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교육으로서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 교육

Critical Thinking and Logic Education as General Education

Article information

Korean J General Edu. 2020;14(4):189-200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0 August 22
doi : https://doi.org/10.46392/kjge.2020.14.4.189
이진희
아주대학교 다산학부대학 대우부교수, jinhee@ajou.ac.kr
Associate Professor, Ajou University
Received 2020 July 20; Revised 2020 July 29; Accepted 2020 August 22.

Abstract

초록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 교육의 현실은 비판적 사고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과 배치된다. 예를 들어, 그들 중 상당수는 논리교육과 비판적 사고 교육을 분리할 것을 주장하지만, 비판적 사고 교육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그들이 논리교육과 비판적 사고 교육을 분리할 것을 주장하는 주요 논거는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과 관련된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러한 주장을 검토하면서, 현재의 교육 현실을 감안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의 주장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비판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 즉 다른 학문에 대해 비판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비판적 사고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교육을 통해 논리학에 대한 평가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학의 기초개념이나 추론 규칙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학습을 통해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모순으로부터 모든 것이 추론된다는 폭파원리와 자연언어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모호성의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Trans Abstract

Abstract

The current state of logic and critical thinking educa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opinions of scholars who mainly study critical thinking. For instance, they insist on separating logic education from critical thinking, but this demand has not been realized. The main argument of that scholars to separate logical and critical thinking education is related to the formality of logic. In reviewing the arguments put forth by them, we will present a new educational model in this article that considers the current educational situation. Our argument consists of two parts: One is that critical thinking should be taught critically. In other words, the critical thinking method for other disciplines should also be applied to critical thinking itself. The other is that through this education, we can revise evaluation of logic. The problem of formality can be overcome by a critical understanding of the basic concepts of logic and the rules of reasoning. In this regard, we will consider ‘the principle of explosion,’ which claims that everything can be inferred from contradiction and ‘vagueness,’ which reveals natural language characteristics.

1. 서론

논리학 및 비판적 사고가 교양기초교육의 중요 부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두 영역 모두 사고교육 영역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교육현실과 관련 학자들, 특히 비판적 사고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의견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현실적 측면에서는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을 함께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비판적 사고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들 중 상당수는 기존의 논리학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그들은 기존의 논리학과는 다른 논증 및 논증평가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타당성’이나 ‘개연성’과 같은 논리학적 기준을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비판적 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의 관계는 교양교육 전반과 관련된 함의를 갖는다. 우선,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의 분류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초교육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인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의 관계가 혼란스럽게 규정되는 바람직하지 않다. 더해서,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의 관계는 학술성과 보편성이 강조되는 교양교육과 역량교육과의 관계를 재고하는 하나의 기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는 실천적 역량이 강조되는 특징을 갖는 반면 논리교육은 논리학이라는 기초학문에 대한 교육이라는 측면을 갖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필자의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필자는 교양기초교육의 현실을 감안하고자 한다.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별도의 교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현실적 요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 중 어느 것도 기초교과로 개설하지 않는 대학이 많을 뿐 아니라, 교양교육 영역에서도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라는 별도의 교과를 개설하는 대학이 작다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해가 없도록 미리 말하면, 이러한 교육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에 필자 역시 동의한다. 다만, 이 글의 주요 목표는 제도적 개선보다는 현재 실행되는 논리 및 비판적 사고 교과의 수업방법 개선과 관련된 것이므로 현실을 감안한 개선방향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수업 방법 개선과 관련해서, 필자는 비판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강조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 비판적 사고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에 대한 비판적 학습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비판적 교육은 논리교육에서도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이 병행되는 교육 현장에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한 개선 방안임을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비판적 사고 역시 논리학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인 후, 이러한 기초개념과 추론규칙에 대한 비판적 학습을 통해 위에서 제시한 비판적 사고 관련 학자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2.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의 관계

국내 대학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 교육은 혼재된 양상을 갖는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국내 대학의 비판적 사고 교육은 많은 경우 전통적인 논리교육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진희(2019)의 연구에 따르면, 논리학 및 비판적 사고 영역의 47개의 교과목들 중 61%의 교과들이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모두 포함하는 ‘논리-비판’ 유형의 교과목 이름을 가진 반면 ‘논리학’이라는 이름의 교과는 9%에 그쳤다. 또한 강의 유형과 관련해서도 아래와 같은 비중이 나타났다.(이진희, 2019: 196).

<표 1>에서, 분반 등을 고려할 경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교양’ 영역을 보면 총 106개 개설반 중 삼단논법, 명제논리학, 오류론 등 논리학 전반을 강의하는 교과가 42.5%로 가장 많았고, 전형적인 비판적 사고로 분류될 수 있는 교과들은 11.3%에 그쳤다. 더해서, 상기한 연구를 통해, ‘논리와 비판적 사고’ 유형의 교과목 이름을 갖는 교과들의 가장 많은 강의 유형 역시 ‘논리학 전반’이라는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 유형의 교과목 이름을 갖는 교양교육에 속한 총 76개의 개설반 중 38개의 개설반이 논리학 전반을 강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진희, 2019: 197).

강의 유형 (이진희, 2019: 196)

이러한 논리 및 비판적 사고 교육의 현황 중 비판적 사고 부분을 좀 더 살펴보자. 이진희의 연구와 동일한 기초자료에 근거한 홍지호(2019: 179)는 비판적 사고 교육을 아래와 같이 분류하였다.

  1. 논증 분석과 평가 중심의 방식

  2. 삼단논법이나 명제논리, 귀납, 비형식적 오류 등 초급 논리학의 내용을 가르치는 방식

  3. 초급 논리학의 내용을 가르친 후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

  4. 철학이나 윤리학의 주제에 대해 강의하고 논의하는 방식

흥미로운 것은, 홍지호의 분류에서도 4번을 제외하면 대부분 논리교육과 공통분모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2번은 이진희의 연구에서 ‘논리학 전반’으로 분류한 유형의 교과들로 볼 수 있고, 3번은 논리학 강의와 토론이 병행되는 구조로 볼 수 있으며, 4번은 홍지호가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한 것으로 필자 역시 동의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홍지호를 비롯한 다수의 학자들이 비판적 사고 교육의 모형으로 제시하는 1번의 비중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다. 1번 유형은 이진희의 연구에서는 ‘비판적 사고’로 규정되는 것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데, <표 1>에서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유형의 교과 비중은 11.3%로 나타났다. 다만, 필자가 최근 확인한 것에 의하면, 2번을 축약된 형태로 강의하고 나머지 부분을 1번과 같은 논증 분석과 비판 중심을 운영하는 교과들도 있었다.

논리교육 영역에서는, 논리학 전반을 강의하는 교과들이 형식 추론으로 분류되는 교과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즉 논리학 전반을 강의하는 교과들의 비중이 가장 높고 형식 논리학 중심의 교과들의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더해서, 앞에서 확인했듯이,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교과목 이름을 갖는 교과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역시 논리학 전반을 강의하는 교과들이었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은 많은 경우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논리학 전반을 어떻게 교육하는가와 관련된다고 할 수 있다. 논리학 전반을 강의하면서도 강조점에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내 대학의 교육현실과는 달리, 비판적 사고를 주로 연구하는 학자들 중 상당수는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논리학이 갖는 보편성, 형식성과 같은 요소가 비판적 사고에 적합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로 기초한다. 물론, 비판적 사고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지만, 논리학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주로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에 기인한다. 간단히 말해,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이 구체적인 논증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배식한(2011: 153-155)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학의 형식성에 대한 거부감이 ‘논증 행위 자체에 대한 이론’(argumentation theory)이나 비형식 논리학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논리학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형식성과 추상성이 비판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해가 되며, 그래서 비판적 사고에 적합한 새로운 이론들이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형식적 타당성에 주목하는 논리학으로는 구체적 논증을 분석하기 어렵고 그래서 대안적 체계가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판적 사고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두 이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에니스(Ennis)는 추론적 요소를 강조한다. 그는 비판적 사고의 구성요소로 자연언어를 표준적인 논리 언어로 번역하기, 결론이 전제들로부터 필연적으로 도달하는 논증형식을 갖추었는지 결정하기, 연역 논리적 절차를 적용하여 논리적으로 복합적인 논증을 추론하기 등을 포함한다(Hitchcock, 2018). 그런데 비판적 사고에도 논리학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 안에도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맥펙(McPeck)은 비판적 사고 교육에서 논리학이 다른 분야의 지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홍지호, 2019: 174). 즉 비판적 사고에 논리학적 요소가 있다는 것은 거부하지 않지만, 논리학이 그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지만, 조금은 완화된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이 무관하지는 않지만, 교육과정은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홍지호 (2019: 179-180)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창의적 사고와 관련해서 논의하기는 하지만, 기존의 논리 교육은 연역적 타당성을 주로 논의하는 형식 논리학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많은데, 이는 비판적 사고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비판적 사고에도 ‘타당성’과 같은 논리학적 기준이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비판적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적 타당성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타당성 중심의 교육은 비판적 사고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별도의 교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타당성과 같은 논리학의 주요 개념이 비판적 사고에 포함은 되지만, 교육과 관련해서는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홍지호의 주장에는 비판적 사고 관련 학자들 중 상당수가 동의할 것이다. 홍지호의 주장은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가질 뿐 아니라 논리학에 대한 가장 온건한 입장 중 하나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수용하면, 우리는 국내 대학의 교육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앞에서 확인했듯이,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은 많은 경우 하나의 교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을 받아들이기 전에,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구분하는 요인에 대해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인들에 대한 분석에 따라 다른 해결 방법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구분하는 기본적 이유는 비판적 사고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역량과 관련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판적 사고가 갖는 실천적 특징은 구체적 문제에 대한 분석, 평가, 해결이라는 포괄적 요소와 관련된다. 즉 비판적 사고는 특정한 문제 혹은 논증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 논리학과 차별화되는 구체성을 갖지만, 이러한 구체성은 또 다른 포괄적 인지능력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특징은 잘 알려진 델피 보고서(Delphi Report)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서 비판적 사고는 해석, 분석, 평가, 추론, 설명을 의도적이고 자기규제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기술한다(김태영, 2014: 179). 즉 비판적 사고에는 분석, 평가, 추론과 같은 인지적 능력뿐 아니라 의도성과 자기규제성과 같은 태도적 요소까지 포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태도적 요소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서 김은희(2015: 37)는 비판적 사고에 대한 기존 정의들을 정리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태도’와 관련된 요소를 조금 더 상세하게 제시한다. 비판적 사고는 반성적, 자기규제적, 의도적인 사고로 자기교정적이면서 수용할 수 있는 준거에 근거한 사고라는 것이다. 결국 비판적 사고란 습관적, 수동적, 무의식적 사고, 특히 아무런 기준이 없는 사고와 대비되는 사고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기초해서, 우리는 델피 보고서의 의도적, 자기규제적 판단을 습관적, 반응적, 수동적 사고에 대비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비판적 사고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것이 정당한 근거에 기초한 것이지, 그것의 적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을 스스로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어진 정보를 관행이나 관습에 따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믿을지를 스스로 선택하는 합리적 사고라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달리 논리학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점은 대부분의 논리학 교과서들의 구성이 유사하다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학이 비판적 사고와 달라지는 지점은 앞에서 언급한 형식성, 추상성 뿐 아니라 학문적 특징과도 관련된다. 간단히 말해, 논리학은 ‘참’, ‘논증’, ‘추론’ 등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학문일 뿐 아니라 논리학의 성과들은 다양한 학문의 기초 영역을 구성한다. 그래서 비판적 사고는 교육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한 반면 논리학은 기초학문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3. 비판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 규칙

비판적 사고와 논리 교육의 분리를 주장하는 입장은 크게 보아 두 종류는 나누어질 수 있다. 하나는 기존 논리학과 구분되는 논증 및 정당화를 도입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판적 사고에도 논리학의 요소가 포함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 중 기존 논리학과는 다른 ‘논증’, ‘정당화’ 개념을 사용하는 입장부터 살펴보자. 이 입장은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었다. 예를 들어, 툴민(Toulmin)의 ‘논증행위 모델’과 같은 것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논증행위 모델’과 같은 대안적 논증 개념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이 글의 주제는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러한 이론들에 대해서는 반론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 특히 국내 학자들의 비판은 양은석(2010), 김진형(2019) 및 배식한(2011) 등에 의해 제시되었다. 양은석은 툴민의 논증모델이 부적절한 논증 개념에 기초했다는 것을 지적했고, 김진형은 모든 논증은 연역이나 귀납 둘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주장을 비판했다. 배식한은 교양기초교육으로서의 비판적 사고의 특징에 기초해서 이러한 접근을 비판한다. 배식한(2011: 176-178)은 기존 논리학이 포함된 ‘형식논리학적 모델’이 교육적으로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연역적으로 타당한 이론체계가 학문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목표이므로, 연역적 타당성에 기초한 교육 모형이 교양교육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배식한의 주장에 동의한다. 특히, 교양교육의 이상 혹은 목표를 생각할 경우 그의 주장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보편적이고 핵심적 학문을 중심으로 교양교과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안적 접근 보다 기존 논리학에 기초한 접근방법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학의 특징 및 비판적 사고에서의 논증 및 추론의 역할과 관련해서, 논리학이 비판적 사고에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비판적 사고 전문가들 역시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논리학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다. 이들의 입장은 홍지호(2019: 174)가 인용한 맥팩의 ‘철학자의 오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비판적 사고의 필요조건인 논리학에 대한 관심을 비판적 사고의 충분조건으로 오독한다는 것이다. 특히, 논리학이 다른 영역의 학문보다 비판적 사고 교육에 덜 기여한다고 맥팩은 주장한다. 결국 논리학은 비판적 사고 교육에 특별한 도움이 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른 구체적 학문과 달리 논리학은 내용을 결여한 형식적 학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 학문과 논리학에 대한 이러한 비교는, 비판적 사고 자체의 교육방법에 대한 논쟁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독립적으로 교육하는 방법과 주제 중심의 개별적 강의를 비판적 사고의 관점에서 강의하는 방법 사이의 논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리학이 개별 영역에서의 비판적 사고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과 유사하게, 특정한 주제에 관여하지 않는 비판적 사고 역시 구체성이 결여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는 비판적 사고에서도 논리학의 기초개념이나 추론규칙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판적 사고에서 논리학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든 맥펙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으로 인해 비판적 사고에서 논리학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든가 혹은 적어도 논리교육과 비판적 사고 교육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홍지호(2019: 180)는 논리학이 비판적 사고 교육에 필요하지만, “일상적인 차원에서 타당성을 기준으로 논증을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 뿐 아니라 타당하지 않은 논증이라고 해서 곧바로 나쁜 논증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주장하면서 아래와 같은 후건긍정의 오류를 예로 들고 있다.

  • 전제1. 비가 올 경우 땅이 젖는다.

  • 전제2. 땅이 젖었다.

  • 결론. 비가 왔다.

홍지호는 이 논증을 나쁜 논증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거라고 주장하면서, 위의 논증을 비가 온 것을 제외하면 땅이 젖어있는 현상을 설명할 대안적 가설이 없는 것과 관련해서 설명한다(홍지호, 2019: 180). 즉 위의 논증은 타당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쓸모없는 논증이 아닐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는 유용한 논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홍지호의 주장에는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홍지호의 글을 분석하는 이유 역시 그의 주장을 거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주장이 논리학의 형식성에 대한 대표적 비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독립된 강좌로 나누어 교육할 것을 주장하는데, 이러한 주장에 대부분의 비판적 사고 전문가들이 동의할 뿐 아니라, 그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것이 위에서 제시한 것과 같은 논증이기 때문이다. 즉 타당성과 같은 형식 논리학의 개념들은, 비록 그것이 비판적 사고에서도 수용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일상적 논증 분석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리학의 형식성에 대한 비판은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여러 논의에서 발견된다. 특히 자연언어가 갖는 맥락성, 모호성, 애매성 등을 형식 언어로 번역하는 것과 관련된 비판이 자주 제시된다. 예를 들어, 자연언어가 갖는 애매성으로 인해 우리는 동일한 논증에 포함된 용어들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배식한(2011)은 흥미로운 전건긍정식의 사례를 제시한다. 그가 이 사례를 제시한 맥락은 다르지만, 자연언어의 애매성에 주목해서 살펴보기 좋은 사례이다. 배식한(2011: 157)은 “의심을 품는다면 떠나야 한다는 것에 우리 모두 동의했다. 그런데 철수가 의심을 품는다. 따라서 철수는 떠나야 한다.”는 논증을 분석하면서, 두 번째 전제인 ‘철수가 의심을 품었다’가 첫 번째 전제의 전건을 만족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첫 번째 전제의 ‘의심을 품었다’는 의심이 확고한 경우를 의미하는 반면 두 번째 전제의 경우에는 주저함이 가미 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건긍정식의 만족 여부는 형식적 요소만으로 확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애매성’이라는 자연언어의 특성을 고려하면 형식적 추론규칙으로는 자연언어로 이루어진 논증을 분석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제시한 두 비판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조건문과 관련된 추론을 예로 들었을 뿐 아니라 두 경우 모두 논리학의 형식성에 대한 비판이라는 것이다. 즉 두 비판 모두 논리학은 그것이 갖는 형식성 때문에 일상적 추론의 중요한 요소를 포착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후건긍정이라는 부당한 논증형식을 가지면서도 유용한 혹은 좋은 논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며, 두 번째 사례는 일상 언어에 대한 해석 자체가 갖는 어려움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맥락성이나 화용론적 측면을 포섭하지 못한다는 것이 형식적 추론의 결정적 단점인지에 대한 논란이 제시될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위의 주장들이 비판적 사고 교육에서 논리학이 불필요하거나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는지 여부이다. 특히, 국내대학의 교양교육의 현실을 감안한 다른 대안은 없는가이다. 위의 비판이 적절하다면 비판적 사고에서 논리학 특히 형식적 추론에 대한 강의비중은 대폭 줄여야 하며, 그 경우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함께 교육하는 현재의 교육방법은 수정되어야한다.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에 논리학의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논리학적 요소가 비판적 사고 교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를 구분하고, 비판적 사고 교육을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서론에서 언급한 교육현실과 비판적 사고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주장 사이의 괴리를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필자 역시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별도의 교과로 운영할 경우 보다 효과적인 강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요소에 대한 정비 이전에 논리 및 비판적 사고 교육의 문제점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 특히, 위에서 제시한 논리학의 형식성과 관련된 교육방법의 문제점을 다시 고려해 보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비판적 사고와 논리 교육을 비판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문에 대해 그 학문의 기초개념, 주요 논증, 적용방법 등을 학생 스스로 분석, 이해, 평가하는 비판적 사고 교육 방법을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위에서 제시한 형식성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앞에서 우리는,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비판적 사고에서도 논리학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즉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학문적 이상을 대표하는 논리학을 중심으로 비판적 사고 교육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리학의 요소들은 비판적 사고의 기초적 영역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잘 알려져 있듯이, ‘타당성’, ‘논리적 참’, ‘논리적 거짓’과 같은 논리학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들은 형식적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이해,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초개념들이 왜 형식적인지 혹은 형식적 규칙을 도입한 이유 및 한계는 무엇인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곧 형식적 추론규칙과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연언어로 구성된 실제논증과의 관계는 무엇인지, 형식적 추론의 장점은 무엇이고 한계는 무엇인지를 학생들이 스스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이 점은 비판적 사고를 다른 학문 영역에 적용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정 학문을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그 학문의 기초개념 및 원리를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더해서, 논리학의 기초개념을 비판적으로 이해할 경우, 보다 효과적인 논증 분석과 추론 능력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점은 앞에서 제시된 사례를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다. 홍지호가 예로든 논증의 경우, 이 논증을 단순한 후건긍정의 오류로 볼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논증을 구성하는 조건문에 대해 이해해야한다. 특히, 조건문이 갖는 논리적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할 경우, 홍지호가 제시한 사례뿐 아니라 다양하게 제시되는 유사한 추론들을 학생 스스로 분석할 수 있다. 이 점은 비판적 사고를 구체적 논증 사례를 통해 교육하더라도, 그 사례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과도 관련된다. 즉 비판적 사고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학습하더라도, 그 사례와 상이한 주제 및 맥락을 갖는 논증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논증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보편적 특징을 이해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논리학의 기초개념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판적 사고와 논리 교육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면서 두 영역의 교육이 공히 개선해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하나의 강좌에서 운영하는 것에 대해 반드시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논리학의 기본 개념 및 추론규칙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할 경우, 비판적 사고 교육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필자 역시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별도의 교과로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제도적 개선 이전에 교육방법의 개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비판적 사고에서 논증 및 추론규칙에 대한 반성적 고찰 즉 비판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장에서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비판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요구되는 이유를 좀 더 구체적 살펴 본 후, 가능한 개선 모형을 제안할 것이다.

4. 비판적 사고 및 논리교육에서의 비판성

앞에서 우리는 비판적 사고와 관련된 논리학에 대한 부정적 입장은 주로 형식성과 관련된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러한 관점에 대한 필자의 주장을 간단히 제시하였다. 비판적 사고를 비판적 관점에서 교육할 경우, 논리학의 형식성을 단순한 한계로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장에서 비판적 관점에서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을 교육해야 하는 이유를 좀 더 제시한 후,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 및 형식적 추론규칙과 자연언어와의 관계를 폭파(explosion)원리와 모호성(vagueness)을 통해 제시할 것이다.

이를 위해, 비판적 사고와 논리학의 관계를 잠시 다시 살펴보자. 비판적 사고에서도 논리학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기초개념과 추론규칙은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구성하는 것일 뿐 아니라 비판적 이해의 대상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주장은 앞 장에서 제시했지만 간단히 부연하면 다음과 같다. 비판적 사고란 논증에 대한 분석, 평가, 비판 등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논리학의 기초개념과 추론규칙이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판적 사고를 규정하는 핵심적 요소는 기계적이거나 수동적인 사고를 거부하는 것이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의 기본적 요소인 논리학의 기초개념과 추론규칙에 대한 의도적, 반성적 이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점은 비판적 사고 교육이 요구되는 이유와 관련해서 설명할 수 있다. 비판적 사고를 교양교과로 개설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를 통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에는 실천적 문제와 함께 다양한 학문 분야 역시 포함된다. 개별적 학문 분야에 대한 비판적 학습이 요구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각 영역의 기초개념이나 원리들을 기계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 교육관련 논의에서 학생주도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을 갖는 비판적 사고를 교육하면서,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구성하는 논증과 추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비판적 사고가 특정 주제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일반적 사고 역량과 관련된 것이므로, 구체적 주제를 갖는 학문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특히, 비판적 사고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제시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지 명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학문과는 달리 ‘비판적 사고가 무엇인지’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판적 사고는 전통적 지식교육과 구분되는 역량 교육의 측면이 강하고 그래서 ‘그것이 무엇이다’는 명시적 이해보다는, 그것을 사용 혹은 활용할 줄 아는 능력 혹은 암묵적 지식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러한 주장 자체가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적 사고의 특징이 모든 것을 면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비판적 사고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에 대한 비판적, 반성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것을 거부하는 근거로 이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더해서, 비판적 사고를 위와 같이 일반적 능력 즉 다양한 영역에 적용 가능한 능력 혹은 역량으로 규정할 경우, 비판적 사고에 대해서도 논리학과 동일한 비판, 즉 비판적 사고 자체가 구체성을 결여한다는 비판이 제시될 수 있다. 비판적 사고의 경우 구체적 논증 사례를 통해 분석과 평가를 교육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학습한 분석과 평가방법을 맥락과 배경지식이 다른 주제 혹은 사례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일반적 접근, 즉 ‘비판적 사고’라는 독립교과를 통한 교육을 위해서도 논리학의 기초개념 및 추론규칙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판적 사고를 통해 학습한 것을 다양한 맥락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에 포함된 일반적, 보편적 요소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학습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에 대한 불편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모순으로부터 모든 진술이 추론된다는 ‘폭파원리’ 및 자연언어의 대표적 특성인 ‘모호성’과 관련된 논의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폭파원리부터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폭파원리는 모순으로 부터는 모든 진술이 도출된다는 것으로, 임의의 진술 Q와 관련해서 ‘P, ¬P ⊨ Q’가 성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임의의 진술 Q가 P와 P에 대한 부정(¬P)으로부터 도출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P와 P에 대한 부정(¬P)이 모두 참이라면, 즉 ‘P 그리고 ¬P’가 참이라면 모든 진술이 참이라는 수용하기 어려운 전진성(triviality)이 도출된다. 이러한 폭파원리는 직관적으로 수용하기 어렵지만, 수학이나 과학에서 표준적으로 받아들이는 표준 논리, 즉 고전논리에서 수용되는 원리이다. ‘타당성’을 ‘전제가 참이면서 결론이 거짓인 경우는 없다’로 규정할 경우, P와 ¬P가 동시에 참일 수는 없기 때문에 결론이 무엇이든 위의 정의는 만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폭파원리나 타당성에 대한 논의를 여기에서 멈춘다면, 논리학은 수용하기 어려운 학문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필자가 폭파원리를 대표적 사례로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적어도 필자의 교육 경험에 의하면, 폭파원리가 논리학의 형식성에 대한 반감 혹은 당혹스러움은 가장 큰 원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파원리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제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리스트(Prest, 2006) 등이 제시한 양진주의(dialetheism) 즉 참이면서 거짓인 문장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수용하면, 타당성에 대한 고전적 정의를 수용해도 폭파원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P가 참이면서 거짓이라면, P에 대한 부정 즉 ¬P 역시 참이면서 거짓이다. 따라서 이 경우, P와 ¬P 모두가 참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P는 참이다 그리고 P는 거짓이다’로부터 ‘P는 참이다’가 추론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Q가 거짓인 경우, ‘P, ¬P ⊨ Q’는 성립하지 않는다. 즉 폭파원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전제는 참이면서 결론은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참’ 혹은 ‘진리’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서 폭파원리의 성립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고전논리의 가장 중요한 가정 중 하나는 참과 거짓의 배타성 즉 ‘모든 명제는 참이나 거짓 둘 중 하나의 값만을 갖는다’는 배타성의 원리인데, 이러한 배타성의 원리를 수용할 경우 폭파원리는 성립하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는 양진주의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형식성의 특징과 한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위에서 확인했듯이, 폭파원리는 단순한 형식적 규칙이 아니라 ‘참’ 혹은 ‘진리’에 대한 이해에 따라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규칙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참’ 혹은 ‘진리’에 대한 관점을 수정할 경우 고전적인 타당성 개념을 수용하면서도 폭파원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폭파원리는 ‘참’이나 ‘타당성’과 같은 관련된 개념을 포괄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형식적 추론의 한계를 보이는 사례로 이해할 수 있지만, 관련 개념을 함께 고려할 경우 다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폭파원리와 관련된 핵심적 요소는 형식적 추론규칙이 아니라 배타성의 원리와 같은 ‘참’이나 ‘거짓’에 대한 이해라는 것이다.

더해서, 폭파원리와 관련된 이러한 주장은 다른 규칙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앞에서 잠시 논의한, 전건긍정식 역시 참과 거짓의 양진성을 수용하면 조건문에 대한 이해에 따라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폭파원리나 전건 긍정식과 같은 형식적 추론 규칙의 경우, 이러한 규칙을 수용하기 위한 다양하고 복합적인 전제들이 있고, 이러한 전제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형식적 추론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과 한계를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해서, 이 경우 학생들은 일관성 검사가 왜 중요한지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즉 배타성의 원리와 관련된 위의 논의를 통해 모순을 허용할 수 없는 이유 뿐 아니라 왜 이론체계를 구성할 경우 일관성 검사가 요구되는지 역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학의 형식성과 관련된 특징은, 자연언어의 특징과 관련해서 자주 논의되는 ‘모호성’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가 사용하는 자연언어에서 모호한 용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키가 크다’, ‘학교 앞’ 등과 같은 모호한 용어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논리학의 형식성을 비판하는 주요 논거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형식적 추론을 통해 자연언어의 모호성을 포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폭파원리와 유사하게 모호성과 관련된 논의 역시 ‘참’ 혹은 ‘진리’가 무엇인지와 관련된다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폭파원리는 ‘모든 진술은 참이나 거짓 중 하나의 값만을 갖는다’는 참과 거짓의 배타성과 관련되는 반면, 모호성은 ‘모든 진술은 참이거나 거짓 둘 중 하나의 값은 반듯이 갖는다’는 참과 거짓의 포괄성과 주로 관련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수학이나 과학의 기초언어로 사용되는 표준적 논리체계 즉 고전논리학은 포괄성과 배타성을 모두 수용하는 논리학이다. 간단히 말해, 모든 명제 P는 참이면서 거짓일 수 없으며, 참이나 거짓 중 적어도 하나의 값은 반드시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언어가 갖는 모호성의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자연언어가 갖는 모호성은 참과 거짓의 포괄성을 만족하지 않는 사례로 보일 수 있다. ‘키가 크다’와 같은 모호한 용어의 일차적 특징은, 이 용어의 적용 범위가 불분명하고 그래서 ‘키가 큼’의 경계사례 즉 키가 큰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할 수 없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키가 큼’의 경계사례에 A가 있다는 것은 ‘A는 키가 크다’는 주장이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즉 미결정인 사례라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 주장이 참이라는 것은 A의 키가 크다는 것을 함축하는 반면, 이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은 A의 키가 크지 않다는 것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결성을 수용하는 것은 참과 거짓의 포괄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키가 큼’과 같은 자연언어가 갖는 모호성은 ‘A는 키가 크다’는 주장이 미결정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고 그래서 고전논리학의 중요한 가정인 참과 거짓의 포괄성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포괄성이 적용되지 않으면 관련된 추론규칙 역시 수정된다. 예를 들어, 수학이나 일상적 논증에서 자주 사용하는 귀류논증은, 이 경우에 성립하지 않는다. 귀류논증이란 P가 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P를 가정한 다음 이 가정이 거짓이라는 것을 통해 P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P가 거짓이라는 것을 통해 P가 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논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귀류논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포괄성의 원리가 성립해야 한다. P가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진술일 경우, ¬P가 거짓이라는 것을 통해 P가 참이라는 것이 도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귀류논증과 같은 현상은 다양한 추론규칙에 적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포괄성의 원리를 거부하는 의미론에 기초하는 다양한 논리체계를 체계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다치논리(many-valued logic), 초평가주(supervaluationism) 등 다양한 논리체계가 개발되어 왔다. 즉 앞에서 언급한 양진주의와 유사하게 이 경우에도 논리학에 대한 기초개념에 대한 변경을 통해 다양한 논리체계가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참’, ‘논증’, ‘타당성’과 같은 논리학의 기초개념에 대한 이해에 따라 형식적 추론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하나 언급할 것은, 위의 주장이 ‘모호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전논리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윌리엄슨(Williamson, 1994)의 경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모호성’을 의미론적 현상이 아니라 인식론적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시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경우 우리는 고전논리를 보존하면서도 모호성과 관련된 현상을 설명할 수도 있다. 문제는 모호성과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형식적 추론규칙을 통해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그 추론의 배후에 있는 다양한 기초적 개념들에 대한 반성적, 비판적 고찰을 통해 이해되고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추로규칙 자체가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논리학의 기초개념들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폭파원리나 모호성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진리, 타당성, 추론규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른 주제를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타당성과 동어반복성과 같은 주제를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더해서 비형식 논리학 혹은 오류론의 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류론은 굳이 학습할 필요가 없는 직관적인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서도 논증과 정당화에 대한 본질적 문제를 충분히 다룰 수 있다. 예컨대 입증의 부담과 관련된 주제를 통해 논증과 정당화의 본질적 요소 및 맥락적 요인까지 다룰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교육개선 모형으로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위에서 제시한 기초개념에 대한 이해는 주로 논리 철학적 논의를 통해 제시되는데, 한정된 수업시간에 논리 철학까지 포함할 경우 효과적인 수업 운영이 어렵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필자 역시 논리철학 수업과 비판적 사고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필자가 논리 철학적 논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교육을 위해서이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 추론과 정당화가 무엇인지를 반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위해 논리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필자가 폭파원리와 모호성의 사례를 제시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두 사례는 논리학이 갖는 형식성을 잘 드러내는 사례일 뿐 아니라 참과 거짓의 포괄성과 배타성이라는 논리학 혹은 논리체계의 가장 기초적 전제들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수업에서 폭파원리나 모호성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관련된 논의를 통해, 논리학의 기초개념이 갖는 특성 특히 형식적 추론이 갖는 특성을 학생들이 이해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학생들이 논리 철학적으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비판적 사고 교육의 목적 역시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필자가 논리 철학적 논의를 제시한 이유는 비판적사고와 논리학에 대한 비판적 학습을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논리 철학적 이해 역시 추론규칙들을 단순하게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추론규칙, 특히 형식적 추론규칙을 수용해야 하는 이유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간략하게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교육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필자의 주장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논리학 관련 강좌의 수가 제한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논리학 관련 강좌의 수가 제한된 경우, 논리와 비판적 사고를 함께 강의하는 교과들의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교과를 운영함에 있어서, 적어도 논리학의 기초적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강조할 경우, 앞에서 제시한 형식성과 관련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논리학과 비판적 사고 자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결론

위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비판적 사고에서 논리교육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분석에 기초해서, 필자는 비판적 사고 및 논리교육의 개선 방법으로 비판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교육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제안은 두 측면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비판적 사고와 논리교육이 하나의 교과로 운영되는 현실적 조건을 반영한 개선 방법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비판적 사고 자체의 특성과 관련된 개선 방법이라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비판적 사고 교육에서 학습자의 자기주도성 혹은 스스로의 반성에 기초한 능동성은 반드시 요구되는 조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동성은 교과서에 대한 단순 학습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기초적 개념이나 원리 등을 반성적,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판적 사고 자체도 이러한 비판적 학습이 요구된다. 특히 비판적 사고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논증’, ‘타당성’과 같은 논리학의 기초개념에 대한 비판적 학습과 이해가 요구된다.

그리고 이것이 논리학의 형식성에 기초한 비판, 즉 형식 추론과 비판적 사고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필자의 답이기도 하다. 논리학이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형식성이 도입된 이유가 있을 뿐 아니라 그 이유에 대한 고찰을 통해 형식적 추론 규칙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앞에서 제시한 사례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비판적 사고를 비판적으로 학습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비판적 사고에서 논리학의 ‘논증’이나 ‘추론’ 개념을 사용한다면, 적어도 이러한 논증이나 추론 개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형식적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능동적 이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은 논리교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1)

References

1. 김은희(2015). “도덕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교육의 모색”, 윤리학 4(2), 한국윤리학회, 33-64.
2. 김진형(2019). “비판적 사고 교과를 위한 ‘논리’ 개념의 이해”, 철학탐구 54, 중앙대학교 중앙철학연구소, 163-201.
3. 김태영(2014). “교양교육과 비판적 사고”, 교양교육연구 8(3), 한국교양교육학회, 167-192.
4. 배식한(2011). “논증과 논증행위: 비판적 사고 교육의 관점에서”, 철학사상 42, 서울대학교 철학사상 연구소. 151-183.
5. 양은석(2010). “공학도를 위한 논리: ‘발표와 토론’을 위한 논리 교수⋅학습 모형”, 논리연구 13(2), 한국논리학회, 83-116.
6. 이진희(2019). “교양교육으로서의 논리교육 현황 분석”, 교양교육연구 13(6), 교양교육학회, 187-203.
7. 홍지호(2019). “논증분석과 평가중심의 비판적 사고 교육법 옹호”, 교양교육연구 13(5), 한국교양교육학회, 171-187.
8. Priest G. 2006;In Contradiction:A Study of the Transconsistent. Oxford University Press
9. Williamson T. 1994;Vagueness. Routledge
10. Hitchcock D. 2018. ”Critical Thinking”. The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Fall 2018 Edition) In : Edward N, Zalta , eds. URL:https://plato.stanford.edu/archives/fall2018/entries/critical-thinking.

Notes

1)

이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심사자 선생님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다. 각주에 의존하지 않는 논문형식으로 인해 조언 해주신 항목별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함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친절하고 유익한 조언을 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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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강의 유형 (이진희, 2019: 196)

논리학 전반 형식 추론 비형식 논리 비판적 사고 논리와 표현 부적합
기초 20(15.3%) 0 25(19.1%) 1(0.8%) 78(59.5%) 7(5.3%) 131
교양 45(42.5%) 9(8.5%) 14(13.2%) 12(11.3%) 15(14.2%) 11(10.4%) 106
65(27.4%) 9(3.8%) 39(16.5%) 13(5.5%) 93(39.2%) 18(7.6%) 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