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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4(2); 2020 > Article
‘고(高)-대(大) 접속’과 복합적 전이 -한국과 일본 대학의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육을 중심으로

초록

본고는 그간 미국 대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의 범위를 넓혀 일본의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육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국내 P대학교의 사례와 비교하며 바람직한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육(First-Year Composition, 이하 FYC)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일본의 대학은 ‘국어력(國語力)’과 ‘일본어력(日本語力)’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대학 신입생이 고등학교까지의 배움과는 다른 ‘배움의 변환(재편성, 재체제화, 재조직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일본어로 사고하는 능력인 ‘일본어력’을 키우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고(高)-대(大)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초년차교육(初年次敎育)을 ‘국어력’을 보충하려는 ‘국어 리메디얼 교육’과 ‘대학생을 위한 일본어교육’이라는 두 방향으로 나뉘어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대학들은 초년차교육이 ‘고-대 접속’의 차원에서 학습자들에게 대학 교육이 요구하는 일본어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는 한편 전공 영역에서 학술적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익히도록 함으로써 신입생과 신입생 이후를 연결하는 문지방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신입생 이전과 이후를 연계하는 FYC 교육은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대학에 입학한 학습자가 개별적 주체에서 사회적 주체로 성장하는 할 수 있도록 ‘복합적 전이’를 이끌어주는 문턱(Threshold)의 크로노토프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즉 FYC 교육은 학습자가 자기의 삶을 성찰하고 사회적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성장의 계기를 제공하고, 개별적 주체가 사회적 위치를 찾아나가며 집단 정체성을 지닌 사회적 주체로서 자기 목소리를 찾아나가는 분기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P대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FYC 교육과 그 이후로 연계되는 글쓰기 교육과정은 학생이 공동체 안의 타자들과 공유하며 자신의 언어를 찾아나가도록 온라인 튜터링과 나섬인성인증제, 비교과 활동 등과 접목시킴으로써 복합적 전이를 도모하는 경계를 넘는 문턱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합리성과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들을 파편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커튼을 걷고 사회적 자아로서 자신의 집단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성장의 여정이 곧 글쓰기이므로 100명의 학생이 존재한다면 저마다 100개의 글쓰기를 실천해가는 ‘-되기(Becoming)’의 글쓰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broaden the scope of research that has been conducted mainly with regards to US universities, examine the cases of writing education for university freshmen in Japan, compare it with cases in P universities in Korea, and to seek ways to build a desirable FYC (First-Year Composition) system.
Japanese universities clearly distinguish between “national language ability” and “Japanese language ability.” Furthermore, education is being conducted to develop “Japanese language skills,” including the ability to think in Japanese, so that newcomers to college can follow the “transformation of learning” that is different from the learning that takes place in high school. In addition, in order to overcome the “High School-University Disconnection,” FYC education for college freshmen is divided into two categories: 1) National Remediation Education to supplement “national language ability” and 2) Japanese Education for College Students. Concerning the former, first year education conducted by universities in Japan taught learners the Japanese knowledge required for university education in terms of the “High School-University Connection.” As for the latter, they were taught the ability to write academically in the field of their chosen major. Therefore, FYC education serves as a threshold for connecting high school graduates and university freshmen. (I’m not sure what you mean by “connecting freshmen and freshmen”)
FYC, by linking the pre-and post-universities of college students, serves as a threshold chronotope that leads in the field of “integrated transfer” so that learners entering college can grow from taking individual subjects to social subjects, in addition to teaching the skills necessary for writing. In other words, FYC education provides the opportunity for learners to reflect on their lives and to find their “social-self,” serving as a bifurcation in which individual subjects seek their voices as social subjects with collective identities.
From this point of view, FYC education conducted by P universities and the writing curriculum linked to FYC are combined with online tutoring, the Nasum Personality Certification, and nonsubject activities in order to help students find their own language while sharing with others in the community. This will find its significance in that it contains an attempt to provide a threshold beyond the boundary that promotes integrated transition. Writing is a journey of growth that lifts the curtain of dominant ideology that fragments individuals, while at the same time it advocates rationality and universality and establishes the writer’s collective identity as a social-self. If there are 100 students, they should aim for becoming writing that practices one hundred students’ writing.

1. 서론

최근의 대학교육은 실무 역량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직면해있다.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 태도 등을 체계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과 대학생의 취업능력을 제고하고 대학의 교육역량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된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K-CESA, Korea Collegiate Essential Skills Assessment) 등이 대학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중요한 준거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은 대학교육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이 실용성의 관점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러나 학령인구의 감소와 대학구조개혁을 둘러싼 복잡한 대내외적 환경,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청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어울려 대학교육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상황은 역설적으로 대학의 본질과 학생을 위한 교육의 정체(正體)를 고민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2011년부터 일본에서 진행된 <로봇은 도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가?>라는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아라이 노리코(新井紀子) 교수가 일본에서 강조하고 있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도, 상대의 의견을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추론하지도 못하는 학생이 어떻게 친구와 토론을 할 수 있을”(아라이 노리코, 2018: 231)지를 문제제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일본 역시 우리와 비슷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라이 노리코가 고등학교까지의 ‘학습(學習)’과 달리 “학수자(學修者)의 능동적인 학습 참여를 도입한 교육⋅학습법”(아라이 노리코, 2018: 230)을 적용하고 있는 대학의 ‘학수(學修)’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까닭은 일본의 학생들이 기초 독해력 저하라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라이 노리코의 주장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기초 독해력이야말로 인공지능으로 대체 불가능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따라서 대학의 기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글쓰기 교육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글쓰기 교육에 부여된 실제적 몫은 무엇일까.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제시한 바에 따르면 글쓰기는 주로 도구적 성격이 강한 의사소통교육 영역에 포함된다.(한국교양기초교육원 홈페이지 http://konige.kr) 대학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이 교양 필수과목으로 글쓰기 교육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도구적 교육으로서 대학인의 핵심역량으로 꼽는 의사소통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에 있다. NCS의 직업기초능력과 K-SESA가 진단하는 대학생 핵심역량, 그리고 OECD AHELO(Assessment of Higher Education Learning Outcomes)의 평가영역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현재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역할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시해준다. 가령 NCS의 직업기초능력은 의사소통능력과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자기개발능력, 자원관리능력, 대인관계능력, 정보능력, 기술능력, 조직이해능력, 직업윤리로 구성되는데, 이때 글쓰기 교육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글과 말을 읽고 들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뜻한 바를 파악하고, 자기가 뜻한 바를 글과 말을 통해 정확하게 쓰거나 말하는”(NCS국가직무능력표준 홈페이지 https://www.ncs.go.kr) 의사소통능력의 함양이라는 목표를 부여받게 된다. 또한 K-SESA가 평가하는 6개 핵심역량은 의사소통역량과 대인관계역량, 글로벌역량, 종합적 사고력, 자기관리역량, 자원⋅정보⋅기술의 활용역량으로 구성되어 있다.(KCESA-대학생 핵심역량 진단 시스템 홈페이지 https://www.kcesa.re.kr) 해외의 경우, OECD가 추진한 고등교육 학습성과 평가사업(AHELO) 역시 전공에 관계없이 대학졸업자에게 요구되는 핵심능력을 비판적 사고, 분석적 추론,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능력으로 규정하였다.(최정윤 외, 2009: 1-45) 이 가운데 특히 듣기와 토론과 조정, 읽기, 쓰기, 말하기를 하위영역으로 둔 의사소통역량 그리고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종합적 사고력은 글쓰기 교육이 지향하는 역량에 해당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학의 글쓰기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참고하여 본고는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성격을 탐구해보려 한다. 그간 미국 대학의 사례를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의 범위를 넓혀 일본의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육의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P대학교의 사례와 비교하며 바람직한 신입생 대상 글쓰기 교육(First-Year Composition, 이하 FYC)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이 글의 의의를 두고자 한다.

2. 초년차교육(初年次敎育)에 나타난 학습전이와 문지방의 역할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급학교에 진학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전과 다른 교육 체제에 편입됨을 의미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교육적 활동에 관여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고 경험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태도와 가치, 지식, 신념 등 일련의 변화 과정을 통해 자아개념이 바뀌는 전환(transition)을 경험하는데,(홍성연, 2019: 3) 특히 신입생들은 일상생활과 학습 면에서 중대한 전환을 맞이한다. 많은 학자들이 대학생의 전환을 연구하면서 1학년 경험(First Year Experience)에 주목한 까닭도 대학생이라는 자의식이 형성되고 새로운 교육 환경에 처하는 신입생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고교-대학 연계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배웠어야 하는 한자나 어휘 용법 등과 같은 일본어 지식을 신입생들에게 가르치는 ‘국어리메디얼(Developmental Education) 교육’을 실시하고 일본리메디얼교육학회(2005년 설립)와 초년차교육학회(初年次敎育學會)(2008년 설립)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등의 상황은 대학교육의 질 제고가 다층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일본의 대학교육에서 중요한 시사점은 ‘국어력(國語力)’과 ‘일본어력(日本語力)’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발달단계를 고려할 때 대학생은 청년기 후기에 해당하므로 초중등 교육에서 획득할 수 있는 언어력인 ‘국어력’과는 다른 개념의 ‘일본어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여기서 ‘일본어력’이란 “‘국어력’ 위에 대학에서의 다양한 배움과 사회인으로 필요한 이해력, 논리력, 논술력 등의 사고력, 나아가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창조력과 문제해결력 등을 지지하기 위한 힘”(小野博⋅馬場眞知子⋅たなかよしこ, 2012: 143-168)을 가리킨다. ‘일본어력’은 고등학교까지의 배움과는 다른 ‘배움의 변환(재편성, 재체제화, 재조직화)’에 부응하는 것으로 일본어로 사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21세기형 시민의 능력(학사력: 대학의 교육력)’(최정윤 외, 2009: 79)을 육성하려면 의사소통능력과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포함하는 일본어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또래학습(Peer Learning) 및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액티브 러닝(Active Laearning)을 적극 도입하였다.(小野博⋅馬場眞知子⋅たなかよしこ, 2012: 147-150)
일본이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기초교육의 일환으로 학생 주도적인 ‘일본어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 한국의 대학들은 2000년대 이후부터 글쓰기 교육을 교양 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하여 운영하면서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의사소통능력과 종합적 사고력 함양, 학술적 글쓰기 능력 고양 등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1)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성격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존재하지만,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교육은 기본적으로 도구적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전제는 일본이나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대학 글쓰기 교육이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2)
그러나 일본의 초년차교육에 담긴 문제의식은 ‘고(高)-대(大) 단절’과 연계의 문제를 고민한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육의 단절을 극복하려는 ‘고-대 연계’ 교육은 ‘국어력’을 보충하려는 ‘국어 리메디얼 교육’과 ‘대학생을 위한 일본어교육’이라는 두 방향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小野博⋅馬場眞知子⋅たなかよしこ, 2012: 144-146) 일종의 보충교육으로 ‘고-대 단절’을 극복하는 한편 대학생에게 요구되는 ‘일본어력’을 길러줌으로써 “대학의 배움에 필요한 아카데믹한 스킬(보고서, 논문 작성법, 프레젠테이션 방법, 논리적 사고력 양성)”(佐藤尚子⋅橋本美香, 2012: 149)을 기르고자 한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을 접속하려는 시도인 동시에 신입생과 ‘신입생 이후’를 연결하려는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高)-대(大) 접속’을 위한 문제제기는 그간 FYC 교육을 둘러싸고 진행된 ‘학습전이(transfer of learning)’에 대한 논의와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을 기반으로 WAW(Writing about Writing) 교육을 주장하는 워들과 다운스(Wardle & Downs) 등이 보편적인 학술적 글쓰기를 부정하고 FYC 강좌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했던 배경에는 학문 공동체의 주체나 특정 상황을 초월한 일반화된 글쓰기 형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자리한다.(정희모, 2015b: 156-157) WAW 이론가들은 글쓰기 교육이 학습전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이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보편적인 학술적 글쓰기를 부정하고 ‘읽기, 사고하기, 쓰기’와 같은 수행 영역과 내용 영역의 일치를 도모함으로써 전공별 글쓰기로 나아가기 위한 학습전이를 창출하기 위한 일종의 문지방 개념(Threshold concept)을 제시한 바 있다. WAW가 제기한 보편적 글쓰기 담론에 대한 부정은 글을 쓰는 “개별 주체가 놓인 특수한 상황을 글쓰기 교육의 출발점으로 복권시켰다는 점”(한상철, 2018: 383)에서 의의를 지니지만, 역설적으로 학습자들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글쓰기에 대한 메타적 인식을 갖게 하고 그 메타적 인식이 전이의 가능성을 마련한다고(이윤빈, 2014: 464) 보며 문식성 자체를 학습하는 교육과정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화된 글쓰기 기술 교육(General writing Skills Instruction)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AW 교육은 학습자들이 각자 구체적인 전공 분야에 진입했을 때 학습전이가 일어날 수 있는 문지방의 역할을 제공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은 일본의 대학들이 고(高)-대(大) 단절이 아닌 연계를 기획한 맥락과 닿아있다. “학습된 문지방 개념은 학습자가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자기 자신을 사유하는 방식까지도 바꿈으로써 결국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Elizabeth Wardle & Doug Down, 2014: 7) 따라서 FYC 교육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적절한 문지방을 만들어준다면 그들이 대학에 입학한 후 맞이하는 새로운 변환의 과정에서 학습전이를 경험하며 성숙한 주체로 성장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의 대학들은 초년차교육이라 칭하는 FYC 교육에서 1차적으로는 ‘국어 리메디얼 교육’을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 대학교육으로 연계될 수 있는 문지방을 제공해주고, 이를 발판으로 대학의 학술적 담론 공동체의 규약들을 익히는 학술적 글쓰기와 연계하여 학습전이를 기도한다.3) 일본에서 글쓰기 교육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일본의 대학생들에게 글쓰기 능력이 부족한 원인을 종합적 사고력과 읽기 능력의 저하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초년차교육이 학습자로 하여금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그 능력을 토대로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술적인 글쓰기의 방법론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4) 최근에 일본에서 발간된 『理工系のためのよい文章の書き方-論文⋅レポートを自力で書けるようになる方法(이공계를 위한 좋은 문장 쓰는 법ー논문⋅리포트를 자력으로 쓰는 방법)』의 목차를 살펴보면 일본에서 대학생의 일본어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글쓰기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2019년 2월에 발간된 이 교재는 저자인 후쿠치 겐타로(福地健太郎) 메이지대학교 종합수리학부 교수가 대학생들에게 ‘아카데믹 리터러시’를 가르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토대로 이공계 대학생들을 위한 보고서 및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글쓰기교육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시작하여 일본 학생들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배경을 참조할 때, 이공계열의 학생들에게 보고서와 논문 쓰는 법을 가르치는 위 교재와 유사한 성격의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상황은 일본의 대학들이 초년차교육에서 실시하고 있는 글쓰기교육이 학술적 담화공동체의 규약과 기술을 가르치는 도구적 교육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이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 계열별 글쓰기 전략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다 각 대학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반영하여 보다 다양한 성격으로 분화되고 있는 한국의 신입생 대상 글쓰기교육의 양상과 구별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표 1>
『理工系のためのよい文章の書き方-論文•レポートを自力で書けるようになる方法(이공계를 위한 좋은 문장 쓰는 법ー논문•리포트를 자력으로 쓰는 방법)』의 목차(福地健太郎, 2019)
제 1장 7개의 원칙 1-1 <주제문>을 먼저 써보자
1-2 독자를 의식하기
1-3 중요한 것은 빨리 쓰기
1-4 놀라움 최소 원칙
1-5 독자는 앞을 예측하면서 읽고 있다
1-6 사실에 기초하여 정확하게 쓰기
1-7 재현성: 독자가 같은 것을 재현할 수 있도록 쓰기
제 2장 구성 고민하기 2-1 기지(旣知)정보에서 새로운 정보로 연결하자
2-2 기본은 <도입•본론•전개>의 3부 구성
2-3 순열형과 병렬형
2-4 본론은 <IMR>
2-5 <연결>이 주장을 명확히 한다
2-6 접속사가 문맥을 만든다
2-7 패러그래프 라이팅
제 3장 확실하게 전달하기 3-1 엄격한 독자가 되자
3-2 <왜>의 부족: 이유를 보충하여 주제의 위치를 명확히 한다.
3-3 <왜>를 반복하기
3-4 전체에서 상세한 것으로
3-5 조사 사용방법을 재고하자
3-6 문맥의 흐름을 좋게 하기 위해서는
3-7 배경설명은 최단경로로 줄인다
3-8 일어난 일을 시간순서대로 서술하지 않는다
3-9 애매한 표현을 피한다
3-10 수식어와 피수식어의 관계를 개선한다
3-11 주어와 술어에 관해 명심할 것
제 4장 라이팅 실기 4-1 일단 써보자
4-2 <일단 쓰기> 위한 개조쓰기 활용법
4-3 몇 번이라도 쓴다
4-4 이공계 논문 쓰는 방법
4-5 논문개요는 <기승전해결(起承転解結)>
4-6 인용하는 방법 4-7 도표 쓰는 방법
한편 후쿠치 겐타로 교수의 저서에서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새로운 정보와 연결하는 법( 2-1 기지정보에서 새로운 정보로 연결하자)을 강조한 부분은 일본의 글쓰기교육이 ‘고대 접속’을 추구한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후쿠치 겐타로는 글을 구성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독자들이 문장을 읽어나갈 때 그 전에 습득한 “기유지식(旣有知識)”을 토대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나간다고 말한다. 문장을 읽는 행위는 수동적인 행위처럼 생각되지만, 독자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동원하여 앞을 예측하며 읽기를 진행하는데,(福地健太郎, 2019: 50-51) 이는 읽기뿐 아니라 쓰기의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후쿠치 겐타로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문장을 읽을 때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하여 구체적 화제로 초점을 맞춰나가듯 글을 쓸 때에도 ‘기유지식’이 새로운 영역으로 전이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것은 곧 FYC와 그 이후의 교육과정을 연결하는 과정에도 해당한다.
[그림 1]
‘기유지식’에서 화제로 연결되는 과정에 적용한 글쓰기 교육의 전이 과정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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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차교육에서 글쓰기 교과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은 기유지식이 화제로 연결되는 것처럼 신입생의 글쓰기 교육이 신입생 이후의 교육에서 전이될 수 있는 일종의 문지방, 혹은 징검다리6)로 기능하는 데 있다. 일본의 대학들은 초년차교육이 ‘고-대 접속’의 차원에서 학습자들에게 대학 교육이 요구하는 일본어 지식을 습득하도록 하는 한편 전공 영역에서 학술적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익히도록 함으로써 신입생과 신입생 이후를 연결하는 문지방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초년차교육과 달리 우리의 FYC는 이미 이러한 단계를 지나 개별 대학들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특성을 반영한 전이의 과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FYC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전이의 과정이란 어떤 것이며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FYC 교육의 체계가 어떻게 구축될 수 있는지를 탐색해 보고자 한다.

3. FYC 교육이 담당해야 할 ‘복합적 전이’와 문턱의 크로노토프

전이(transfer) 혹은 적응(adaptation)의 문제가 최근 글쓰기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관심사로 부각되는(Chris M. Anson, 2014: 4) 까닭은 신입생 이전과 신입생 이후를 연결해야 하는 FYC 교육의 목표와 성격에 대한 제고에서 비롯되었다. 교양 기초교육의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FYC 교육은 중등교육에서 대학교육으로의 전이 문제와 대학 글쓰기 강좌에서 다양한 전공 영역의 글쓰기로 전이하는 ‘이중(二重)의 전이’(이윤빈, 2015: 108)를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되어 왔으나, 지금까지 FYC에 부여된 전이의 책무는 주로 기능 중심적인 차원에서 언급되어 온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글쓰기 교육을 둘러싼 제반 현실은 보다 다층적이며 복합적이다. 원래 교육이란 무엇이 선(good)이고, 무엇이 가능한지, 그리고 권력이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지를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으며 따라서 결코 순결한(innocent)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James Berlin, 1988: 493-494) 그렇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마치 글쓰기 교육이 순수한 이론으로 존재하며 현실과 유리된 기술처럼 통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FYC와 전이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이데올로기나 사회적 현실을 외면한 채 전이를 둘러싼 복합적인 맥락을 무시해 온 면이 있다. 그러므로 FYC 교육이 담당해야 하는 책무는 중등교육과 대학교육, 대학과 사회, 기초교육과 전공, 개인과 집단, 개별적 삶과 사회적 삶의 현실을 연계하는 ‘복합적 전이(Integrated Transfer)’의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학습전이와 FYC 교육의 문제를 보편(universal)과 특수(particular)라는 사유체계의 오랜 길항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한 한상철의 논의(2018: 379-380)는 글쓰기 교육 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글은 한상철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 담론이 아닌 개별적 특수성에 대한 강조가 글쓰기 이론과 글쓰기 주체라는 이항대립에서 벗어나 글쓰기 주체로 하여금 현실 삶의 맥락에서 유리된 개별적 주체가 아닌 학문공동체, 나아가 다양한 이질적인 공동체 속의 사회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문턱(Threshold)의 크로노토프7)로 기능해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신입생 이전과 이후를 연계하는 FYC 교육은 글쓰기에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대학에 입학한 학습자가 개별적 주체에서 사회적 주체로 성장하는 할 수 있도록 복합적 전이를 이끌어주는 경계의 문턱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FYC 교육이 학습자가 자기의 삶을 성찰하고 사회적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성장의 계기를 제공하고, 개별적 주체가 사회적 위치를 찾아나가며 집단 정체성을 지닌 사회적 주체로서 자기 목소리를 찾아나가는 분기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FYC 교육은 글쓰기 주체가 세계와 함께 성장하고, 자신 속에 세계 자체의 역사적 성장을 반영하는 문턱이자 전적으로 새로운 인간의 생성을 이끄는 경계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미하일 바흐찐, 2006: 305)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FYC 교육이 대학교육 과정에서 어떻게 현실화되어야 하는가이다. 이 글이 제시하고 있는 P대학교의 글쓰기 교육 사례는 FYC 교육 체계 구축을 위한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P대학교는 “2018-2021 교양교육과정”을 개편하면서 글쓰기 교육의 체계화를 시도한 바 있다. 이전 교육과정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2학점 2시수로 운영하던 교필 <사고와표현> 교과목을 <기초글쓰기>로 바꾸고, 기초 교양교육에 해당하는 글쓰기 교육을 학생의 성장을 고려하여 1학년 때는 기초글쓰기를, 2학년 때는 심화글쓰기를 듣는 것으로 세분화하였다. 이는 한편으론 현실적으로 이수 가능한 학점을 고려하면서 “주체적이고 합리적 사고를 하는 인간, 공감하고 소통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김화선 외, 2017: 6) 창의적 사고력과 비판적 분석력, 의사소통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글쓰기 교육 과정을 모색한 결과다. 글쓰기 영역의 학점을 4학점으로 늘리고 기초(신입생, 2학점)에서 심화(2학년, 2학점)로 연계되는 구조로 개편한 배경에는 글쓰기 교육이 기초 수준의 교육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1학년 학생들은 교필 <기초글쓰기>를 수강한 후 2학년 1학기 또는 2학기에 교필선 심화글쓰기 영역에 속하는 글쓰기 관련 교과목들 중 1과목 이상을 선택하여 수강해야 한다.
<표 2>
P대학교 “기초-심화 연계” 글쓰기 교육과정 시스템
분류 기초글쓰기 1 차 전 이 ➜ 심화글쓰기 2 차 전 이 ➜ 전공 및 교양교육
교과목 교필 <기초글쓰기> 교필선 <자기성찰글쓰기와토론> <세계시민과소통의글쓰기> <예술적상상력과글쓰기> <학술적글쓰기와프레젠테이션> <고전읽기세미나> 등 …
교과 연계 필수 활동 • 글쓰기교실 튜터들의 독서에세이 1차 첨삭
• 담당 교수자의 독서에세이 2차 첨삭
• 담당 교수자의 첨삭 지도
교과 연계 선택 활동 • 글쓰기교실 대면 상담
• 나섬인성인증 중 읽기인증(교과목 역량별로 선정한 필독서에서 3권을 읽고 워크북 작성 후 인증을 완료하면 교과목에 가산점 부여)
• 글쓰기교실 대면 상담
비교과 선택 활동 • 주시경대학생에세이대회
• 주시경대학생토론대회   …
신입생 대상 교필 교과목인 <기초글쓰기>는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읽고 이해하고 쓰는 능력을 독립된 별개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회로처럼 상호 연결된 것으로 이해한다. 이는 읽기와 쓰기를 분리될 수 없는 한 행위의 두 측면으로 인식하여 하나의 단어(‘reading-and-writing’)로 표현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오연희⋅김화선, 2017: 477-478) <기초글쓰기>의 교재(배재대학교 기초글쓰기 교재 편찬위원회, 『소통하는 글쓰기』, 인문과교양, 2018) 역시 이러한 관점에 따라 주제별로 선정된 다양한 읽을거리를 토론 주제 및 글쓰기 활동과 연계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움으로써 세상과 소통하는 대학인의 자질을 갖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P대학교에서 운영하는 FYC 교육의 특징은 첫째, 기초-심화로 연계되는 교과과정이 기초교육에서 세분화된 역량을 강화하는 심화교육으로 전이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8), 둘째 읽기-쓰기를 연계한 글쓰기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 셋째로 <기초글쓰기> 수강생들이 작성한 독서에세이의 1차 첨삭을 맞춤 교육을 받고 선발된 학부생 튜터가 담당하는 온라인 튜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 넷째로 교과 연계 읽기인증과 연계하여 읽고 생각하고 쓰는 능력을 함양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실천형 비교과 활동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기초글쓰기>의 필수 과제인 독서에세이의 첨삭 지도는 글쓰기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인 재학생들 중에서 글쓰기교실 튜터를 선발하여 학기 중과 방학을 이용하여 튜터 교육을 실시한 후 <기초글쓰기> 수강생들의 독서에세이를 첨삭하는 1차 첨삭과 교과목 담당 교수자의 2차 첨삭으로 이루어진다.9) 온라인 튜터링은 독서에세이를 작성하는 튜티와 튜터가 ‘공유하기’(피터 엘보, 2014: 60-65)를 경험하며 타자의 목소리를 듣고 자기 목소리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경험하며 튜터와 튜티들은 담화공동체 속의 타자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정립해나갈 수 있다.
신입생들이 개별적 주체에서 사회적 주체로 성장해나가도록 이끌어 주는 일련의 교육과정은 에세이대회 및 토론대회와 같은 비교과 활동과 더불어 교과 연계 선택활동으로 실시되고 있는 읽기인증 프로그램으로 체계화되어 있다. P대학교가 개설된 전체 교양교과를 대상으로 ‘1교양교과 1인증’으로 운영하는 나섬인성인증제는 읽기인증과 문화예술인증, 봉사인증, 체험인증, 융합인증으로 구성된 실천적 프로그램으로 교양교과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인증에 참여하면 학점에 5% 가산점을 부여한다. 이 가운데 <기초글쓰기>는 읽기인증과 연계되어 운영되고, 심화글쓰기 영역의 교과목들은 개별 교과목들의 역량을 함양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인증과 각각 연계되어 있다. 인증을 신청한 학생들은 주시경교양대학 산하 나섬인성교육센터에서 관리하는 온라인 인증 시스템을 이용하여 인증별로 3회씩 활동을 한 후 워크북을 작성한다. 교양교과와 연계하여 진행하는 인증제나 비교과 활동들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실천적 행위가 결국은 담화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자들과 소통하며 자신과 공동체를 성찰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깨닫도록 해준다. 이는 편의상 1차 전이와 2차 전이로 표현하였으나 글쓰기 교육이 강의실뿐 아니라 대학이라는 공간, 더 나아가 사회로 전이될 수 있도록 이론과 실제 삶을 잇고 개인들이 타자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나는 경험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즉, FYC 교육을 신입생이라는 특정 시기를 분리해 낸 교육이 아니라 생애 주기가 이어지며 지속적으로 변환하는 분절(分節)로 이해하고, 신입생 대상 <기초글쓰기> 교육을 신입생 이후의 교육과 연계함으로써 강의실과 삶의 현장을 접속시키려 한 것이다. 보다 다층적인 차원에서 기초와 전공, 개인과 공동체, 이론과 현실이 연결될 때 FYC 교육은 복합적 전이를 일으키는 문턱으로 기능하고 개별 학습자들이 성숙한 인간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 결론: N개의 글쓰기‘들’을 위하여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의사소통이란 생각이나 능력이 서로 통하는 것을 이른다. 소통은 주체가 타자와 메시지를 공유할 때 가능하며 소통의 현장에 해당하는 맥락을 사유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날,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야 하는 글쓰기교육이 당면한 현실은 지식을 표현하는 숙련된 기술자를 양성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체제비판적인 태도로 오해받고,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지배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태도가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포장되는 상황에서 ‘너의 생각, 너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묻는 교육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자신의 입장을 정하지 않고 글을 쓰는 행위는 자기 목소리를 숨기고 사회가 보편적이라고 인정해주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일로 전락하게 된다.
글을 쓰는 행위는 타자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행위이며, 타자들의 목소리와 변별되는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합리성과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개인들을 파편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의 커튼을 걷고 사회적 자아로서 자신의 집단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성장의 여정이 곧 글쓰기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근거한다면, 글쓰기교육, 특히 FYC 교육은 하나의 답을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성장의 문턱으로 기능해야 한다. 그리하여 100명의 학생이 존재한다면 저마다 100개의 글쓰기를 실천해가는 ‘-되기(Becoming)’의 글쓰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 삶의 양태가 자기 목소리를 찾는 여정에 녹아들고 타자들의 공동체에서 자기 관점을 갖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때에 글쓰기교육은 존재의 변환을 유도하는 실용성을 담보할 수 있다. 도쿄공업대학교의 동료 교수와 미국의 하버드대학교와 MIT, 웰즐리대학 등을 시찰하고 온 이케가미 아키라(Ikegami Akira: 池上彰) 교수가 “바로 도움이 되는 것은 세상에 나가서 바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실은 긴 안목에서 보면 도움이 된다”(池上彰, 2014: 30)며 진정한 실용성을 강조한 이유를 우리는 기억해야 하리라.
그리고 이 글에서 제시한 P대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FYC 교육과 그 이후로 연계되는 글쓰기 교육과정은 학생이 공동체 안의 타자들과 공유하며 자신의 언어를 찾아나가도록 온라인 튜터링과 나섬인성인증제, 비교과 활동 등과 접목시킴으로써 복합적 전이를 도모하는 경계를 넘는 문턱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본의 사례에서 살펴본 ‘고-대 접속’은 신입생 이전과 그 이후까지 지속적으로 이행되는 성장의 스토리를 꿈꾸는 삶으로서의 글쓰기로 접목될 때 비로소 바람직한 실용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Notes

1) 국내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을 참조할 것. 김현정, 「국내 주요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표와 내용」, 『리터러시연구』 9권 1호, 2018.

2) 이와 관련해서는 정희모(2015), 「대학 글쓰기 교육의 목표 설정과 지식 정보화 시대의 대응」, 『이화어문논집』 제36집과 이윤빈(2014), 「미국 대학 신입생 글쓰기(FYC) 교육의 새로운 방안 모색」, 『국어교육학연구』 제49집 제2호를 참조할 것.

3)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의 보고서와 논문 작성법 등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술적 글쓰기를 습득하는 <초년차교육(初年次敎育)>이라는 교과목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2014년도를 기준으로 96.1%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써 대다수의 일본 대학들이 <초년차교육> 교과목을 통해 학술적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牧恵子(마키 게이코), “「レポートを書くこと」と「読むこと」の再定位 ―大学初年次生の困難さから(‘리포트를 쓰는 것’과 ‘읽는 것’의 재정립 -대학 초년차생의 어려움에 주목하여)”, 『愛知教育大学大学院国語研究』 25巻, 60쪽 참조.

4) 이와 관련하여 다음의 논의를 참고할 수 있다. 渡辺哲司(와타나베 데쓰지), 「書くのが苦手」をみきわめる -大学新入生の文章表現力向上をめざして(‘쓰는 것의 어려움’을 알아 내기 -대학 신입생의 문장 표현력 향상을 목표로)」, 学術出版会、2010. 島田康行(시마다 야스유키), 「書ける」大学生に育てる -AO入試現場からの提言(‘쓸 수 있는’ 대학생으로 키운다 -AO입시현장으로부터의 제언)」, 大修館書店, 2012. 山本裕子(야마모토 유코), 「日本人大学生の「書く力」の発達に関する縦断的研究 -小論文に見られる特徴から(일본인 대학생의 ‘쓰는 힘’의 발달에 관한 종단적 연구 -소논문에서 볼 수 있는 특징에 주목하여)」, リメディアル教育研究、8巻1号、101-116쪽. 中園篤典(나카소노 아쓰노리), 「型に合わせてレポートを書かせる指導の方法とその効果の検証(틀에 맞추어서 리포트를 쓰게 하는 지도방법과 효과 검증)」、リメディアル教育研究、11巻1号、2016, 76-90쪽.

5) 이 그림은 후쿠치 겐타로의 저서 51쪽에 표현된 그림을 참고하여 초년차교육 중 FYC 교육의 전이 과정과 연계의 문제를 표현해 본 것이다.

6) 이희영은 대학 교양 글쓰기의 책무가 대학 이전의 글쓰기에서 대학의 전공 글쓰기로, 수동적 주체에서 능동적 주체로, 개인에서 담화공동체로 이행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희영, 「표현주의와 인지주의의 통섭적 글쓰기 연구 -대학 교양 글쓰기 교육을 중심으로」, 배재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15, 22~24쪽 참조.

7) 여기서 말하는 ‘문턱’은 FYC 관련 논의에서 통용되고 있는 ‘문지방’과 같은 Threshold의 번역어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의 FYC 교육 관련 논의에서 언급되는 ‘문지방’의 개념과 변별성을 두기 위해 바흐친의 입장을 반영한 ‘문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문턱의 크로노토프에 대해서는, 미하일 바흐찐, 전승희 역, 『장편소설과 민중언어』 창작과비평사, 1998, 456쪽 참조.

8) 심화글쓰기 영역의 교과목은 기본적으로 P대학교가 함양하고자 하는 5대 역량(행동인성, 자유감성, 자립지성, 공감소통, 도전수행) 중 각 교과목이 추구하는 대표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과 방법론으로 구성되었다. 예컨대, <자아성찰글쓰기와토론>은 인성 역량, <세계시민과소통의글쓰기>는 소통 역량, <고전읽기세미나>는 지성 역량, <예술적상상력과글쓰기>는 감성 역량, <학술적글쓰기와프레젠테이션>은 수행 역량을 대표 역량으로 설정하여 수업 내용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9) 이와 관련한 연구로 다음을 참조할 수 있다. 이희영⋅김화선, 「학생 동반 성장을 위한 온라인 글쓰기 튜터링 -배재대학교 글쓰기교실 사례를 중심으로」,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제19권 제4호, 2019. 1차 첨삭을 담당한 튜터의 몫은 수강생이 작성한 글을 첨삭⋅지도하는 입장을 지양하고 충실한 독자가 되어 수강생의 목소리를 ‘잘 들어주기’를 실천하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튜터와 튜티가 동반 성장을 하는 데 온라인 튜터링을 운영하는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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