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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General Edu > Volume 14(6); 2020 > Article
미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 현황과 그 시사점

초록

미국 대학의 교양 교육과정에서 글쓰기 교육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글쓰기 교육은 물론 기초교육 전반의 효과성에 대해서 꾸준히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미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의 현황과 문제를 짚어보고, 최근 그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노력과 접근방법이 제시되고 실행되어 왔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그 과정에서 대학 유형별로 몇몇 대학의 글쓰기 교육과정을 분석해보고, 전공연계글쓰기(WAC), 글쓰기집중교과목(WI), 학습연계글쓰기(WTL) 등의 다양한 시도에 대해 검토해 본다. 미국 대학의 사정을 분석해 봄으로써 여전히 충분치 않은 한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의 현실에 대해서 되짚어 보고, 현상태의 문제를 보완하고 글쓰기 교육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전공연계글쓰기의 도입을 제안한다.

Abstract

Writing education has a long history within the general education curriculum in US colleges and universities. Nevertheless, an influential study shows that about half of all university students fail to demonstrate competent writing skills. In this study, I examine the writing curricula of some US universities that belong to different categories, and try to figure out how US universities are attempting to cope with the problem. I do so by employing various approaches in liberal education, such as writing across the curriculum, writing intensive courses, and writing to learn courses. For I believe this analysis can be applied to Korean higher education as well, wherein writing education is minimally reflected in its own curriculum. Furthermore, I propose that universities in Korea will also benefit greatly by introducing various forms of WAC(writing across the curriculum).

1. 들어가는 말

미국에는 약 4,500여 개의 고등교육기관, 이른바 대학이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대학의 수가 339개인 것과 비교하면1), 미국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이 있는 셈이다. 미국의 인구는 한국보다 6배 정도 많지만 대학 수는 무려 10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대학의 수도 많을 뿐 아니라 운영에서도 다른 나라들과 몇몇 다른 특징을 보이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학을 교육부와 같은 중앙정부 기관이 통제하지 않고 국가 또는 지역 단위에서 독립적인 인증기구에 의해 다양한 인증제를 통해 관리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2) 그러다보니 설립목적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대학들이 공존하고 있다. 데릭 복(Derek Bok)에 따르면, 연구중심대학(research universities), 종합대학(comprehensive universities), 리버럴아츠칼리지(four-year colleges), 커뮤니티칼리지(community colleges), 영리목적대학(for-profit institutions) 등 크게 5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Bok, 2003: 9-14).3)
이렇게 다양한 유형의 대학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특이하지만, 진정 흥미로운 점은 이 다섯 유형 중 평생교육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대학으로 보기 어려운 영리목적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유형의 거의 모든 대학들은 교육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교양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양교육의 일부로 글쓰기 교육을 필수 교과목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건 박사과정까지 개설하는 연구중심대학이건 전공과 관계없이 폭넓은 교양교육을 제공한다는 점과 법학, 의학 등의 전문교육은 4년간의 학부교육이 끝난 후에 시작한다는 점은 미국 대학을 유럽의 대학과 차별화하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학이 전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는 주요 요인으로 다양성, 자율성, 실용성을 들고 있다(이성호, 2005). 미국 대학 정책이 중앙정부에 의해 주도되지 않고 대학 자율에 맡겨져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많은 대학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대학 경쟁력 향상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는 많은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것 역시 미국의 독특한 문화가 갖는 장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대학 교육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학문의 기초를 두루 공부해 볼 수 있도록 제도화 한 교양교육 시스템이 실용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작용하고 있음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영리목적대학을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거의 모든 대학들이 졸업이수학점의 약 30% 또는 그 이상을 교양에서 이수하도록 제도화하고 있으며, 글쓰기 과목 역시 예외 없이 최소 1~2과목에서 많게는 5~6과목까지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논자는 미국 대학의 경쟁력의 원천을 자율성 및 다양성과 더불어 다른 어느 나라의 대학에서도 볼 수 없는 충실한 교양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중에 보이겠지만 교양교육 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은 대학교육이 요구하는 학생들의 역량향상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 충분조건인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교양교육 중에서도 글쓰기 교육이 어떠한 양상으로 실시되고 있는지를 미국 대학들의 유형별로 사례들을 제시하고, 그를 통해 한국 대학의 교양교육 운영 및 개선에서 참고할 점이 무엇인지 진단해보고자 한다.

2. 미국 대학의 유형별 글쓰기 교과 이수체계

2.1 연구중심대학

앞에서 제시한 미국 대학의 5개 유형 중에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유형은 연구중심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약 200여 개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개설하며, 대개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을 갖추고 있다. 상위 60여 개의 대학은 전 세계적으로 대학의 학문 발전을 주도하고 있으며, 입학조건이 매우 까다롭다(Bok, 2013: 10). 미국 전체 고등교육 기관 중에서도 소수에 속하기 때문에 이들 대학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미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결코 미국 대학의 평균적인 교육모델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 대학이 미국의 엘리트 교육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교양교육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표 1>에 제시한 다섯 개의 주요 연구중심대학들은 임의로 선택한 것임에도 이들 대학에서 졸업에 필요한 이수학점 중 교양과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30%에서 많게는 45%에 달했으며, 이 비율은 미국 내 다른 유형의 대학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즉 대학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대학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교육의 1/3 이상을 교양교육에 할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글쓰기 과목은 평균 2과목 정도를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표 1>
미국 연구중심대학 글쓰기 교과 이수체계의 주요 사례
대학 글쓰기 이수요건 과목 성격
프린스턴 1과목 • 1학년 글쓰기 세미나(WI) WAC: 주제 중심의 학술적 글쓰기
• 과목명 예: “게이미피케이션”, “음식의 미래”, “포스트휴먼”
예일 2과목 • 학술적 글쓰기
• 글쓰기집중 과목(WI)
• 학생 선택에 따라 영문과 개설 학술적 글쓰기와 전공별 개설과목(WAC) 중 2과목 수강
미네소타 5과목 • 1학년 글쓰기: 1과목 • 대학 수준 기초 글쓰기 기법 학습
• 글쓰기집중(WI): 4과목 • WAC: 2개는 고학년, 그중 1개는 학생의 전공 내에서 수강
펜 스테이트 3과목 • 1학년: 말하기⋅글쓰기 3과목 • “수사법과 작문”, “효과적 글쓰기: 인문학”, “효과적 말하기”
• WAC 1과목 • WAC: 전공별 개설 과목 수강
버지니아 2과목 • 1학년 글쓰기: 1과목 • 문해력 향상을 위한 “글쓰기와 비판적 탐구”
• 2~3학년 WAC과목: 1과목 • WAC: 전공별 개설과목 수강
연구중심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 대학이 최상위권 대학임을 염두에 두고 글쓰기 교육과정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대체로 1학년에 대학에서 필요한 글쓰기의 기초 및 학술적 글쓰기에 관한 과목을 1과목 수강하도록 하고 있는 것 외에 졸업 전까지 글쓰기 관련 교과목을 추가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린스턴(Princeton University)을 제외한 네 개 대학 모두는 영문과에서 개설하는 학술적 글쓰기 과목을 기본 이수하게 되어 있고, 추가로 이른바 전공연계글쓰기(WAC, Writing across the Curriculum) 과목 이수가 졸업요건으로 되어있다.4) 이때 전공연계글쓰기 과목은 대체로 각 전공학과에서 개설하며, 글쓰기집중교과(WI, Writing Intensive)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5) 프린스턴은 수사법 위주의 작문 수업이 필수가 아니며, 대신 글쓰기센터에서 개설하는 주제 중심의 “글쓰기 세미나”를 필수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1학년 작문과목을 필수로 이수하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와 프린스턴 대학처럼 영문과나 다른 개별 학과가 아닌 글쓰기센터가 글쓰기 교육 경력이 있는 박사학위를 소지한 비정년트랙 교원과 강사를 채용하여 주제 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있다.6) 그러나 그런 논란을 떠나 현재 미국의 연구중심대학들은 대부분 전공연계글쓰기 형태의 글쓰기 교육을 졸업 요건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경향이 다른 유형의 대학들에도 나타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2.2 종합대학

대부분 19세기 말에서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등장한 종합대학은 대단위 학부교육 중심의 주립 및 사립대학으로 연구 기능도 일부 수행하고 있다. 그 숫자는 700개 이상이며, 대학 내에 기숙하지 않고 통학하는 학생도 많고, 시간제 학생이나 35세 이상의 성인 학생 등 전통적인 대학생이 아닌 경우도 많다. 지원자의 대부분이 입학 허가를 받을 정도로 입학하기가 수월하며, 따라서 연구중심대학 입학생보다 고등학교 성적이나 SAT 점수가 현저히 낮다. 상당수의 종합대학은 테크니컬 칼리지나 교사양성학교에서 종합대학으로 변모했다(Bok, 2013: 10).
앞에서 살펴본 세계 대학교육을 선도하는 몇몇 대학의 사례도 반드시 참고해야겠지만,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미국 대학 모델은 지금 다루고자 하는 종합대학이다. 그 이유는 일단 그 수가 연구중심대학에 비해 3.5배 이상 많을 뿐 아니라, 고등학교 성적이 중위권인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대학이면서도 매우 짜임새 있고 강화된 교양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도 203개의 4년제 대학 중 학사⋅석사⋅박사과정을 아우르는 연구중심대학은 지역 거점국립대학을 포함하여 20개 정도로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실제로 국내에서 다수의 박사들을 배출하는 대학들로 범위를 좁히면, 그 수는 10여 개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대학원이 활성화 된 연구중심대학이 아닌 학부교육 중심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학의 글쓰기 교육 양상을 살펴보고 참고하고자 할 때에도 대학 유형과 관련된 측면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 나라에서 상위 5~10%에 해당하는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이 담당하는 기능과 중위권 기관의 기능이 같지는 않을 것이며, 중위권 기관에 적합한 글쓰기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종합대학들이 글쓰기 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참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표 2>에서 나타나듯이 종합대학 유형의 몇몇 대학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글쓰기 교과 역시 최소 2과목에서 많게는 6과목까지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하도록 제도화 되어있어서 연구중심대학과 글쓰기 교육의 양적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글쓰기 요건을 보면 <표 2>에 제시된 다섯 대학 모두 영작문 과목을 2개 의무 이수하도록 되어 있고, 볼 스테이트 대학(Ball State University)과 센트럴 미시건 대학(Central Michigan University)은 글쓰기집중교과를 각각 1과목과 4과목 추가로 이수하게 되어 있다. 특히 센트럴 미시건의 경우 4개의 글쓰기집중교과 중 2개는 전공 내, 2개는 교양에서 이수해야 한다. 조사한 대학 수가 다섯 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적어도 위의 사례들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일부 종합대학들(센트럴 오클라호마, 이스턴 일리노이, 미시시피 스테이트)은 기초글쓰기와 학술적 글쓰기로 대표되는 두 개의 글쓰기 과목을 필수화하여 운영하고 있고, 일부 종합대학들(센트럴 미시건, 볼 스테이트)은 그러한 작문 과목 2개 외에 추가로 글쓰기집중 교과를 졸업요건으로 정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 2>
미국 종합대학 글쓰기 교과 이수체계의 주요 사례
대학 글쓰기 이수요건 과목 성격
센트럴 미시건 6과목 • 1학년 작문: 1과목 • 기초 글쓰기 기법 학습
• 중급 작문: 1과목 • 전공학습을 위한 학술적 글쓰기
• 글쓰기집중(WI): 4과목 • 교양과 전공에서 각각 2과목 이수
센트럴 오클라호마 2과목 • 작문: 1과목 • 기초 글쓰기 기법 학습
• 작문과 연구: 1과목 • 학술적 글쓰기
볼 스테이트 3과목 • 작문: 1과목 • 기초 글쓰기 기법 학습
• 작문 연구: 1과목 • 학술적 글쓰기
• 글쓰기집중(WI): 1과목 • WAC: 전공별 개설과목 수강
이스턴 일리노이 2과목 • 작문I: 비판적 읽기와 글쓰기 • 기초 글쓰기와 읽기 학습
• 작문II: 논증과 비판적 탐구 • 학술적 글쓰기
미시시피 스테이트 2과목 • 작문I • 기초 글쓰기 학습
• 작문II • 학술적 글쓰기
어떻든 이들 종합대학들은 주요 연구중심대학과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수학에 필요한 기본적인 문해능력 및 글쓰기 역량 향상을 위한 기초 글쓰기 과목들을 필수 이수하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전공연계글쓰기(WAC) 프로그램 역시 졸업요건으로 도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작문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학문 분야와 연결된 읽기와 쓰기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학 교육에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2.3 리버럴아츠칼리지

리버럴아츠칼리지는 재학생 수가 2천 명 정도의 소규모 기숙형 대학으로 대다수가 사립이며 그 수는 약 1,000개에 달한다. 백 년 전만 해도 거의 대부분이 리버럴아츠 교과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는데, 최근에는 전문⋅직업 교과에 의해 잠식당하는 경향이 있다.7) 미국 대학교육의 원형에 해당하는 이들 리버럴아츠칼리지 중 윌리엄스 대학(Williams College)이나 앰허스트 대학(Amherst College)과 같은 최상위권 대학들은 여전히 리버럴아츠 교과만을 가르치는 전통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학부교육을 제공하고 있다(Bok, 2013: 11).
리버럴아츠칼리지의 특징이 리버럴아츠 전공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들 대학이 교양과목을 두루 교육한다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배분이수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하나의 전공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학문을 경험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8) 그리고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1학년에 별도의 영작문 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하지 않고, 전공연계글쓰기(WAC) 성격의 글쓰기집중교과(WI)를 2과목 정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 중 첫 번째 글쓰기 과목은 신입생 세미나 과목인데, 신입생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하는 리버럴아츠칼리지의 특성 상 이러한 세미나 과목은 전공을 가로지르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포모나 대학(Pomona College)의 “비판적 탐구 세미나”, 칼튼 대학(Carleton College)의 “논증과 탐구 세미나”가 그런 사례들이다.
<표 3>에 제시된 대학 중 윌리엄스와 웰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을 제외하고는 1학년에 개설되는 전공연계글쓰기 세미나 과목을 이수한 후에 추가로 글쓰기집중 교과를 1개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칼튼 대학은 두 과목의 전공연계글쓰기 교과목 이수 후에 별도의 글쓰기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것이 졸업요건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처럼 리버럴아츠칼리지 역시 교양교육과정의 일부로, 또 졸업필수요건의 하나로 학생들의 글쓰기 역량 향상을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앞에서 종합대학들이 주로 기초 영작문 과목들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는 반면, 리버럴아츠칼리지들은 전공을 가로지르는 성격의 1학년 세미나를 개설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표 3>
미국 리버럴아츠칼리지 글쓰기 교과 이수체계의 주요 사례
대학 글쓰기 이수요건 과목 성격
윌리엄스 2과목 • 글쓰기집중(WI): 2과목 • WAC: 전공별 개설과목 수강
• 2학년까지 1개, 3학년까지 1개
포모나 2과목 • 1학년 비판적 탐구 세미나 (WI) • 과목명 예: “색채와 그 영향”, “과학과 공공보건”, “상상의 도시”
• 글쓰기집중(WI): 1과목 • WAC: 전공별 개설과목 수강
칼튼 2과목 • 1학년 논증과 탐구 세미나(WI) • 학과별 개설 주제중심 기초 과목
• 글쓰기집중(WI): 1과목 • WAC: 전공별 개설과목 수강
• 글쓰기 포트폴리오 제출 • 비교과 졸업요건
웰즐리 1과목 • 1학년 글쓰기: 1과목 • WAC: 학문 분야별 주제 중심 기초 과목
미들베리 2과목 • 1학년 세미나(WI) • 주제 중심 기초 과목: “사랑과 우정”, “사회학과 유토피아”,“호모 에코노미쿠스”, “반영웅”
• 글쓰기집중(WI): 1과목 • WAC: 전공별 개설과목 수강

2.4 커뮤니티칼리지

커뮤니티칼리지는 2년제 대학으로 그 수는 1,000개가 넘으며, 95% 이상이 공립이다. 미국 전체 대학(학부)생의 40% 정도가 커뮤니티칼리지 학생인데, 그 중 약 60%는 시간제 학생이고 80%는 직장인이다. 직업교육 2년 이수 후 취업하는 학생과 2년 수료 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으로 나뉜다(Bok, 2013: 11-12). 2년제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학생들은 상당한 비중의 교양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글쓰기 과목 역시 2과목이 필수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칼리지라고 해서 교양교육이 소홀히 취급되지 않는 이유는 커뮤니티칼리지가 4년제 대학으로 가는 하나의 채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에서 어떤 유형의 대학이건 대학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교양교육을 기본으로 하며 그 중에서도 읽기와 글쓰기 같은 문해력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9)

3. 교양교육과 글쓰기 교육

대학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든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학습성과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대학에서 개설되는 전공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전공과정마다 학습성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전공 특화된 학습성과를 떠나 대학을 나왔다면 누구에게나 기대할 수 있는 학습성과가 있을 것이다. AAC&U (Association of American Colleges and Universities)는 인문⋅자연 세계의 지식, 지적⋅실천적 역량, 개인적⋅사회적 책무, 통합⋅응용 학습 등 네 개의 범주 아래 10여 개의 필수학습성과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지적 역량으로 탐구와 분석, 비판적⋅창의적 사고, 글쓰기⋅말하기 역량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들은 기초⋅교양교육을 통해서 가장 잘 계발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10)
그런 점에서 교양교육과 글쓰기 교육이 체계화되어 있는 미국 대학들은 그러한 필수학습성과에 있어서 어느 정도 긍정적인 성취를 이루고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글쓰기 교육은 단지 글쓰기 역량만 관계된 것이 아니다. 글쓰기는 읽기와 연결되고, 사고력과도 연결되어 있다. 아무 글이나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교양교육이 다루는 내용(인문, 사회, 자연)을 읽고, 사고하고, 쓰는 교육은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비판적 사고력, 복잡한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애럼(Richard Arum)과 록사(Josipa Roksa)의 연구는 미국 대학생들의 경우 비판적 사고, 분석적 추론, 글쓰기 분야에서 4년 동안 역량 향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냈다(Arum & Roksa, 2011). 이 연구는 다양한 유형의 대학에서 2천 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학습평가 CLA(Collegiate Learning Assessment)의 결과와 학업성적표 등을 연구하여 대학에서 학생들의 고차원 인지 역량이 얼마나 향상되는지를 보았다. 그 결과 (글쓰기를 포함한 교양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학 첫 2년간의 학습에서 45%의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 복잡한 추론, 글쓰기 역량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향상을 보여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갈수록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 대학에 가는 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그 중 다수는 대학에서 습득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고차원 인지 역량에서 얻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사실로부터 미국 대학생들의 다수는 “학문적 표류 상태”에 있다는 암울한 진단 결과를 보게 된다(Arum & Roksa, 2011: 121).11)
앞에서도 보았듯이 교양교육 체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잘 갖추어져 있는 미국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교양교육과 글쓰기 교육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여겨지는 고차원 인지 역량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거의 모든 대학이 글쓰기 과목을 2개씩 필수로 이수하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쓰기 역량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이미 개설되고 있는 글쓰기 과목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아니면 2과목의 글쓰기 과목 이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애럼과 록사는 학습량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있다. 학생들의 교실 밖 공부 시간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주 당 공부시간이 12시간에 지나지 않았고, 37%는 주 당 5시간에도 미치지 않았음에도 좋은 학점을 얻거나 졸업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50%의 학생들은 학기 당 20페이지 이상의 글쓰기와 주 당 40페이지 이상의 읽기 과제가 부과된 과목이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다. 물론 입학이 까다로운 대학일수록 읽기 및 글쓰기 과제를 경험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대학보다 높기는 했다.12) 그러나 대학의 유형이나 입학의 까다로운 정도와 관계없이 교수의 학생들에 대한 높은 기대 수준, 그리고 상당량의 읽기 및 글쓰기 과제가 부여되는 수업의 수강 여부가 고차원 인지 역량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결국 교양교육과정이 잘 짜여 있어야 한다는 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애럼과 록사는 읽기와 쓰기 과제를 통한 충분한 학습량과 교실 안팎에서 교수와 학생 간의 학문적 상호작용이 역량 향상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Arum & Roksa, 2100: 93-96).
앞에서 보았듯이, 다수의 연구중심대학과 리버럴아츠칼리지에서는 기초적인 글쓰기 수업 외에 모든 학생들이 글쓰기집중 과목을 1~2개 정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 이 범주에 드는 대학들은 입학이 매우 까다로운 대학들로서 읽기와 글쓰기가 수업 외 과제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입학이 까다로운 대학에서도 학부생들의 역량 향상과 관련된 문제가 있지만) 아마도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유형의 대학은 미국의 고등교육에서 상당히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종합대학들일 것이다. 이들 대학은 <표 2>와 같이 1학년 글쓰기 과목 2개 이수만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을 넘어서 글쓰기집중 교과를 추가 이수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1학년 글쓰기 외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엄격하게 진행되는 글쓰기집중 교과를 더 많이 이수한다면 비판적 사고와 더불어 글쓰기 역량이 향상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결국 대학에 갓 들어온 학생들의 준비된 정도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1학년에 듣게 되는 기초 글쓰기나 학술적 글쓰기 과목은 대체로 글쓰기 역량 향상을 위한 필요조건일 수는 있어도 충분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1학년 글쓰기를 넘어 4년간의 대학교육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과정이 반복해서 제공될 때 글쓰기 역량, 비판적 사고력, 복잡한 추론 능력은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러한 조건은 아마도 도구적 과목인 글쓰기 기법(Learn to Write)과 관련된 성격의 과목을 넘어서 학습연계글쓰기(Writing to Learn)가 포함된 이른바 전공연계글쓰기(WAC) 과목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충족될 수 있을 것이다.

4. 한국 대학 글쓰기 교육의 취약성 및 보완 가능성

위 2절에서 살펴 본 미국 대학들이 평균적으로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글쓰기 교과과정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학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미국 대학의 평균적 수준보다 못한 글쓰기 교육을 제공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에서 표준적으로 요구하는 글쓰기 필수 이수요건(3학점짜리 2과목)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의 대학들이 수두룩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구중심대학과 동일한 레벨에서 비교 가능한 한국의 20개 정도의 상위권 대학에서도 글쓰기 과목은 1과목만 필수 이수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13) 결국 학생 입장에서 1학년 글쓰기에서조차 글쓰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그리 많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1학년 과정을 이수한 후에 글쓰기집중 교과가 광범위하게 개설되는 것도 아니다. 전공연계글쓰기(WAC)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지만, 대학 차원의 광범위한 글쓰기집중 교과(WI) 또는 전공특화글쓰기(WID)를 도입한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14)
앞에서 보았듯이 수업에서 부과되는 읽기와 글쓰기 과제의 양이 고차원 역량 향상과 상관관계를 지닌다면, 한국 대학생의 학습성과는 아마도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닐 것이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도 교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흐름은 최근 10년 사이의 변화이며 그나마 전공 중심의 교육 체제가 굳건한 한국 대학에서는 교양 강화, 특히 글쓰기 교육 강화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저항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부실한 교양교육, 그리고 최소한의 글쓰기 교육만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많이 읽고,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많이 갖고, 그러한 생각의 결과를 많이 써보도록 하는 교육, 즉 학생들의 고차원 인지 역량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고등교육계에 충격을 안겨준 『학문적 표류』에 제시된 혁신 방안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눈여겨 볼만하다. 애럼과 록사는 먼저 대학을 이끄는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 학부교육이 향상되려면 대학들은 학습하는 문화(a culture of learning)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쉽지 않으며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과정도 아니다. 이것은 총장, 학장, 처장, 그리고 이러한 목적에의 헌신을 보여주는 사람을 포함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리더가 그렇게 하고자 할 때, 학생 성공은 대학의 우선순위가 된다.” 학생 성공, 특히 학습을 우선순위로 만드는 것은 미래의 행동에 대한 지침과 초점을 제공한다. (Arum & Roksa, 2011: 127)

위에 제시된 리더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대학을 바라본다면, 단지 대학에서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장 뿐 아니라 보직을 담당하는 교수들, 그리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이른바 리버럴아츠가 아닌 분야에 종사하는 교수들에게도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많은 경우 총장은 각자의 전공분야를 가르치던 교수 중에서 나오게 되므로, 지금 각 분야에서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이 교양은 물론 글쓰기 교육에 공감하는 문화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모든 책임을 총장의 리더십에만 돌릴 일도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스템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 없이 교수자 각자가 수업을 통해서 학문적 요소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면서 학생들의 학습성과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애럼과 록사가 제시하는 방안은 단순하다. 공부에 쏟는 시간을 늘리고, 교수자는 학생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고, 일정 수준의 읽기와 글쓰기가 요구되는 과목을 운영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복잡한 추론, 글쓰기 역량은 향상될 것이다(Arum & Roksa, 2011: 129-130).
물론 이 역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내 많은 대학들이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교수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수업 시수의 부담을 갖게 하고 있으며, 연구중심대학은 소수임에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교수들의 업적평가에 연구업적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 현실, 그리고 다수의 교양과목 특히 글쓰기 과목은 전임교수들의 몫이라기보다는 강의전담교수나 강사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무조건 교수들에게 교육의 질을 책임지라고 강요하기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대학들은 대학혁신사업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며, 굳이 예산이 들지 않더라도 제도적 차원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다.

5. 나가는 말

미국 대학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대학들이 글쓰기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적지 않은 장애가 앞에 놓여있지만, 논자는 한국 대학의 경쟁력은 물론 대학생들의 학습성과와 고차원 인지 역량의 향상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먼저 대학 특성에 따른 전공연계글쓰기(WAC)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미 전공연계글쓰기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글쓰기집중(WI) 교과를 도입하고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제안이 있었다(원만희, 2010). 아무래도 단순히 기초글쓰기를 넘어서 수업에서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방식으로 글쓰기 역량을 비롯해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려면 글쓰기집중 교과를 도입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의 전공마다 글쓰기집중 교과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므로, 여러 미국 대학의 사례에서 보듯이 졸업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교양에서라도 1과목 이상 글쓰기집중 교과를 이수하도록 한다면, 교양교육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중심대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상위 20개 대학이라면,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 하듯이 학문 주제 중심의 1학년 세미나 형태로 글쓰기집중과목을 필수 이수하게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15)
그러나 당장 글쓰기집중 교과 도입조차 쉽지 않은 일이라면 전공연계글쓰기의 한 요소라 할 수 있는 학습연계글쓰기(WTL, Writing to Learn) 교과 도입을 우선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16) 학습연계글쓰기는 글쓰기가 학습효과를 향상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수업 안팎에서 비형식적인 방식으로 짧더라도 수업의 주제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 그에 대해 써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수업형태이다. 일단 평가를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평가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따라서 글쓰기를 일종의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학습 과정의 하나로 인식하게 된다. 또한 교수자 측면에서도 일일이 첨삭을 하거나 점수를 매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통상적인 글쓰기(Learn to Write)수업이 주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최근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나 문제기반학습(PBL) 수업이 대학마다 경쟁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큰 비용이 들지 않는 학습연계글쓰기(WTL) 교과를 혁신적인 교수학습법의 하나로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17)
다음으로 글쓰기센터의 역할 강화가 요구된다. 학생들의 글쓰기 역량 향상이 결국 학생들이 대학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학습성과 중의 하나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글쓰기센터는 교수학습센터에 버금가는 중요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한국 대학에서 전공연계글쓰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글쓰기센터가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에게 글쓰기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교수법을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글쓰기집중 교과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기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인식 제고가 선행되어야 하며, 각 대학의 글쓰기센터들 간의 연대도 중요하다. 그래서 임선애(2017)의 제안처럼 대학 글쓰기협의회 구성을 통해 대학 간의 글쓰기 프로그램 정보를 교환하고 상호 지원하는 협력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으며, 교육부에서는 국가 차원의 글쓰기센터 설립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의 글쓰기센터가 멀고도 높은 이상이라면, 현재의 여건에서 글쓰기 교육을 대학교육의 중요 의제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3년 미국의 대학 총장, 보직자, 교수, 교사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 글쓰기 위원회(The National Commission on Writing)가 글쓰기를 국가적 어젠다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한 보고서 『방치된 ‘R’ - 글쓰기 혁명의 필요성』(The Neglected “R” - The Need for a Writing Revolution)18)을 미 의회에 제출한 것은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는 대교협 부설기구인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적어도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의 획기적인 전환을 위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본다.

Notes

1) 2020년 기준 한국의 4년제 대학은 203개, 전문대학은 136개이다. e-나라지표의 “고등교육 규모” 참고. 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48

3) 이러한 분류 외에도 고등교육 분류 기준으로 카네기 고등교육 분류가 있다. 1970년부터 비정기적으로 분류 내용을 발표하고 있는데, 학위를 수여하는 인증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크게 6개 유형의 분류를 제공하고 있다(http://carnegieclassifications.iu.edu). 한편, U.S. News & World Report는 매년 미국 대학의 순위를 발표하는데, 순위 선정 범주를 크게 4개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https://www.usnews.com/best-colleges). 위 세 개의 분류에서 공통적인 유형은 학사⋅석사⋅박사과정이 모두 개설되어 있는 유형, 학부중심으로 운영하면서 대학원 비중은 크지 않은 유형, 리버럴아츠 교육을 중점적으로 제공하는 유형, 그리고 2년제 전문대학 유형 등이다.

4) WAC의 이론적 배경과 역사, 그리고 국내 적용 가능성에 관한 국내 연구로 원만희(2009, 2010), 배식한(2012)을 참고할 것. WAC의 번역어로는 ‘범교과적 글쓰기’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으나, 글쓰기 교육이 교양에서 시작되었으나 교양에만 머물지 않고 각 전공교과로 확대되었다는 측면에서 이 글에서는 ‘전공연계글쓰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하겠다. 아울러 WAC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타내는 WTL(Writing to Learn)은 ‘학습연계글쓰기’로, WID(Writing in the Discipline)는 ‘전공특화글쓰기’로 옮기고자 한다.

5) WI(Writing Intensive) 외에 WR(Writing Rich), WE(Writing Enhanced)라는 용어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6) 1975년 <뉴스위크>가 “자니가 글을 못 쓰는 이유”(Why Johnny Can’t Write)라는 기사에서 글쓰기 교육의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한 이래 미국 대학에서 글쓰기는 뜨거운 이슈로 여겨졌다. 그러한 관심은 글쓰기 교육에서 새로운 접근방법인 WAC이 도입되고 확산하는 데에도 일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30년 후인 2003년 The Chronicle of Higher Education에 여전히 “프린스턴에 다녔음에도 자니가 글을 못 쓰는 이유”(Why Johnny Can’t Write, Even Though He Went to Princeton)와 같은 기사가 나올 정도로 최고의 명문 대학들에서도 여전히 글쓰기 교육에 문제가 많으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7) 여기서는 데릭 복(2003)의 대학 유형 분류를 참고했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리버럴아츠칼리지를 다르게 규정하기도 한다. 브레네맨은 소규모 기숙형대학 중에서도 리버럴아츠 분야에서 학위를 수여하는 비율이 40%는 넘어야 리버럴아츠칼리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보며, 그 기준을 적용할 때 그 수는 1970년대부터 급격히 줄어들어 200여 개 밖에 남지 않았다고 주장한다(Breneman, 1990).

8) 예외적인 사례인 앰허스트 대학은 이른바 ‘오픈 커리큘럼’(Open Curriculum) 제도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과목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전공연계글쓰기 형태로 진행되는 “1학년 세미나” 과목은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9) 드문 사례이긴 하지만 애리조나 웨스턴 칼리지(Arizona Western College)는 영작문 2과목 외에 글쓰기집중교과 2과목을 필수 이수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11) 직업시장에서 대졸구직자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관련된 AAC&U의 연구 역시 위 연구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하다. 미국의 대졸자 취업시장에서 채용 담당자들의 84%가 비판적 사고와 분석적 추론이 채용 시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실제 대졸 지원자들의 역량이 잘 준비되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1%에 불과했다. 효과적인 글쓰기의 경우 78%가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고 답했지만, 지원자들이 잘 준비되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였다(Hart Research, 2018).

12) 입학이 까다로운 대학의 경우 71%가 20페이지 이상을 글쓰기 과제를 최소한 한 과목 이상 수강했다고 답했다. 그 다음 레벨(selective) 대학에서는 46%, 덜 까다로운 대학에서는 39%로 떨어졌다. 읽기도 마찬가지였는데, 40페이지 이상 읽기 과제가 있는 과목 이수 비율은 입학이 매우 까다로운 대학은 92%가 1과목 이상 수강했다고 답했고, 그 다음 레벨 대학에서는 62%, 그 다음 레벨에서는 56%였다. 40페이지의 읽기와 20페이지의 쓰기 모두를 충족하는 경우는 대학 수준에 따라 각각 68%, 37%, 31%였다(Arum & Roksa, 2011: 69-72).

13) 서울대(2020)는 2학점짜리 글쓰기 과목을 2개 이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연세대(2020), 고려대(2020), 서강대(2020) 모두 글쓰기 과목 1개만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14) WAC을 교양 또는 전공수업에 도입한 사례에 관한 연구로 이재성⋅김은영(2010), 배식한(2013), 주세형⋅김형석(2014), 김치헌⋅원만희(2017), 박정희(2019) 등이 있다.

15) 글쓰기집중(WI) 교과와 관련해서는 Farris & Smith(1992/2000), 1학년 세미나를 WAC으로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Brent(2005)를 참고할 것. 아울러 WAC 도입 등 글쓰기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 있어서 관련 학습성과 평가 방안도 동시에 설계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학생들의 학습경험에 대해 조사하는 K-NSSE에 글쓰기와 관련한 항목이 있으나, 글쓰기와 관련하여 CLA와 같은 평가도구를 활용한 학습성과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습성과 평가는 교육과정의 효과성을 진단하는 측면도 있으므로 글쓰기 교육 강화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CLA 뿐 아니라 AAC&U가 설정한 필수학습성과에 대한 평가도구인 VALUE 루브릭을 활용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16) 학습연계글쓰기와 관련해서는 McLeod(1992: 2-4), Young(2006: 5-32) 등을 참고할 것.

17) 부산외대는 2017년 ACE사업의 일환으로 전공연계글쓰기(WAC) 도입 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박병철⋅김민회⋅이충호⋅권경미, 2018). 이어서 연구 참여자들은 2018년 학습연계글쓰기(WTL)를 각자의 수업에서 시범 운영하였으며, 그 결과를 환류하여 2019년 1학기부터 교내 신청을 받아 교수 대상 워크숍을 진행한 후 학습연계글쓰기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권경미(2019), 서상범(2019), 안상원(2020), 하영미(2020)를 참고할 것.

18) 여기서 ‘방치된 R’은 교육에서 기초역량을 뜻하는 3R(reading, writing, arithmetic) 중에서 글쓰기의 R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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