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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4(3); 2020 > Article
현대음악 리허설 담론의 특성과 교양 교육적 적용

초록

최근 우리의 음악 교양교육에 있어서 현대음악을 다루는 교과목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현대음악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복잡함과 생소함으로 인하여 교육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자는 학습자 중심의 수업모형을 개발하고자 한다. 우선, 뉴욕과 시카고의 ICE(International Contemporary Ensemble)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교육 프로그램 <듣는 방>(The Listening Room)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여 전문가 참여적이면서도 체험적이고 융합적인 교수법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대학 교양교육은 결국 공교육의 연속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 현대음악가가 공연에 앞서 진행하는 ‘리허설’, 그리고 그 리허설에서 생성되는 ‘리허설 담론’을 수업의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연구자는 2012년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 현대음악 앙상블 project21AND의 리허설에 참관하여 리허설 과정을 녹화하였으며, 그 속에서 생성되는 담론을 분석하였다. 논문에서는 그 중 두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김정훈의 <Chorus>(2016)이며 두 번째는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2018)이다. 두 경우 모두 초연이었기에 작곡가는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 줄곧 적극적으로 지휘자 및 연주자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리허설 담론에서 도출해낸 현대음악 리허설의 특성은 소통방식이 매우 민주적이라는 것, 악기 주법 및 음향에 관한 논의가 두드러졌다는 것, 지휘자-작곡가-연주자 간의 요구하는 사항이나 방식이 달랐다는 것으로 요약되어진다. 이것은 새로움과 실험성을 추구하는 현대음악의 특성의 결과라고 보인다.
그런 다음, 연구자는 사례분석의 결과를 가지고서 교양교육을 위한 현대음악 감상수업을 설계하였다. 첫 번째 모형은 ‘체험적 감상수업’이며 두 번째 모형은 ‘서사적 감상수업’이다. 리허설 담론 자체가 체험적 성격과 서사적 성격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단지, 역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편의상 구분했을 뿐이다. 두 경우 모두 학습자는 리허설 동영상을 시청하고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면밀히 관찰한다. 다만, 체험적 감상수업에서는 학습자가 직접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의 입장을 이해한 후 역할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음악만들기의 체험을 표현하는 것이며, 서사적 감상수업에서는 학습자가 리허설 담론의 서사를 이해한 후, 상상력을 발휘하여 궁극적으로는 현대음악에 대한 가치평가 및 감정을 생성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본 연구에서 제안하고자 하는 현대음악의 교양교육 수업모델은 리허설 담론을 활용한 전문가 연계 감상수업으로써 체험적이면서도 융합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현대음악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고 나아가 현대음악 학습에 대한 동기유발을 촉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bstract

Recently, Korean liberal arts education has been paying great attention to contemporary music. However, due to the inherent complexity and unfamiliarity of this type of music, it is difficult to expect substantial results among our students from this trend. Accordingly, I intend to develop a learner-centered teaching method. Searching for an experiential and interdisciplinary class, I drew ideas from <The Listening Room>, a public education program conducted by the ICE (International Contemporary Ensemble) in New York and Chicago. For class materials, I focused on ‘rehearsals’ conducted by professional contemporary musicians and ‘rehearsal discourses’ generated from the rehearsals as materials for the class.
Firstly, I observed the rehearsal of the Korean contemporary music ensemble project21AND, which has been active since 2012, and recorded the rehearsal process, and analyzed the discourses generated therein. Here, this paper introduces two particular cases of these rehearsals. The first is Kim Chung-hoon’s <Chorus> (2016), and the second is Jun Hyunsuk’s <De Tuin der Lusten> (2018). Both cases occurred during a premiere, so the composer actively communicated with the conductor and the performers during the rehearsal. The characteristics found in contemporary music rehearsal that is derived from their rehearsal discourses may be summarized as follows: communication is very democratic, the discussion of musical instruments and sound is dominant, and diverse styles of conductor-composer-performer conversations occur. This seems to be the result of the characteristics of contemporary music and its pursuit of novelty and experiment.
Next, I designed a contemporary music appreciation class for liberal arts education based upon the analysis of the results of the previous two cases. The first model was called the ‘experiential appreciation class’ and the second model was called the ‘narrative appreciation class’. The rehearsal discourse itself has both experiential and narrative characteristics. The difference between the two models was determined by where the instructors chose to place their emphasis. In both cases, the learners will watch the rehearsal video clips and closely observe the conversations taking place in them. However, in the experiential appreciation class, the learners are guided to try to understand the perspectives of conductors, composers, and performers, and to express the experience of music-making through a role-playing. On the other hand, in the narrative appreciation class, learners are supposed to use their imaginations while reading rehearsal discourses as narratives, ultimately instilling a sense of value, and producing emotions for contemporary music. In short, this research proposes a musician-engaged contemporary music class model that is experiential and interdisciplinary utilizing rehearsal discourse, in the hopes of motivating learners to actively understand contemporary music.

1. 들어가며

현대음악의 교육적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1960년경 영국과 독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이건실, 2005).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자동차 회사 포드사(Ford Motor Company)가 설립한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의 사회사업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예술과 사회의 연계를 추구하며 1957년부터 35세 이하의 젊은 작곡가들을 공립학교에 상임 작곡가로 배치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후원하였다. 1959년부터 1962년까지 공립학교에서 근무했던 31명의 작곡가들은 공립교육현장에서의 현대음악에 대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미국 음악교육자 협의회’(Music Educators National Conference, MENC)는 거대한 현대음악 교육프로그램, ‘현대음악 프로젝트’(Contemporary Music Project)를 포드 재단에 제안하여 1973년까지 성공적으로 현대음악 교육을 확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MENC는 1967년에 기념비적인 ‘탱글우드 심포지움’(Tanglewood Symposium)에서 현대음악의 교육적 중요성에 대하여 재차 강조하며 선언문 2항에 ‘아방가르드 음악’을 교육해야 함을 명시하였다(Kraus, 1967: 31).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음악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양교육에 있어, 2017년을 기준으로 서울 소재 40개 대학의 교양 교과목 개설현황을 조사했을 때 서양음악사 과목 중 가장 눈에 띠게 증가한 교과목은 ‘현대음악’이라고 한다(고예은, 2019: 29). 총 18개의 서양음악사 관련 수업 중에서 4개가 현대음악을 다루기 때문이다. <음악의 이해>, <서양음악의 이해> 등의 보편적인 서양음악사 과목에서 다루어도 될 것을 굳이 따로 독립시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몇 가지를 꼽자면, 음악적 특성이 고전적 서양음악과는 매우 상이하다는 점, 그 다양성이 지나치게 방대하여 한 두 시간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 시대의 문화적 형태를 대변하기에 그 교육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2019년도의 또 다른 조사(3개 대학을 대상)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들이 교양 음악수업에서 다루어지기를 가장 많이 희망하는 분야가 가창(27.8%) 다음으로 현대음악(24.3%)으로 나타났다(쥐롱리, 2019: 49).
하지만, 현대음악이 가진 자체적 난해성과 복잡성 때문에 교육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교수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김민제, 2017: 156; 박이제, 2015: 171). 새로운 교수법의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공적인 해외 사례로, 뉴욕과 시카고의 공립학교에서는 현대음악 전문 음악가들의 조직인 ‘국제 현대음악 앙상블’(International Contemporary Ensemble, 이하 ICE)과 협력하여 다양한 협력적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윤은혜, 2015: 1). 전문 음악가들이 직접 교육에 관여함으로써 멀게만 느껴졌던 현대음악이 학습자에게 가깝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음악교육에 있어서 학습자의 체험이나 상황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강의는 동기유발에 있어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임수정, 최혜진, 2019: 52;최원선, 2014: 154). 게다가 “해당 과목의 전문적 내용만을 다루고” 있으면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구현하지 못한다(장지원, 2012: 194). 따라서 본 연구자는 ICE의 전문가 연계 공교육에서 아이디어를 빌어, 우리의 현대음악 교양교육이 체험적이면서도 융합적인 수업 지도안을 구상하고자 ‘리허설 담론’을 수업 자료로 가져오게 되었다. 리허설에서 드러나는 창작자의 경험, 담론이 내포하는 문학적 요소를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체험적이면서도 융합적인 수업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리허설(rehearsal)은 어원적으로 ‘반복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rehearse’에서 유래하며, 음악사적으로는 오페라 공연에 앞서 최종적으로 점검하는 예행연습을 의미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 있어서 리허설은 모든 공연예술의 예행연습을 의미한다. 리허설은 공연물의 성격, 실연자의 성향 및 의도, 공연의 성격 등에 따라 횟수와 특성이 다른데, 대체적으로 공연 직전에 실행하는 ‘공연리허설’과 그 이전의 ‘연습리허설’로 구분한다. 교양교육에서 학습자에게 제공되는 것은 공연 영상이 대부분이며 간혹 악보가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은 공연 영상물이나 악보와는 달리 완결된 구조가 아니라 언제나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열린’ 유기체라 할 수 있다. 특히 현대음악, 그 중에서도 초연(premiere)의 리허설은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써 때로는 연주자의 요청에 의해 작곡가가 작품을 수정할 수도 있다. 현대음악에 있어 리허설은 음악만들기(musicking)의 핵심적인 과정이라 하겠다. 본 연구자가 활용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음악 리허설 과정을 담은 영상, 그리고 녹취 또는 전사된 리허설 담론이다.
‘담론’(discourse)은 특정 주제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며, 그 논의에서 도출된 의미체계이기도 하다. 본 논문에서 지칭하는 리허설 담론은 리허설 과정에서 논의되어진 주제 및 의미체계이다. 한편, 담론은 ‘서사’(narrative)이기도 하다. 사건과 경험에 관한 연속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앞두고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은 리허설을 실행하면서 특정 작품에 관하여 이런저런 논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 사건과 경험이 존재하는 것이다. 리허설 담론을 현대음악 교양교육에 활용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담론의 문학적 특성에 기인한다. 학습자는 리허설 과정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면서 음악만들기의 과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가 하면, 리허설 담론을 해석하면서 ‘서사적 상상력’(narrative imagination)을 경험할 수 있다. 철학자 누스바움(Martha Nussbaum)에 따르면, 시민은 사실적 지식과 논리적 지식 이외에도 ‘서사적 상상력’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한다(Nussbaum, 우석영 역, 2011: 163). 서사적 상상력은 타인의 경험이 어떨지 상상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하는데,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시민으로서의 공감능력이 갖춰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참여적 유형의 교육’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에 근거한다(Nussbaum, 우석영 역, 2011: 164).
본 논문에서 선정한 현대음악 앙상블 리허설 담론은 현대음악 앙상블 project21AND의 제4회 정기연주회(2016년)에서 공연된 작곡가 김정훈의 <Chorus>(2016), 제6회 정기연주회(2018)에서 공연된 작곡가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2018)이다. project21AND는 아방가르드 음악을 지향하는 자생적인 한국 현대음악 공동체이며, 김정훈은 상임작곡가, 전현석은 공모작곡가이다. 상임작곡가의 작품과 공모작곡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이 단체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본 연구과정에 가장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기 때문이다. 논문의 구성은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현대음악 리허설의 특성 및 현대음악 리허설 담론의 특성을 논할 것이며, 두 사례의 리허설 담론을 분석할 것이다. 그런 다음, 두 번째 부분에서는 두 사례에서 추출된 현대음악 리허설 담론 및 담론 분석 결과물을 활용하여 체험적인 감상수업 지도안과 서사적인 감상수업 지도안을 제시할 것이다.

2. 현대음악의 리허설 담론

2.1 현대음악의 리허설

서양음악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둘로 나눈다면, ‘현대이전 음악’과 ‘현대음악’으로 볼 수 있을 만큼 현대음악은 이전의 음악과 구분된다. 가장 큰 이유는 음악을 구성하는 중심원리인 ‘조성’(tonality)의 유무라 할 수 있다. 조성은 “으뜸음(tonic)과 음계(scale)를 중심으로 조직된 관계를 의미하는데, 으뜸음은 가장 중심적인 음으로써 때로는 키(key)”라고도 인식하는 개념이다(Randel ed., 1986: 862). 흔히 말하는 ‘도-레-미…’(음계)와 ‘도-미-솔’(화음)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음악이다. 조성의 개념은 1722년 프랑스 음악이론가이자 작곡가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의 논문 “화성론”(Treatise on Harmony)이 발표되면서 비로소 확립되었다. 서양음악사를 고대 그리스 또는 중세시대부터로 보았을 때, 조성의 개념은 그다지 역사가 길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바로크에서부터 낭만시대에 이르기까지 워낙 그 영향력이 강력하여 여전히 조성은 서양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음악을 조직하는 원리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현대음악의 음조직 원리는 기본적으로 조성을 거부한다고 하여 ‘무조성’(atonality)이라 한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성의 느낌이 강하게 발생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피하기 때문에 현대음악을 다른 말로 ‘무조음악’(atonal music)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무조음악에서는 으뜸음이나 음계 또는 3화음을 느낄 수가 없다. 조성을 거부하기 시작했던 움직임은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에서 발견되었다고 보는데, 세기말의 혼란을 경험함과 동시에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양 음악을 접하면서 조성을 회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조성을 거부한 작곡가는 독일의 표현주의를 이끌었던 오스트리아 태생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였다. 현대음악에 있어 가장 영향력이 강한 작곡가라 여겨지면서 쇤베르크 및 그의 제자 베르크(Alban Berg, 1885-1935)와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은 ‘제2의 비엔나 악파’(Second Viennese School)라 명명되기도 한다.
한편, 리허설의 개념을 살펴보자면, 역사적으로 일종의 ‘교육’(teaching)으로 인식되어지기도 했다. 단독으로 연주되는 경우가 아닐 때 사용되는 개념인 만큼, 여러 사람이 함께 공연하기에 앞서 서로간의 밸런스(balance)와 해석(interpretation)의 조율이 필요한데, 악보를 제대로 읽어나가는 교육과정도 포함된다(Roselli, 2002). 인원이 많아지고 구성원의 성격이 다양할수록 교육과정이 길어지기 마련이며, 이 과정에서는 지휘자가 교육자가 된다. 조성음악의 리허설에서는 담론의 성격에 따라 3단계로 분석한다(Ginsborg, King, 2012; Chaffin, 2012; 손민정, 최재원, 2017). 첫 번째 단계는 ‘기초적 리허설’의 성격으로서 연주자들이 함께 기준음을 조율하면서 악보를 읽어나간다. 두 번째 단계는 ‘해석적 리허설’로서 프레이징(phrasing)과 아고긱(agogic), 밸런스, 속도, 박자, 타이밍 등을 조율하면서 작품을 함께 해석한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표현적 리허설’로서 실제 공연에서의 제스처, 연주 긴장(performance anxiety), 동선 등을 조정하면서 작품 만들기 과정을 마무리한다.
현대음악의 리허설은 조성음악의 경우와는 성격상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리허설이라는 개념이 공연을 앞두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다를 바가 없지만, 음악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리허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게 되는 주제가 달라진다. 사례 연구에 따르면, 현대음악 리허설에서 가장 지속적으로 언급되어진 주제는 ‘리허설 전략’과 ‘공연 자체’에 대한 설명이었으며, 다음으로 ‘악기주법’과 ‘기본적 독보’였다(손민정, 2020: 144). 리허설 전략과 공연 자체에 대한 설명이 지속적이었다는 것은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가 함께 민주적으로 공연을 운영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악기주법 또는 기본적인 독보가 마지막까지 거론되었던 이유는 그만큼 그들에게 생소했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현대음악 리허설의 전반적인 특성은 ‘악기주법’에 관한 중요성인데, 새로운 음향을 추구하고자하는 현대음악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손민정, 2020: 145).
미국의 작곡가 및 지휘자이자 음악교육자 고든(Philip Gordon, 1894-1983)은 일찌감치 1950년 9월에 “현대음악 고유의 기술과 문제점에 관한 토론”(A Discussion of the Techniques and Problems Peculiar to Modern Music)이라는 부제를 가진 일종의 지침문을 발표하면서 현대음악 리허설의 특성을 간파하였다. 고든은 MENC의 현대음악분과 부회장, 현대음악연구회 회장을 지내면서 미국의 현대음악 교육을 본격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든은 현대음악 리허설에 있어서 지휘자가 주의해야 하는 점을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Gordon, 1950: 39-40). 첫째, 지휘자는 작품을 전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며, 둘째, 작품의 논리적인 짜임새를 분석하여 연주자와 공유하여야 하며, 셋째,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서 리허설을 해야 하며, 넷째, 기계적인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음악의 리허설에 있어서 지휘자와 연주자의 관계가 조성음악의 경우와는 달리 매우 민주적이라는 것이다(Gordon, 1950: 40). 조성음악의 경우에는 지휘자의 해석이 절대적인 것에 반해, 현대음악의 경우에는 오히려 연주자의 해석이나 연주능력이 중요할뿐더러, 연주의 가능성을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가 함께 모색해 나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연스럽게 리허설에서 민주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2.2 사례: project21AND의 리허설 담론

현대음악의 리허설 담론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실질적인 지도방안을 만들기에 앞서, 두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현대음악 리허설 담론의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김정훈의 <Chorus>이며 두 번째 사례는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이다. 두 경우에 있어서 분석방법을 달리 했는데, 첫 번째의 경우에는 리허설의 체험적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묘사적 글쓰기’(descriptive writing)로 접근했으며, 두 번째의 경우에는 담론의 서사적 성격을 추출하기 위하여 질적연구 소프트웨어 ‘NViVo12’를 활용하여 데이터 분석을 했다.

2.2.1 김정훈의 <Chorus>(2016)

project21AND는 2012년에 창설된 현대음악 단체로서 작곡가, 후원가, 매니저, 디자이너, 톤마이스터, 연주자, 비평가 등으로 구성된다. 연구자는 project21AND의 상임비평가로 활동하면서 2012년 12월부터 참여자적인 입장에서 이들의 활동을 관찰하였다. 2명의 작곡가(김승림, 김정훈)와 1명의 후원가(박상천)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으며 ‘21세기 한국 아방가르드 음악의 새로운 탄생’을 꿈꾸며 10년 프로젝트로 이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project21AND에서 ‘AND’는 avant-garde에 숨어 있는 세 개의 알파벳(a, n, d)의 조합이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 작곡가들이 만들어내는 좋은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함이다. 개인적으로 건네받지 않고서야 출판된 악보나 출시된 음반을 찾기는 힘들 뿐 아니라, 음악회 역시 재연의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그 완성도에 있어서 자신할 수 없으며 이러한 좋지 못한 순환구조는 아방가르드 음악계의 전반적인 위축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판단에서이다. 게다가 몇몇 스타 연주자를 중심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하려는 공연계의 얄팍한 상업주의적 현실 속에서 ‘새로운 음악’을 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비평’이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관객들은 언젠가부터 ‘새로움’에 대한, 그리고 ‘음악’에 대한 기대를 소심하게 접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의 바이올린, 첼로, 2개의 타악기를 위한 <Chorus>는 project21AND의 제4회 정기연주회에서 공연된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자면 다음과 같다. ‘코러스’(chorus)는 합창이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합창에 관한 내용도 없으며, 합창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관념적인 합창만 존재한다. 김정훈은 그 의미를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 옛날 그리스에서는 비극을 무대에 올릴 때 언제나 코러스를 동반했다. 코러스는 무대에서 연기되어지는 사건의 진행에 따라 소리치고 울고 웃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 이유는 극의 사실성을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었고 그로 인하여 관중은 더 실감나게 극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정훈은 이 작품 자체를 코러스로 인식하기를 원한다. 니체의 말대로 ‘코러스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관객’이기에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극으로 안내된다. 이 때 ‘극’이라 함은 그 음악이 가지는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더 나아가 개인의 목표와 환경적 제약 간의 경계에서 갖게 되는 갈등의 일체를 말한다. 비극도, 희극도 아니다. 뚜렷한 주인공도, 줄거리도 없다. 심지어 결말이 정해지지도 않았다. 단지 혼돈스럽고 혼미한 상황이 있을 뿐이며 이에 대한 감성의 표출이 느껴질 뿐이다. 무수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작곡가는 또다시 정신적인 그 무엇에 향해 있으며 이러한 사유의 몸부림을 보다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음악을 쓴다고 말한다.
project21AND는 2016년 10월 27일부터 11월 6일까지 <Chorus>의 연습리허설을 총 4회, 공연 당일인 11월 8일에 1회 무대리허설을 실시하였다. 연구자는 모든 리허설에 참가하여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들의 대화를 녹취하여 전사하였다. 그들의 리허설 과정을 ‘연주’, ‘대화 주제’, 그리고 행동의 특이성을 적는 ‘기타’로 분류하며 표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표가 완성되고 난 후에는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가면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주제를 알아나갔다. 가령, <표 1>은 11월 6일에 있었던 마지막 연습리허설의 중간 부분(15분 가량)을 정리한 것이다. 해석하자면 시작점에서 59초 동안 대화가 있었으며 주로 나누어진 대화는 연주자와 작곡가의 협의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연주길이와 연주방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방식을 전체에 적용해 본 결과, 11월 6일에 있었던 리허설 담론은 연주방식, 밸런스, 연주길이, 다이나믹스 등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며 고전적인 3단계 리허설 분석에 따르면 마지막 단계인 ‘표현적 리허설’에 속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연주방식, 특히 악기주법에 관한 담론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새로운 음향에 대한 현대음악가들의 실험적인 성향에 기인한 현상임을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기타’란에 적혀 있듯이, 조성음악의 리허설과는 달리 작곡가, 지휘자가 연주자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하여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표 1>
2016년 11월 6일 <Chorus> 리허설 담론의 일부
시작 시점 연주 대화 주제 기타
0:00 연주길이 연주방식 (첼로와 바이올린) 작곡가와 협의
0:59 합주(124마디)
2:29 연주방식 (비브라폰의 스피드, 연주방식) 밸런스 (현악기의 어택) 지휘자와의 신호 약속 작곡가의 요청 및 협의
8:10 합주(처음부터)
9:21 첼로의 연주방식 밸런스 (첼로의 음량) 타악기의 연주방식
10:11 합주(12마디)
10:47 현악기의 연주방식 (첼로와 바이올린의 밸런스)
11:05 합주(16마디)
13:34 다이나믹스 첼로의 연주방식 작곡가와 악보 점검
연구자는 전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흐름을 정리하고 난 다음, 특징적이라고 판단되어지는 부분을 선정하여 악보와 비교해 가면서 작품이 어떻게 수정되는지를 파악하여 그 과정을 서술하였다. 연구자는 이러한 과정을 ‘묘사적 글쓰기’이라 부르고자 한다. 리허설 과정 속에서 녹취된 모든 대화를 녹음한 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대화의 주제에 근거하여 표를 만들고, 관찰되어진 행동 유형에 비추어 어떤 방식으로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지를 서술하여 리허설 담론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질적연구의 가장 일반적인 접근법이라 하겠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64마디를 연주할 때였다. 바이올린 주자는 주저함을 보이며 연주의 어려움을 작곡가에게 호소했다. 악보에 ‘con sordino’(약음기를 끼고)가 표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음기를 끼고 연주하게 되면, 소리를 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 작곡가는 주저하지 않고 악상기호를 [그림 1]과 같이 삭제시켰다. 작곡가가 작곡 당시에 의도했던 음향을 실제 연주에서는 구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곡가는 약음기를 끼지 않은 음향에 만족하였다. 현대음악 리허설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림 1]
64마디에서의 악상기호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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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Chorus>의 리허설 담론은 대화를 이끄는 주체에 따라서 대략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어졌다. 주체가 세 곳(지휘자, 작곡가, 연주자)이기 때문에 여섯 가지의 유형이 나왔어야 하지만, 작곡가나 연주자가 지휘자에게 무엇을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 네 경우에 한정지어 유형화시켰다. 첫째는 연주자가 리허설 도중에 연주의 가능성을 논의하면서 작곡가에게 작품의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이며, 둘째는 지휘자가 작곡가에게 논의를 요청하는 경우, 셋째는 연주자에 대한 작곡가의 요청이 있는 경우, 넷째는 지휘자가 연주자에게 자신의 작품 해석을 지시하는 경우이다. 첫 세 가지의 경우는 현대음악 리허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징적인 유형이라고 한다면(손민정, 2020: 140), 네 번째 경우는 대부분의 음악공연 리허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음악 리허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담론에 관하여 부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유형에는 연주자가 연주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작곡가에게 작품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작곡가는 머리 속에서 상상하는 음악을 악보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연주가 가능한지를 리허설에 와서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현대음악 리허설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게 되는 담론이다. 두 번째 유형은 지휘자가 작곡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이다. 지휘자가 작곡가의 의도를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으십니까?’ 또는 ‘이렇게 나가면 되겠지요?’ 등의 화법을 사용한다. 작곡가가 현존해 있고 직접 리허설에 참가하여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생기는 독특한 현상이다. 따라서 지휘자와 작곡가의 민주적인 협업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세 번째 유형은 사실상 첫 번째 유형의 반대의 경우라 볼 수 있는데 연주자에 대한 작곡가의 요구를 의미한다. 악보로 담아내지 못했던 자신의 표현 의도나 방향을 직접 연주자에게 주문하는 것이다. 작곡가가 연주자에게 연주방식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조성음악의 경우에도 작곡가가 현존했을 당시에는 아마도 이러한 현상이 리허설 과정에서 발견되었을 것이다.

2.2.2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2018)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은 project21AND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신진 작곡가의 위촉 작품이다. 클라리넷, 트럼펫, 바이올린, 첼로, 더블 베이스, 피아노, 3개의 타악기를 위한 비교적 큰 규모의 실내악이다. ‘De Tuin der Lusten’을 번역하자면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며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Jheronimus Bosch, c.1450-1516)의 작품 “De Tuin der Lusten”에서 그려지는 기이한 세계가 작곡의 영감을 얻게 된 시작점이라 한다. 중세 회화로 보기에는 지나치리만큼 파격적인 작품이다. 세 폭으로 구성된 보스의 작품에는 인간의 쾌락이 주제로 그려져 있는데 원죄 없는 에덴 동산, 세속적 탐욕으로 엉켜있는 인간 세계, 그리고 지옥의 모습이다. 작곡가는 특히 지옥편 중 악기가 그려져 있는 아랫부분에 주목한다([그림 2]). 그 부분을 자세히 보자면, 음악에 탐닉한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져 허디거디(hurdy gurdy)와 류트(lute) 등의 거대한 악기에 갇히고 하프에 묶이게 된다. 그런가 하면,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동물이 류트에 깔려 있는 사람의 엉덩이에 악보를 그리고 있다. 지옥의 작곡가인 셈이다. 작곡가는 “그림에서 보여지는 지옥은 고통으로 얼룩진 대혼란(pandemonium)의 세계가 아니라 여러 악기들이 연주되는 괴상한 축제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청중으로 하여금 이 기이한 세계를 상상할 것을 기대하였다(2018년 9월 2일 인터뷰). 천국-현실-지옥의 뒤섞임에서 착안한 서사라 하겠다.
[그림 2]
히에로니무스 보스 “De Tuin der Lusten”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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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 Tuin der Lusten>의 초연을 위해서 2018년 10월 20일부터 11월3일까지 총3회의 연습리허설이 진행되었으며 공연 당일 11월 6일 1회의 공연 리허설이 실시되었다. 연구자는 상임비평가의 입장으로 모든 리허설에 참관할 수 있었으며 작곡가와 연주자 간의 대화를 녹취할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지휘자가 없는 공연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작곡가 자신이 모든 리허설을 진행하였다. 지휘자가 없는 대신 모든 연주자의 보면대 위에는 스마트폰이 배치되어 있었다. 메트로놈 앱으로 박자를 맞출 계획이다. 작곡가는 지옥을 연출하고자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암전 상황에서 연주를 해야 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연주자는 지휘자를 볼 수 없다. 따라서 메트로놈 앱을 활용하여 박자를 맞추게 하는 것이다. 현대음악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상황이라 하겠다.
연구자는 전사된 모든 자료를 질적연구 소프트웨어 ‘NVivo12’에 날짜별로 입력하였다. 그리고 단어의 빈도수에 따라 코딩(coding)을 한 결과, 여덟 가지의 코드(code)가 추출되었다. ‘코드’는 중심어 또는 중심개념을 말하는데, 지속적으로 중요하게 언급되어지는 단어가 곧 코드를 구성한다. 분석 결과로 얻어진 여덟 가지의 코드는 ‘기본(악보 읽기)’, ‘표현 및 해석’, ‘리허설 전략’, ‘악기 주법’, ‘공연에 대한 설명’, ‘악보의 보완 및 수정’,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성찰’, ‘물리적 배치’였다(손민정, 2020: 144). 그 중, 조성음악 리허설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코드는 ‘기본’, ‘표현 및 해석’인가 하면, 현대음악의 내재적 특징으로 인하여 발생된 코드는 ‘악기 주법’, ‘물리적 배치’이며, 작곡가가 직접 리허설을 주도하기 때문에 발생된 코드는 ‘리허설 전략’, ‘공연에 대한 설명’, ‘악보의 보완 및 수정’,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성찰’이라 하겠다. 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은 채 작곡가 자신이 리허설 전반을 주도하기 때문에 자기성찰적인 담론도 등장하였다.
10월 20일 실시된 첫 리허설에서 지휘자와 연주자가 나누었던 대화를 전사하여 단어빈도수에 근거하여 ‘단어구름’(word cloud)을 만들어보면 [그림 3]과 같다. 단어의 빈도수가 가장 많은 단어가 가장 큰 글자로 중심에 자리하게 되며, 빈도수가 적을수록 가장자리의 작은 글씨로 나타나게 된다. NVivo12의 장점은 묘사적 글쓰기에서 드러나지 않는 양적인 데이터 분석 및 그래픽 등의 시각적인 결과물을 제공함으로써 전체적인 조망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이다. 단어구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림 3]에서 ‘충분히’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었으며 다음으로 ‘부분에서’, ‘소리가’, ‘percussion2’, ‘하겠습니다’ 등의 순서로 빈도율이 나타났다. 해석하자면, ‘충분히’와 ‘부분에서’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서 부분연습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음량이나 다이나믹스에 있어서 정도를 높여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소리가’와 ‘percussion2’가 많이 등장한 이유는 소리적 음향, 특히 타악기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겠습니다’가 많이 등장한 이유는 작곡가와 지휘자의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타협적인 태도에 기인했다고 하겠다.
[그림 3]
2018년 10월20일 <De Tuin der Lusten> 리허설 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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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De Tuin der Lusten>의 리허설에서는 작곡가의 주도로 인하여 담론에서 추출된 코드가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작곡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겸손한 자세로 평가를 하는가 하면, 거침없이 악보를 수정해 가면서 타협적으로 음악을 만들어 나갔다. 현대음악 자체의 특성으로 인하여 새로운 음향에 대한 언급이 많았으며, 그로 인하여 ‘음악’이라는 단어가 아닌 ‘소리’라는 단어가 월등하게 많이 등장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덧붙여, NVivo12를 활용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시각적 결과물들은 교양 감상수업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3. 리허설 담론을 활용한 현대음악 감상수업

3.1 체험적 감상수업

현대음악을 다루는 대부분의 교양 수업에 있어서 ‘감상’은 매우 중요한 학습 방식이다. 감상은 이론중심 수업을 보완해 주는 아주 중요한 음악적 체험이다. 하지만 감상은 교수자가 선정한 작품의 동영상이나 음원을 무방비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듣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상수업은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 가령, 음악교육학자 캠벨(Patricia Campbell)의 다문화 수업지도모델에서 다양한 방식의 감상수업을 소개하고 있다(Campbell, 2005). 특정한 주제를 생각하며 음반을 감상하는 것을 ‘세심한 청취’(attentive listening), 음반을 감상하면서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또는 글을 쓰는 활동이 있을 때에는 ‘몰입적 청취’(engaged listening, listening-while-doing), 음악을 듣지 않고 그 이전에 들었던 음악을 기억하면서 불러보거나 연주하는 감상을 ‘연주적 청취’(enactive listening, doing-without-listening)가 있다.
공교육을 비롯하여 교양교육에서의 감상은 주로 ‘감상적 청취’(appreciative listening)라 분류한다. 그래서 <음악의 이해>라는 교과목을 번역할 때에 ‘Appreciation of Music’이라 하는 것이다. 감상적 청취는 주로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 듣는 것을 의미하며, 청취를 통해 감상자가 원래 얻고자 했던 정보, 즉 즐거움의 원인을 확인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사소통 분야의 전문가 클라인(John A. Kline)에 따르면, 감상적 청취에는 세 가지 요소(이하 3P: presentation, perception, previous experience)가 중요하게 작동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감상을 할 때 생기는 분위기 전반을 일컫는 ‘제시’(presentation)이며, 둘째는 감상자가 감상하는 대상을 받아들이는 ‘인지’(preception), 그리고 셋째는 감상하는 대상과 연관된 음악이나 소리의 이전 경험, 즉 ‘선행적 경험’(previous experience)이다(Kline, 1996: 34-38). 다시 말해서, 감상적 청취가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감상자의 소리에 관한 경험, 작품에 대한 기대, 작품에 대한 인식, 그리고 감상이 발생하는 순간의 분위기가 모두 연결되어 작용한다는 것이다. 누가 연주하는지도 중요할 것이고, 누구를 통해 음악을 소개받았는지도 중요하며,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의 경험과 기억도 중요하다. 따라서 현대음악의 긍정적인 감상적 청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클라인이 제안하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ICE가 실시하고 있는 현대음악 공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창작 지도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 역시 감상 지도의 확장이라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듣는 방’(The Listening Room)이 있다. 45분 수업을 여러 차례 진행하거나, 한꺼번에 2시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각 클래스에는 3~4명의 ICE 작곡가가 배정되어서 작곡가들 자신이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지를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그런 다음, 학생들은 작곡을 하게 된다. 음악적 배경이 전혀 없더라도 학생들은 오선보가 아닌 그래픽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ICE 작곡가들은 학생들과 함께 학생들이 완성한 그래픽을 가지고서 학생들과 함께 작품을 만든다. 사실상 활동 자체는 창작 수업이다. 하지만 이 수업의 목적은 학생들의 작곡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열린 감상 태도를 개발하는 데에 있다. 프로그램의 제목 ‘듣는 방’은 “학생들이 소리를 탐색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자 함을 의미한다(윤은혜, 2015: 16). ‘듣는 것’, 즉 감상은 창작의 연장선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신채원, 2017: 28). 그리고 학습자들로 하여금 현대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갖게 함으로써 현대음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다. 클라인의 3P에 부합되는 프로그램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다음과 같은 점을 살펴보면 리허설 담론을 활용한 현대음악 감상수업 역시 클라인의 3P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할 것이다. 리허설은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며, 학생들은 리허설 담론을 듣고 분석하면서 간접적으로 음악만들기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완성된 음악을 접하기에 앞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현대음악의 리허설은 조성음악의 경우에 비해 상호소통 과정과 성격이 매우 역동적이다. 특히, 초연인 경우에는 작곡가가 직접 리허설에 참가하기 때문에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간에 형성되는 담론에는 음악현장의 생생한 생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물론, 리허설 담론을 실제 감상수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업에 앞서 교수자가 현대음악 리허설 동영상을 확보하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가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때, 교수자는 리허설 담론 확보과정을 학생 프로젝트로 전환시켜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학생들에게 직접 리허설 현장에 나가 그 과정을 참관하고 동영상으로 제작해 오도록 하는 것이다.
김정훈의 <Chorus> 리허설 담론을 활용하여 감상수업 지도안을 구상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습목표는 ‘리허설 영상 시청을 통해 현대음악가들의 생각을 파악하며, 역할극을 만들어 보면서 현대음악을 체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모둠별로 착석하여 다함께 동영상을 본 후 리허설에서 형성되었던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 간의 담론을 분석한다. 그들이 대화 속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주제는 무엇이었는지 찾아가며 그들의 생각을 파악한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각자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분하여 역할극을 만들어 본다. 만일 역할극까지 수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 2회에 걸쳐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활동지 예시는 <활동지 1>과 같다. 59마디에서 지휘자는 클라리넷 주자에게 어떻게 연주해야 더 역동적으로 긴장감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활동지 1>
리허설 담론을 활용한 현대음악의 체험적 감상수업 활동지
모둠명 구성원
활동 1 김정훈의 <Chorus> 리허설 동영상을 시청한다.
활동 2 1. 리허설의 분위기에 대하여 각자의 느낌을 글 또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2. 59마디를 연습할 때의 리허설 과정을 집중적으로 시청하고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가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지를 적는다. 사용되는 단어들을 적어보고 의미를 파악한 후 그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몸으로 표현한다. 다음은 대화의 일부이며, 음악적으로는 빨간색 네모로 표시된 부분에 해당된다.
지 휘 자: 셋팅은 이렇게 하는 걸로 할게요.클라리넷: [연주하면서] 이렇게 올라가면 되나요? 지 휘 자: 올라가신 다음에는 빨리 밀어주세요. 빨리 확
 밀어주시고, 빨리 확 끝내버리면 되겠습니다. [클라리넷 연주]지 휘 자: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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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들의 대화에서 서로의 의사소통 방법과 태도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들은 현대음악 창작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지를 탐색한다.
4. 각자 지휘자, 작곡가 또는 특정 연주자가 되어 역할극을 만든다. 시청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새로운 상황을 연출한다.
감상의 유형은 목적과 내용에 따라 ‘정서적 감상’, ‘분석적 감상’, ‘맥락적 감상’으로 구분되어진다(진보라, 2019). 음악을 들었을 때 자신의 느낌을 감지하고 내면화하여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할 때는 ‘정서적 감상’이라 할 수 있고, 음악의 음향적 특징을 감지하여 분석적으로 이해하여 해석 및 판단을 하고자 할 때는 ‘분석적 감상’, 작품의 맥락을 추측 및 탐구하여 배경을 이해하고 타 예술과의 연계성을 찾으려 한다면 ‘맥락적 감상’이라 하겠다. <활동지 1>에 있어서 ‘활동 2’는 정서적 감상(느낌), 분석적 감상(요소분석), 맥락적 감상(관계해석)을 균형 있게 활용하였다. 교양교육에 있어서 감상교육은 이 세 가지를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서적인 영역, 분석적인 영역, 맥락적인 영역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느낌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요소를 분석하고 배경과 맥락을 해석할 수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현대음악 교양교육에서 시도하고 있는 일반적인 체험적 감상교육은 음악회 관람이라 할 수 있는데, 주로 개인적으로 감상일지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하지만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음악회를 관람하는 것, 즉 완결된 구조로서의 작품을 타자로서 감상하는 것은 학생들의 선험 학습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른 교육적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 학생들이 음악가들의 리허설 과정을 동영상으로나마 경험하고, 리허설 과정에서 형성되는 음악가들 간의 담론을 해석하면서 음악가들의 생각을 이해했을 때에는, 현대음악 감상이 결코 혐오스럽거나 불편한 경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담론은 생각의 확장이다. 감상에 있어 담론을 활용하여 음악가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작품을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어 장르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기대로 이어질 수 있다.

3.2 서사적 감상수업

리허설 담론을 현대음악 교양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굳이 이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안하는 이유는 현대음악에 대한 대중의 어쩔 수 없는 ‘거부감’을 해소하고자 함이다. 현대음악 교육에 있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숙제이라 생각한다. 거부감은 감정이라서 교육을 통해 해소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미국 철학자 누스바움(Martha Nussbaum)에 따르면, 감정과 사유는 흡사하다. 감정은 네 가지의 필요조건에 의해 작동되는데, 첫째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것, 둘째는 그 대상이 지향적 대상이라는 것, 셋째는 그 대상에 대한 믿음을 구현하는 것, 넷째는 가치평가와 관련되어 있다(Nussbaum, 조형준 역, 2015: 81). 감정이 발생되려면 특정한 대상이 있어야 하고 그 대상과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대상에 대한 믿음이 생겨 결국 중요한 가치가 매겨져야 한다. 이 개념을 현대음악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으로 옮겨서 생각해보면, 현대음악에 대한 구체적 대상성, 지향성, 믿음, 그리고 가치평가가 형성된 적이 없기 때문에 뚜렷한 감정이 형성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의 네 가지 요건을 염두에 두고 리허설 담론을 활용하여 ‘서사적 수업’을 설계하고자 한다.
리허설 담론은 리허설이라는 상황 속에서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가 ‘음악만들기’라는 사건을 둘러싸고 ‘악기주법’, ‘리허설전략’, ‘작곡가의 성찰’, ‘공연’ 등에 대하여 전략적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리허설 담론은 서사적 성격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 누스바움에 의하면, 세계시민교육에 있어서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데, 문학과 예술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이를 ‘서사적 상상력’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자기 자신이 다른 이의 입장에 있다면 사태가 어떠할지 생각할 줄 아는 능력, 그 사람의 이야기를 지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 그러한 위치에 처한 이라면 가질지 모르는 감정, 소망, 욕구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Nussbaum, 우석영 역, 2011: 163). 누스바움은 문학과 예술교육이 어떻게 서사적 상상력으로 이어지는 지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모든 시기, 모든 사회에는 학생들의 특정한 사각지대든, 집단들이, 즉 무지에 의해 또는 정신의 무딤 탓에 무시될 공산이 큰, 그들의 문화 내에 또 문화 밖에 있는 집단들이 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예술작품은 (그것이 문학적이든 음악적이든 연극적이든) 바로 이러한 무딤에 대한 비판 능력, 보이지 않는 것[즉 사각지대]에 대한 보다 나은 관점의 계발을 돕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Nussbaum, 우석영 역, 2011: 181).

물론 누스바움이 말하는 ‘사각지대’는 소외되거나 지배당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음악교육에 있어 현대음악은 사각지대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대중적이거나 지배적인 문화의 밖에 존재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지 또는 거부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서사적 감상수업을 통하여 리허설 담론이 가지고 있는 서사성을 활용하고자 하며, 궁극적으로 현대음악에 대한 무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과 동시에 현대음악인의 입장이 되어 서사적 상상력을 발현시켜 현대음악의 가치를 깨닫고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과정을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그림 4]).
[그림 4]
예술교육을 통한 감정생성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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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을 가지고 지도안을 구상하면 <활동지 2>와 같다. 수업자료는 2018년 10월20일에 실시되었던 첫 번째 리허설을 담은 동영상이다. 우선, 모든 학생이 리허설 동영상을 시청함으로써 분위기를 익힌다. ‘활동 1’은 감정 형성의 첫 번째 단계로써 구체적인 대상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번 경우의 구체적인 대상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작곡가와 연주자,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음악 <De Tuin der Lusten>이다. 다음으로, ‘활동 2’에서는 감정의 생성과정이다. 첫째, 리허설 담론을 시각화시킨 단어구름과 단어나무를 보면서 작곡가와 연주자의 대화를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지휘자에게, 또는 연주자에게 있어 과연 ‘무엇이’, ‘왜’ 중요한지를 파악하게 된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간 몰랐거나 외면했던 자신의 현대음악에 대한 무딤을 스스로 비판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점차 대상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 즉 지향성을 가지게 되고 점차 작품에 대한 소중함과 믿음, 그리고 중요하다는 가치평가를 갖게 된다. 서사적 상상력을 통한 ‘감정’이 발생된 것이다. 이제, 감정적으로 연결되어진 학생들은 결코 현대음악에 무딜 수 없다.
<활동지 2>
리허설 담론을 활용한 현대음악의 서사적 감상수업 활동지
모둠명 구성원
활동 1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의 첫 번째 리허설 동영상을 시청한다.
활동 2 1. 첫 번째 리허설 대화에서 추출된 ‘단어구름’을 보고 당시 작곡가와 연주자 간에 어떤 대화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무엇이 중요하게 이야기되어졌는지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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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 번째 리허설 대화에서 ‘소리’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어나무’를 보고 어떠한 맥락 속에서 작곡가 또는 연주자가 소리를 언급했을까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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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리’가 언급되었던 장면의 동영상을 다시 시청하면서 각자 작곡가 또는 특정 악기 연주자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상상하며 적는다. 이때 언급되어지는 다양한 음악용어의 의미도 파악한다.
4. 이제, 마치 자신이 작곡가 또는 연주자가 된 것처럼 상상하며 이 작품에 대하여 대화를 나눈다.
학생들이 현대음악을 어렵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단순히 현대음악 자체의 어려움이나 복잡성으로만 단정 짓기보다는 수업방식을 전환시킴으로써 ‘감정’을 형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연구자는 리허설 담론을 활용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현대음악가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현대음악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고자 하였다. 작곡가 또는 연주자들의 입장이 되어보면 현대음악에서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들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감정이 생성되는 것이다.

4. 나오며

현대음악 교양교육의 필요성과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교수법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자는 전문 현대음악가와의 연계가 가능하면서도 체험적이고 융합적인 수업을 개발하고자 하였고 리허설 담론을 활용하게 되었다. 이때 리허설이라 함은 전문가의 리허설을 의미하는데, 교수자는 수업을 설계하기에 앞서, 특정 연주회를 선정하고 연주가들에게 연락하여 리허설에 참가 및 녹화가 가능한지를 타진하여야 한다. ‘교육’과 ‘소통’에 목적을 두고 있음을 음악가들에게 분명히 밝힌다면 리허설 참관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참관에 있어 참관자는 현대음악 및 현대음악 리허설의 특성을 인지하면서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project21AND의 두 작품, 김정훈의 <Chorus>와 전현석의 <De Tuin der Lusten>을 사례 연구했을 때, 현대음악의 리허설은 조성음악의 경우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두 경우 모두 초연이었기 때문에 작곡가가 리허설 내내 적극적으로 연주자와 의견을 교환하였다. 연구자는 두 경우를 다른 방식으로 분석해 보았다. 체험을 강조하는 경우와 서사적 특성을 부각시키는 경우로 구분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에는 ‘묘사적 글쓰기’ 방식을 적용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NVivo12’를 사용했다. 묘사적 글쓰기는 맥락과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게 하는가 하면, NVivo12는 시각적인 자료를 도출할 수 있어서 전체적인 성격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한다. 분석 결과, <Chorus>의 리허설에서는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 간의 소통방식에 따라 4가지 유형의 담론이 발견되었다. 첫째는 연주자가 연주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작곡가에게 작품의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 둘째는 지휘자가 작곡가와 협의하며 작품을 해석하는 경우, 셋째는 작곡가가 연주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의도를 피력하는 경우, 넷째는 지휘자가 연주자들에게 특정한 연주방식을 요구하는 경우이다. 고든이 말했듯이, 현대음악의 리허설은 매우 민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실험적인 음악적 특성으로 인하여 연주방식에 대한 다양한 협의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De Tuin der Lusten>을 NVivo12로 분석한 결과 다양한 단어구름 또는 단어나무 등의 시각적 자료가 도출되었으며 단어의 빈도수에 따른 여덟 개의 코드가 발견되었다. 그 중 현대음악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악기 주법’, ‘악보의 보완 및 수정’, ‘작곡가의 작품에 대한 성찰’ 등의 코드가 주목할 만하다.
다음으로, 리허설 담론을 활용한 수업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시하였다. 현대음악의 교양교육에는 주된 수업활동이 감상이므로 ‘체험적 감상수업’과 ‘서사적 감상수업’으로 구상하였다. 두 가지 수업방식은 서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교수자의 의도에 따라 적절히 수정 및 혼합해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체험적 감상수업에서는 리허설 동영상을 함께 시청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지휘자, 작곡가, 연주자의 대화를 분석하도록 한다. 모둠별 활동이 바람직하며, 리허설 담론을 분석해 봄으로써 현대음악가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가늠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체험적 성격을 살려서 ‘역할극’으로 마무리 짓게 설계했다. 학생들은 지휘자, 작곡가, 또는 연주자의 입장이 되어 타자로서 대했던 이전과는 달리 현대음악의 주체적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악보 또는 연주 동영상으로 음악을 대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한편, 서사적 감상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서사적 상상력을 유도하는 데에 목적을 두려 한다. 리허설 담론에서 추출된 단어구름이나 단어나무 등의 시각적인 자료를 보면서 담론의 성격이나 맥락을 상상하게 지도한다. 리허설에서 발생한 사건과 상황을 서사로 인식하면서 마치 자신이 그 사건과 상황에 처한 것처럼 상상하며 이해해 나갈 것이다.
본 연구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방향은 현대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회피나 거부감을 감소하는 것이다. 현대음악을 어렵고 난해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한 채, 교수자가 수업시간에서 아무리 현대음악의 필요성과 맥락을 성토한들 학생들은 여전히 현대음악을 이해할 수 없는 시대적 산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향후 다양한 리허설에 관한 연구, 그리고 리허설을 활용한 다양한 교수법, 수업모델, 또는 지도방안이 개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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