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소리에 관한 것
제3장 소리에 관한 것의 오류 횟수는 두음 법칙(18회), 모음(12회), 구개음화(6회), 된소리(5회), 겹쳐 나는 소리(1회)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오류가 나타난 두음 법칙은 대부분 ‘양/량’, ‘율/률’과 관련된 것이고, 이 외에 ‘X+년도/연도’ 오류가 2회 있었다.
6) ‘양/량’, ‘율/률’과 관련된 학생들의 실제 오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ㄱ.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간편식품은 나트륨량이 높아서 지속적인 섭취 시 고혈압, 심장병 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ㄴ. 중국의 산둥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의 추이를 살펴보면 왜 국내 미세먼지가 점점 더 심해지는 지를 알 수 있다.
ㄷ. 연구 결과로부터 방사선양과 암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ㄹ. 강아지가 밥을 급하게 먹기 때문에 사료양을 줄이는 대신 하루에 4회를 급여하고 있습니다.
ㅁ. 매 초, 매 분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전 세계의 온라인 데이터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ㅂ. 비용이 저렴한 곳만 찾는 경우에 수업양과 질 모두 만족스럽지 못해 결국 후회하는 학생들이 많다.
ㅅ. 훈련양 또는 훈련강도와 선수들의 경기력 사이 인과관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ㅇ. 정부 정책으로 청년 구직을 적극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20~30대의 청년 취업율은 오르지 않고 있다.
ㅈ. 치료 후에도 지속율이 낮기 때문에 몇 년 안에 재발하기도 한다.
ㅊ. 할인률에 따라서 구매자들은 최저 6만 원에서 최고 10만 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ㅋ. 국내에서는 영화 개봉 첫날에 사람들이 몰려 98% 객석율을 기록했다.
ㅌ. 인스타그램의 도달율 증가와 달리 페이스북의 도달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1ㄱ~ㅅ)의 ‘양/량’은 복합어와 같은 구성에서 후행 요소로 사용될 때 선행 요소가 한자어인지 아닌지 어종을 따져야 한다. ‘량(量)’이 어두에 놓일 때는 항상 두음 법칙이 적용되어 ‘양’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비어두에 놓일 때, 즉 A+B 구조에서 ‘량’이 후행 요소인 B일 때는 선행 요소인 A의 어종에 따라서 두음 법칙이 적용된 ‘양’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량’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A가 고유어, 외래어, 외국어일 때는 비한자어 A와 한자어 B의 이질성으로 인해 B의 ‘량’을 개별 단어로 취급하기 때문에 어두라는 조건이 충족되어 ‘나트륨+양’, ‘온실가스+양’, ‘데이터+양’처럼 두음 법칙을 적용한 ‘양’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A가 한자어일 때는 B에 놓인 1음절 한자어 ‘량’을 별개의 단어로 취급하지 않으므로 ‘방사선+량’, ‘사료+량’, ‘수업+량’, ‘훈련+량’을 단어+단어로 분석할 수 없어 ‘량’은 비어두 자리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방사선량’, ‘사료량’, ‘수업량’, ‘훈련량’처럼 ‘량’으로 표기한다.
7)
이러한 오류 발생의 원인은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첫째,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제도권 교육 내에서 선택 교과인 한문을 중⋅고등학교 때 이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에 따른 한자 지식의 부족으로 ‘방사선’, ‘사료’, ‘훈련’과 같은 형식이 한자인지 아닌지를 즉각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둘째, 학생 개인의 글쓰기 습관을 통해 오류 사용이 고착화되었을 수 있다. 특정 오류 형태를 오랜 기간 사용해 온 경우에 아무런 의심 없이 사용하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이 사용하는 표현에 대해 사전이나 인터넷으로 가부를 확인하는 학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반복 사용에 의해 굳어진 오류 형태는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와 자가 수정이 쉽지 않다.
(1ㅇ~ㅌ)의 ‘율/률’은 제11항 붙임1의 단서 조항에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 률’은 ‘열, 율’로 적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취업율’, ‘지속율’, ‘할인률’, ‘객석율’, ‘도달율’ 중 ‘할인률’은 ‘ㄴ’ 받침에 ‘률’이 후행하므로 ‘할인율’로 표기하고, 나머지는 그 외의 자음에 ‘률’이 후행하므로 ‘취업률’, ‘지속률’, ‘객석률’, ‘도달률’로 표기한다. 이처럼 간단한 암기를 통한 일관된 적용이 가능하나, 근본적으로 이 규정이 학생들에게 난해한 이유는 현실 발음과 표기가 달라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다. 예컨대, ‘취업률’의 ‘률’과 ‘할인율’의 ‘율’ 모두 [뉼]로 동일하게 발음되지만 표기를 달리하여 각각 ‘률’과 ‘율’로 적는다. 자연스러운 발음과 표기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해당 조항을 암기하고 있어야만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어떤 학생의 글에서 이러한 오류가 반복되어 나타나는 경우 그 학생은 붙임1의 조항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음으로 12회의 오류가 나타난 모음 조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모음의 표기 규약을 담고 있는 제8항과 제9항은 이중모음이 단모음으로 발음되더라도 표기는 이중모음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므로 형태주의 원리를 보여준다. 이처럼 발음에 이끌려 이중모음을 단모음으로 표기하는 오류는 발음이 표기에 영향을 미친 결과이다. 본고에서는 단모음을 이중모음으로 표기하는 오류도 논의에 포함하며, 다음과 같은 오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2) ㄱ. 성할당제를 표방하지만 오히려 역차별과 공정성 문제를 안고 있는 법안이 눈에 띤다.
ㄴ. 세종학당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라는 중요한 임무를 띄고 있다.
ㄷ. 가게부를 매일매일 작성하면 모든 지출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관리할 수 있어 불필요한 소비가 줄어든다.
ㄹ. 전국의 고속도로 휴계소마다 해당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이색 음식을 판매한다.
ㅁ. 유럽에서 6개월 동안 살아보니 한국과 달리 인사치례가 중요하지 않았다.
ㅂ. 겨례말큰사전은 남한과 북한의 언어를 집대성하기 위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사전이다.
ㅅ. 국민청원 계시판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한다.
ㅇ.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오히려 단품보다 뷔폐를 더 선호한다.
ㅈ. 문단모양에서 줄 나눔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영어 띄워쓰기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2ㄱ~ㅈ)은 각각 ‘띈다(←띤다)’, ‘띠고 있다(←띄고 있다)’, ‘가계부(←가게부)’, ‘휴게소(←휴계소)’, ‘인사치레(←인사치례)’, ‘겨레말(←겨례말)’, ‘게시판(←계시판)’, ‘뷔페(←뷔폐)’, ‘띄어쓰기(←띄워쓰기)’로 표기해야 한다. (2ㄱ, ㄴ)과 같이 ‘띄다’를 ‘띠다’로 쓰거나 ‘띠다’를 ‘띄다’로 쓴 오류가 5회 있었다. ‘뜨이다’의 준말인 ‘띄다’는 사전 용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동사 앞에 항상 ‘귀’, ‘눈’의 감각 기관이 위치하여 ‘귀가 띄-’, ‘눈에 띄-’의 구성으로 사용되며, 그 외에는 모두 ‘띠다’로 쓴다고 일반화할 수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2ㄷ~ㅇ) 모두 ‘ㅖ’와 ‘ㅔ’의 오류라는 것이다. 자음을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ㅖ’는 ‘ㅔ’로도 발음되므로 현실 발음이 단어 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ㅈ)은 ‘띄우다’라는 타동사가 존재하므로 여기에 이끌려 ‘띄워쓰기’ 같은 오류를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 (2ㄷ~ㅈ)은 엄밀히 말해 ‘계, 례, 몌, 폐, 혜’의 ‘ㅖ’가 ‘ㅔ’로 발음되더라도 ‘예’로 표기하고, ‘의’나 자음을 첫소리로 가지고 있는 음절의 ‘ㅢ’가 ‘ㅣ’로 발음되더라도 ‘의’로 표기하는 규정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오류의 동인과 형태적 유사성을 고려하여 교육의 수월성과 편이성 측면에서 모음 규정에 포함하여 다루었다.
다음으로 6회의 오류가 나타난 구개음화 조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규정에서는 받침 ‘ㄷ, ㅌ’ 뒤에 종속적 관계를 가진 ‘-이’나 ‘-히’가 올 때라고 조건 환경을 설명한다. 이때 종속적 관계란 선행 요소와 후행 요소의 문법적 지위가 대등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침 ‘ㄷ, ㅌ’ 뒤에 놓이는 요소가 접사, 조사 같은 문법 형태소임을 의미한다. 즉, 구개음화는 어휘 형태소와 문법 형태소의 경계에서 발생하며 규정에서는 이것을 종속적 관계로 설명한 것이다.
8) 학생들에게서 다음과 같은 오류가 발견되었다.
(3) ㄱ. 내가 군대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20대 초반에 거의 2년에 가까운 청춘의 황금기를 구지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구지 재검을 고집하면서까지 군대에 갈 필요가 있었나 싶다.
ㄴ. 군대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선물로 받고는 내가 이걸 구지 읽어야 되나 생각했다.
ㄷ. 친구로 지내자는 그 말을 고지곧대로 믿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ㄹ. 인내하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어느새 구름이 거쳐 있는 맑은 하늘을 보게 될 것이다.
(3ㄱ, ㄴ)은 같은 학생에게서 반복된 오류로, 개인의 오류를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구지’라는 형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3ㄷ)은 ‘곧이곧대로(←고지곧대로)’, (3ㄹ)은 ‘걷혀(←거쳐)’로 표기해야 한다. 치조음 ‘ㄷ, ㅌ’은 경구개 앞의 윗잇몸에서 기류가 장애를 받아 발음되는데, 모음 ‘ㅣ’와 만나면 모음 ‘ㅣ’의 조음 위치로 동화되어 경구개음 ‘ㅈ, ㅊ’으로 발음된다. 따라서 구개음화는 경구개음화이며, 같은 조음 위치의 음운을 연속해서 발음하는 것이 힘이 덜 들기 때문에 발음의 편이를 위한 노력 경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단어 표기는 본래의 기본형을 밝혀 적어야 하므로 구개음화도 형태주의 표기를 보여주며, 발음이 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어 ‘굳-’, ‘곧-’, ‘걷-’의 기본형을 염두에 둔다면 문법 형태소가 결합한 ‘굳-이’, ‘곧-이’, ‘걷-히’를 사용할 수 있으며 ‘구-지’, ‘고-지’, ‘거-치’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발음대로 ‘구지’, ‘고지’, ‘거치’와 같이 표기하는 경우에는 글을 읽을 때 ‘굳-’, ‘곧-’, ‘걷-’을 복원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의미 파악이 즉각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어 가독성이 떨어진다.
다음으로 5회의 오류가 나타난 된소리 조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4) ㄱ. 1학년 1학기부터 수업에 빠지기 일수였고 부끄럽게도 학사경고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ㄴ. 취리히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앞뒤 좌석을 다 차지하고 큰 소리로 떠드는 두 명의 한국인 여행객 때문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ㄷ.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유치하게 그런 고백을 했던 것이 참으로 쑥쓰럽고 민망하다.
ㄹ. 사람이 죽으면 그제서야 난리법썩 요란을 떨지만 그것도 잠시뿐, 건설현장에서는 많은 가장들이 오늘도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한다.
ㅁ. 볼품 없이 납짝하게 생긴 빵이었는데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지만 씹을수록 깊은 단맛이 났다.
(4ㄱ~ㅁ)은 ‘일쑤(←일수)’, ‘눈살(←눈쌀)’, ‘쑥스럽고(←쑥쓰럽고)’, ‘난리법석(←난리법썩)’, ‘납작하게(←납짝하게)’로 표기해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 규정집에 있는 용례를 보면 이때의 ‘한 단어’는 단일어를 의미한다. 즉, 단일어 안의 두 모음 사이에서 나는 된소리, 받침 ‘ㄴ, ㄹ, ㅁ, ㅇ’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본래 된소리로 발음되는 조건 환경이 아니며 [일수]와 [일쑤]처럼 같은 조건 환경에서도 된소리 외의 소리로도 발음된다. 그러므로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다. (4ㄱ) ‘일쑤’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달리 받침 ‘ㄱ, ㅂ’ 뒤에서 나는 된소리는 본래 된소리로 발음되는 규칙적인 조건 환경이므로 발음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태를 밝혀 적는 것이 이점이 있다. (4ㄷ~ㅁ) ‘쑥스럽다’, ‘난리법석’, ‘납작’이 여기에 해당한다. (4ㄴ)의 ‘눈살’은 ‘눈’과 ‘살’의 합성어로 볼 수 있어 규정의 ‘한 단어’에 들지 않는다. 같은 예로 ‘눈곱’이 있다.
4.2 형태에 관한 것
제4장 형태에 관한 것의 오류 횟수는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은 말(30회), 준말(29회),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14회), 어간과 어미(13회) 순으로 나타났고, 제1절 체언과 조사에서는 각각의 원형을 바르게 적어 오류가 나타나지 않았다.
9) 체언과 조사를 구별하지 않고 ‘꼬츨’, ‘꼰만’이라고 발음대로 표기하면 ‘꼬’와 ‘꼰’으로부터 같은 단어 ‘꽃’을 인식해야 하므로 문장의 의미를 해득하는 데 불편함이 생긴다.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꽃’은 문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조사와 결합할 때 ‘꽃’이라는 형태를 고정해서 적어야 [꼬치], [꼳또], [꼰만]으로 발음이 달라지더라도 ‘꽃’이라는 공통된 한 단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30회로 가장 많은 오류가 나타난 ‘합성어 및 접두사가 붙은 말’ 안에는 <한글 맞춤법>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사이시옷 규정이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글에서 사이시옷을 적거나 적지 않아서 생기는 다음과 같은 오류가 관찰되었다.
(5) ㄱ. 과자값은 점점 오르는데 중량은 점점 줄어든다.
ㄴ. 여름 무는 쓴맛이 강해 무국을 끓이면 개운하고 시원한 맛이 덜하다.
ㄷ. 외도와 해금강을 보기 위해 배를 탔는데 이동하는 중에 배멀미가 났다.
ㄹ. 풀체인지 때마다 차값을 쓸쩍 올리고는 ‘사실상 인하’라고 둘러댄다.
ㅁ. 어제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강원도 홍천에는 별똥별이 쏟아져 내렸다.
ㅂ. 고양이, 삵, 치타, 표범, 호랑이 모두 고양이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ㅅ. 한국어로 자주 사용하는 관용어는 동사가 없어도 “웬 김치국이야.”처럼 표현이 가능하다.
ㅇ. 주인 할머니는 손님들에게 공기밥을 가득 주시면서도 돈을 받지 않으셨다.
ㅈ.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존대말이다.
ㅊ.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담배값에 해당하는 돈을 저금통에 넣고, 대신 진한 커피를 마신다.
ㅋ. 그러니 사람은 나이값을 해야 어느 곳에서든지 무시당하지 않는다.
ㅌ. 실패 없는 도서 구입을 위해서는 목차와 머릿말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ㅍ. 환영행사 후에 뒷풀이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ㅎ. 은행 금리의 영향으로 인해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5ㄱ~ㅋ)은 선행 요소의 받침으로 사이시옷을 적지 않아서 생긴 오류이고 (5ㅌ~ㅎ)은 사이시옷을 적어서 생긴 오류이다. (5ㄱ~ㅎ)은 ‘과잣값(←과자값)’, ‘뭇국(←무국)’, 뱃멀미(←배멀미)’, ‘찻값(←차값)’,
10) ‘어젯밤(←어제밤)’, ‘고양잇과(←고양이과)’, ‘김칫국(←김치국)’, ‘공깃밥(←공기밥)’, ‘존댓말(←존대말)’, ‘담뱃값(←담배값)’, ‘나잇값(←나이값)’, ‘머리말(←머릿말)’, ‘뒤풀이(←뒷풀이)’,
11) ‘전세집(←전셋집)’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러한 오류의 원인 중 하나는 규정과 언중 사이의 괴리라고 할 수 있다. ‘과잣값’, ‘찻값’, ‘공깃밥’, ‘나잇값’ 등만 보더라도 한국어 모어 화자에게 매우 생소한 형태로 인식되며, 사이시옷이 없는 형태가 오히려 눈에 익고 훨씬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규정 자체의 제약과 까다로움도 오류의 원인 중 하나이다. 사이시옷 규정은 합성어에 적용되며 합성어 ‘A+B’에서 ‘A’가 모음으로 끝나야 한다. 동시에 ‘A+B’에서 하나가 반드시 고유어여야 한다. 사이시옷을 적어야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날 때 사이시옷을 적는다. 둘째, 뒷말의 첫소리 ‘ㄴ, ㅁ’ 앞에서 ‘ㄴ’ 소리가 날 때 사이시옷을 적는다. 셋째, 뒷말의 첫소리 모음 앞에서 ‘ㄴ, ㄴ’ 소리가 날 때 사이시옷을 적는다. 이 규정을 정리하면, 고유어가 하나 이상 결합한 합성명사 ‘A+B’의 구조에서 ‘A’가 모음으로 끝나면서 ‘B’의 첫소리가 예사소리에서 된소리로 발음되거나 ‘A’와 ‘B’ 사이에 [ㄴ] 또는 [ㄴㄴ]이 첨가될 때 ‘A’의 받침에 사이시옷을 적는다.
흥미로운 점은 본 연구에서 수집한 학생들의 글을 살펴본 결과, 첫째 기준에 해당하는 오류가 다른 기준의 오류에 비해 월등히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업을 진행할 때 첫째 기준에 좀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되 첫째, 둘째, 셋째 기준을 차례로 설명하면서 고빈도의 일상어 위주로 예를 제시해야 한다.
12) 특히 사이시옷을 적는 것이 어색하지만 사이시옷을 반드시 적어야 하는 단어의 유형을 제시하고 단어의 구조를 설명하면 도움이 된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6) ㄱ. X+값: 나잇값, 담뱃값, 전셋값, 절댓값, 최댓값, 최솟값, 죗값, 찻값
ㄴ. X+과: 고양잇과, 멸칫과, 개밋과, 꽁칫과, 꽃겟과, 날칫과, 넙칫과, 갯과
ㄷ. X+국: 만둣국, 순댓국, 선짓국, 북엇국, 배춧국, 김칫국, 조갯국, 뭇국
ㄹ. X+길: 고갯길, 귀갓길, 기찻길, 등굣길, 하굣길, 혼삿길, 찻길, 뱃길
ㅁ. X+빛: 우윳빛, 장밋빛, 구릿빛, 보랏빛, 연둣빛, 자줏빛, 핏빛, 햇빛
ㅂ. X+집: 맥줏집, 국숫집, 소줏집, 부잣집, 고깃집, 건넛집, 독챗집, 횟집
사이시옷 규정의 문제는 다섯 가지로 다음과 같다. 첫째, 표준 발음을 잘 몰라 사이시옷을 적을지 말지 판단이 어렵다. 일례로 ‘김치값’은 사전에 등재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구조인 김장값, 양념값, 물값, 밥값, 약값 등이 사전에 등재되어 있어 ‘김치 값’이 아닌 ‘김치값’으로 사용해도 틀리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김치값’의 표준 발음을 몰라 ‘김칫값’으로 적어야 할지 ‘김치값’으로 적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값’을 [갑]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면 ‘김치값’이라고 적어야 할 것이고, ‘값’을 [깝]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면 ‘김칫값’이라고 다르게 적어야 할 것이다. 둘째, 고민하는 대상이 합성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례로 ‘윗부분’이 합성어라면 ‘윗부분’으로 적을 수 있으나, 단어가 아닌 구라면 ‘위 부분’으로 적어야 한다. ‘거리에 있는 집’은 ‘거리(의) 집’으로 띄어쓰기해야 할 듯하지만 사이시옷이 표기된 ‘거릿집’이 합성어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셋째, 어떤 대상이 한자어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례로 ‘전세방’, ‘아랫방’, ‘전셋집’이 그러한데, 전세방은 ‘전세(傳貰)’와 ‘방(房)’의 합성어로 한자어+한자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반면에 ‘아랫방’은 ‘아래’가 고유어이고 ‘방(房)’은 한자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적고, ‘전셋집’은 ‘전세(傳貰)’가 한자어이고 ‘집’은 고유어이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적는다. 넷째, 순환론적 설명이 나타난다. 왜 된소리로 발음되는지 물으면 사이시옷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왜 사이시옷이 있는지 물으면 된소리로 발음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어종에 따라 규정이 적용되어 한자어+한자어 구조의 합성어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 그러나 2음절 한자어 6개는 예외적으로 사이시옷을 적어야 한다.
결국, 사이시옷이 있거나 없는 두 형태 모두를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거나 한자어 여부에 관계없이 규정을 일관되게 적용하도록 개정하는 등의 처리가 합당할 것이다.
13) 다만, 규정이란 본래 보수성을 띠는 데다가 사이시옷 규정의 변화에 따른 파급을 고려하면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최형용(2017)에 따르면 사이시옷은 한자어+고유어의 경우 정확도가 현저히 낮고, 음절 수가 증가할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며, 전문 용어에서 정확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음으로 29회의 오류가 나타난 준말을 살펴보기로 한다. 준말에 대한 규정은 32항부터 40항까지이며, 음운의 축약이나 탈락으로 인한 음절 수 감소라는 공통된 특징을 띤다. 이 중 33항은 체언과 조사를 줄여 쓰는 규정으로 주로 구어, 비의례적 상황, 비격식체 등에 사용된다.
14) 가장 많은 오류는 제35항 붙임2, 제40항 붙임2와 관련된 내용이었으며, 그 외의 다른 오류도 함께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7) ㄱ. 얼만큼 시간이 걸리는지,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실행에 옮깁니다.
ㄴ. 사겼다가 헤어졌다를 여러 번 반복하니 사소한 다툼에도 헤어지자는 말이 쉽게 나왔다.
ㄷ. 미련을 갖으니까 결국 매번 고통스럽고 힘든 것은 상대가 아닌 나였다.
ㄹ. 한발 내딛었다고 생각했지만, 더욱더 견고한 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ㅁ. 조원들 간에 의견 차이가 심해 설계과정을 놓고 어떻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ㅂ. 너무 화가 나서 그 얘기를 남에게 함부로 말하면 어떻하냐고 따졌지만 답이 없었다.
ㅅ.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니 전공 과목을 따라가기가 녹록치 않았다.
ㅇ. 봉사 일에 익숙치가 않아서 처음에는 뭘 해야할지 모른 채 허둥지둥댔다.
ㅈ. 현장 업무에 익숙치 않기에 입사 후 1년은 공정 방식 이해 및 업무 파악에 집중하겠습니다.
ㅊ. 어떤 일도 서슴치 않는 적극적이고 전투적인 캐릭터이다.
ㅋ. 인터넷 연결이 갑자기 안 되서 정시에 과제를 올리지 못했다.
ㅌ. 일이 고되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무시와 하대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ㅍ.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매우 많음을 알게 됬습니다.
ㅎ. 부모님께서는 항상 배려하고 나누는 사람이 먼저 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7ㄱ~ㅎ)은 ‘얼마큼(←얼만큼)’, ‘사귀었다가(←사겼다가)’, ‘가지니까(←갖으니까)’, ‘내디뎠다고(←내딛었다고)’, ‘어떡할지/어떻게 할지(←어떻할지)’, 어떡하냐고/어떻게 하냐고(←어떻하냐고)’, ‘녹록지(←녹록치)’, ‘익숙지(←익숙치)’, ‘서슴지(←서슴치)’, ‘안 되어서/안 돼서(←안 돼서)’, ‘고되어서/고돼서(←고되서)’, ‘됐습니다/되었습니다(←됬습니다)’, ‘되라고(←돼라고)’로 표기한다.
(7ㄱ)의 ‘얼만큼’은 명사 ‘얼마’와 조사 ‘만큼’의 결합인 ‘얼마만큼’의 준말이므로 33항의 오류로 다루고자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얼마큼’의 내부 구조를 ‘얼-마큼’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만큼’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큼’이 되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다른 준말과 비교하여 첫째, ‘얼마’에서 ‘마’의 ‘ㅏ’가 탈락하는 경우, 둘째,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얼마’는 그대로 있고 동음 중첩으로 인해 후행 음절 ‘만’의 ‘ㅏ’가 탈락한 뒤 남아 있는 받침 ‘ㄴ’을 선행 음절의 받침으로 적는 경우, 셋째, ‘만큼’에서 ‘만’의 ‘마’가 탈락하는 경우를 모두 상정해 보더라도 결과는 ‘얼만큼’이 된다. 언중의 직관도 ‘얼만큼’에 기울어 있다.
15) 마지막으로 실사인 명사 ‘얼마’의 일부 성분이 탈락하는 것보다 허사인 조사 ‘만큼’의 일부 성분이 탈락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만’이 완전히 탈락하면 ‘얼마큼’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째서 조사의 한 음절이 통째로 탈락할 수 있는지는 설명되지 않으며, ‘얼마’에서 ‘얼’이 되는 과정도 공시 문법 안에서는 설명이 어렵다. 더욱이 사전처럼 ‘얼-마큼’이라고 분석하면 ‘마큼’의 문법적 지위는 무엇인지도 명쾌하게 답할 수 없다. 결국, 본말 ‘얼마만큼’과 준말 ‘얼마큼’의 관계는 33항에 있는 다른 용례의 본말과 준말의 관계를 참고하더라도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7ㄴ)의 ‘사겼다’ 외에도 동일한 유형의 오류인 ‘바꼈다’가 글에서 발견되었다. 이 유형은 규정에는 없으나 ‘ㅟ’와 ‘ㅓ’가 축약되는 환경에서 현실 발음에 이끌려 ‘ㅕ’로 잘못 표기하는 오류이므로 조건과 동기 면에서 준말 규정 34항~38항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므로 준말 규정 내에서 함께 다루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세 국어와 달리 현대 국어에는 ‘ㅟ’와 ‘ㅓ’가 합쳐진 ‘ᅟᅾ’라는 모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ㅟ’와 ‘ㅓ’를 줄여 쓸 방도가 없다. ‘사귀었다’, ‘바뀌었다’에서 연속되는 모음 ‘ㅟ’와 ‘ㅓ’를 한 음절로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표기는 ‘ㅟ’와 ‘ㅓ’ 두 음절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표기 규약과 현실 발음이 다른 차원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7ㄷ, ㄹ)은 준말의 활용으로 인한 오류이다. 본말 ‘가지다’는 ‘-(으)니까’와 결합하여 ‘가지니까’가 허용되는 것과 달리 준말 ‘갖다’는 ‘-(으)니까’와 결합하여 ‘갖으니까’가 허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본말 ‘내디디다’는 ‘내디디-었-다→내디뎠다’가 허용되는 것과 달리 준말 ‘내딛다’는 ‘내딛-었-다→내딛었다’가 허용되지 않는다. 어떤 준말들은 모음 어미가 연결되는 활용형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표준어 규정> 제16항은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에서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모든 준말에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에 완전히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준말의 활용 오류가 자주 나타나는 (7ㄷ, ㄹ)과 같은 형태에 대해서만큼은 모음 어미가 연결될 수 없음을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7ㅁ, ㅂ)은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발견되는 오류 중 하나로, 학생들의 글에서는 5회의 오류가 발견되었다. 오류 표현인 ‘어떻할지’는 ‘어떡할지’ 또는 ‘어떻게 할지’로 써야 하고 ‘어떻하냐고’도 ‘어떡하냐고’ 또는 ‘어떻게 하냐고’로 써야 한다. ‘어떻해’도 ‘어떡해’ 또는 ‘어떻게 해’로 써야 한다. 여기에서 ‘어떻게’는 부사이므로 동사 서술어 앞에 놓인다. 제40항 붙임1에서 ‘ㅎ’이 어간의 끝소리로 굳어진 것은 받침으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본말 ‘어떠하다/어떠하고/어떠하지/어떠하든지’를 준말 ‘어떻다/어떻고/어떻지/어떻든지’로 적는 것이다. 그런데 ‘어떡하다/어떡하고/어떡하지/어떡하든지’는 본말에서 활용한 형태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어떠하게 하다/어떠하게 하고/어떠하게 하지/어떠하게 하든지’가 줄어서 된 것이기 때문이다. 헷갈리지 않도록 이들의 관계를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
본말 |
준말 |
|
본말 |
준말 |
어떠하다 |
어떻다 |
|
어떠하게 하다 |
어떻게 하다 = 어떡하다 |
어떠하고 |
어떻고 |
|
어떠하게 하고 |
어떻게 하고 = 어떡하고 |
어떠하지 |
어떻지 |
|
어떠하게 하지 |
어떻게 하지 = 어떡하지 |
어떠하든지 |
어떻든지 |
|
어떠하게 하든지 |
어떻게 하든지 = 어떡하든지 |
<표 4>에서 본말 ‘어떠하-’는 준말 ‘어떻-’이 되고, 본말 ‘어떠하게’는 준말 ‘어떻게’가 된다. 이제 ‘어떻해’가 오류인 이유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준말 ‘어떻-’은 본말 ‘어떠하-’이고 제34항 붙임2에서 준말 ‘해’는 본말 ‘하여’이기 때문에 ‘어떻해’를 풀어 쓰면 ‘어떠하하여’가 되고 만다.
(7ㅅ~ㅊ)은 제40항 붙임2에 해당하는 규정으로, ‘-지 않-’으로 적느냐 ‘-치 않-’으로 적느냐는 본말인 ‘-하지 않-’에서 ‘하’가 통째로 줄어드느냐 ‘하’의 ‘ㅏ’만 줄어드느냐 하는 것과 관련된다. ‘하’ 앞의 음절이 유성음, 즉 모음으로 끝나거나 받침이 ‘ㄴ, ㄹ, ㅁ, ㅇ’일 때는 ‘ㅏ’만 줄어들어 ‘ㅎ’과 ‘-지’가 만나 ‘-치’가 되고, 그 외에는 ‘하’가 통째로 줄어들어 ‘-지’가 된다. 여기에 해당하는 용례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녹록하다’는 ‘하’ 앞의 음절 ‘록’의 받침이 ‘ㄱ’이기 때문에 ‘하’가 통째로 줄어들어 ‘녹록지 않다’가 된다. ‘익숙하다’도 ‘하’ 앞의 음절 ‘숙’의 받침이 ‘ㄱ’이기 때문에 ‘하’가 통째로 줄어들어 ‘익숙지 않다’가 된다. ‘서슴다’는 본래 ‘하’가 없으므로 ‘-지 않-’이 결합하여 ‘서슴지 않다’가 된다. 이 외에도 ‘심상치 않다’가 있었는데, ‘심상하다’는 ‘하’ 앞의 음절 ‘상’의 받침이 ‘ㅇ’이기 때문에 ‘하’의 ‘ㅏ’만 줄어들어 ‘심상ㅎ-지 않-’이 되고 ‘ㅎ’과 ‘-지’가 결합하여 ‘심상치 않다’가 된다. 그리고 이렇게 줄어든 형태는 ‘녹록잖다’, ‘익숙잖다’, ‘서슴잖다’, ‘심상찮다’로도 쓸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표 5>와 같다.
<표 5>
조건과 결과 |
본말 |
부정 표지 |
준말(-지/치 않-) |
준말(-잖/찮-) |
‘하’ 앞의 음절이 모음 또는 받침 ‘ㄴ, ㄹ, ㅁ, ㅇ’일 때 ‘하’의 ‘ㅏ’만 줄어듦 |
심상하다 |
-지 않- |
심상치 않다 = 심상찮다 |
우연하다 |
우연치 않다 = 우연찮다 |
변변하다 |
변변치 않다 = 변변찮다 |
그 외에는 ‘하’가 통째로 줄어듦 |
익숙하다 |
익숙지 않다 = 익숙잖다 |
녹록하다 |
녹록지 않다 = 녹록잖다 |
넉넉하다 |
넉넉지 않다 = 넉넉잖다 |
생각하다 |
생각지 않다 = 생각잖다 |
섭섭하다 |
섭섭지 않다 = 섭섭잖다 |
서슴다 |
서슴지 않다 = 서슴잖다 |
(7ㅋ~ㅎ)은 제35항 붙임2의 ‘되’와 ‘돼(=되어)’를 올바르게 적기 위한 규정과 관련이 있다.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흔한 오류 중 하나가 ‘돼/되어’를 써야 하는 자리에 ‘되’를 쓰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에 있는 맞춤법 관련 글이나 맞춤법 서적에서 ‘하-’가 어울리면 ‘되-’를 쓰고, ‘해’가 어울리면 ‘돼’를 쓰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는 ‘하-’와 ‘되-’가 동일하게 어간이고 ‘해’와 ‘돼’가 동일하게 어간과 어미가 결합한 서술어이므로 분포(distribution)가 같다는 점을 이용한 방법이다. (7ㅋ) ‘안 되서’의 ‘되-’ 대신에 ‘하-’를 넣어 보면 ‘안 하서’가 되므로 ‘되-’로 쓸 수 없고 ‘돼’로 써야 한다. 이 방법을 (7ㅌ) ‘고되서’에 적용해 보면 ‘고하서’ 또는 ‘고해서’가 되는데, ‘-하서’는 존재하지 않고 ‘-해서’만 존재하므로 ‘고돼서(=고되어서)’로 써야 한다.
한국어는 용언이 활용할 때 반드시 어간 뒤에 어미가 있어야 한다. 어간만 있다면 “
*제니가 밥을 먹.”, “
*나는 너무 심심하.”와 같은 비문이 된다. 또한, 어간 뒤에 어미 없이 조사가 바로 붙어도 “
*제니가 밥을 먹요.”, “
*나는 너무 심심하요.”와 같은 비문이 된다. 그러므로 한국어 문장에서 서술어는 반드시 어간 뒤에 어미가 있어야 한다.
16) 이러한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되요’와 ‘돼요’를 비교해 보면 ‘되-
어간+-요
조사’, ‘돼(되-
어간+-어-
어미)+-요
조사’처럼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요’가 붙는 경우에 항상 ‘돼요(되어요)’로 써야 하며 ‘봬요(뵈어요)’도 마찬가지이다.
다음으로 14회의 오류가 나타난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을 살펴보기로 한다. 제4장 형태에 관한 것의 내용을 살펴보면 복합어에서 본뜻이 유지되면 원형을 밝혀 적고, 본뜻이 유지되지 않으면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는 중요한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것도 결국에는 본뜻이 유지되지 않는 것이므로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내용을 국어학적으로는 어휘화(lexicalization)로 볼 수 있다. 파생어가 어근과 독자적인 변화를 겪어 어근과 파생어 사이의 관계가 파생 관계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공시적으로 분석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원리가 잘 드러나 있는 조항이 바로 제2절 어간과 어미의 제15항과 제3절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의 제19항, 제20항, 제21항, 제22항, 제23항이다.
(8) ㄱ. 평생 모은 수백 억을 기부하여 빈털털이가 됐지만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난 저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긍정하며,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ㄷ. 매일 야식을 먹었고 2달 후에 역대급 몸무게와 함께 얼굴까지 넙적해졌다.
ㄹ. 편지를 붙일 일도 보낼 사람도 없어진 지금, 나는 옛날이 많이 그립다.
ㅁ. 게다가 하늘은 먹구름으로 완전히 덮혀 있어,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 같았다.
ㅂ. 번번히 신세를 지다 보니 어느새 마음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ㅅ. 곰곰히 생각해 보니 크게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ㅇ. 깨끗히 사용하겠지 믿고 내어주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온 집안에 벌레와 개미가 바글바글했다.
ㅈ. 할아버지는 항상 손자를 끔찍히 아끼는 분이셨다.
ㅊ. 가게를 방문하는 모든 고객의 성함, 요구 조건, 주문 내용, 선호 패션을 틈틈히 숙지하고 문서화했습니다.
(8ㄱ~ㅊ)은 ‘빈털터리(←’빈털털이)’, ‘오뚝이(←오뚜기)’, ‘넓적해졌다(←넙적해졌다)’, ‘부칠(←붙일)’, ‘덮여(←덮혀)’, ‘번번이(←번번히)’, ‘곰곰이(←곰곰히)’, ‘끔찍이(←끔찍히)’, ‘틈틈이(←틈틈히)’로 표기한다. 부사 ‘X+이/히’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제25항 규정과 제51항 규정은 묶어서 가르칠 수 있으며, 제54항도 접미사가 결합한 파생어에서 접미사를 된소리로 적는 규정이므로 제3절과 묶어서 가르칠 수 있다.
(8ㄱ)의 ‘빈털털이’는 ‘[빈[털털-이]]’ 또는 ‘[빈-털털[-이]]’ 정도로 내부 구조를 분석하여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털털이’와 ‘털터리’는 별개의 단어로 (8ㄱ)에 맞는 표기는 ‘털터리’와 같은 뜻을 지닌 ‘빈털터리’이다. ‘털털’에 ‘-이’가 결합하였다면 제19항의 원칙에 따라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 옳지만 ‘-이’가 결합하여 명사가 되었더라도 어근이 본래의 의미와 멀어졌다면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적용된다. ‘털털’의 본래 의미가 유지되지 않고 다른 의미를 나타내므로 ‘털털이’가 아니라 ‘털터리’로 적는 것이다. 여기에 ‘빈’이 결합한 것이 바로 ‘빈털터리’이다. ‘빈집털이’의 ‘털이’와 음운적, 형태적 유사성이 있어 그 영향을 받아 ‘빈털털이’라고 썼을 수도 있다.
(8ㄴ)의 ‘오뚜기’는 ‘오뚝’에 ‘-이’가 결합하여 명사가 된 것이므로 제23항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원형을 밝혀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오뚝이’로 표기한다. 해당 규정과 관련한 표기 오류는 ‘오뚜기’가 유일하여 오류의 원인을 기업 이름과 관련지어 추측할 수 있다.
(8ㄷ)의 ‘넙적해졌다’는 제21항에 따라 어근 ‘넙적’ 뒤에 자음으로 시작되는 접미사 ‘-하-’가 결합한 것이기 때문에 어근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 학생들의 글에서 발견된 ‘넓적하다’, ‘넓죽하다’를 ‘넙적하다’, ‘넙죽하다’로 쓴 오류는 ‘넙적하다
1’, ‘납작하다’, ‘널찍하다’, ‘널따랗다’, ‘넙데데하다’ 등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들 단어 모두 형태적으로 유사성을 띠는 데다가 특히 ‘널찍하다’, ‘널따랗다’, ‘넙데데하다’는 ‘넓-’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섯 단어 모두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다. 이는 제21항의 단서 조항인 겹받침의 끝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17)
(8ㄹ)의 ‘(편지를) 붙일’은 제22항의 단서 조항에 따라 본뜻에서 멀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형을 밝혀 적지 않고 ‘(편지를) 부칠’이라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 ‘붙이-’는 한 면과 한 면이 맞닿아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이고 ‘부치-’는 일정한 수단이나 방법을 써서 상대에게로 보낸다는 의미이므로 둘을 구별하여 적을 필요가 있다. 본래 ‘붙-’에서 파생된 단어이더라도 파생어 형성 후에 의미 변화를 겪어 본래의 어근 ‘붙-’과의 관련성을 잃었기 때문에 형태를 밝혀 적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붙이다’와 ‘부치다’는 제57항에 다시 등장한다.
(8ㅁ)은 항상 [더펴]로 발음되어 ‘덮혀’로 표기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이다. 피동사를 만들 때 능동사의 어근 받침이 ‘ㄱ, ㄷ, ㅂ, ㅈ, ㄵ, ㄺ, ㄼ’이면 ‘-히-’가 결합하고 ‘ㄲ, ㅎ, ㅍ, ㅌ, ㄾ’이면 ‘-이-’가 결합한다(김홍석, 2008). 동사 ‘덮-’은 항상 ‘-이-’만 결합하므로 발음과 상관없이 ‘덮이-’가 올바른 표기라는 점만 생각하면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덮여 있다’가 맞고 ‘눈 덮인’이 맞다.
(8ㅂ~ㅊ)은 사이시옷 규정과 더불어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이/히’로 끝나는 부사 규정과 관련이 있다. 제51항과 결부하여 말하면 부사의 끝음절 발음이 [이]로만 나는지, [히]로만 나는지, [이]나 [히]로 나는지가 중요하고, 이러한 발음의 차이가 표기에 반영되므로 학생들에게는 혼란스러운 규정에 속한다. 사람마다 실제 발음에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이’나 ‘히’로 표기하기 위한 조건도 완전하지 않을뿐더러 국어학 전공이 아닌 학생들에게 복잡한 조건을 암기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무용하다고 여겨진다.
18) 그러므로 학생들에게서 나타나는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설명으로 ‘하다’가 결합할 수 있으면 ‘-히’를 쓰되 ①한 단어나 음절이 반복될 때, ②‘하다’가 결합할 수 없을 때, ③‘하다’가 결합할 수 있지만 받침이 ‘ㅅ’ 또는 ‘ㄱ’일 때 ‘-이’를 쓴다는 조건을 제시한다면 적어도 위의 오류는 피해갈 수 있다. 최선의 방법은 오류가 많이 나타나는 부사를 그 부사가 사용된 문장과 함께 반복해서 보여주는 것이며, 학생들이 사전에서 형태를 직접 확인하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13회의 오류가 나타난 어간과 어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어간과 어미의 기본 내용은 체언과 조사와 마찬가지로 용언의 어간과 어미를 구별하여 적는다는 데 있다. 두 개의 용언이 결합하여 합성어가 될 때 앞의 용언이 본뜻에서 멀어지면 형태를 밝혀 적지 않고 소리대로 것도 다른 조항과 동일하다. 이 외에도 ‘-오/요/이요’, 모음 조화, 불규칙 활용의 표기 문제를 다룬다.
(9) ㄱ. 자신의 불법이 사실로 들어났어도 제대로 사과하는 정치인을 나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ㄴ. 전세계의 내노라하는 일류 해커들이 모여서 실력을 겨루는 대회이다.
ㄷ. 무조건 ‘예!’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ㄹ. 용문산 등반 중에 산이 너무 가파라서 도중에 다리가 풀리고 말았다.
ㅁ. 노력과 끈기로 만들어낸 정직한 결과였기에 자랑스런 마음과 뿌듯함이 컸습니다.
ㅂ. 365일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는 사랑스런 강아지 덕분에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ㅅ. 과연 의학, 약학,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을 한층 더 앞당길런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ㅇ. 합격할 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나중에 미련을 갖거나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
ㅈ.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그분들의 마음이 어떨런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9ㄱ~ㅈ)은 ‘드러났어도(←들어났어도)’, ‘내로라하는(←내노라하는)’, ‘아니요(←아니오)’, ‘가팔라서(←가파라서)’, ‘자랑스러운(←자랑스런)’, ‘사랑스러운(←사랑스런)’, ‘앞당길는지(←앞당길런지)’, ‘있을는지(←있을런지)’, ‘어떨는지(←어떨런지)’로 표기한다. (9ㄱ)의 바른 표기인 ‘드러나다’는 ‘들다’와 ‘나다’가 결합한 합성어이다. 그러나 앞 단어의 본뜻이 ‘들-’의 본뜻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제15항 붙임1의 내용에 따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여 ‘드러나다’가 된다. (9ㄴ)은 ‘내로라하는’으로 써야 하며 ‘내로라’는 중세국어의 ‘나-이-오-다’에서 온 것으로, 계사 ‘-이-’ 뒤에서 선어말 어미 ‘-오-’가 ‘-로-’로 바뀌고 선어말 어미 ‘-오-’ 뒤에서 어미 ‘-다’가 ‘-라’로 바뀌는 현상과 관련이 있다. 즉, ‘나-이-오-다→나-이-로-라→내로라’의 과정을 거친다(
임동훈, 1998). 현대 국어에도 계사 ‘-이-’ 뒤에서 ‘-도다’가 ‘-로다’로, ‘-다고’가 ‘-라고’로, ‘-다면’이 ‘-라면’ 등으로 바뀌는 현상이 남아 있다.
(9ㄷ)의 감탄사 ‘아니’ 뒤에 결합한 ‘-요’는 해요체의 청자 존대를 실현하는 보조사이다. 보조사는 분포가 넓어 감탄사에 후행할 수 있다. 이는 ‘예(네)’와 짝을 이루는 단어가 ‘아니요’임을 기억하면 틀리지 않는다. (9ㄹ)의 기본형 ‘가파르다’는 ‘르’ 불규칙 용언이다.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만나면 제18항의 규정에 따라 기본형 ‘가파르-’에서 어간의 끝음절 ‘르’의 모음 ‘ㅡ’가 탈락하고 남은 ‘ㄹ’은 앞 음절의 받침으로 이동하며 어미 ‘-아/어’는 ‘-라/러’로 바뀐다. 따라서 ‘가파르-어서→가파ㄹ-라서’가 되는 것이다. 또는 ‘가파르-’의 ‘르’가 ‘-아/어’ 앞에서 ‘ㄹㄹ’로 바뀐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9ㅁ, ㅂ)의 기본형 ‘자랑스럽다’, ‘사랑스럽다’는 ‘ㅂ’ 불규칙 용언이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만나면 제18항의 규정에 따라 기본형 ‘자랑스럽-’, ‘사랑스럽-’에서 어간의 끝음절 ‘럽-’의 받침 ‘ㅂ’이 ‘ㅜ’로 바뀐다. 따라서 ‘자랑스럽-(으)ㄴ→자랑스러우-(으)ㄴ’, ‘사랑스럽-(으)ㄴ→사랑스러우-(으)ㄴ’이 되는 것이다.
(9ㅅ~ㅈ)은 총 6회의 오류가 나타났는데, ‘-는지’를 발음 나는 대로 ‘-런지’라고 씀으로써 어간과 어미를 구별해서 적어야 하는 15항의 규정을 위반한 오류이다. 어간 ‘앞당기-’, ‘있-’, ‘어떻-’ 뒤에 어미 ‘-ㄹ는지’가 결합하면 ‘앞당길는지’, ‘있을는지’, ‘어떨는지’에 있는 자음의 연쇄 ‘ㄹㄴ’이 ‘ㄹㄹ’로 발음되어 [른지] 또는 [런지]로 현실 발음이 나타난다. 여기에 이끌려 표기도 ‘-런지’로 하지만, 한국어에 ‘-런지’는 없고 오직 ‘-는지’만이 있을 뿐이다.
4.3 그 밖의 것
제6장은 그 밖의 것으로, 오류 횟수는 57항(32회), 56항(25회), 53항(7회), 51항(6회) 순으로 나타났고 52항, 54항, 55항에서는 오류가 나타나지 않았다. 51항은 앞서 25항에서 언급하였기에 제외하고 나머지 조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3장, 4장, 6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오류가 나타난 항목은 단어 및 문법 요소 구별로 이름 붙인 57항이다. 학생들의 글에서 ‘늘이다/늘리다’, ‘맞히다/마치다’, ‘반드시/반듯이’, ‘-(으)로서/(으)로써’, ‘-(으)므로/(으)ㅁ으로(써)’의 오류가 고르게 확인되었는데, 제시된 두 형태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구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10) ㄱ. 학생 수급이 어려운 대학에서는 유학생 수를 늘여서 정원 미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ㄴ.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는 출산율을 늘이기 위한 정책이 필수이다.
ㄷ. 거의 모든 학생들이 틀렸고 나만 정답을 맞췄다고 생각했지만 대단한 착각이었다.
ㄹ. 집으로 오자마자 인터넷 강의 사이트를 통해 가채점한 결과, 수학은 반도 맞추지 못했다.
ㅁ. 교환학생 갈 때 반듯이 챙겨야 하는 물건으로 주변에서는 밥솥을 강력 추천했었다.
ㅂ. 이루고자 하는 뜻이 분명하게 서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반듯이 성공한다고 믿는다.
ㅅ. 통계는 연구를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었다.
ㅇ. 언어는 그 자체가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ㅈ. 임파워먼트는 기업 경영의 효율적인 수단으로써 조직의 경영 기법 중 하나이다.
ㅊ. 연구방법으로써 양적 연구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한다.
ㅋ. 영혼을 살인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사형과 같은 판결로서 처벌해야 한다.
ㅌ.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음으로 공무원 시험에 꼭 합격할 것이다.
ㅍ. 어려운 순간순간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므로 환란을 극복하고 신앙을 지켜가고자 한다.
ㅎ. 꾸준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므로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할 것이다.
(10ㄱ, ㄴ)은 ‘늘이다/늘리다’의 문제로 총 5회의 오류가 나타났다. 두 단어는 발음과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우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늘이다’는 본래보다 길이를 더 길게 한다는 의미이고, ‘늘리다’는 본래보다 넓이, 부피, 비율, 숫자, 분량, 시간 등의 정도를 더 크게(확대) 한다는 의미이다. 이 차이를 알고 문장을 보면 (10ㄱ)의 ‘유학생 수’는 ‘늘려서’로 표기해야 하고 (9ㄴ)의 ‘출산율’도 ‘늘려서’로 표기해야 한다.
(10ㄷ, ㄹ)은 ‘맞히다/맞추다’의 문제로 총 4회의 오류가 나타났는데, 모두 ‘맞히다’라고 써야 하는 상황에서 ‘맞추다’라고 쓴 오류였다. 두 단어 또한 발음과 형태가 유사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우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맞히다’는 정답을 쓰는 것, 정답을 고르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 외의 것은 모두 ‘맞추다’로 쓴다. 57항에 ‘마치다’와 ‘맞히다’를 실어 놓았으나, 학생들의 글에서 나타난 모든 오류는 ‘맞추다’와 ‘맞히다’를 구별해야 하는 경우였다.
(10ㅁ, ㅂ)은 ‘반드시/반듯이’의 문제로 총 3회의 오류가 나타났다. 단어의 발음이 [반드시]로 동일하나 그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또한, ‘반드시’는 단일어이고 ‘반듯이’는 ‘반듯’에 ‘-이’가 결합한 파생어이다. 그러므로 형태를 밝혀 적은 ‘반듯이’에는 어근 ‘반듯’의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않고 바르다는 본래의 의미가 존재한다. (10ㅁ, ㅂ)은 ‘반듯이’를 ‘반드시’로 표기해야 하는데, ‘반드시’는 ‘꼭’이라는 의미이므로 각각 ‘꼭’ 챙겨야 하고, ‘꼭’ 성공한다고 믿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ㅅ~ㅋ)의 ‘-(으)로서/(으)로써’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구별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선행 명사나 문장의 의미에 따라서 ‘-(으)로서’를 써야 할지 ‘-(으)로써’를 써야 할지 혼동되는 경우가 있다. (10ㅅ~ㅊ)에 사용된 ‘도구’, ‘수단’, ‘방법’ 같은 명사가 특히 그러하다. 학생들은 재료, 수단, 도구, 방법일 때 ‘-(으)로써’를 쓴다고 배우기 때문에 ‘도구’라는 명사 뒤에 ‘-(으)로써’를 쓰게 된다. 그러나 ‘통계’를 지칭하는 (10ㅅ)의 ‘도구’는 연구를 위한 조건(요소)에 해당하며, (10ㅇ)의 ‘도구’도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조건(요소)이라는 점에서 자격의 의미를 띤다. ‘임파워먼트’를 지칭하는 (10ㅈ)의 ‘수단’도 기업 경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조건(요소)이라는 점에서 자격의 의미를 띤다. ‘조직의 경영 기법’이라는 점에서도 자격으로 볼 수 있다. (10ㅊ)도 ‘방법’ 때문에 ‘-(으)로써’를 선택한 것으로 생각되나 ‘-(으)로서’를 써야 한다. 문장에서 양적 연구방법과 질적 연구방법이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론적 조건(요소)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헷갈리는 경우에는 임시방편이지만 ‘~의 자격으로’ 정도를 넣어서 말이 되면 ‘-로서’를 쓸 수 있다. 일부만 예로 들면, (10ㅅ, ㅇ)에서 통계는 연구를 위한 도구의 자격으로 사용된 것이고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의 자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도구’도 자격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10ㅋ)의 ‘판결’은 처벌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이기 때문에 ‘판결로써’로 표기해야 한다. 쉽게 구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을 가지고’, ‘~을 활용(사용)해서’의 의미일 때는 재료, 수단, 도구, 방법을 나타내는 ‘-(으)로써’를 쓸 수 있다.
(10ㅌ~ㅎ)의 ‘-(으)므로/(으)ㅁ으로(써)’는 총 6회의 오류가 나타났다. ‘-(으)므로’는 까닭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어미이므로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니까’ 또는 ‘-기 때문에’로 바꾸거나 두 문장으로 쪼개어 ‘…다. 그러므로…’로 바꾸었을 때 말이 되면 ‘-(으)므로’를 쓸 수 있다. 일례로 “돈이 없으므로 밥을 못 먹는다.”는 “돈이 없으니까/없기 때문에 밥을 못 먹는다.” 또는 “돈이 없다. 그러므로 밥을 못 먹는다.”와 같이 바꾸어 쓸 수 있어 ‘없으므로’가 맞다. 따라서 (10ㅌ)은 ‘공부하고 있으므로’라고 표기해야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있으므로’가 ‘공무원 시험에 꼭 합격할 것이다’의 까닭이나 근거가 된다. (10ㅍ, ㅎ)은 ‘의지함으로(써)’, ‘공부함으로(써)’로 표기해야 한다. ‘-(으)ㅁ으로’는 수단과 방법의 의미이므로 뒤에 ‘-써’가 나타난다. ‘~하는 것으로써’, ‘~하는 것을 통해서’로 바꾸었을 때 말이 되면 ‘-(으)ㅁ으로(써)’를 쓸 수 있다. 이 내용을 (10ㅍ, ㅎ)에 적용해 보면 ‘어려운 순간순간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으로써/것을 통해서…’, ‘성실하고 꾸준히 공부하는 것으로써/것을 통해서…’의 의미이므로 ‘-(으)ㅁ으로(써)’가 맞다.
다음으로 25회의 오류가 나타난 56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56항의 내용은 ‘-더라’, ‘-던’, ‘-든지’를 바르게 적기 위한 규정으로 선어말 어미 ‘-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부 문장을 중심으로 확인해 보겠다.
(11) ㄱ. 결과를 빨리 알아야 신청하던 말던 하는데 기다리라고만 하니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ㄴ. 스크린이 있어야 영화라도 보던지 할텐데 저가항공이라 좌석에 아무것도 없었다.
ㄷ.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던지 대학원에 가던지 선택을 해야 한다.
ㄹ. 자취방이나 기숙사를 얻던지 통학을 하던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ㅁ. 어떤 모임에서던지 혼자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꼭 있다.
ㅂ. 뭘 하던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ㅅ. 학연이던 뭐던 학벌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ㅇ. 동향이나 정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비교하던 말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ㅈ. 학교 네임밸류를 보고 가던 지도해 줄 교수님을 찾던 둘 중 하나는 준비되어야 한다.
(11ㄱ~ㅈ)은 모두 ‘-든’을 써야 할 자리에 ‘-던’을 쓴 오류이다. ‘신청하든 말든’, ‘영화라도 보든지’, ‘취업을 하든지 대학원에 가든지’, ‘기숙사를 얻든지 통학을 하든지’, ‘어떤 모임에서든지’, ‘뭘 하든지’, ‘학연이든 뭐든’, ‘비교하든 말든’, ‘학교 네임 밸류를 보고 가든 지도해 줄 교수님을 찾든’으로 표기해야 한다. ‘A’와 ‘B’ 중에 선택한다는 의미이거나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일 때는 ‘-든지’를 쓰고, 과거의 경험을 나타낼 때는 ‘-던지’를 쓴다는 점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틀리지 않는다. 즉,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라고 일반화할 수 있다. 선어말 어미 ‘-더-’는 화자가 과거에 직접 경험한 것을 나타내므로 ‘-더-’가 개재된 어미는 항상 과거와 관련을 맺는다.
19)
다음으로 7회의 오류가 나타난 53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된소리로 발음되는 어미 15개는 예사소리로 표기하고, 의문을 나타내는 어미 5개는 된소리로 표기한다. 아래에 있는 다섯 문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2) ㄱ. 무료로 나눔을 할꺼라고만 썼는데 운영자에 의해 글이 삭제되었다.
ㄴ. 이렇게 쉽게 나올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할껄 하는 생각에 후회가 많이 되었다.
ㄷ. 막학기를 남기고 인턴을 준비하면서 미리 준비해둘껄 후회했던 것들은 다음과 같다.
ㄹ. 내가 생각했던 대로 진행했더라면 결과가 더 좋았을껄 하고 이기적인 생각이 들었다.
ㅁ. 생일 전날 엄마에게 “아침은 제가 할께요.” 큰소리치고는 늦잠을 잤다.
(12ㄱ~ㅁ)에서 밑줄 친 부분의 어미는 예사소리로 표기해야 하는데 된소리로 표기한 오류이다. 따라서 ‘할 거라고만’, ‘준비할걸’, ‘준비해 둘걸’, ‘좋았을걸’, ‘할게요’로 표기해야 한다. 한국어에서 어미를 된소리로 표기해야 하는 것은 5개뿐이지만, 이 중 ‘-(으)ㄹ꼬?’, ‘-(으)리까?’, ‘-(으)ㄹ쏘냐?’는 사극에서나 사용할 법한 고어적인 표현으로 문어에서도 구어에서도 사용 빈도가 극히 낮다. 그러므로 한국어에서 의문문을 나타내는 어미 ‘-(으)ㄹ까?’, ‘-(스)ㅂ니까?’만 된소리로 표기하고 나머지 모든 어미는 예사소리로 표기한다고 일반화하여 가르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께요’, ‘-껄’, ‘-꺼야’, ‘-꺼라고’ 등의 표기가 오류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확인된다.