덜 선호하는 수업활동으로 요약을 지적했다. 주미진 외(2012)는 요약활동이 예상외로 효과적이지 못하였으며 이는 학생들의 수준이 ‘초보’라서 어려움을 느낀 데서 이유를 찾는다. 정행(2012)은 요약 활동에서 ‘내용을 이해하고 통합 함축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은 상당한 훈련을 필요로 하며 따라서 영어능력이 중,상인(토익을 기준으로 500점 이상) 학생들에게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제안한다.
<표 13>
중급의 경우, 다른 수준과 달리 통제된 영작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통제된 영작활동 유형에 해당하는 5번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개별로 영작하기’(12.31%), 6번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제시된 단어로 개별 영작하기’(17.44%), 7번 ‘주어진 영어문장에 단어와 구조를 바꿔 영작하기’ 활동을 선택한 비율이 합쳐서 41.03%로 자유영작하기 선호도보다 오히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고급의 경우 5,6,7번 선택비율이 합쳐서 25.48%로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급 학습자들이 통제된 영작활동을 요약활동보다 선호한다는 점은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해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요약활동이 S대학교 중급 학생들이 수행하기에 난이도가 높았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문법에 대한 관심이 초급보다 중급에서 더 집중적으로 나타나므로 통제된 상황에서 문법을 적용하여 영작을 하는 것을 더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4 읽기와 쓰기에서 조별활동과 개별활동의 선호도
4.4.1 문항11: 읽기활동을 조별과 개별로 하는 것 중에 무엇을 더 선호하나요? (가능하면 이유를 써 주세요)
읽기활동을 조별과 개별로 하는 것 중에 학생들이 무엇을 더 선호하는지 조사하였다. 둘 중 선호하는 유형을 쓰고 가능하면 이유를 쓰도록 하였다. <표 14>에서 볼 수 있듯이 수준별로 모두 개별보다 조별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수준별로 개별과 조별을 선호하는 비율이 다르게 나타났다. 초급은 64.19%가 조별을 선호하고 35.81%가 개별을 선호하여 둘 사이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즉 초급학생들은 읽기활동을 개별보다 조별로 하는 것을 훨씬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중급은 56.91%가 조별을 선호하고 43.09%가 개별을 선호하여 초급보다는 격차가 줄었고, 고급에서는 52.83%가 조별을 선호하고 47.17%가 개별을 선호하여 그 격차가 더 줄어들었다. 이는 모든 수준에서 읽기활동을 개별로 하는 것 보다 조별로 하는 것을 더 선호하지만, 초급에서 고급으로 수준이 올라갈수록 읽기에 있어 조별활동보다는 개별활동을 더 선호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한 이유는 학생들이 의견을 진술한 것을 분석한 것이 아래 제시될 것이다.
4.4.2 문항12: 쓰기활동을 조별과 개별로 하는 것 중에 무엇을 더 선호하나요? (가능하면 이유를 써 주세요)
이 문항은 쓰기활동을 조별과 개별로 하는 것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를 조사하였고 위 11번에서처럼 둘 중 선호하는 유형을 쓰고 가능하면 이유를 쓰도록 하였다. 결과는 <표 15>에서 볼 수 있듯이 읽기활동에서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수준별로 모든 학생들이 쓰기활동은 조별보다는 개별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초급과 고급의 경우 각각 62.77%, 71.6%로 개별 쓰기 활동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반면에 중급의 경우는 개별 54.92%로 조별보다 선호도가 높기는 하나 격차가 상당히 적었다. 다음 문항에서, 학생들이 조별과 개별 활동 선호 이유를 서술한 내용을 분석하여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할 것이다.
4.5 조별, 개별활동 선호 이유
위에서 제시했듯이 읽기와 쓰기활동을 할 때 조별/개별 방식 중에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는 비율 면에서 수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모든 수준에서 읽기활동은 조별방식을 선호했으나, 선호의 정도가 초급에서 가장 높고, 중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개별학습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반면에 쓰기는 모든 수준에서 개별활동을 선호하는데 특히 고급에서 개별활동 선호도가 급상승한다. 중급의 경우 읽기와 쓰기 모두 개별과 조별 선호비율의 격차가 가장 완만하여 수준별로 학습방식 선호에서 일정한 차별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특정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읽기와 쓰기에 공통되는 패턴을 보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11번, 12번 문항의 주관식 응답 분석 결과는 통합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11번 문항에 응답을 한 총 학생 수는 초급 100명, 중급 95명, 고급 86명이고, 12번 문항의 경우는 초급 87명, 중급 72명, 고급 81명이다. 응답을 분석한 결과, 읽기와 쓰기 활동 모두에서 학생들이 조별 학습을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아래 세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협업으로 학습 효과를 높이고 분업으로 학습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조별 또는 그룹 활동을 선호한다는 학습자들의 인식은 타 연구에서도 발견된다(정숙경, 2008). <표 16>은 학생들의 의견을 예시로 보여준다.
<표 16>
빈도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으나 조별활동이 학습에 참여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기제라는 응답의 비율은 쓰기활동보다는 읽기활동에서 높다. 이는 모든 수준에서 쓰기는 개별로 해야 더 학습효과가 클 것이라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읽기 활동을 할 때 집중도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교수자가 더욱 세심한 신경을 쓸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고급반 학생들의 경우 조별활동이 학습량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선호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초급, 중급 학습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이 사실 자체는 놀라운 것은 아니나, 학습에 대한 부담감은 단순한 학습량이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면 민망’해서 쓰기를 할 때 개별활동을 선호한다는 한 초급 학습자의 응답은 영어능력이 자존감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초급, 중급 학습자들에게 덜 부담스럽게, 좀 더 편안하게 영어를 학습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교수자는 더욱 고민해야 한다. 조별활동의 의의가 협업을 통해 서로의 학습효과를 증대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좀 더 흥미롭고 활기찬 학습을 할 수 있다는 다수 학생들의 인식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할 개별활동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응답 분석 결과는 조별활동에서 생기는 문제와 학생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개별활동을 선호하는 이유는 읽기와 쓰기 공통으로 다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표 17>
조별활동이 비효율적이라서 개별활동을 선호한다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조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특정 조원이 활동을 주도하거나 또는 다 떠맡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조별활동으로 학습량을 분담하여 학습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순기능의 이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원들과 이미 관계가 형성되어 있느냐 없느냐가 이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으로 정숙경(2008)에서 그룹 활동의 단점으로 ‘매주 그룹이 바뀌는 경우 서먹서먹하고 그룹간의 친밀감이 떨어져서’ 활동이 어렵다는 학생 의견이 나온다. 교양영어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1학년이라 구성원 간에 관계형성을 위한 시간도 길지 않았고, 또한 학부소속으로 학과체제일 때보다 상호작용을 할 기회도 더 적다. 이 유형의 응답은 특히 초급에서 주로 나왔음을 주목할 수 있는데, 이는 초급반의 경우 조별활동을 같이 하는 구성원들과의 친숙도 그리고 자신의 영어능력에 대한 자신감의 부족이 결합해 효과적인 조별활동을 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심영숙(2009)도 성공적인 조별활동 또는 협력학습을 위해 학습자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에 참여할 있는 우호적이고 친밀한 환경의 조성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5. 결론
본 연구는 대학 읽기와 쓰기 통합 교양영어 수준별 강좌에 대한 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였다. 총 423명의 학생들이 2019년 2학기 English Foundations: Reading and Writing 강좌를 수강하고 설문에 참여했다. S대학교는 수준별 수업이 2018년 2학기에 처음 도입되었고, 2019년 1학기부터 새로운 공통교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수준별 수업의 질과 만족도를 향상하기 위해 수업의 주체인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인식과 필요를 진단하는 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는 아래 세 가지 질문에 초점을 맞췄다.
교재 난이도는 초급은 ‘전체적인 내용과 세부사항 이해에 전혀/ 대체로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이 71%정도로서 학생 간 난이도가 쉽다는 대체적 일치가 있었다. 반면에 중급과 고급은 ‘전체적인 내용과 세부사항 이해에 전혀/ 대체로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45%, 44%로, 뒤집어 보면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54%, 55%로 절반 정도로 학생들의 난이도에 대한 의견이 나뉘었다. 이는 분반 내 학습자간 영어능력에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따라서 추후 분반편성에서 이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교재 읽기활동에서 어려움을 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학습자들이 ‘어휘지식 부족’을 들었는데, 특히 중, 고급으로 갈수록 비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어휘능력을 배양하고 학습자들의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을 수업에 보강하여 교재 난이도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재 흥미도에 대한 인식은 ‘모든/ 대부분의 글들이 흥미로웠다’는 응답비율이 모든 수준에서 70~80% 정도로 상당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교재에서 다루는 주제 영역이 사회, 인문, 예술, 디자인, 심리학, 과학, 기술 등인데, 설문에 참여한 학생들이 대다수 인문, 디자인, 예술 전공이라는 점이 교재에 대한 높은 흥미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설문에는 공대 학생들이 참여하지 않았고, 현 교재가 그들의 흥미와 필요를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 추후 조사가 필요하다.
학습자의 읽기활동 선호도와 수준별 차이 분석 결과를 보면, 먼저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수업방식이 모든 수준에서 ‘교수님의 해석과 설명’이고, 전체 지문을 한 문장씩 해석하는 것보다 어려운 문장 위주로 설명하는 것을 학생들이 선호하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해에서 교수자 중심의 설명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백지원(2009)과 주미진 외(2012)와 같은 선행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S대학교 학생들 특성만은 아니다. 다음으로 초급은 ‘조별독해와 발표’ 활동을 중급과 고급은 ‘독해하고 개별로 요약’ 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읽기활동 전반에 대해 개별과 조별 활동 선호도에 있어서는 모든 수준에서 조별 활동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선호의 정도가 초급에서 가장 높고 중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낮아졌다. 즉 수준이 올라갈수록 개별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초급과 중급 학생들이 조별로 읽기를 하는 것이 ‘억지로라도’ 활동에 참여하도록 해 주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는 언급을 하는데, 이런 학습을 주도하는 독립성과 자기규제 능력에서 초, 중급 학생들과 고급반 학생들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유추하게 한다.
학습자의 쓰기활동 선호도와 수준별 차이 분석 결과를 보면 첫째, 쓰기활동이 영어 학습 전반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매우/ 비교적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응답이 모든 수준에서 60%를 이상이었다. 초급에서 고급으로 갈수록 긍정적인 응답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특히 ‘매우 도움이 되었다’라는 응답비율이 초급과 고급 사이에 1.5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둘째, 쓰기 활동이 어떤 점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해 초급에서는 ‘쓴 글에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가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고, 중급과 고급에서는 ‘혼자 영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의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학습자들의 수준이 올라 갈수록 쓰기활동에서 독립성이 증가하고, 피드백에 대한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보였다. 셋째, 쓰기활동이 어렵거나 싫다고 느낀 경우에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봤는데, 초급과 중급의 경우 ‘처음 영작을 해봐서 혼자 쓰기가 어려웠다’ 응답비율이 가장 높았다. 고급의 경우 ‘영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와 ‘처음 영작을 해봐서 혼자 쓰기가 어려웠다’는 응답이 동일한 비율로 나타났다. 고급 학습자의 경우에도 상당한 수의 학생들이 대학에 오기 전까지 영어 쓰기를 한 경험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넷째로, 쓰기활동의 유형에 따른 선호도를 보면 초, 중, 고급 모든 수준에서 ‘주어진 주제로 개별 자유영작하기’를 가장 선호했다. 중급의 경우, 다른 수준과 달리 통제된 영작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통제된 영작활동 유형에 해당하는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개별로 영작하기’,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제시된 단어로 개별 영작하기’, ‘주어진 영어문장에 단어와 구조를 바꿔 영작하기’ 활동을 선택한 비율이 합쳐서 자유영작하기 선호도보다 오히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쓰기를 할 때는 모든 수준에서 조별보다는 개별활동을 선호하였다. 중급에서는 그 격차가 크기 않은 반면 고급과 초급에서는 격차가 크게 나타나 고급과 초급 학생은 개별쓰기활동을 훨씬 선호하였다. 그런데 학생들의 의견 진술을 분석해 보니, 그 이유에는 차이가 있었다. 고급의 경우는 개별로 혼자 써보는 것이 영작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하였지만, 초급은 자신의 영작실력이 부족하여 자신감 결여로 쓰기의 경우 조별활동을 기피하고 개별로 쓰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자들의 개별, 조별 활동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보면, 조별활동을 선호하는 이유는 협력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고, 분업을 통해 학습의 부담을 줄이며, 학습에 참여할 압력과 의무감을 부여하여 학습에 참여도를 높이는 것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개별활동을 선호하는 이유는 독립적이고 더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조별활동을 할 때 모든 조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 있고, 특정 조원이 떠맡아 하는 경우도 있어서 학습효과가 떨어지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대학마다 교양영어 교육의 체재와 운영환경이 다르고, 학생들의 수준도 상이해서 본 연구결과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또한 시간 제약으로 연구방법상 설문 결과를 개별 학생 심층 인터뷰와 같은 질적 자료로 보강하여 분석의 깊이를 더하지 못한 점은 현 연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문에 서술형 항목을 넣어 간략하게나마 학생들이 직접 의견을 진술하게 했으며, 이렇게 수합된 의견은 객관식 항목의 결과를 해석하는데 통찰력을 주었다.
향후 읽기 쓰기 통합 수준별 수업운영이 학생들의 영어능력향상에 실제 어떻게 효과가 있는지 (또는 없는지)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학습자들이 쓰기활동으로 모든 수준의 학습자들이 자유영작을 선호하고, 요약하기 활동과 통제된 영작활동에 덜 흥미를 보인 결과를 바탕으로 각각의 영작활동이 수준별로 어떻게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에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활동은 쓰기와 읽기를 통합한 활동으로 독해와 영작능력을 동시에 연습할 수 있다. 요약활동을 통한 독해능력 향상의 효과를 분석한 정양(2012)에 따르면 초급 수준(토익 점수 500점 이하) 학습자들의 경우 주요내용 파악 능력, 중급(토익 점수 500-700점)/상급(토익 점수 700점 이상) 학습자들의 경우 이해한 내용을 통합 함축하여 재구성하는 능력에 의미있는 향상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양(2012)은 쓰기능력을 향상시키는 요약활동의 효과는 언급하지 않는다. 후속연구로 이 질문을 심층적으로 탐구해, 그 결과를 수업에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다음 장은 본 연구의 결과를 기반으로 하여 수업을 향상하기 위해 수준별로 몇 가지 수업방안을 제안한다. 제시된 방안들은 연구자들이 진행하는 수업의 맥락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일반화하여 적용하기는 어렵겠으나, 교수자들이 자신들의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작은 시사점이라도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6. 제언: 수준별 읽기 쓰기 수업방안 제안
6.1 읽기활동
연구 결과 조별 읽기 활동의 문제점을 고려하여, 수준별로 학습자들이 다음과 방안을 제안한다.
6.1.1 초급
초급은 과제로 지문을 소리내어 읽고 한국어로 해석해서 녹음하는 활동을 제안한다. 초급 학생들은 영어를 소리내어 읽거나 말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발음에 자신감이 없고, 소리를 내어 읽어본 적이 없어 끊어 읽기 같은 것이 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독해연습과 함께 영어를 소리내어 읽거나 말하는데 좀 더 익숙해지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이 활동이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수업시간에는 조별로 다시 지문을 해석하여 자신이 과제로 한 것과 비교해 오류 등을 스스로 수정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또한 발표로 소리내어 읽기를 수행하면 과제와 잘 연계되어 학생들에게 조금 더 학습의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6.1.2 중급
초급과 마찬가지로 중급 학습자들도 수업시간에 지문을 독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정확하게 개별 문장을 해석하고 전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과제로 수업 전에 지문을 읽어 수업시간에 독해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것을 제안한다. 읽기 과제로는 지문을 읽고 각 문단의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영작하여 수업시간에 이 질문들을 활용해 조별읽기, 퀴즈 활동 등에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6.1.3 고급
고급 학습자들은 이미 독립적으로 상당히 정확하게 독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과제로 지문을 독해하고 한국어로 요약하는 활동을 개별로 수행해 수업시간에 지문전체를 해석하는 활동은 최소화할 것을 제안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한국어 요약은 수업시간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작하여 활용하고,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개별로 독해하면서 특히 해석에 어려움을 겪은 문장이나 지문의 특정 부분만을 집중해 분석하도록 한다. 이는 교수자가 무조건 지문 전체를 해석해 주는 것보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부분만 설명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는 설문(문항7)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분석할 문장은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제시하거나, 교수자의 경험으로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선정할 수도 있다.
6.2 쓰기활동
모든 수준에서 학생들이 쓰기는 개별활동과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선호한다. 이런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수준별로 쓰기활동의 유형을 차별화할 것을 제안한다.
6.2.1 초급
초급은 통제된 유형(e.g.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주어진 영어단어와 패턴을 활용해 영작하기, 주어진 한국어 문장을 학습자가 선택한 표현으로 영작하기, 간단한 문장 바꿔쓰기(paraphrase) 활동)의 영작활동과 함께 자유영작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하는데 재미를 느끼고 자신감을 향상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을 자유영작하여 발표하는 활동을 격려한다. 초급 학생들은 대개 즉흥적으로 영어로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자신감 없어하므로 먼저 영작을 하고 이를 발표문으로 활용하여 말하기 활동을 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발표를 할 때 듣는 이가 내용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정확성(accuracy)을 갖춘 발표문을 작성하기 위해 개별피드백이 필수적이다.
6.2.2 중급
중급은 자유영작과 통제된 영작을 균형있게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작성한 영작을 보면, 자신의 생각을 논리와 구성의 일관성과 문법과 표현의 정확성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여 문장 구성의 정확성이나 매끄러움에서 향상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되었다. 따라서 유창성(fluency)보다는 정확성에 더 초점을 맞춘 쓰기활동이 중급 학생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단락이나 전체 지문요약과 문장 바꿔쓰기(paraphrase) 활동을 중심으로 발표활동과 결합한 자유영작 활동을 교수자의 재량으로 배합하여 실행할 수 있다.
6.2.3 고급
고급은 읽기를 개별로 사전에 준비하여 쓰기와 발표 활동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한다. 한정된 수업시간을 지문을 단순 독해하는 활동에 집중 투입하기보다, 쓰고 말하기에 초점을 맞춘 수업으로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극대화하고 수업에 참여도나 흥미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문 요약, 개별의견 쓰기, 그룹토론을 통한 발표문 작성, 그리고 문장 바꿔쓰기(paraphrase) 활동을 교수자의 재량으로 배합하여 실시한다. 고급 학생들의 영작에서 많은 학생들이 문장 구성이나 표현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여지를 남겼다. 따라서 정확성을 촉진하는 문장 바꿔쓰기(paraphrase)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개별문장을 정확히 해석하면 읽기를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고급 수준에서 읽기활동은 개별 문장을 문법적으로 정확히 해석하는 것은 시작점일 뿐 이를 바탕으로 전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하고, 명시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주제나 내용도 유추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말로 읽은 내용을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로 지문을 요약하는 활동은 이런 능력을 키우는데 유용한 연습이다. 요약활동과 함께 학습자가 지문의 전체 맥락을 얼마나 잘 파악했으며 특정 문장이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유추하는 읽기를 할 수 있는 쓰기활동을 병행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