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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4(2); 2020 > Article
대학생의 시 교양 교육과 효율적인 학습전략의 모색 -영화 『일 포스티노』를 활용한 교육 사례 고찰을 중심으로

초록

이 글의 목적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시 교양 교육에서 영화 『일 포스티노』(1994)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학습전략을 모색하는 데 있다. 필자가 『일 포스티노』에 주목한 것은 시적 경험의 지평이 비교적 적은 학생들이 시 텍스트에 접근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영화에서 시인으로 성장해가는 한 청년의 삶을 통해 시인의 삶을 추체험해볼 뿐만 아니라 메타포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의 본질에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일 포스티노』를 시 교양 교육에 활용할 수 있었다. 첫 번째로, 학생들이 영화를 시청한 뒤에 영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황지우의 시 「일 포스티노」와 유하의 시 「일 포스티노―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3」을 분석하도록 하였다. 황지우 시를 선정한 이유는 영화의 서사를 토대로 주인공의 죽음을 둘러싼 다른 인물의 시선을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인의 삶을 추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마리오의 죽음을 바라보는 네루다 시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그에 감정이입을 한 황지우 시인의 상황까지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유하 시를 선정한 이유는 영화의 소재를 토대로 은유의 속성을 파악하는 가운데 시의 본질과 시인의 역할에 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은 “자전거의 길”에서 창조를 위해 고뇌하는 삶을 발견하거나 소외된 것을 포용하는 측면에서 시의 본질 및 시인의 역할을 읽어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영화 마지막에 제목만 등장하는 주인공의 시를 실제로 창작해봄으로써 읽기를 통해 획득한 시적 체험을 쓰기의 차원으로 내면화하고자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주인공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경우 여러 기법을 활용하여 ‘바다’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려 했으며, 주인공이 시를 낭독하려 했던 현장에 초점을 맞춘 경우 ‘바다’의 속성을 통해 사회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처럼 문학 교육에서 텍스트에 관한 구체적인 이해가 또 다른 텍스트의 생산으로 이어지게 될 때, 학습자는 보다 능동적인 주체의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explore the ways in which we might implement a more learner-oriented educational approach in regards to teaching poetry to university students by using the film Il Postino(1994). The reason why this article focused on Il Postino is that we believe that by watching this movie, students should not only be able to experience the life of a poet through the eyes of the young man depicted in the film, but to also derive a much better understanding of the poem Il Postino. In this article, we demonstrate that Il Postino can be used for poetry education in the following directions: first, students were tasked with analyzing Hwang Ji-woo’s poem Il Postino and Yoo Ha’s poem Il Postino based on the movie’s contents. As a result, the students then expressed their attempts to experience the life of the main character, and to understand, in three dimensions so to speak, the feelings of the various characters as they watched the protagonist’s death through Hwang Ji-woo’s poem. Interestingly, the students attempted to answer questions about the nature of the poem and the role of the poet, while figuring out the properties of the metaphor of Yoo Ha’s poem as presented in the film. Based on this experience, the students actually created a poem with only the title at the end of the movie. More specifically, students used metaphors and morphological expressions to attach various meanings to the sea when they focused on the changing process of the main character. Moreover, in the scenes wherein the main character tried to recite the poem, the students tried to give a socialistic meaning of the poem by using certain attributes of the sea. When such a specific understanding of text in literary education leads to the production of another text, learners become active learners, rather than passive.

1. 서론: 문학 교육의 목표와 시 교양 교육의 향방

교과 과정의 개편과 아울러 문학 교육은 학습자를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 형성하기 위한 방향으로 점차 변화해왔다. 말하자면, 전자가 “문학 현상에 대한 단순 암기”의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면, 후자는 “텍스트를 학습자 자신의 경험과 매개하고 그 결과를 학습자 스스로의 언어로 환원해보는 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유성호, 2006: 16). 이처럼 문학 교육에서 학습자를 “능동적인 학습 주체”(윤여탁 외, 2017: 26)로 구현하려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시 교육의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교수-학습 방안이 논의되어왔다.
먼저, 기존 연구에서는 학습자가 시 텍스트 감상 시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데 요구되는 ‘자질’을 거론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유성호(2006: 80-81)의 논의에서는 대학에서 문학 교육의 주된 대상이 한국 근대문학이라는 점을 들어 “문학 교육에서 근대 문학 전체에 대한 ‘인지’와 ‘활용’의 두 기능”을 통합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국 근대문학은 “당대적 의미를 띤 고고학적 유산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학습자는 이를 “‘역사적 산물’로 인지하는 기능”과 함께 “‘현재적 경험’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기능” 사이에 균형 감각을 갖춰야 한다. 그러한 통합의 감각이 이른바 교양을 형성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비슷한 관점 아래 오정훈(2015: 5)의 논의에서는 학습자가 고급 독자로 거듭나기 위해 “작품 이면에 내재된 다양한 인식들을 탐색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작품 감상을 위해 도입할 수 있는 철학과 문학이론을” 다방면으로 고찰하고자 했다. 그는 정서, 이미지, 상상력에 관한 원론적인 논의를 비롯하여 모더니즘, 생태, 여성, 탈식민주의 등 한국 현대시의 주요 경향들에 관한 이론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교수-학습 방법에 관한 실제적인 논의를 전개하였다.
다음으로, 선행연구에서는 텍스트에 접근하는 문학이론의 변화를 근거로 하여 기존의 교수자 해설 중심(객관주의)의 교육 방식을 반성하고 학습자 활동 중심(구성주의)의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정재찬 외, 2017: 37). 이 연구에서는 학습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설정하기 위해 주로 수용이론, 해석학, 해체주의, 문화이론의 관점에 기대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노철(2002: 14-38)의 논의에서는 “독자의 의식, 입장, 견해 등이 독서 과정에서 구체적인 작품을 생성한다고” 보는 수용미학을 근거로, 독자의 정서적인 반응이 시의 내적 구조에 주목하는 신비평을 거쳐 저자의 생애와 시대 환경에 주목하는 역사⋅전기비평을 통해 완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장도준(2003: 88-104)의 논의에서는 역사주의 비평과 신비평의 극단론을 배제하고 수용이론의 관점에 서서 “시 텍스트와 독자의 변증법적 상호 관계”를 역설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텍스트가 지닌 ‘의미의 잠재성’은 독자의 개인적 경험을 비롯하여 그것을 파생한 ‘문화적 체험’을 통해 새로운 의미로 생산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텍스트의 의미 생산에서 있어 학습자의 ‘맥락’이 가지는 역할은 2015년 국어과 교육 과정이 개정되는 것을 계기로 점차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수연 외(2015: 15-30)의 논의에서는 학습자의 ‘맥락’이 삶의 국면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면서 그 방안으로 “학습자 성장 중심의 교육 내용 개발”, “교육 내용 표현의 구체화”, “영역 및 교과 간 통합적 교육 내용의 개발”을 제안한 바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윤여탁 외(2017: 23-51)의 논의에서는 독자들의 제반활동과 그들이 생산하는 텍스트까지 문학교육의 대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하면서 개작이나 모작 중심의 시 교육에서 나아가 창조적인 시 쓰기 활동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연구에서는 학습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양성하기 위해 시 텍스트에 풍부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하는 것과 함께 학습자 자신의 맥락에서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할 수 있는 활동으로 나아가기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다소 국어국문학이나 국어교육학을 전공으로 하는 전문 독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비전공자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문학 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왜냐하면, 전공자의 경우 학년별로 심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한국문학사 전반에 관한 이해를 구축하고 작가와 작품에 관한 이론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해당 텍스트에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비전공자의 경우 정규 교육을 통해 획득한 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제한된 교육 환경 속에서 시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에 도달해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점에서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 교양 교육에서 앞서 살펴본 문학 교육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를 모색하는 것은 중요한 교육학적 주제임에 틀림없다.
이에 따라 이 글에서는 비전공자로 구성된 교양 교육 현장에서 영화 『일 포스티노』(1994)를 활용하여 효율적인 학습전략을 설계하고자 했다. 필자가 특히 『일 포스티노』에 주목한 이유는 시인의 삶을 추체험해보고 메타포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의 본질에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영화는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탈리아의 한 섬마을로 망명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만난 청년 마리오 루폴로와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서는 특히 마리오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맡게 되는 것을 계기로 시를 알게 되면서 무미건조하던 그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주변의 현실에 점차 눈뜨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학습자의 입장에서 보건대 시인의 삶을 추체험해볼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1) 또한 『일 포스티노』에서는 마리오가 시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메타포에 관한 인식이 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2) 이런 점에서 학습자들은 이 영화를 통해 메타포에 관한 구체적인 이해에 다다를 뿐 아니라 시의 본질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영화 『일 포스티노』를 활용한 교육 사례를 고찰함으로써 앞으로 시 교양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시 텍스트 읽기의 측면에서 나타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 포스티노』를 둘러싼 일련의 활동을 수행하고자 했으며, 읽기와 쓰기를 연계하여 시적인 체험을 자신의 언어로 내면화하고자 했다. 이 글에서는 각각의 학습 사례를 고찰하는 가운데 시 교양 교육에서 능동적인 학습 주체를 형성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일 포스티노』 소재의 시 분석과 시적 경험의 구체화

이 글에서는 2019년도 1학기 서울 소재 국립대학교에서 진행한 <한국현대시 읽기> 수업의 수강생들을 시 교양 교육의 학습 주체로 설정하였다. 이 수업은 여러 계열의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는 교양 교과목이라는 점에서, 교양적인 차원에서 문학 교육의 목표를 실현하기에 적합한 현장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 수업의 목표는 시사(詩史)나 시론(詩論)과 같은 전문적인 내용을 학습하기보다 다양한 유형의 시 읽기를 통해 시 텍스트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마련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자는 수업시간마다 사랑, 슬픔, 죽음, 음식 등 인간의 삶을 둘러싼 주제나 소재에 따라 관련 시 작품을 읽고, 조별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해당 텍스트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학생들이 시 텍스트에 관한 읽기를 심화시키기 위해 시집 서평 과제를 부여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집 한 권을 선택하여 특정 주제에 따른 서평을 작성하였고, 필자는 미리 안내한 사항에 따라 학생들의 글을 검토하였다.
(가) 본인 역시 본가가 경상도에 위치하고 있고,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섬진강이 낯선 공간이 아니다. 하지만 김용택 시인이 풀어낸 섬진강의 모습은 낯설게 다가온다. 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섬진강이 아니라 시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모습이 낯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낯섦’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 유무와 관계없이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이러한 낯섦은 기분 나쁜 생경함이 아니라 설렘과 그리움에 가깝다. 낯섦과 그리움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시인의 애정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다보면 처음 보는 공간인 섬진강이 내 고향, 내 어머니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신○○)3)
(나) 이러한 작가들 중 피테르 브뢰헬(Piter Bruegel)이 신용목 작가와 유사하다. 작가는 당시의 미술사적 경향에 따라 등장하는 모든 인물과 건물을 섬세하게 하나씩 그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며 그려낸다. 하지만 단순히 똑같이 그려내는 것이 아닌 앞에 놓인 상황을 다시 해석해서 화폭에 담는다. 그림 속 인물마다 이야기 거리가 있으며, 전체적으로 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화폭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한 갈색 계통으로 이루어지며 신용목 시인의 시처럼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지만 강렬한 분위기를 풍긴다. 신용목 시인이 대상을 보고 관찰을 통해 대상 그리고 너머의 더 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대상과 유사한 누군가를 공감, 연민하는 모습이 피테르 브뢰헬이라는 작가가 자신이 보는 농촌의 모습을 재구성해서 표현하는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노○○)
보통 해당 텍스트에 관한 정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글쓴이의 관점을 뚜렷하게 전달하는 것을 비평문의 요건으로 생각해본다면, 학생들의 비평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보완되어야 할 필요성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학생들은 자신의 주관이나 감정에 입각하여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가)를 보면, 글쓴이는 김용택의 시집 『섬진강』을 읽고 시집 전반에 흐르고 있는 ‘섬진강’의 장소적인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섬진강’이 시인의 고향을 대표하는 자연물이라는 점에서 그것에 대한 “시인의 애정 어린 시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때 “시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시인에게 ‘섬진강’은 친숙한 대상이기를 넘어 농민들의 애환이나 강인한 생명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복잡한 의미가 착종되어 있는 ‘섬진강’에 대해 글쓴이는 “경상도”라는 자신의 지역에서 느끼는 친숙함을 근거로 하여 “설렘과 그리움”과 같은 다소 감상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텍스트 외부의 담론에 입각하여 텍스트의 의미를 한정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나)를 보면, 글쓴이는 신용목 시인의 특징이 주변의 대상에 관한 섬세한 관찰을 통해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고 보고, 이를 피테르 브뢰헬이라는 화가의 작품세계와 대비시키고 있다. 글쓴이에 따르면, 피테르 브뢰헬은 16세기 북유럽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로서 “눈앞의 대상을 사실적으로 정밀하게 그려”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가 보기에 피테르 브뢰헬이 대상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당대 농촌의 모습을 재구성해낸 측면이 신용목 시인의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 글에서는 피테르 브뢰헬을 신용목과 대비시키는 것이 신용목의 시세계가 지닌 특징을 어떤 점에서 보다 풍부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분석해야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학생들의 글에서도 자신의 전공분야 지식을 비롯하여 시인의 말이나 전문가의 해설에 의존하여 시 텍스트의 의미를 확정하려는 시도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의 서평에서는 읽기의 측면에서 시 텍스트를 둘러싼 정밀한 이해와 함께 시인의 의도를 자신의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질이 요청되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필자는 영화 『일 포스티노』를 시청하고, 이에 초점을 맞춘 학습활동을 전개하였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시인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삶을 체험해봄으로써 시인의 삶에 구체적으로 다가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메타포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이해함으로써 시의 본질에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보다 용이하게 구성하도록 하기 위해 필자는 미리 영화를 시청하기 전에 편의상 <표 1>과 같은 질문 사항을 제시하였다.
<표 1>
영화 『일 포스티노』를 둘러싼 질문 사항 예시
항목 질문의 요점 질문 사항 질문의 목적
1 주인공 마리오의 삶이 변화해가는 과정 네루다 시인을 알기 전에 마리오에게 시란 무엇이었는가? 시인의 삶을 추체험하기
2 네루다 시인은 마리오가 시의 세계에 다가서는 데 주로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3 마리오는 어떤 계기와 단계를 거쳐 시적 경험을 구체화하였는가?
4 마리오는 자신의 고향인 섬마을을 어떤 공간으로 인식하였으며, 후에 그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가?
5 영화 후반부에 마리오의 죽음은 어떠한 상징적인 의미를 띠는가?
6 영화 마지막에 자막으로 등장하는 네루다의 「시」는 영화의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7 마리오의 삶에서 메타포(은유)가 미친 영향 영화에서 메타포는 어떤 방식으로 연출되어 있는가? 인간 삶과 메타포의 관계 이해하기
8 마리오는 메타포를 이해하면서 어떻게 변화해 가는가?
9 영화 후반부에 마리오가 ‘녹음’하는 행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10 영화에서 ‘바다’는 어떠한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는가?
11 영화 후반부에 제목만 등장하는 마리오의 시는 어떤 내용으로 짐작되는가?
12 영화 제목인 우편배달부는 어떠한 상징적 의미는 가지는가?
학생들은 영화를 시청하고 난 뒤 조별 활동을 통해 영화 전반에 관한 자신의 감상을 비롯하여 질문 사항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조원들과 공유하였다. 그런 다음 교수자의 중계 아래 개별 발표를 들어봄으로써 질문의 요점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보다 예각화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은 영화의 내용을 활용하여 황지우의 시 「일 포스티노」4)와 유하의 시 「일 포스티노―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3」5)을 분석하고, 각각의 주제의식을 파악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이외에도 이영광, 박현 등 여러 시인들에 의해 영화를 시의 모티프로 다룬 바 있으나,6) 필자가 두 대상을 선정한 이유는 영화를 통해 구체화한 내용을 시의 내용과 긴밀하게 연계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황지우 시의 경우 영화의 서사를 토대로 주인공의 삶을 추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죽음을 둘러싼 다른 인물의 시선을 통해 시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하 시의 경우 영화의 특정 소재를 바탕으로 은유의 특징을 파악하는 가운데 시의 본질 혹은 시인의 역할에 관해 각자의 답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자가 학생들이 작성한 과제물을 검토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 나는 이 시가 마리오를 잃은 파블로의 감정을 풀어낸 시라고 생각한다.
시의 전반부에서, 특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 봤나’라는 구절에서는 마리오에게 느끼는 연민의 감정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 연민은 완전한 타자로서 느끼는 감정보다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느끼는 그것처럼 밀도 높고 애달픈 감정 쪽에 더 가까웠다.
후반부와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는 구절에서는 파블로가 느끼는 죄책감과 자괴감을 함께 하는 화자를 볼 수 있다. 화자는 파블로를 기다리는 마리오의 모습에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라는 구절에서 일종의 애도를 절실히 필요로 하며 추슬러지지 않는 마음을 파블로와 같은 방식으로 풀어내려한다. (김○○)
(라) 화자가 머리를 박고 앉아있는 것과 휘파람을 불며 길을 한참 걷는 것이 네루다가 영화 마지막에서 마리오를 회상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화자가 네루다에게 자기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화자는 네루다에게 이입했기 때문에 3연의 ‘어떤 회한’은 마리오를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일 수도 있고, 네루다의 입장에서 보면 마리오를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자책감, 화자의 입장에서 보면 화자의 현실에 존재하는 세상의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해 생길 마리오 같은 사람들에 대한 자책감일 수도 있다. (…중략…) 마지막 행은 ‘서 있고 싶다’가 아니라 ‘서 있고 싶었다’라는 표현으로 보아, 하고 싶었지만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해낸 마리오의 모습을 마리오처럼 화자도 그렇게 열정으로 가득 차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먼저, 학생들은 황지우의 시에서 영화의 서사를 바탕으로 주인공 마리오 루폴로의 삶을 추체험해보고, 네루다 시인의 입장과 황지우 시인의 입장에서 마리오의 죽음에 대해 느끼는 ‘회한’을 이해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의 1연에서 마리오의 삶의 내력뿐만 아니라 네루다 시인의 영향에 따라 그가 성장해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시를 보면, ‘너’는 자전거를 밀고 “바깥 소식”, 즉 편지를 가져오거나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영화에서 우편배달부로 등장하는 마리오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고 했다거나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먹었”다는 표현으로 보건대 네루다 시인을 가리킨다. 마리오는 처음에는 “섬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즉 ‘베아트리체’로 대답했다가 네루다 시인이 떠난 뒤 “밤하늘”의 “별”을 비롯한 주변의 대상을 “녹음”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시를 쓰게 된다. 이때 그가 “태동(胎動)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어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자신의 시를 네루다 시인에게 건네주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상황을 의미한다.
이처럼 학생들은 영화의 서사를 기반으로 하여 황지우의 시에 접근하면서도, 네루다 시인의 입장과 황지우 시인의 입장에 따라 마리오의 죽음을 둘러싼 반응이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첫 번째로, 네루다 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에서는 “마리오를 잃은 파블로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네루다 시인이 마리오의 죽음과 마주하면서 일차적으로 느낀 감정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에게 느끼는 그것처럼 밀도 높고 애달픈 감정 쪽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는 네루다 시인이 영화 전반에 걸쳐 마리오와의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러다가 글쓴이는 네루다 시인이 한 인간으로서 마리오가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음에도 고국으로 돌아간 뒤 그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있다.7) 이에 따라 글쓴이는 마리오의 죽음에 대한 네루다의 책임의식에는 복잡한 감정이 착종되어 있다는 것을 섬세하게 읽어내고 있다.
두 번째로, 황지우 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라)에서는 네루다 시인의 감정뿐만 아니라 거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시적화자의 ‘회한’까지 읽어내고 있다. 시의 2연과 3연에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시적화자의 상념이 전면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글쓴이는 영화의 후반부에 마리오가 세상의 부조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였다는 점에서 시적화자가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마리오를 둘러싼 세상의 부조리”는 영화의 배경인 1950년대 이탈리아의 한 섬마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시인이 살다간 1980년대 한국사회의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글쓴이는 시적화자가 “세상의 부조리를 해결하지 못해 생길 마리오 같은 사람들에 대한 자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적화자가 마리오처럼 “그렇게 열정으로 가득 차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회한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 있다.8) 이처럼 글쓴이는 황지우 시인이 처한 당대적 맥락에서 마리오의 죽음을 이해함으로써 시인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 여기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은 “늦은 데로” 임하며, “스스로 길이라 말하지” 않고, “가로막는 산과 다투며 터널을 뚫지도 않는”, “언제나 우회”하는 “에움길”이다. 이는 시에서 “사물의 상태나 움직임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인 “은유”와 동일시된다. 시인이 말하는 자전거의 길은 특정한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길이 아니라 그 과정 자체로 의미를 창조하는 인간의 삶이다. 이러한 삶은 효율성과 합리성보다는 ‘무엇이 옳은지’, ‘삶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며 천천히 돌아가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이 은유를 통해 의미를 재구성하듯, 인간은 고뇌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염○○)
(바) 자전거의 길은 “낮게 웅크린 모든 것들을 그윽하게 어루만지며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임한다”라고 했는데, 이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시인이 표현하려는 대상의 숨겨진 요소를 찾아낸다는 것이다. 마리오는 그물에서 어부였던 아버지의 슬픔을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마리오는 섬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위해 섬이라는 대상을 샅샅이 살펴보는 과정에서 바다의 여러 소리, 별의 소리 등 일상에서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요소들을 잡아낸다. 두 번째 해석은 시인의 삶이 약자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드는 삶이라는 것이다. 마리오는 노점상의 처지를 뻔히 알면서도 그에게 값을 깎으려는 부유층에게 분노한다. 결국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위한 시를 작성한다. (정○○)
다음으로, 학생들은 유하의 시에서 영화의 특정한 소재를 토대로 은유의 속성을 파악하는 가운데 시의 본질과 시인의 역할에 관한 자신만의 관점을 모색하고 있다. 유하 시인은 시에서 “자전거의 길”을 “시를 운반하는 우체부의 길”이라고 함으로써 “자전거의 길”이 가진 속성을 통해 시 혹은 시인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내보이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우체부가 자전거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처럼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점에서,9) 우체부는 시인의 은유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우체부가 자전거를 통해 사람들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것처럼 시인은 은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시(또는 시적인 것)를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는 은유의, 편지는 시의 은유라 할 수 있다. 결국 시인은 이 시에서 “자전거의 길”을 ‘은유’에 빗댐으로서 시의 길 혹은 시인의 길에 관한 입장을 나타내려 했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은 이를 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로, (마)에서는 “자전거의 길”에서 일상생활의 목적성을 벗어나 창조를 위해 고뇌하는 인간의 삶을 읽어내고 있다. 시에서 “자전거의 길”은 “스스로 길이라 말하지” 않고, “가로막는 산과 다투며 터널을 뚫지도 않는”, “언제나 우회”하는 “에움길”로 나타난다. 그래서 글쓴이는 “자전거의 길”에서 “특정한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도구”보다는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며 천천히 돌아가는 삶을 읽어내는 것이다. 나아가 “은유로 이루어진 길 위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행복하여라”라고 말하는 화자의 고백에서 “고뇌하는 삶에 대한 만족감”을 읽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글쓴이는 “시인이 은유를 통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과 인간이 “고뇌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을 동궤에 둠으로써 인간의 삶 속에서 시가 가지는 의의, 즉 시의 본질을 탐색하고 있는 셈이다.10) 두 번째로, (바)에서는 “자전거의 길”에서 “약자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삶 속에 녹아드는” 시인의 삶을 읽어내고 있다. 이는 시에서 “흐르는 물처럼 자전거의 길은/ 낮게 웅크린 모든 것들을 그윽하게 어루만지며/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임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쓴이의 입장에서 보건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존재를 포용하는 속성을 가진다고 볼 때,11) 시인은 “자전거의 길”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대상들을 포용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실제로 영화에서 마리오가 어부들의 삶에 눈 뜨고, 노동자와 연대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과도 연결될 수 있다. 이처럼 학생들은 “자전거의 길”에서 은유의 속성을 읽어내면서 시의 길 혹은 시인의 길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모색하고자 했다.

3. 시적 체험의 내면화와 다채로운 의미 부여의 시도

앞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영화 『일 포스티노』를 통해 시인의 삶을 추체험해보고, 메타포와 인간의 삶의 관계에 주목하여 시의 본질 및 시인의 역할을 탐색하려 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영화 『일 포스티노』를 둘러싼 제반 활동을 통해 시 텍스트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한편, 이를 근거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앞서 거론한 문학 교육의 목표가 학습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도록 하는 데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학습자가 시 텍스트를 통해 획득한 경험을 자신의 언어로 내면화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될 때 문학 교육의 목표에 좀 더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읽기’를 중심으로 학습자의 생각을 정립하는 것에서 ‘쓰기’를 중심으로 학습자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12) 이에 따라 필자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시를 창작하고, 그에 관한 간략한 에세이를 작성하는 과제를 부여하였다.
학생들이 창작할 시는 영화 후반부에 제목만 등장하는 마리오의 시였다. 필자가 학생들에게 이 과제를 부여하려 한 이유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시적 소재로서 ‘바다’에 관해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영화에서 마리오의 시는 ‘바다’를 소재로 했다는 것과 함께 “파블로 네루다 선생님께 바치는 시”라는 제목을 가졌다는 정보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에게는 ‘바다’가 마리오와 네루다의 추억이 얽힌 공간일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마리오가 시를 낭독하려했던 집회현장과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은 마리오가 시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바다’가 다양한 시적 공간으로 탄생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가) 바다는/ 가만히/ 아버지의 서글픔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가만히/ 소리들을 먹어버릴 뿐이었다.// 어느 날 바다 위의 어지러움을 보았다./ 백사장 위에서/ 바람이 들려주던 일곱 빛깔 호랑이를 보았다.//그 일곱 빛깔 호랑이는/ 바다를 움직였다.// 그때부터 바다는/ 좌우로/ 아버지의 서글픔을 받아들였다./ 앞뒤로/ 소리들을 저 너머로 보냈다.// 나는/ 바람이 들려준 그 호랑이의 움직임을 업고/ 서글픔과 소리를 안고/ 움직인다/ 좌우로앞뒤로상하로
―노○○, 「일곱 빛깔 호랑이」 전문
(나) 아버지의 바다,/ 슬픈 그물을 건져 올리면/ 가련한 생애가 마지막 힘으로 펄떡거렸네// 베아트리체의 바다,/ 하나의 이름으로 귀결되던 아름다움,/ 흰 달을 물어 올리면/ 목을 타고 흐르는 별들이 반짝거렸네// 당신의 바다,/ 칼라 디 소토의 바다,/ 넘실대는 낱말이 혀 끝에 아슬히,/ 올 듯, 오지 않을 듯/ 멀미가 나 꽃잎을 토했네// 당신이 건너온 바다/ 당신이 건너간 바다/ 당신이 돌아올 바다/ 당신이 일러준 바다
―이○○, 「파블로 네루다께 바치는 노래」 전문
먼저, 위의 시에서는 공통적으로 마리오와 네루다 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바다’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가)에서는 마리오가 네루다 시인에 의해 시에 눈 뜨게 되면서 자신의 세계를 새로운 시야로 볼 수 있게 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글쓴이는 마리오가 ‘은유’를 본격적으로 이해하게 된 장면에서 시상을 착안하였다. 영화에서 네루다 시인은 ‘은유’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마리오에게 ‘바다’에 관한 자신의 시를 들려준다.13) 시를 들은 마리오는 “배가 단어들로 이리저리 튕겨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대답하는데, 네루다는 바로 “그게 은유”라고 말해준다. 마리오는 바다가 이리저리 출렁이는 데서 느껴지는 기분을 ‘배가 단어들로 튕겨지’는 것과 같은 ‘현기증’으로 전이시킴으로써 ‘은유’에 관한 이해에 다다른 것이다. 글쓴이는 특히 마리오의 ‘현기증’에 주목하여 ‘은유’를 알기 전후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시를 보면, 애초 ‘바다’는 마리오에게 “아버지의 서글픔”으로 대변되는 무미건조한 생계현장에 불과하였다. 그런 그가 네루다 시인을 통해 ‘바다’가 “일곱 빛깔 호랑이”와 같은 다채로운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일상에 갇힌 시야를 확장시켜간다. 그의 시야는 “좌우로”, “앞뒤로”라는 시어에서 나타나듯이 다양한 방향성을 갖게 되고, 일상의 공간 “저 너머”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폭넓게 열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그 호랑이의 움직임을 업고/ 서글픔의 소리를 안고/ 움직인다”는 것은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은유를 통한 인식의 확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가)에서 ‘바다’를 통해 “마리오가 시를 배우면서 넓어지는 사고”를 담아냈다면, (나)에서는 마리오가 ‘은유’를 터득하는 가운데 ‘바다’가 입체적인 공간으로 탄생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시에서 ‘바다’는 “아버지의 바다”, “베아트리체의 바다”, “당신의 바다”로 나타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마리오의 생애 전체를 압축하고 있다. 글쓴이는 특히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나 ‘바다’의 존재론적 의미가 다채롭게 변주해가는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첫 번째로, “아버지의 바다”는 “가련한 생애가 마지막 힘으로 펄떡거”리는 생계의 현장이면서도, 마리오가 시적인 인식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은유’를 이해하게 된 마리오가 ‘어부의 그물이 어떠하냐’는 네루다의 질문에 ‘서글프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서 마리오는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체험해보는 것”이라는 네루다의 조언을 몸소 실현한 셈이다. 두 번째로, “베아트리체의 바다”는 영화에서 나타나듯 자신의 고향마을을 대표하는 자랑이면서 자신을 뒤흔들어놓은 사랑의 감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흰 달을 물어” 올린다는 표현에서 “흰 달”은 마리오와 베아트리체의 첫 만남에 얽힌 ‘흰 공’을 가리키는데, 실제로 영화에서 ‘마리오’는 ‘흰 공’을 ‘흰 달’에 비춰보고 베아트리체를 향한 그리움을 노트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흰 공’은 이후 마리오가 베아트리체와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글쓴이는 이에 착안하여 “흰 달을 물어 올리면/ 목을 타고 흐르는 별들이 반짝거렸네”라며 마리오의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로, “당신의 바다”는 마리오와 네루다 시인의 추억이 얽힌 공간으로, 그가 시의 세계에 접근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공간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마리오는 네루다 시인이 들려준 시를 통해 “칼라 디 소토의 바다”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멀미가 나 꽃잎을 토”하는 것과 같은 ‘현기증’을 느꼈기 때문이다.14) 이처럼 글쓴이는 마리오의 생애에서 ‘바다’가 다채로운 존재로 변주해가는 것을 보여주는 가운데, 네루다 시인에 대한 마리오의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15)
(다) 바다의 소리를 적어볼까 합니다, 네루다 씨 당신이
가르쳐 준 메타포는 바다를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의 혀에서 바다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네루다 씨 그곳에서
말하는 법을 배웠고 말하고자 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그 마음은 베아트리체에게 사랑이 되었고 부자들에게
반항 의식이 되었고 지금의 저에게 사회주의를 말하려는 용기가 되었습니다
바다의 소리를 적어볼까 합니다, 네루다 씨 그 소리는
우리가 함께 들었던 은유의 소리이며
자신을 기록해달라며 유혹하는 하얀 공의 자태 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한 우편배달부의, 밀려오 는 파도의 물결입니다.
―홍○○, 「시인과 바다」 전문
(라) 그 너머에
보이지 않는 세상까지 비추는 태양을 닮아가는 선, 일렁이는 점선
그리고 그 뒤에는
를 삼켜버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고요히 기다리는 검은 표범
의 뒤에서 힘차게 노를 저어 돌진하는 초록 함선
를 천천히 밀고 오는 맑은 비단
의 위를 부드럽게 덮는 투명한 진주
부드럽게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 앞에 다 부서져 버랜 조개껍질
흙길 돌길 자갈길
찌릉 찌릉 찌릉
흙길 돌길 자갈길 흙 길 돌 길 자 갈 길 ㅎㅡㄹㄱㄱㅣㄹㄷㅗㄹㄱㅣㄹㅈㅏㄱㅏㄱㅣㄹ
―최○○, 「자전거를 타고」 전문
다음으로, 학생들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바다’의 속성을 담아냄으로써 마리오가 처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여기서는 주로 시행의 배치를 활용한 시각적인 수법에 따라 마리오의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다)에서 또한 앞서 살펴본 시들과 마찬가지로 마리오가 ‘은유’에 관한 구체적인 이해에 다다르고, 일상의 공간에 불과했던 ‘바다’에서 시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마리오의 목소리를 통해 1연에서 “네루다 씨 당신이/ 가르쳐 준 메타포는 바다를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라고 하거나 2연에서 “당신의 혀에서 바다의 소리를 들었습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주변에서 맴돌기만 하던 베아트리체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게 되고,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눈 뜨게 되었으며, 결국 평등한 세상을 외치는 시위 현장에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때 4연에서 다시 “바다의 소리를 적어볼까 합니다”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은 ‘은유’를 통한 인식의 확장을 현실 변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의도하듯 글쓴이는 마지막 연에서 “우편배달부”를 “밀려오는 파도의 물결”과 연결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다)에서는 네루다 시인을 통해 마리오가 점진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는데, 이때 그 과정이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시행의 배치와 어느 정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글쓴이는 시 전반에서 행간걸침(enjambement) 기법을 활용하여16) 리듬감을 조성함으로써 마리오의 변화 과정을 연속적이면서 지속적인 흐름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마다 2행씩 배치하는 가운데 각 행의 길이를 들쑥날쑥하게 배치함으로써 파도가 밀려왔다가 밀려나가는 듯한 시각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쓴이는 마리오의 내면과 파도의 움직임을 호응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행의 배치를 통한 내용상의 효과는 (라)에서 보다 의식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첫 번째로, 글쓴이는 시행 자체를 아예 역순으로 배치하고 있다. 시에서 보듯이 맨 아래에 있는 제목으로부터 거슬러 시를 읽어야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쓴이는 네루다 시인과의 만남을 통해 마리오가 상투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바다 너머의 수평선으로까지 시야가 확대되어가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펼쳐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여 위에서 아래로 시를 다시 읽어보면 마리오의 시야가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구체화되는 느낌마저 들게 된다. 두 번째로, 글쓴이는 마리오의 내면이 확장되어가는 상황을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환기하고 있다. 이는 1연에서 “흙길 돌길 자갈길”을 띄어쓰기 하다가 음절 자체를 해체하고 있는 부분에서도17) 확인할 수 있지만, 보다 구체적으로는 4연부터 바다 계열의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시에서는 “바랜 조개껍질”과 “투명한 진주”를 통해 바다의 정적인 이미지를, “초록 함선”과 “검은 표범”을 통해 바다의 동적인 이미지를, “태양을 닮아가는 선”과 “일렁이는 점선”을 통해 바다의 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글쓴이는 마리오의 내면세계가 확장되어가는 상황을 생동감 있게 표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4. 상황의 맥락에 따른 텍스트 재구성과 알레고리적 의미 부여

앞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일 포스티노』를 소재로 한 시 텍스트에 관한 이해에서 나아가 자신의 언어로 시적인 체험을 내면화하려는 시도를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단순히 텍스트 읽기에 그치는 시적인 체험이 아니라 자신의 맥락 속에서 또 다른 텍스트로 재구성하려 했다는 점에서, 좀 더 능동적인 학습 주체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도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마리오에게 ‘바다’가 또 다른 시적 공간으로 현현할 가능성을 펼쳐 보이고 있었다. 주지하다시피, 영화에서 마리오의 시는 “파블로 네루다 선생님께 바치는 시”라는 제목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와 네루다 시인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함께 실제로 그가 시를 낭독하려고 했던 외부적인 맥락과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18) 애초 마리오는 노동자들의 집회현장에서 낭독할 목적으로 시를 작성하였으나, 갑작스레 시위를 제재하는 진압대로 인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결국 낭독하지 못하고 만다. 이는 영화 말미에서 바닷가를 홀로 걷는 네루다의 모습과 시위현장에서의 마리오의 모습을 오버랩(overlap)시키는 방식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이때 그들 사이에 마치 바다가 출렁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시위현장에 참석한 민중들의 모습과 그들의 웅장한 목소리를 ‘바다’와 겹쳐볼 만하다. 이러한 점에서 학생들은 마리오를 비롯해 민중들이 처한 상황의 맥락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바다’에 알레고리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가) 나의 스승 네루다/ 나의 바다를 받아주세요/ 나는 이미 당신의 바다를 받았습니다// 나의 바다를 당신에게 보내기 위해/ 매일 바다에게 물었습니다// 바다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바다의 대답// 한 번의 넘실거림입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었습니다/ 바다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바다의 대답// 넘실거림을 멈추지 마십시오
―박○○, 「바다의 조건」 전문
(나) 바다는 항상 수평이다/ 바다 밑 굴곡진 땅들을 누르며/ 아프게 아프게 수평이다/ 파도로 절벽을 깎아내리며/ 힘들게 힘들게 수평이다// 그의 은유는 이리저리 튕기는 배가 되어 바다로 떠났다/ 그녀의 미소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바다로 날아갔다/ 공처럼 동그란 해와 달도 바다로 들어갔다/ 그 마저도 바다를 건너 갔다// 그래서/ 나도 바다로 가야겠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바다 밑에 굴곡진 땅들을 누르며/ 바다로 가야겠다/ 아름다운 저 너머의 수평선
―김○○, 「바다―네루다 시인에게 바치는 시」 전문
먼저, 학생들은 ‘바다’ 자체가 가진 속성에 근거하여 현실을 바라보는 마리오의 인식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바다’의 속성에서 현실의 부조리를 극복할 대안을 찾고 있다. (가)에서는 ‘바다’가 가진 유동적인 속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주변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마리오의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시에서 마리오가 네루다 시인을 “나의 스승 네루다”라고 호명하면서 “나는 이미 당신의 바다를 받았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그가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된 것은 네루다 시인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시적인 인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부조리와 대면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맞설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미’(아름다움)를 보게 되었다는 것은 달리 보자면 그 반대의 ‘추’, 즉 현실에 가려진 모순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19) 실제로 마리오는 시인으로 성장해가면서 착취당하는 어부의 삶이나 섬마을의 부정부패와 같은 현실의 실상을 보기 시작하고, 이에 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시에서는 마리오의 이러한 자기 성장을 “당신의 바다”와는 달리 “나의 바다”라고 표현하면서 네루다 시인에게 “나의 바다를 받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그의 ‘바다’는 어떠한 존재로 나타나 있는가? 글쓴이는 이를 “넘실거림”과 같은 유동적인 속성으로 표현함으로써 의식의 자각을 이룬 마리오의 내면을 환기하고 있다. 물론 이를 외부 현실에 대한 정치적인 태도로 환원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는 시에서 마리오가 “바다를 가지”기 위해 “넘실거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는 점에서20) 그의 정신이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암시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서 또한 ‘바다’의 속성을 바탕으로 하여 마리오의 의식이 지향하는 바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선, 글쓴이는 2연에서 마리오의 의식이 점진적으로 성장해가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를 보면, 마리오는 네루다 시인을 통해 ‘은유’를 배우게 되면서 ‘바다’가 다채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나비의 날갯짓”처럼 아름다운 ‘베아트리체’와 사랑을 하게 되었으며, “동그란 해와 달”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과 같이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처럼 ‘바다’는 마리오가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의 의식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귀결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글쓴이는 2연에서 “바다로” 혹은 “바다를”과 같은 방향성과 함께 “떠났다”, “날아갔다”, “들어갔다”, “건너갔다”와 같은 동사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바다’는 과연 어떠한 존재로 나타나 있는가? 이는 ‘바다’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1연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바다는 항상 수평”을 유지하면서 잔잔하고 드넓게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밑에 “굴곡진 땅들을 누르”고 있으며 “파도로 절벽을 깎아내리고” 있다. 말하자면, ‘바다’는 겉으로는 “수평”으로 표상되는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글쓴이는 “아프게 아프게”와 “힘들게 힘들게”라는 시어를 통해 어떠한 상황과도 타협하지 않을 마리오의 강인한 내면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바다’는 “굴곡진 땅”도 마다하지 않고 어떠한 대상이라도 포용하는 존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리오가 지향하는 사회주의의 이상과도 연결될 법하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글쓴이는 3연에서 “그래서/ 나도 바다로 가야겠다”라며 마리오의 의식이 향하는 곳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마리오에게 ‘바다’는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부조리한 현실과 대결하는 공간이자 “아름다운 저 너머의 수평선”과 같이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상향이기도 하다. 이처럼 학생들은 ‘바다’가 가진 속성을 통해 외부 현실에 대한 마리오의 태도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다) 들리지 않는 바다/ 그 앞에서/ 그대는 소리를 만들었다/ 그대는 사랑을 만들었다// 그대의 소리는 파도처럼/ 내 마음을 덮쳐/ 나의 사랑은 사방으로 부서졌다/ 그물을 올리는 어부들의 거친 굳은살로/ 마을을 지키는 종소리로/ 별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파도에게로/ 가서 닿았다// 파도는 내 어깨를 밀쳤다/ 모든 이들의 그물은 같은 무게라며/ 별들은 내 귀에 소리쳤다/ 세상을 밝힐 빛이 부족하다며// 나는 그대가 그랬던 것처럼/ 내 왼쪽 가슴/ 박동하는 파도를 꺼내어/ 세계의 바다에 풀어놓기로 한다/ 혼란을 밀어내고/ 눈물을 어루만지며/ 갈등을 몰아내고/ 형제의 손을 쓰다듬자/ 이 파도가 죽음처럼/ 세상을 뒤덮을 때 비로소/ 고른 모래에서 사랑이 피어나거늘
―김○○, 「파도가 내 어깨를 밀쳤다」 전문
(라) 섬을 사랑한 바다는/ 그 섬의 모래를, 바위를,/ 절벽을 끌어안고 싶었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애정을 담은 파도가 되어/ 잠시 사랑하는 이와 닿아보고/ 해가 질 때쯤 자신의 집으로/ 시무룩하게 돌아오곤 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파도가/ 바위의 손톱에 할퀴어 지고/ 절벽의 발에 걷어차이며/ 사랑하는 섬에게 외면당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파도가/ 울컥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안으로, 안으로 삼켜왔을까// 끊임없는 냉대와 이별에 지쳐/ 이제 그는 목놓아 울부짖는다./ “쏴아아 쏴아아”/ “내 얘기 좀 들어봐”// 앞으로 얼마나 많은 파도가/ 울부짖으며, 울부짖으며/ 사랑하는 섬을 떠나갈까/ 그리고 또 되돌아올까.
―염○○, 「섬을 사랑한 바다」 전문
다음으로, 학생들은 외부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적 의미를 ‘바다’에 담아냄으로써 마리오의 정치적인 태도를 첨예하게 드러내려고 했다. 이는 영화에서 마리오가 자신의 시를 집회현장에서 낭독하기로 한 것에 주목하여 노동자들의 시위 참여를 독려하려는 성격을 보인다. 총4연으로 이루어진 (다)에서는 2연씩 나눠 마리오의 자기 성장을 비롯하여 그의 의식의 자각이 평등한 세상을 향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로, 마리오에게 애초 ‘바다’는 그저 흔히 있어서 “들리지 않는 바다”에 불과하였으나, 네루다 시인에 의해 새로운 의미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마리오의 인식은 “그물을 올리는 어부들의 거친 굳은살로”, “마을을 지키는 종소리로”, “별들에게로” 점차 원심적으로 확장되어 갔으며, “다시 파도에게로” 가닿을 정도로 의식적인 운동을 이루게 되었다. 이때 2연에서 행마다 “~로”라는 표현을 반복하는 것은 마리오의 의식이 지향하는 바를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와 함께 3연 첫 행에 등장하는 “파도는 내 어깨를 밀쳤다”는 표현은 마리오의 변화에 불가항력적인 힘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로, 글쓴이는 세상에 관한 마리오의 관심이 궁극적으로 어떠한 이상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3연에서 “모든 이들의 그물은 같은 무게”라는 표현과 4연에서 “이 파도가 죽음처럼/ 세상을 뒤덮을 때 비로소/ 고른 모래에서 사랑이 피어나거늘”이라는 표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말하자면, 그는 영화에서 힘없는 어부들을 착취하는 현실의 구조를 직시했던 것처럼 계급적 불평등을 타개하고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왼쪽 가슴/ 박동하는 파도를 꺼내어/ 세계의 바다에 풀어놓기로 한다.” 이제 그는 현실의 “혼란”과 직면하고, “눈물”과 “갈등”의 씨앗을 뿌리 뽑기 위해 “형제의 손”과 연대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건대, 4연 끝부분에 등장하는 ‘파도’는 일종의 ‘민중의 물결’로 볼 수 있으며, “이 파도가 죽음처럼/ 세상을 뒤덮을 때”까지 지속적인 운동을 보여주는 것은 사회주의의 이상에 다다르기 위한 민중들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외부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적 의미를 ‘바다’에 담아내려는 시도는 (라)에서 보다 극적으로 나타나 있다.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이 시에서는 ‘섬’과 ‘바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특정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시에서 ‘섬’은 ‘바다’가 궁극적으로 가닿으려 하는 이상향으로 나타나 있다. 1연과 2연에서는 ‘섬’과 ‘바다’를 의인화하여 ‘섬’을 향한 ‘바다’의 개인적인 정서를 표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말하자면, “섬을 사랑한 바다”는 그 “섬의 모래”, “바위”, “절벽”을 끌어안고 싶어 매일 아침 그에게 가닿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에 그치고 만다. 이때 ‘바다’가 결국 “자신의 집으로/ 시무룩하게 돌아”오는 상황은 ‘섬’과 ‘바다’ 사이에 가로놓인 거리감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3연부터는 ‘바다’의 입장에 서서 ‘바다’의 애환과 울분을 적극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바다’에 자신의 감정을 동일시할 여지를 열어 주고 있다. 이는 ‘섬’을 향한 ‘바다’의 사랑이 일방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섬’에 가닿으려는 ‘바다’의 시도가 끊임없이 실패하는 상황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바다’는 그동안 ‘섬’에게 “얼마나 많은 파도”를 보내더라도 “바위의 손톱에 할퀴어지고”, “절벽의 발에 걷어차이며” 번번이 “섬에게 외면당”할 뿐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냉대와 이별” 속에서 “울컥 터져 나오는 눈물”을 “안으로, 안으로 삼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지점에서 “쏴아아 쏴아아”나 “내 얘기 좀 들어봐”와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독자들이 ‘바다’의 처지에 보다 공감하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왜냐하면, 마지막 연에서 앞으로도 숱한 실패 속에서 ‘섬’을 향한 사랑을 지속해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바다’의 발화이면서 ‘독자’의 발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시는 현실에 관한 직접적인 발화를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은 알레고리적인 수법을 활용하여 외부 현실에 대한 마리오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21)

5. 결론: 시 교양 교육의 목표와 능동적인 학습 주체의 실현

지금까지 이 글에서는 시 텍스트 읽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영화 『일 포스티노』에 주목하고자 했다. 이는 학생들의 서평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 학생들은 특히 자신의 주관과 인상에 치우쳐 텍스트의 의미를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이거나 텍스트 외부의 담론에 입각하여 텍스트의 의미를 한정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에게는 여러 각도에서 시 텍스트에 섬세하게 접근하고 시인의 의도를 자신의 언어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되었다. 이에 따라 『일 포스티노』는 시인으로 성장해가는 한 청년의 삶을 통해 시인의 삶을 추체험해보고 메타포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의 본질에 효과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앞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과제물과 연계된 세부 학습계획에 따라 영화를 시청하고 황지우의 시 「일 포스티노」와 유하의 시 「일 포스티노―자전거의 노래를 들어라 3」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점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로, 학생들은 황지우 시에서 영화의 서사를 토대로 주인공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시인의 삶에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은 마리오의 죽음을 바라보는 네루다 시인의 감정과 그에 감정이입을 한 황지우 시인의 상황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로써 나타났다. 두 번째로, 학생들은 유하 시에서 영화의 특정 소재를 토대로 은유의 속성을 파악하는 가운데 시의 본질과 시인의 역할에 관해 각자의 입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자전거의 길”에서 에둘러 가려는 속성을 읽어낸 경우 창조를 위해 고뇌하는 삶을 긍정하는 시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자전거의 길”에서 낮은 곳으로 임하려는 속성을 읽어낸 경우 소외된 것을 포용하는 시인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영화 마지막에 제목만 등장하는 주인공의 시를 실제로 창작해보았다. 이를 검토해본 결과, 주인공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경우 여러 기법을 활용하여 ‘바다’에 다채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주인공이 시를 낭독하려 했던 현장에 초점을 맞춘 경우 ‘바다’의 속성을 통해 사회주의적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학생들은 읽기와 쓰기를 연계한 학습활동을 통해 시 텍스트에 관한 이해가 자신의 언어로 내면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물론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애초 수업의 의도와 상반되는 결과가 빚어지기도 했다. 이를 테면, 황지우 시인과 유하 시인의 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 영화의 내용에 의존하여 시 텍스트가 내포한 함의를 제약한다거나 시적화자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시인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경우가 그러하다. 그리고 창작시에서는 영화의 연장선상에서 ‘바다’를 바라봄으로써 상투적인 표현으로 귀결되거나 희망, 신화, 마음, 존재, 억겁, 용기, 사랑과 같이 관념어를 노출하여 시어의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그러하다. 이는 아마도 수업의 구성원들이 심화된 교과과정을 통해 텍스트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는 전공자가 아니라 단시간에 제한된 학습과정을 통해 텍스트에 효율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비전공자였다는 점에서 발생한 결과일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교양 교육의 차원에서 학습자를 능동적인 주체로 서게 하려는 문학 교육의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탐색할 수 있었다. 먼저, 시적 경험의 지평이 상대적으로 적은 학습자의 경우 시 혹은 시인을 모티프로 한 영상물을 활용한다면 학습자의 경험지평을 보다 넓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영화,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은 특정한 서사를 펼쳐 보인다는 점에서 학습자가 감정이입하여 시인의 삶을 좀 더 용이하게 추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생들은 영상물과 관련한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고, 영상물에서 공백으로 남은 부분을 여러 유형의 글쓰기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22) 학습자는 읽기를 통해 획득한 시적인 체험을 쓰기의 차원에서 자신의 언어로 내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텍스트에 관한 구체적인 이해가 또 다른 텍스트의 생산으로 이어지게 될 때, 학습자는 보다 능동적인 학습 주체로 서게 될 것이다.

Notes

1) 이와 관련하여 김은자(2004: 192)는 『일 포스티노』를 “시의 정신이 현실에 녹아들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한 바 있다.

2) 참고로 황영미(2017: 109)는 시의 핵심인 ‘비유’를 예를 들며 나누는 네루다와 마리오의 대화를 통해 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묘미를 찾고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그간 선행연구에서는 시 쓰기의 실천 혹은 은유의 소통 가능성이 한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공적인 차원에서 인간들 사이의 유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김중철, 2011: 665-686, 장사흠, 2014: 269-301).

3) 이 글에서 학생이 작성한 글을 인용할 때에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성만 밝히도록 한다. 인용 시 원문을 최대한 살리되 부분적으로 어색한 표현은 수정하여 인용하도록 한다. 원문에서 볼드체 표기는 인용자의 것이며 이하 생략하도록 한다.

4) 참고로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자전거 밀고 바깥 소식 가져와서는 이마를 닦는 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 봤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먹었을 때/ 너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대고/ 별을 녹음했지/ 태동(胎動)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었던가,/ 네가 그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그대가 번호 매긴 이 섬의 아름다운 것들, 맨 끝 번호에/ 그대 아버지의 슬픈 바다가 롱 숏, 롱 테이크되고;/ 캐스팅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나는 머리를 박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떤 회한에 대해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갈 데 없는 길을 한참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휘파람 불며/ 신촌역(新村驛)을 떠난 기차는 문산으로 가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황지우, 1998)

5) 참고로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자전거를 타고 양재천을 달린다/ 소요(逍遙)의 페달을 밟으며/ 루체른 로이스 강가를 달린다/ 아이거 북벽이 보이는 그린델발트 언덕을 넘어/ 몽생미셸 해변을 달린다/ 바람아, 내 고독의 돛을 힘껏 밀어라/ 흐르는 물처럼 자전거의 길은/ 낮게 웅크린 모든 것들을 그윽하게 어루만지며/ 낮은 데로 낮은 데로 임한다/ 자전거의 길은 스스로 길이라 말하지 않는다/ 가로막는 산과 다투며 터널을 뚫지도 않는다/ 자전거의 길은 언제나 우회한다/ 에움길의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직설이 아닌 다만 은유로 존재한다/ 스치는 바람의 감촉아, 은유로 이루어진 길 위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행복하여라/ 이 길은 시를 운반하는 우체부의 길이다/ 난 하염없이 그 우체부를 기다릴 것이다/ 프로방스의 햇살과 별들의 소리를 녹음한 테잎을 든/ 그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올 때까지” (유하, 2000)

6) 이와 관련하여 김은자(2004: 194-197)는 이영광의 「일 포스티노」에서 “밥과 성(性)”이 인간의 숙명적인 삶의 문제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7) 이와 조금 다른 맥락에서 다른 학생의 경우에는 시에 나타난 “회한의 정서”에서 네루다 시인의 “후회”를 읽어내면서도, 거기에는 마리오가 자신의 삶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가”를 의미하는 “찬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이○○).

8) 이와 같이 황지우 시인의 맥락에서 마리오의 죽음에 관한 태도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몇몇 학생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시에서의 ‘회한’을 80년대 독재시절에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시인의 경력에서 찾거나(이○○), 시인이 마리오의 순수함과는 대비되는 “자본주의 공동체”에 속해있음을 자각한 데서 발생했거나(유○○), 유명시인의 위치에서 후배 시인을 적극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김○○). 이런 점에서 학생들은 황지우의 시에서 영화의 서사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삶을 이해하는 가운데 그의 죽음을 둘러싼 시인들의 감정이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9) 주지하다시피, 메타포는 그리스어 ‘metaphora’에서 유래하였다. 여기서 ‘meta’는 운동 또는 변화를 나타내는 전치사이며, ‘phora’는 ‘운반하다’, ‘이동하다’ 등을 뜻하는 ‘pherein’의 변화형이다(김용직, 2008: 99). 메타포의 어원 자체에 이미 실어 나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인을 우체부로 은유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10)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학생의 경우 시를 쓰는 것은 일상의 현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김○○).

11) 다른 학생의 글에서도 영화에서 마리오가 사회주의를 지지했다는 점을 들어 시에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감싸 안고 함께 나아가”려는 태도를 읽어내고 있다(하○○).

12) 이와 관련하여 최근 문학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경험 층위가 텍스트의 해석에 복잡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도록 구성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독서 행위를 통해 획득한 문학적인 체험을 작문(쓰기)의 차원에서 학습자 자신의 목소리로 재현하기 위한 활동을 들 수 있다(안지영, 2019: 479-498, 이재승, 2004: 275-299, 김정자, 2008: 251-280).

13) 참고로 영화에 등장하는 네루다의 시는 다음과 같다. “섬에 바다가 너무 많다/ 바다는 육지를 넘나들며/ 좋다고, 아니 싫다고/ 오지 말하고 말을 한다/ 푸른 물, 거품, 파도가/ 싫어, 싫어, 하면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바위에 부딪히며/ 난 바다야, 바다야 반복하지만/ 바위는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러자 일곱 초록 바다의/ 일곱 마리 초록 호랑이의/ 일곱 개의 초록 혓바닥으로/ 만지고 키스하며 핥아주고/ 가슴을 두드리며 반복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14) 이와 관련하여 글쓴이는 에세이에서 마리오에게 바다가 “삶의 공간이기도 하며, 아름다움의 공간이기도 하고, 확장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15) 이외에도 학생들의 시에서는 ‘바다’를 전면화하기보다 그와 관련된 자연물을 등장시킨 사례를 찾아 볼 수 있었는데, 경우에 따라 다소 도식적인 비유에 머물고 있는 시도를 종종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테면, 한 학생은 마리오의 변화 과정을 ‘민들레홀씨’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잎, 꽃으로 성장하는 과정으로 비유하고 있으며(박○○), 다른 학생은 네루다 시인을 떠나보낸 마리오의 상황을 바닷가에 홀로 남은 ‘바위’에 비유하고 있기도 하다(최○○). 아마도 이는 비유의 목적이 대상에 관한 새로운 발견에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인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패러디, 개작 등과 같은 방법으로 관습적인 의미에서 벗어날 수 있는 훈련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16) 이는 읽기의 학습 효과가 쓰기의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수업 중 ‘행간걸침’에 대해서는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에서 김수영의 「사랑의 변주곡」을 살펴볼 때 배운 바 있다. 학생들은 ‘행간걸침’이 형식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내용상의 효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는데, 이를 실제 쓰기의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17) 이는 수업 중 『처용단장』을 중심으로 김춘수의 무의미시 전략에 관해 학습한 사항을 글쓴이 나름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쓰기의 차원에서 읽기의 학습 효과를 구체화시킨 사례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다.

18) 선행연구에서도 이러한 점을 제기한 바 있다. 김중철(2011: 680)의 경우 마리오가 수많은 군중 앞에서 자신의 시를 낭독한다는 점을 들어 그의 시가 “외양상 “파블로 네루다 선생님께 바치는 시”이지만 실상은 ‘민중에게 바치는 시’였다고 말하고 있다. 비슷한 관점에서 신범순(2000: 45)은 영화에서 마리오가 “은유를 통해 역사와 현실의 한가운데에 서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에게 은유는 “삶을 살아가는 문제”였다고 말하고 있다.

19) 이와 관련하여 신범순(2000: 45)은 “마리오가 은유를 통해 배운 것은 ‘아름다움’이 대립쌍인 ‘추함’을 어떻게 반증하는 가였는데 이는 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20) 참고로 글쓴이는 에세이에서 ‘넘실거림’이라는 표현에 “세상에 대한 보다 예민한 반응”을 담아내려 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21) 물론 비슷한 주제를 다룬 몇몇 학생들의 시에서는 집회현장에 초점을 맞춰 선전선동의 목적을 표면화하려는 시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적 진술 대신 정치적 진술로 일관하는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테면, 한 학생의 경우 “사회주의”, “땀 먼지 범벅된 지옥”, “인민바다”, “인민의 뜻”, “저항터”와 같이 이념성이 짙은 시어를 사용하여 정치적인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이○○). 다른 학생의 경우 모든 대상을 품는 바다의 속성을 “사회주의의 평등사상”과 연결하거나 바다의 유동적인 이미지를 “지속적인 시위와 집회를 통해 대의를 이뤄내는 혁명”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이○○). 수업에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텍스트 읽기의 차원에서 카프시, 노동시 등 여러 시를 비교 고찰하는 훈련을 실현할 수 있다.

22) 이와 관련하여 선행연구에서는 시를 모티프로 한 영화에서 “시 쓰기의 불가능함을 노래한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는데, 달리 보자면 이는 영화에서 시 쓰기가 결국 학습자의 맥락에서 재구성되어야 하는 잠재성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김채희, 2019: 28).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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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자(2004). “「일 포스티노」와 빈대떡”, 시안 25, 시안사, 19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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