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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4(4); 2020 > Article
명저읽기 수업에서의 미시적 읽기 연구 -『죄와 벌』을 중심으로

초록

이 논문은 <명저 읽기> 과목에서 『죄와 벌』이란 텍스트를 ‘미시적 읽기’로 진행한 후 실제 수업에서 어떠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방법론으로는 ‘미시적 읽기’를 통해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분석하는 방법을 전달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을 질문하고 응답하는 방식을 서술하였다. 수업방법은 코로나 19로 인해 대면강의가 불가피해지고 원격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SNS에 익숙한 학습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이나 라이브톡으로 진행하였다.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텍스트에 명시된 바를 꼼꼼히 찾게 만드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한편 3장의 경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반전의 장치를 설명하고 학습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독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4장은 학습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자신만의 창의적인 내용으로 재해석하였는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이렇게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과연 무엇인가. 첫째, 학습자들에게 꼼꼼하게 읽도록 유도함으로써 분석적인 독해력을 높이고 작품에 대한 논리적 추론을 증진하는데 효과가 있다. 둘째, 작품의 구조적인 효과를 인식시킬 수 있다. 이렇게 읽게 되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작가의 의도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다른 시각으로서의 책읽기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책읽기는 기존에 논의되어 오던 여러 해설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서의 접근을 통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paper is to look at examples of what kind of feedback could be received from actual classes after a ‘microscopic reading’ of the text of 『Crime and Punishment』 in a Classic Reading class.
As a methodology, we can describe the method of delivering an analysis method to learners through ‘microscopic reading’ and through questioning and responding to scenes that are sometimes neglected.
Chapters 2 and 3 of the analyzed contents delivered examples of interactive communication of microscopic reading and structural reading methods from the perspective of the instructor. And in Chapter 4, the task called ‘Writing a Sequel’ was conducted as an indirect way to see how learners understood and accepted this class.
Through this process, learners were able to benefit from the following effects: First, it enhances analytical reading comprehension and promotes logical reasoning about the work. Second, by recognizing the structural effects of the work, one can objectively grasp the overall atmosphere of the novel and the intention of the author, as well as get a chance to read books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Key Words

<Crime and Punishment>; microscopic reading; structural aspects; creative writing; Intertextuality

1. 서론

이 논문은 <명저 읽기> 과목에서 『죄와 벌』이란 텍스트를 ‘미시적 읽기’로 진행한 후 실제 수업에서 어떠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교양 교육 가운데 인문학을 강화하는 목적에서 ‘고전(명저) 읽기’에 관한 과목이 여러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에 따라 ‘명저 읽기’와 관련된 많은 연구 성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수업 방법 혹은 수업 사례 방향에 대한 논의들이 주를 이룬다. 그 가운데 본 논문이 주목한 몇 가지 논의들은 다음과 같다.
김성수는 대학의 기초⋅교양교육 과정의 교수학습 방법이 텍스트 읽기-쓰기에서 교수-학습자간의 온-오프라인 양방향 피드백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 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읽기-쓰기 연계 및 통합 학습은 글쓰기 수업에서 고전 저작이나 현대의 명저 텍스트들을 연결하여 과제 운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김성수 2018: 226-227) 한편 김명순⋅변혜경은 ‘미시적 읽기’가 읽기의 의미를 확장시킨다고 보았다. 여기서 김명순이 제안하는 미시적 읽기는 읽기의 내⋅외적 조건들 중 어느 하나에 편중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조건에 천착하여 이것이 텍스트에 어떻게 구현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렇게 읽은 독자들은 텍스트 속에서 적극적으로 주제적 의미를 생성할 수 있게 된다.(김명순⋅변혜경 2012: 293-294) 그리고 김주언은 창의적 글쓰기에서 창의성이란 단편적인 재치문답식의 순발력보다 구성적인 종합 교양 능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창의성보다는 대상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비판적 분석력,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에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 투시하는 통찰력, 이를 본질적으로 유사한 다른 담화와 연결하는 유추의 상상력 이 세 가지가 창의적인 글의 여러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았다.(김주언 2006: 89-90)
이 세 편의 논문에서 언급한 읽기 및 쓰기 교육이 가져야 할 목표와 방향성은 본 논문이 논제를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참고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선행 연구들의 목적에 부합하면서도 기존과는 다른 수업 운영 방안을 제시하는데 비중을 두고자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본 논문이 텍스트로 삼은 『죄와 벌』부터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죄와 벌』 은 워낙 방대한 분량 때문에 읽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꼼꼼하게’ 읽는 과정이 필요하다. 많은 분량을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꼼꼼하게 읽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참신한 해석을 통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죄와 벌』은 가난한 대학생의 사회 해충 제거라는 방식을 통한 사회소설, 죄를 범한 범죄자의 심리를 묘사한 심리소설(권철근 2000: 249), 범인을 쫓는 추리소설 등 독자의 층위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1) 높다. 이렇듯 『죄와 벌』을 다양한 측면에서 읽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사례를 살펴본다면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피드백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죄와 벌』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학습자들은 사전조사를 통해 라스콜니코프의 이론인 초인사상과 그가 받은 벌의 전 과정, 소냐를 통한 구원의 가능성 및 이러한 작품을 쓰게 된 당대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 등을 조사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작품의 내적 측면에서는 살인의 상징적 의미이기도 한 암말 살해의 꿈을 비롯하여 라스콜니코프의 하숙집이나 소냐의 방 구조에 대한 설명, 조건 없이 사랑과 헌신을 추구한 소냐, 라스콜니코프의 분신으로 보는 스비드리가일로프 등 등장인물 분석 등이 중심을 이뤘다. 외적 측면으로는 초인사상의 근간이 되는 공리주의 사상과 이를 확장시킨 트롤리 딜레마, 환경 결정론, 신앙에 대한 가치관 등이 주로 언급되었다. 물론 이러한 논의들은 『죄와 벌』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들이긴 하다. 하지만 본고는 이 외에도 텍스트에 숨겨진 또 다른 의미가 있지 않을까란 의문이 들었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몇 가지 단계를 정했다. 우선 책을 꼼꼼하게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교수자가 학습자에게 피드백을 준 것을 이들이 어떠한 식으로 반영하였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업방법은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강의를 진행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SNS에 익숙한 학습자들을 위해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방이나 라이브톡으로 진행하였다. 비록 교수자는 학습자들과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실시간으로 진행된 수업에서 전수강생들의 견해를 댓글로 받을 수 있어 상호 소통이 가능했다. 마지막 단계에는 『죄와 벌』의 속편쓰기를 과제로 제안했다. 소설 창작 과제는 이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비평문과는 달리 학습자의 창조적 상상력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슈탄첼에 따르면 모든 이야기는 작가가 창조하는 이야기와 독자가 보완하는 이야기 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김천혜 2010: 280) 이 말인즉슨 문학작품은 빈 곳이 있는 곳을 독자가 채워 가면서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의미다. 요컨대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서술된 것을 바탕으로 작가의 숨겨둔 장치와 같은 서술되지 않은 어떠한 틈까지 미루어 짐작해 읽어나가게 되면 새로운 해석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생산된다고 할 때, 그 밑바탕에는 독자들의 능동적 개입이 필요하다. 이처럼 ‘속편 쓰기’는 미시적 읽기를 거친 학습자들이 어떻게 『죄와 벌』을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어줄 것이다.
이에 본 논문이 확인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 세 가지다. 텍스트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미시적 읽기’가 이뤄졌는가, 명저에 항상 붙어 다니는 화려한 수식어들에 대하여 원래 그러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 것인지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교수자의 수업과정을 통해 과연 학습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에 대한 확인 작업이 가능한가이다. 그러기 위해 우선 2장에서는 텍스트 요인에 근거한 미시적 읽기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3장의 경우 구조적 읽기 방법에 대한 예시를 학습자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4장을 통해서는 학습자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한 사례를 분석할 것이다.

2. 텍스트 요인에 근거한 미시적 읽기

2.1 명시된 단어를 주의 깊게 읽기

2장에서는 『죄와 벌』을 내용적 측면에서 ‘미시적 읽기’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보여주고 학생들과 어떠한 상호 작용이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먼저 미시적 읽기의 방법 중 명시된 단어를 중심으로 『죄와 벌』을 살펴보도록 하자. 작가는 작품 속에 숨겨둔 의미를 제시하는데 라스콜니코프가 공원에서 술 취한 어린 아가씨를 따라다니는 어떤 신사에게 소리 지르는 장면이 그러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왜 라스콜니코프가 그 신사에게 ‘스비드리가일로프’라고 불렀는가에 있다. 스비드리가일로프는 1부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물로 두냐에게 흑심을 품었던 사내다. 아마도 라스콜니코프는 신사와 스비드리가일로프를 동일시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은 이 소녀를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어 하다가 갑자기 돌변한다. 이러한 라스콜니코프의 행동에 대해 학습자들은 여동생과 소녀를 다르게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의견과 자신에게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깨달게 되었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를 좀 더 확장시켜 보면 다음과 같다.
  • 교수자) 네. 좋습니다. 그렇다면 그 소녀가 자신의 여동생과 다르다고 인지한 걸까요? 아니면 여전히 두냐와 소녀를 동일시하긴 하나 단지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서 그런 걸까요?

  • 학생 1) 처음에는 동일시했지만 나중에는 다르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97페이지(1부)에 혼잣말을 보면 두냐가 그런 비율에 끼게 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 학생 2) 벤치의 여자가 두냐와 또래로 보인다고 묘사되어있는 점에서, 편지를 읽고 난 직후인 라스콜니코프가 그녀에게 두냐를 투영해 바라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경관이 남자와 소녀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두냐와 그녀를 동일시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학생 3) 라스콜리니코프는 내버려 두라고 소리치고 나서 텅 빈 벤치에 앉아 한참을 소녀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며 괴로워합니다. 그는 그 신사와 스비드리가일로프를 동일시한 것처럼 소녀 또한 자신의 동생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았을 겁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뇌리에 스치는 미래들이 너무도 끔찍했고 혹시나 그 미래가 자신의 집안에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면서 상황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들을 외친 것 같습니다.

  • 교수자) 자신에게 권리가 없다는 대목과 다르게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의견으로 갈리는군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좀 더 넓게 생각해 봅시다. 만약 라스콜니코프가 두냐와 소녀를 여전히 동일시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의 이러한 행동은 두냐를 포기하게 되는 걸까요?

  • 학생 1) 라스콜니코프는 본인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현실의 비슷한 상황에서라도 이를 외면하여 번민에서 벗어나는 것을 꿈꾼 것 같습니다. 두냐를 포기할 수 없으니 현실 도피적인 심리로 이 소녀를 포기해버리는 것입니다.

  • 학생 2) 이 장면에서 라스코니코프는 자신의 누더기 같은 옷을 보게 됩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읽고 나서도 자신은 어떠한 것을 내세울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저는 두냐를 포기하다기보다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상황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 3) 더 이상 소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서 두냐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이 넉넉지 않고 살인까지 계획하고 있었음에도 편지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두냐를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소녀가 떠난 후 도와준 것을 후회하는 것은 두냐를 포기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교수자) 각자의 견해들을 들어보니 지금 상황에 대한 회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 합니다. 자. 그렇다면 여기에서 학생 3)이 언급한 바와 같이 ‘편지’를 보며 눈물을 흘린 라스콜니코프의 모습에 주목해 봅시다. 왜 라스콜니코프는 편지를 읽고 난 직후 살인을 연상시키는 ‘어떤 결단’(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87)을 내리려고 했을까요?

  • 학생 1)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두냐의 결혼을 막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 학생 2) 화풀이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살해한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충동적으로 저지르지 않았을까요?

  • 학생 3) 다수의 행복에는 자신의 가난을 해결하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살인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 한 것은 아닐까요.

  • 교수자) 모두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이상으로 라스콜니코프가 모르는 행인을 ‘스비드리가일로프’라고 부르는 장면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가 여동생 두냐에게 어떠한 감정을 갖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의 처지와 심리에 대해서도 꼬리물기식의 연상 작용으로 유추해 보았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장면을 제시한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스비드리가일로프’란 단어는 단지 개인의 이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위험이라는 ‘기호’처럼 보이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어떤 내용을 코드에 담아 독자들에게 보내면 독자는 이 코드에서 내용만을 분리해 내어 그 뜻을 인식합니다. 가령 우리가 ‘119’를 떠올린다면 단순히 숫자조합에도 불구하고 위험할 때 누르는 번호라는 것이 동시에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작가는 ‘스비드리가일로프’란 코드를 통해 이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려 한 것은 아닐까요? 만약 독자들이 이를 찾아낸다면 앞으로 전개될 스비드리가일로프에 주목하게 될 것이고 그 이름이 바로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게 될 겁니다.2)

이와 같이 위 사례문은 공원에서 술 취한 어린 소녀를 따라다니는 어떤 신사를 왜 ‘스비드리가일로프’라고 불렀는가란 의문점에서 출발하여 꼬리물기식 연상 작용으로 라스콜니코프의 심리 상황을 유추해 본 내용이다. 이 과정은 독자들로 하여금 라스콜니코프의 말실수를 통해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한번쯤 생각해 보게 만든다. ‘미시적 읽기’ 자체가 ‘텍스트에 명시된 서술들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나 배경들을 다른 표현들과 연결 짓고 평가함으로써 나타나는 의미화의 과정’(김명순 외, 2012: 294)이라고 볼 때 이러한 분석 사례는 앞으로 학습자들에게 읽기의 한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2 명시된 정보를 확장적으로 읽기

이번에는 『죄와 벌』의 중요한 쟁점이기도 한 ‘초인사상’을 기존 논의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초인사상’에 관한 기존 해석을 살펴보자면 ‘공리주의적 측면’(권철근, 2000: 251)과 ‘유물론적 결정론’(이형구 2008: 184), ‘트롤리 딜레마’(석영중, 2012: 146-147)와 연결시켜 설명한다. 여기서 ‘초인’이란 나폴레옹이나 칭기즈칸과 같은 위인들인데 이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살인마저도 허용된다는 것이 이 사상의 핵심이다. 소설 속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이 사상을 시험하고자 할 당시 스스로 초인(=강자)이라기보다 약자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근거로 주인공이 자신의 범행 사실을 소냐에게 고백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본문에는 소냐와 본인이 다를 바 없어서라고 서술되어 있지만 실제 속마음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3)
여기서 라스콜니코프가 ‘약자’라는 전제는 왜 하필 ‘매춘부’에게 고백했는가와 이어진다. 센나야 광장에서 마주친 창녀들을 묘사한 대목에서 ‘다들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285)거나 ‘서른 살쯤 된 곰보 아가씨였는데 얼굴이 전부 멍투성이고 윗입술은 팅팅 부어 있었다’(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287) 등을 보면 창녀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렇다면 소냐 또한 그녀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매춘부들이 ‘계급적 측면’이 아닌 폭력에 노출되어 온 ‘사회적 측면’에서 약자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신분이 아닌 처지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라스콜니코프 또한 대학생 ‘신분’이 아닌 ‘가난’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다시 말해 대학생 신분이었던 주인공의 사회적 계급은 강자에 가깝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의 도움으로 근근이 학업을 이어나가던 그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볼 때, 그 또한 사회적 약자4)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독자들이 창녀들을 묘사한 부분에서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미시적으로 읽게 되면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좀 더 확장적으로 읽어 나가게 되면 소냐와 리자베타 또한 동일시되고 있음을 추가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단 이 동일시 과정은 라스콜니코프의 시각에서 그러하다는 점이 전제된다.
그렇다면 어떠한 점에서 리자베타와 소냐를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있을까. 이는 ‘리자베타가 수시로 임신을 했다’(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121)는 구절을 그 근거로 들 수 있는데 이 대목을 통해 리자베타가 매춘부인 소냐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만약 우리가 ‘리자베타가 수시로 임신을 했다’라는 구절을 제대로 읽지 않고 지나갔다면 소냐와 리자베타를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한 구절이 소냐와 리자베타를 동일시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것이 라스콜니코프가 왜 하필 소냐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했는가와도 연관된다. 어쩌면 라스콜니코프는 무의식중에 소냐와 리자베타를 동일시하여 리자베타에게 속죄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소냐에게 용서를 받는 것은 죄 없는 리자베타를 살해한 자신이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라스콜니코프는 리자베타에 대한 죄의식을 덜어 내기 위한 일종의 고해성사의 대상으로 소냐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대목에 관하여 학습자들은 소냐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매춘부라는 직업 외에 다른 선택권은 없었는가를 시작으로 ‘타락’에 대하여 육체와 정신을 분리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환경이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가란 논제들에 대해 라이브톡으로 토론하였다. 학습자들은 의문이 드는 구절을 세부적으로 읽어 나가면서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논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논의를 확장시켜 나갔다. 이미 선행조사를 마친 학습자들은 ‘초인사상을 추구하는 라스콜니코프 또한 강자에 가깝다’란 선입관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치밀한 독서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게 되면 라스콜니코프가 약자라는 근거들은 소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작품 해석에 접근하게 되면 기존의 『죄와 벌』에 붙은 화려한 수식어들을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3. 구조적 측면에 대해 미시적 읽기

3장에서는 구조적 읽기에 대해 ‘소시민’ 모티프를 예시로 들어 살펴보고자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포르피리와 라스콜니코프의 쫓고 쫓기는 심리적 추격전에서 ‘소시민’이란 인물을 투입하는데 소설의 흐름상 뜬금없는 등장이긴 하지만 라스콜니코프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발설한 인물이므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교수자는 ‘소시민’에 대한 분석에 앞서 학습자들에게 실제 인물인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90%에 해당하는 학습자들이 ‘환상의 인물’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인물이지만 환상적으로 처리된 인물’이라고 정확히 대답한 학생은 단 한명일 정도로 소설 속에서 ‘소시민’이란 모티프는 실제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소시민이 등장한 장면은 다음과 같다.
  • 1) 문지기가 자신의 골방 문 옆에 서서 키가 크지 않은 어떤 사람에게 곧장 그를 가리켜 보였는데 겉보기에는 소시민인 것 같았고 실내복 비슷한 옷에 조끼를 걸친 탓에 멀리서는 여자처럼 보였다. 땟국이 졸졸 흐르는 제모(制帽)를 쓴 머리는 밑으로 축 늘어져 있고 사람 자체도 몸이 통째로 굽은 것 같았다.…(중략)… “네놈이 살인자란 말이야.” 상대방은 더욱더 또박또박,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하더니 어딘가 증오에 찬, 의기양양한 미소를 띠우며 또다시 곧장 라스콜니코프의 창백한 얼굴과 죽은 사람 같은 눈을 쳐다보았다.(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490-492)

  • 2) 바로 아까 그 소시민, 아까와 똑같은 실내복을 입은, 몸이 구부정한 그 소시민이었던 것이다. 라스콜니코프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걸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들이 골목길로 접어들었을 때도 상대방은 여전히 뒤를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중략)… 소시민은 어느 커다란 건물의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라스콜니코프는 서둘러 대문 쪽으로 다가가 그가 뒤돌아보지나 않을까, 자기를 부르지나 않을까, 살피기 시작했다.(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498-499)

인용문 1)은 처음 소시민을 만난 라스콜니코프가 살인자라 말하는 그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 인용문 2)에서는 꿈속에서 소시민을 따라 걷던 라스콜니코프가 살아있는 노파를 보고 다시 죽이는 장면이다. 인용문 1)이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인용문 2)는 꿈 꾼 내용이다. 하지만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장면을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라스콜니코프가 실제로 소시민을 만난 건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러한 복선을 유발하며 소시민을 실제가 아닌 환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그린 것일까. 이 반전의 장치는 독자들에게 앞뒤 문맥을 정확히 파악하도록 유도한다. 소시민이란 인물은 소설 곳곳에 ‘고유명사’가 아닌 ‘대명사’로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독자들이 ‘소시민’이란 인물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추적이 필요하다. 대체 ‘소시민’은 어느 대목에서 나왔던 인물일까. 소시민의 첫 번째 등장은 라스콜니코프가 범죄현장을 재방문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횡설수설하는 장면에서다. 이 때 등장한 목격자 중 하나였던 소시민은 적극적으로 주인공을 ‘경찰서에 데리고 가자’(도스토예프스키(1부), 2012: 315)고 주장한 인물이었다. 여기서 그의 등장은 작품의 개연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었으나 여러 구경꾼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독자들의 시선을 끌진 못했다. 소시민의 본격적인 활약은 예심판사 포르피리가 라스콜니코프를 범인으로 모는 장면을 통해서다. 포르피리는 집무실 칸막이 뒤에 소시민을 숨겨 놓고 라스콜니코프에게 깜짝쇼를 보여주겠다며 압박해오지만 느닷없는 니콜라이의 거짓자백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간다. 비록 작품에서는 실패로 돌아가지만 만약 포르피리의 깜짝쇼가 성공했다면 ‘소시민’은 라스콜니코프를 범인으로 모는데 훌륭한 심리적 도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는 왜 깜짝쇼를 성공시켜 라스콜니코프와 독자들을 경악시키지 않은 것인가. 작가는 ‘소시민’이란 인물을 투입시킴으로써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끊임없이 유발시키지만 정작 깜짝쇼는커녕 그 사건의 내막을 소시민에게 직접 이야기하도록 만들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오히려 독자들의 심리를 자극시킨다. 게다가 어느 순간 라스콜니코프에게 연민을 갖게 된 소수의 독자들은 이러한 소시민의 행동에 심리적 안도감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소시민이 라스콜니코프에게 포르피리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삽입적 역전’5)이라 볼 수 있는데 오히려 그것을 일으키지 않음으로써 그 자체만으로도 반전이 되는 셈이다. 비록 소시민과 관련된 사건은 해소되었지만 이로 인해 심증에서 확증으로 변한 포르피리와의 대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또 다른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처럼 ‘소시민’을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든가 반전의 장치를 이용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그 자체가 반전이 되는 점은 도스토예프스키식의 형식적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교수자는 학습자들에게 텍스트에 명시된 바를 꼼꼼히 찾게 만들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소시민이 갖는 반전의 장치를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작가는 소시민을 이용해 주인공의 어떠한 심리를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 학생 1)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증거를 계속해서 숨기고 고민합니다. 게다가 언제 어디에서 자신의 범죄가 탄로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대목은 라스콜니코프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 2)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이 초인이라고 여기며 살인을 정당화하고 있었으나 자신이 초인이 아닐 것이라는 회의감이 다른 사람들이 그를 비웃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생 3) 그의 불안심리로 인해 발생한 환각입니다. 포르피리의 심문과 주변 인물들의 의심 때문에 라스콜니코프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는 부분인데요. 특히 노파의 얼굴을 통해 자신 내면의 악을 마주한 것 같습니다.

  • 학생 4)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강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것 같은데, 살인 후에 그는 결국 자신이 약자였다는 것을 더욱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래서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창피하거나 부끄럽게 여기고 있고, 이런 심리에 따라 노파와 여러 사람이 자신을 비웃는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위 인용문에서 보다시피 꿈에서 노파는 왜 웃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은 그를 쳐다보며 구경하고 있었을까란 교수자의 질문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라스콜니코프의 죄책감과 불안감이 드러난 심리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묻고 답하기는 학습자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소시민’의 존재여부를 파악하게 하고 더 나아가 작가가 전하는 사건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그 뿐만 아니라 이 방법은 독자들의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독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한다.

4. 창의적 글쓰기

앞선 장들에서는 교수자가 ‘미시적 읽기’의 방법을 제시하였다면 이번 장에서는 학습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자신만의 창의적인 내용으로 재해석하였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써 본고는 『죄와 벌』 속편 쓰기를 과제로 진행하였다. 이 과제는 학습자 개개인마다 『죄와 벌』을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창의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들어 낸 스토리를 통해 자신과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죄와 벌』의 ‘속편 쓰기’ 과제는 공대생 31명, 예술대 학생 38명 총 59명이 참여하였다. 과제의 전제조건으로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는 끝났다’로 마친 『죄와 벌』의 열릴 결말을 닫힌 결말로 만들어 볼 것, 소설의 개연성을 고려하여 이 텍스트에 등장했던 인물 최소 5명은 제시할 것, 소설에 나타난 에피소드 2개 이상은 언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토리 가운데 학습자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쟁점들이 있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학습자들은 라스콜니코프의 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두 번째 소냐의 헌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세 번째 주변인들이 라스콜니코프의 어떠한 조력자가 되어 주느냐란 점이다.
우선 첫 번째 질문의 경우, 학습자들은 초인사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와 라스콜니코프가 본인의 죄를 어떻게 용서받느냐 이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전자부터 살펴보자면 학습자들은 주인공이 출옥한 이후에도 여전히 노파와 리자베타를 살인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본인이 주장한 ‘초인 사상’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었다. 특히 몇 편의 소설에서는 라스콜니코프가 본인의 논문을 바탕으로 모방 범죄를 꿈꾸는 지지자를 만나게 되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 비교적 스토리를 잘 이끌어 나간 한 학생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 …(중략)…

    ”이번에 재판을 하게 된다면 저번과 같은 감형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니? 애초에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것이지요. 특히 이런 연쇄살인은 말이죠.. 전당포 연쇄살인사건이라고 이름이라도 붙여야겠군요.”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확신에 찬 듯 라스콜니코프의 상황을 비웃었다.
    ”그만하시지요….. 제발! 그만해! 난 그저 거기 서있었을 뿐이란 말입니다. 지난 시간동안 나는 많은 것을 반성했어요. 내가 그토록 아끼고 확신했던 나의 논문 속 사상까지 모든 것을 반성했단 말입니다! 중위님은 어떤 근거로 나를 범인이라 판단하고, 왜 더 이상 범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십니까? 대체!!” 라스콜니코프는 너무나도 답답한 나머지 이성을 잃은 듯 소리쳤다.
    ”그만 조용히 하는 게 좋을 거야. 변명은 재판에서 하지. 살인자 라스콜니코프.” 중위는 단호하게 라스콜니코프의 입을 막았다.
    그때 무거운 분위기의 경찰서 문을 열고 한 낯선 이가 들어왔다. 차분히 경찰서의 상황을 살피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중위님? 라스콜니코프와 잠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당신 누구야” 중위는 라스콜니코프라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당신 누구야” 중위는 라스콜니코프라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였다.
    ”이번 전당포 살인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러 왔습니다. 그 전에 꼭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은데”이번 전당포 살인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러 왔습니다. 그 전에 꼭 단둘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시는 편이 마음이 편하실 겁니다. 중위님.” 낯선 이는 결의에 찬 듯 단호한 투로 이야기하였다. 낯선 이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들은 라스콜니코프는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얼굴을 돌렸을 때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낯선 이가 어제 페테르부르크에 와서 밤에 산책을 할 때 마주친 한 청년이라는 것을 라스콜니코프는 눈빛을 보고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청년의 말에 중위는 라스콜니코프를 내어주었고 자리를 비켜주는 듯 하였으나 둘의 대화를 몰래 엿들으려 몸을 숨겼다. 라주미힌은 차분하게 소냐를 달래었고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였다.
    ”선생님의 논문 잘 읽었습니다.” 독방에 단둘이 마주한 채 청년은 첫마디를 꺼내었다. 그리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선생님께서는 초인사상에 관련해 논문을 쓰신 라스콜니코프가 맞으시죠? 인간은 비범한 인간과 보통의 인간으로 나뉜다는 그 초인사상.. 아주 훌륭하신 생각입니다. 이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선 저와 선생님같은 초인이 필요하니까요. 맞습니다. 생각하신 대로 이번 살인 사건의 범인은 제가 맞습니다. 특히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선생님을 꼭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렇게 자리가 있어 참 다행이네요. 선생님의 논문에서는 초인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이 본래 안다고 하셨죠? 저는 본인이 초인인지 확실히 믿기 위해 그것을 확인해보는 행위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제가 초인인 것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분명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스콜니코프는 온 몸이 얼어붙은 듯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했으며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어떤 것에 대한 감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감탄이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경찰서에 나타나서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야 당연히 선생님과 저를 위해서지요. 저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특히 선생님같이 위대하신 분이라면 더욱이 오해를 푸는 것은 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살인은.. 살인은 피해가 아니란 말인가?’ 심한 모순을 갖는 청년의 말에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논문이 이러한 청년의 가치관을 지배했다는 점에서 큰 혼란을 느끼고 강한 충격을 받았다. 특히 열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논문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청년의 모습이 흡사 옛날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라스콜니코프는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다.…(중략)… (공과대학 기계공학과 1학년 이○욱)
위의 학생글처럼 주인공이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론과 초인사상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자를 맞닥뜨렸을 때 과연 어떠한 심정일까? 아마도 이 결말이 학습자들이 생각하는 ‘초인 사상’에 대한 시각이 아닐까 싶다. 그 결말들을 보자면 가볍게는 라스콜니코프가 자신의 논문을 불태워 버린다거나 추종자와의 대화에서 본인의 사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것을 추종하는 자에게 살해당하게 된다거나 혹은 다시 살인혐의의 위험에 봉착하게 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학습자들이 비평문에서 ‘초인사상’을 언급하는 대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다시 말해 초인사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이 사상을 뒤집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예컨대 주인공을 제3의 입장에 세워 그가 잘못된 사상에 주입되어 있었음을 비판적으로 보여준다거나 혹은 반대로 여전히 초인사상을 포기하지 못하고 진행시켜 나가는 주인공을 보여줌으로써 학습자 또한 몰입되어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학습자들이 작가의 시점이 되면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던 초인사상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초인사상이 제3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잘못된 것인지 알지만 자신이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을 써 나갈 때는 또 다른 감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해석이 새로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편 후자의 경우 새드엔딩과 관련된다. 많은 학습자들은 출옥한 라스콜니코프가 노파와 리자베타에 관한 악몽을 꾸면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장면 혹은 ‘살인자’란 꼬리표 때문에 주변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을 감당하지 못해 고통 받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양상은 학습자들이 보기에 자수를 하긴 했으나 진정한 참회를 하지 않는 라스콜니코프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장면은 주인공이 비록 8년 징역형을 받긴 했으나 법보다 중요한 것이 양심이며 진정한 뉘우침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경우는 두 번째로 살펴볼 소냐와 관련된다. 이는 학습자들이 그녀의 헌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관점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라스콜니코프와 소냐와의 관계는 속편의 결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사회에 나와 ‘범죄자’라고 낙인찍힌 그에게 소냐는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흥미롭게도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여전히 헌신적으로 라스콜니코프를 사랑하는 소냐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각박하게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오로지 순수하게 사랑을 추구하고 헌신하는 소냐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으려는 학습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라스콜니코프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더 이상 그를 외로운 존재로 두지 않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소냐와의 관계는 학습자들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는 계기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최소 5명의 주변인들이 등장해야 한다는 과제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학습자들은 주로 라주미힌과 두냐, 라스콜니코프의 어머니, 사망한 노파와 리자베타, 예심판사 포르피리 등을 등장시켰다. 그 가운데서도 학습자들이 쓴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사망한 라스콜니코프의 어머니가 언급되었는데 주인공이 출옥 후 어머니의 묘지를 찾아가는 장면이 많았다. 이것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하나는 에필로그에서 한 두 줄로 그치고 만 어머니의 죽음에 관해 학습자들이 꼼꼼하게 읽었음을 증명한다. 또 다른 하나는 가족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는 『죄와 벌』 원작에 비해 학습자들이 보여준 어머니에 관한 장면은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이처럼 『죄와 벌』의 속편 쓰기인 소설 창작은 이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비평문과는 달리 소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하므로 학습자들의 작품 이해도를 파악하기에 용이하다. 그리고 이 과제는 학습자들 본인 나름의 시각과 창조적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하므로 서론에서 살펴본 것처럼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창의성보다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비판적 분석력과 유추의 상상력이 과연 도움되었는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5. 결론

이상 본 논문은 『죄와 벌』을 미시적 읽기 방법에 적용하여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분석하는 방법을 전달하고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장면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방식을 사례로 들어 살펴보았다. 분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교수자가 학습자들에게 텍스트에 명시된 바를 꼼꼼히 찾게 만드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읽기의 가장 기본인 ‘단어’에 집중하여 작품 속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이 텍스트의 중요 쟁점이기도 한 ‘초인사상’을 ‘강자와 약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도 하였다. 이 과정은 라스콜니코프와 소냐 그리고 소냐와 리자베타의 관계 양상을 분석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편 3장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반전의 장치를 설명하고 학습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독서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시민’이란 캐릭터를 실제인물이 아닌 환상적 인물로 보이도록 유도하였다. 이 방법은 독자들이 본문의 앞 뒤 문맥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에 몰입도를 높여 독서의 질을 향상시킨다.
앞선 장들에서는 교수자가 ‘미시적 읽기’의 방법을 제시하였다면 4장에서는 학습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 자신만의 창의적인 내용으로 재해석하였는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써 본고는 『죄와 벌』 속편 쓰기를 과제로 진행하였다. 이 과제는 학습자 개개인마다 『죄와 벌』을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학습자의 창의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만들어 낸 스토리를 통해 자신과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간접적으로 살필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한편 교수자와 학습자간의 피드백은 이러한 간접적인 방법 외에 강의평가에서 직접적인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학습자들은 하나의 고전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는 의견을 비롯하여 책을 통해 여러 시야, 다각도의 방면으로 인물들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다양한 사고력을 키울 수 있고 틀에 박힌 것에 벗어나려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한 권의 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등의 견해를 내놓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본 논문은 학습자들이 교수자와의 피드백을 통해 능동적인 자세로 고전을 받아들이려고 함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이렇게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과연 무엇인가.
우선 첫째, 미시적 읽기는 학습자들에게 꼼꼼하게 읽도록 유도함으로써 분석적인 독해력을 높이고 작품에 대한 논리적 추론을 증진하는데 효과가 있다.
둘째, 작품의 구조적인 효과를 인식시킬 수 있다. 보통 학생들이 독서를 하게 되면 줄거리만 파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며 읽게 되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작가의 의도 등을 이른바 ‘거리두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셋째, 다른 시각으로서의 책읽기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러한 책읽기는 기존에 논의되어 오던 여러 해설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서의 접근을 통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연습을 통해 학생들은 보다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사고의 폭 또한 넓힐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책읽기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죄와 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들 또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본 논문은 분석방향이 한 곳에 집약된 점, 텍스트의 중요 사안들에 대한 논의를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한계로 들 수 있다. 그러나 본고의 이러한 작업들은 명저읽기 수업함에 있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의도의 일환이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Notes

1) 『죄와 벌』에 관한 기존 논의들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콘스탄틴 모출스키는 『죄와 벌』이 현대 소설 형식을 통해 고대 비극예술을 부활시키고 있다고 보았다.(콘스탄틴 모출스키, 2000: 454) 한편 석영중은 당대 신문과 성서가 소설의 내러티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에 대해 고찰하였다.(석영중, 2004: 156) 권철근의 경우 『죄와 벌』의 인물 전체에게서 인간 내면의 이율배반적 속성이 표현되고 있음을 지적했다.(권철근, 2009: 214) 허선화는 소설 속 마르멜라도프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라스콜니코프의 자기인식의 패러다임을 심리적 접근을 통해 분석했다.(허선화, 2007: 313) 이 견해들은 『죄와 벌』이 종교적⋅철학적⋅심리적 차원을 포함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이 수업에서 공대생 31명, 예술대 학생 38명이 각 분반별로 참여하였는데 본 논문에서는 몇몇의 학생들의 의견만 인용문에 제시되었음을 밝힌다.

3)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본문에서 라스콜니코프는 가족을 위해 희생한 소냐나 사상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본인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 소설에 명시된 표층적 의미이기도 하고 보편적으로 논의되어 온 견해이긴 하나 서론에서 밝힌 본고의 문제의식에 초점을 맞춰 다른 관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4) 이러한 근거는 주인공이 결혼 상대자를 추억하는 장면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이 머무르던 하숙집 딸과 결혼하려 했는데 그녀에게 끌렸던 이유가 못생긴데다가 항상 몸조차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절름발이나 꼽추였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던 그의 발언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라스콜니코프는 그녀와 나누던 사랑을 ‘봄의 미망’으로 비유하는데 ‘미망’이란 단어는 ‘환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주인공이 말한 사랑은 현실적이기보다 어떤 이상적인 이미지에 가깝다. 다시 말해 그는 연민과 동정심에서 비롯된 감정을 사랑이라 생각했고 그 감정의 밑바탕에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였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던 것이다.

5) 역전은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소설의 중요한 기법으로 간주된다. 특히 ‘삽입적 역전’은 작품의 중간에 위치하여 필요한 정보는 독자에게 제공하는 역전이다.(김천혜, 2010: 73-74) 이처럼 ‘소시민이 전하는 역전’은 포르피리와 라스콜니코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잠시 주춤하게 만든 결정적 역할을 담당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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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선화(2007). “죄와 벌에 나타난 자기 인식의 패러다임으로서의 자기비하”, 노어노문학 19(1), 한국노어노문학회,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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